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3.
오후에 아내한테 바람 쐬러 나가자고 권하니 추석 차례 준비로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에 다녀오겠단다.
'차례 음식물 조금만 차려. 흉내나 내.'
그런데도 아내는 '이것 저것 마련해야 해요'라면서 나와 함께 나들이 나가는 것을 거절했다.
나 혼자서 석촌호수 서호로 나갔고, 쉼터에서 영감들이 두는 장기판을 내려다보는 내 눈에는 하수들이다.
더 이상 볼 것도 없어서 호수 남쪽에서 동호로 천천히 걸어서 내려갔다.
공원 안에는 석산(꽃무릇)이 빨갛게 피어서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잡는다.
동호 끝까지 간 뒤에 오른쪽 길을 건너간 뒤에 오금로 대로를 따라서 방이동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하철 9호선 송파나루역을 지났고, 더 내려가니 <방이 고분군>지역 안내문을 보았다.
고분군 지역으로 들어갔다.
둥그런 언덕배기에 있는 작은 산... 지대가 아주 낮고, 면적도 협소하다.
풍만한 여인네의 젖통같은 무덤이 가까이에서 보인다.
안내문을 읽으니 백제시대 봉분으로 추정되며, 그런데도 무덤 안에서 발굴한 장식품은 신라시대의 것으로도 보여진다고 한다. 학계의 의견은 백제 고분으로 추정한단다.
무덤은 모두 8기. 두 지역으로 나눠서 각각 4기씩이다.
장소가 비좁은 탓인지... 양가슴처럼 나란이 붙어 있었다.
잘 깎은 잔디, 도톰하게 봉긋하다.
봉분 앞에는 1, 2, 3, 6, 7, 8, 9, 10기 번호를 새긴 작은 표석을 세웠다.
4호, 5호 고분는 없다. 왜 2기는 없을까?
1호기만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출입구가 개방되었다. 철망으로 출입을 막았으며, 자물쇠로 채워서 무덤 안으로는 들어갈 수는 없지만 철망 틈새로 무덤 안을 들여다보았다. 움집처럼 둥근 무덤 속의 안은 무척이나 넓었고, 천장 높이도 높았다. 바닥은 돌로 깔았고, 천장 뚜껑은 큰 돌(낣작은 돌팍)으로 덮었다. 그 위에는 흙으로 덮어서 엄청나게 큰 봉분을 이뤘다. 마치 풍만한 여인네의 젖통같다.
고분은 오래 전에 도굴되어서 내장품은 거의 없다고 한다.
봉분을 파훼쳐서 물품을 훔쳐간 도굴범들...
죽은 者의 영혼(혼)이 있다면 이런 도적놈들을 그냥 내버려두었을까?
언제 어디서나 도굴범들은 득실벅실거리는 세상이다. 돈이 된다면 그 어떤 짓도 서슴치 않는 인간짐승들이다.
안내판에서 읽었다.
'굴방식 동방무덤, 널방, 널길, 무덤길, 둘레석, 캔돌, 돌넛널무덤' 등의 용어가 이채롭다.
고분지역은 무척이나 협소했기에 더욱 자세히 살펴보려고 천천히 두 바퀴를 돌았다.
무덤 뒷편 꼭대기에 올라서서 멀리 떨어진 곳, 올림픽공원으로 가는 곳이 보였다.
구경을 끝난 뒤 귀가하면서 송파구 <올림픽공원역> 쪽으로 걸었으면 싶는데도 거리가 멀어서 포기했다.
무릎연골이 또 삐걱대며 아파 오기에 천천히 걸어야 했다.
지하 5호선 방이역으로 내려가서 전철을 타고 잠실로 되돌아올까? 망설이다가는 걷기로 했다.
잠실 석촌호수 동호 쪽으로 향했다. 이내 지하 전철9호선 송파나루역을 지나쳤고, 얼마 뒤에는 석촌호수 東湖 쪽에 도착했다.
수변을 따라서 천천히 西湖 쪽으로 걸으니 호수 주변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서호에 도착한 뒤에 잠실4단지 아파트로 향했다.
집(아파트)에서 방이동 고분군락까지는 대략 55분 걸렸다.
아주 협소한 고분 안이기에 두 바퀴 돌면서 여인네의 젖무덤 같은 봉분을 거듭 보았다.
왕복은 2시간 30분 정도.
또 무릎이 아프다. 두 다리가 성성했을 때 더 걸어다니며 역사공부, 지리공부를 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는 더욱 힘이 들 것이다. 아주 가까운 지역조차도, 잘 다듬은 도로인데도 나한테는 도보여행이 자꾸만 힘들어지는 세월에 와 있다.
1호기 무덤의 출입구. 돌로 양벽을 길게 석축했고, 바닥을 깔고, 2m 크기의 돌뚜껑으로 덮음
무덤 안 내부는 넓어 보임
1개 지역에는 고분 네 개씩나눴고, 두 개씩의고분은 가깝게 위치, 여인네의 젖무덤(유방)같은 느낌
사진은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잘 활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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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걸어가서 눈으로 보아야 한다.
직접 손으로 만져 보아야 한다.
직접 먹어 봐야 한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실제로 만지면서, 체험하는 지식이 가장 정확하다.
글쓰기도 이와 같을 게다.
2020. 9. 23. 수요일. 날씨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