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층암에서 천연기념물 매화나무를 지나 계곡을 건넌다.
물소리가 다정하다.
공기가 쌀랑하지만 연기암 오르는 길은 눈도 없고 금방 땀이 난다.
연기암은 고민하다 지나친다.
벌써 11시 40분을 지나고 있다.
참샘에서 물을 마신다. 차다. 샘물이 아니라 계곡물인가?
국수등 진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어도 중재는 얼른 나타나지 않는다.
12시 반이 지나 중재에 닿는다.
하얀 눈덩이들이 바위위에 앉아 있고 건너 산비탈 바닥엔 온통 눈이다.
계곡의 바람이 불어와 피해 아래로 내려와 낙엽 위에 앉는다.
오래되니 바나나 하나에 초코파이를 먹으니 허기가 가신다.
한 사나이가 올라와 쓰던 걸 숨기고 있는데 손에 드릴을 들었다.
장화까지 신고 배낭이 묵직한 걸 보니 고로쇠에 구멍뚫으려가는 이다.
내 나이쯤일까?
검은 머리는 나보다 많은데 얼굴은 주름이 많다.
나의 걸음과 저이의 걸음 차이는 무엇일까?
본격적인 눈길이다. 하얀 눈은 단단하고 바위 사이에 낀 얼음은 단단하다.
집선대는 얼음과 눈이 뒤섞여 폭포 모습은 찾기 어렵다.
가파른 코재를 오르려면 아이젠을 꺼내야 하나 고민하다가 참고 올라가 본다.
돌계단의 흔적이 없이 경사진 누길에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코재 조망바위에 이르니 벌써 1시 40분이다.
구례구역쪽에서 돌아오는 섬진강이 들판의 비닐하우스보다 유연하다.
1시 50분이 안되어 무넹기 이정표에 닿는다.
너른 길은 눈이 수북하고 사람 다닌 길이 구불구불 깊숙하다.
노고단대피소는 장소가 바뀌고 취사장도 새로 섰다.
입구에 바람을 피하고 있는 젊은이 몇 보인다.
쉬지 않고 바로 고개로 오른다.
여전히 돌으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땀이 배려는 사이 고개 위로 파랑 하늘이 펼쳐진다.
반야봉은 하얀 눈 속에 능선이 곱고 그 멀리의 천왕봉이 금방 걸으면 닿을 듯하다.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켜 입구를 통과한다.
몇 번 멈춰서 천왕봉과 반야봉을 본다.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데크 위를 지나자 바람이 세차다.
목도리를 올려코를 막고 마자를 내려도 모자 챙 사이의 이마로 바람이 들어와 시리다.
만복대 서북 능선도 눈이 하얗다.
노고단 표지석을 두고 셀카를 찍어본다.
돌탑 앞에 서 바람을 피해도 춥다.
줄난간을 넘어 데크 아래로 발자국을 따라 내려간다. 따뜻하다.
섬진강 양쪽의 산줄기를 보다가 천왕봉을 보려고 다시 나온다.
가족들 연인들이 추위 속에 사진을 찍는다.
찍어준다 하려다가 참는다.
돌지 않고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온다.
통제소를 지나 꽁꽁 닫힌 천왕봉 입구에서 바람을 피해 아이젠을 낀다.
무넹기에서 섬진강을 내려다보고 다시 화엄사길을 잡는다.
코재 바위전망대 앞에 앉아 남은 간식을 먹는다.
중재를 지나며 아이젠을 벗고 연기암도 지나쳐 화엄사 사적비 앞에 닿으니 5시 20분이 되어간다..
11시 20분에 구층암을 나선 산행이 6시간 걸렸다.
구례읍에 나가 현금을 찾고 보석사우나에 들러 씻는다.
산림조합장례식장에 가는데 임병식이 벌써 와 있댄다.
혼자 조문하고 있는데 병식이가 기다렸다 한다.
둘이 막 맥주 한잔 하는데 강진청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구례의회 의장 장길선이
산동지역 군의원과 함께 와 같이 앉는다.
정치활동을 하면서 술을 안 마신다는 그가 조금 낯설다.
술을 참고 밥을 다 먹고 산동이나 사성암의 정자로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고속도로로 들어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