청송 주왕산 등반기 최 건차
2023년이 한 달여 남은 청명한 초겨울 날. 이른 아침 수원에서 4시간 여를 달려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당나라에 패배한 주왕이 피해와 은거해 있다가 신라 마장군이 쏜 화살에 맞아 최후를 맞이했는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나는 청송 주왕산을 찾은 게 이번으로 세 번째다. 주왕산이 아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이었던 어느 해 봄, 나는 청송 읍내에 볼 일이 있어 들렸다가 노변에서 탄산수 같은 생수가 솟고 있다는 약수터에 갔다. 몸에 좋다고 하여 옆에 있는 물 바가지로 조금 퍼마시고 이어서 화산 폭발로 웅장하고 신비롭게 되었다는 계곡에도 가 보았다.
나는 장편 대하소설 <객주>와 <홍어>를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인 소설가 김주영 선생께서 청송에서 태어난 분이라서 주왕산 등반과 더불어 좋아하게 되었다. 객주(1981)와 홍어(1998)가 발표되기 훨씬 전이었던 1975년 봄, 나는 회사 업무차 청송을 찾았다. 그 때의 청송은 소박한 시골 냄새가 물씬 풍겼다. 사람들이 대체로 순박하다는 말을 듣고 읍내에서 한 주간을 머물면서 인력을 수급했다. 당시 부산에서 수출품으로 대호황이었던 T합판 공장에서 일할 일꾼들이었다. 후일 회사의 현장에서 가장 근실하게 일을 잘했던 공원들이 청송 출신이었다고 했었다.
1976년 주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2011년 초가을 나는 주왕산을 제대로 오르려고 마음을 다졌다. 산행 준비를 단단히 하고서 오전 내내 달려 내려와 점심 때가 지나서부터 등반을 시작됐다. 날씨가 약간 흐려서 등반하기에 오히려 좋았다. 하지만 정상인 주봉에 무사히 오른 후에 계곡 쪽으로 하산길을 찾아가는 중에 기어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있어 내리는 비를 그냥 맞으며 나 홀로인데 골짜기에는 벌써 어둠이 드리우고 있어 마음이 급했다.
2014년에는 김주영 선생의 문학관이 그의 고향 진보珍寶에서 개설됐다. 진보는 면인데 청송읍보다 면소재지가 더 크고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알려진 청송교도소가 이곳에 있다. 이번에야말로 주왕산을 여유롭게 종주하면서 계곡을 자세히 살펴볼 참이다.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은 설악산국립공원, 월출산국립공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이라고 한다. 나는 서수원신협산악회원으로 80여 명이 대형전세버스 두 대에 나뉘어 타고 내려왔다. 등반은 여러 갈래의 코스가 있어 몇몇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나는 일단 주봉을 향해 제일 쉬운 코스를 찾아 오르려는 십여 명의 선두 그룹과 함께했다. 나보다 훨씬 젊은 분들이라 산을 타는 속도가 대단했다. 그래도 부지런히 따라 붙이면서 동영상을 만들 목적으로 자연풍광과 일행들의 모습을 디카에 열심히 담았다.
계곡 쪽은 기암괴석이 여러 가지 각도로 깊고 길게 파인 데로 물이 흐르고 있다. 풍광이 좋은 관계로 구경꾼들이 많아 보행로가 잘 닦여져 있다. 내가 택한 오름길은 가파르고 얼마간은 사방이 가려져 답답해 보였지만 난코스가 아니었다. 이정표를 따라 등성이에 이르니 건너편에 거대한 암석 덩어리의 군락이 궁전처럼 펼쳐져 있다. 굽이굽이 겹쳐있는 바위들은 요정들이 모여 살 것 같는 신비로운 모양새였다.
한참이나 긴 골짜기를 벗어나니 웅장하게 길고 깊은 협곡이 나타났다. 옆에 있는 이가 중국의 장가계 같다고 하길래 내 눈에는 요르단의 페트라 계곡 같다고 했다. 과연 주왕산의 핵심 지대를 한 눈으로 볼 수 있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에 오늘은 제대로 보고 영상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디카 삿터를 연방 누르며 인증 사진도 찍었다. 반세기 동안 세 번에 걸쳐 와보고 종주해 본 주왕산은 계곡과 주왕의 전설 때문에 많이들 찾는다. 제일 높다는 주봉이 해발 722m여서 등반도 괜찮았다.
주왕산국립공원을 종주로 등반하고 계곡 탐방도 잘하게 되어 매우 만족하다. 오후 4시반에 버스가 출발하기로 되어있는 시간에 맞추어 대전사 앞 주차장에 여유 있게 도착하여 수원으로 향했다. 이렇게 해서 매달 3번째 주 화요일에 시행하는 서수원신협산악회 11월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도착해보니 밤 9시가 넘었다. 뒤처리를 마친 후 불과 몇 시간 전에 산을 오르고 골짜기로 내려가 협곡을 지나며 디카에 담은 풍광들과 일행들의 모습을 펼쳐보니 알싸하게 파노라마 친다.
이제는 디카에 든 사진을 PC 화면에 옮겨 좋은 장면만 골라 동영상을 만들 참이다. 배경 음악으로 은은하게 들리는 <동심초>와 <바우고개>를 깔아 이 밤이 새기 전에 동영상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매 장면을 4초 간격으로 하여 지금껏 만들어 온 터라 7분짜리 동영상이 두어 시간 만에 완성되었다. 시연으로 감상해보니 내 보기에는 괜찮다 싶어 내 카페 ‘순담홀’에 업로드하고, 서수원신협 카페에도 올렸다. 그리고 얼굴이 비쳐진 회원들께도 전송해 주려고 하니 피곤함이 가시고 뿌듯하다. 202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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