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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맞춤법이 너무 까다롭다고? / 권영민 우리말과 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두가 한글 맞춤법이 까다롭다 고 불평을 한다. 한글의 글자를 쉽게 배우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규칙이 복 잡하다는 말이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영어의 복잡한 발음 문제를 빗대어 말하곤 한다. 한글은 모든 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기 때문 에 별도의 발음 기호가 필요 없다. 다만 몇몇 규정을 두어 그 표기방법을 제한할 뿐이다. 그렇지만 영어는 단어마다 그것을 발음하는 방식이 정해 져 있다. 발음이 달라지면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므로 영어의 모 든 단어는 그 어려운 발음을 기억하여 정확하게 말해야만 한다. 이런 식의 설명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글 맞춤법이 어렵다고 말한 다. 한글 맞춤법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한글 표기법의 기본 원칙은 이미 <훈민정음> 에 규정되어 있다. 오늘날과 같은 한글 표기방법은 개화계몽시대 국문운동 을 통해 상당부분 정착된다. 특히 <독립신문>(1896)이 순국문으로 신문을 발간하면서 국문 글쓰기의 방법이 대중화된다. 일본 식민지시대에는 조선 총독부가 일본어 교육의 방편으로 '조선어 언문 철자법'이라는 것을 몇 차 례 제정하여 발표한 적이 있다. 이것은 일본어의 표준음을 정확하게 표기 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말의 발음과 표기를 왜곡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조선일보>와 같은 민간 신문은 총독부의 규정을 따르지 않 고, 한글 표기방법을 신문사 내에서 자체로 정해 사용하면서 대대적으로 국문 보급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 맞춤법 통 일안>은 조선총독부가 '조선어 언문 철자법'을 정한 것에 대응하는 일종 의 '민족어 운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언문'이라고 격하된 명칭에 대 항하여 '한글'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만 보더라도 그 성격을 짐작 할 만하다. 한글 맞춤법은 우리말의 표준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 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말의 '낮', '낯', '낫'은 홀로 쓰일 때 그 소 리가 똑같다. 이 말을 특정의 조사와 연결하여 소리 나는 대로 적을 경우 '낟또', '낟까지'에서 볼 수 있듯이 어느 것을 표기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뜻이 구별되도록 받침 글자를 달리하여 적는다. 마찬가 지로 '넋이, 넋을, 삶이, 삶을'이나 '훑고, 훑어, 훑으니'와 같이, 체언과 조사, 용언의 어간과 어미는 구별하여 적는다. 문장의 각 단어는 '바람 이 아주 세게 불었다.'와 같이 띄어 쓴다. 한글 맞춤법에는 이 밖에도 여 러 가지 표기방법을 규정해 놓고 있다. 한글 맞춤법은 하나하나의 규정이 모두 제한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생산적인 기능을 가진다. '꽃이, 꽃나무, 꽃도'에서 '꽃'이라는 단어가 '꼬치', '꼰나무' 등으로 소리 나지만 '꽃' 이란 형태로 고정시켜 적도록 제한한다. 이 때문에 모두가 쉽게 '꽃'이 라는 말을 구별하여 쓸 수 있으며,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이룰 수 있게 된다. 한글 맞춤법은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쓰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약 속이다. 이 사회적 약속은 이미 널리 공인된 것이므로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언어 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사회적인 혼란도 일 어나게 된다. 한글 맞춤법의 모든 규정들은 높은 수준의 교양이나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수준의 국어 교육을 제대로만 받는다면 누구나 지킬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이를 까다롭다고 말하면서 제대로 지키 지 못한다면 스스로 보통 수준의 교양인에 이르지 못함을 표시하는 것이다. 자기 멋대로 말을 하고 아무렇게나 글을 쓴다면 누가 어떻게 그것을 제대 로 알아볼 수 있겠는가? -월간에세이 2007년 8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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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반야심 원문보기 글쓴이: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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