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가진 1조8000억 달러가 미국을 구할 것인가? 上海의 人民大道에서 지난 10월3일부터 사흘간 기자는 가족들과 함께 일본의 규슈를 여행했다. 인천공항에서 후쿠오카 공항까진 5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돌아온 다음날인 10월6일엔 인천공항에서 중국 上海(상해)로 날아갔다. 한 시간 40분이 걸렸다. 한국을 중심으로 비행시간 두 시간 반경 안에 모여 사는 인구는 7억 명이 넘고, 세계에서 물동량과 인적 교류가 가장 활발하다. 한국은 세계의 명동이다. 그럼에도 이 비싼 땅에서 지방, 중앙을 가르고 가진 자, 없는 자를 만들어 싸움을 붙이는 정치와 언론이 있다. 地利(지리)와 天時(천시)를 살리지 못하는 정치는 逆天者(역천자)의 길을 걷는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의 뜻은 한반도를 하나의 단위로 보니 저절로 애국적으로 된다는 뜻이다. 포스코가 주선한 중국여행엔 金東吉(김동길) 박사, 余相煥(여상환) 국제경영연구원장, 吳在熙(오재희) 전 주일대사, 裵秉烋(배병휴) 경제풍월 대표, 그리고 필자가 참여했다. 北京(북경)올림픽, 멜라민 파동, 미국발 금융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을 여행하니 기사꺼리가 많았다. 浦東(포동) 공항에 도착하니 상해는 안개였다. 상해엔 지난 8월28일 또 하나의 명물이 등장했다. 上海地球金融中心(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라는 건물이다. 높이 492m에 101층.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일본의 모리 건설그룹이 지었는데 11억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인구 1800만 명의 상해는 면적이 6,340㎢다. 서울의 약 아홉 배이다. 작년에 상해의 수출입 총액은 5,209억 달러였다. 한국이 작년에 약7,000억 달러의 무역을 했다. 상해시민들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를 넘었다. 중국의 上海는 홍콩과 거의 동시에 자본주의가 들어와 꽃을 피운 도시이다. 1842년 淸(청)이 아편전쟁에서 진 후 남경조약으로 상해가 개항되었다. 프랑스와 영국 등이 상해에 치외법권 지대인 租界(조계)를 열었다. 1865년 영국인이 HSBC(홍콩 샹하이 은행)를 홍콩과 상해에 개설했다. 1920, 30년대 상해는 극동 최대의 도시로 번영했다. 퇴폐한 도시라고 하여 魔都(마도)라 불리기도 했었다. 中日(중일)전쟁으로 일본군에 점령당해 그 번영은 끝이 나고 1949년 중국의 공산화로 이곳의 자본가들은 홍콩으로 철수했다. 1978년 鄧小平이 개혁 개방 노선을 천명함으로써 상해는 다시 활기를 찾게 되었다. 외국자본이 들어오고 1992년부터는 浦東지구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상해시 공산당 지도부는 江沢民(강택민)、朱鎔基(주용기)、呉邦国(오방국)、曽慶紅(증경홍)、黄菊(황국) 같은 개혁적인 국가 지도층 인사들을 배출했다. 上海의 중심지인 인민공원 근방 大路(대로)의 이름은 '人民大道'였다. 중국과 上海의 거대한 발전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漢字(한자)만이 전달할 수 있는 스케일과 力動性(역동성)이다. 중국의 놀라운 저력은 漢字力에서 나오는 부분이 크다. 고도성장과 자원의 한계 포스코는 1985년부터 중국에 진출하여 현재 38개 철강관련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持株(지주)회사인 浦項中國投資有限公司(포항중국투자유한공사)의 총경리(사장)로서 중국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金東震(김동진)씨는 사업설명을 끝내면서 “아무리 기업환경이 어려워져도 도망갈 데가 없습니다. 죽어도 여기서 죽어야 합니다”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중국법인으로 되어 있는 38개 포스코 계열사에 고용된 인원은 4094명인데, 이중 한국인이 152명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27억 달러를 중국에 투자했다. 38개 회사가 연간 약7조원의 매출액을 올린다고 한다. 이 회사들이 한국의 포스코 본사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는 연간 1조원을 넘는다. 한국이 득을 보는 것은, 152명의 고용과 연간 1조원의 수출효과인 셈이다. 주식배당을 받아 본국으로 과실송금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을 중국에 재투자하고 있다. 중국에 자금을 투자하고, 기술을 넘겨주고, 인력을 양성해주는 代價(대가)로선 너무 작은 利得(이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은 결국 그 기업이 있는 나라를 위하여 봉사하게 된다. 金東震(김동진) 총경리는 중국 철강산업의 경이적인 성장에 대해서 설명했다. 중국의 粗鋼(조강)생산량은 연간 약6억t, 2위인 일본이 1억2000만t이다. 한국은 5100만t으로 세계6위이다. 중국은 매년 포스코 만한 年産(연산) 3000만t 규모의 제철시설을 늘려왔다. 製鐵(제철) 1t에 석탄은 1.7t이 든다. 제철능력의 증가로 인해서만 매년 5000만t의 석탄을 더 캐내고 운반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세계 철강생산의 36%, 철강소비의 35%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제철과 자동차를 2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여 키우고 있다. 작년말 현재 중국의 자동차보유대수는 5700만대였다. 한국이 현재 약1700만 대이므로 세 배가 넘는다. 작년에 중국에선 879만 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이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 시장규모이다. 중국인 1000명당 자동차가 44대이다. 미국은 1000명당 750대이다. 많은 인구와 경제급성장으로 인해 중국은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작년에 미국의 GM은 중국시장에서 103만 대를 팔아 1등이었다. 이어서 폭스바겐 91만 대, 토요다 49만9000 대, 현대 23만 대, 포드 21만6000대, 푸조 20만9000대, BMW 5만1000대였다. 현대는 올해 38만 대를 팔 계획이다. 중국제 자동차로선 체리가 38만1000대, 브릴런스가 11만5000대 팔렸다. 한국의 자동차보유비율은 1000명 당 350대이다. 중국이 한국 정도의 보유율을 보인다면 약5억 대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중국에 교두보를 확보하지 못한 자동차 회사는 희망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이다. 이런 중국의 성장에 한계가 있는가? 金東震(김동진) 총경리는 자원의 한계를 지적했다. 경제발전에 들어가는 석탄, 석유, 물 등의 자원량을 중국이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중국이 경제성장에 따르는 민주화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 金(김)씨는,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이 우수하므로 분열 없이 끌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新時代文明市民 江蘇省(강소성)의 蘇州市(소주시)를 지나다가 대학교 교정에 박힌 돌에 '學以致用'(학이치용)이란 글을 보았다. 소주市 산하의 張家港(장가항)이란 인구 80만 명의 도시 거리 곳곳엔 '文明參與交通'(문명참여교통)이란 구호가 붙었다. 學以致用은 ‘大學’(대학)에 나오는 말로서 배운 것을 實用(실용)하라는 뜻이다. '文明參與交通'은 교통질서를 잘 지켜 文明人(문명인)이 되자는 뜻이다. '新時代文明市民'(신시대문명시민)이란 구호도 소주市內(시내)에 붙어 있었다. 사회주의 체제임에도 人民(인민)이란 말 대신에 자유민주 사회의 용어인 市民이란 용어를 선택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지도부는 현재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를 견지하지만 그들도 내심 궁극적으론 자유민주적 시장경제로 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南水北調(남수북조)는 남쪽의 풍부한 물을 끌어다가 물이 부족한 북쪽에 공급한다는 뜻이다. 西氣東輸(서기동수)는 서쪽의 천연가스를 동쪽으로 수송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한자는 무궁무진한 造語力(조어력)을 갖는다. 중국 지도부가 국가 건설 과정에서 보여주는 장기적 안목, 수준 높은 布石(포석)과 내용은 이런 漢字力(한자력)을 이용한 덕분이 아닌가 생각했다. 어느 나라의 발전 수준은 국민들이 가진 어휘력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영국 프로 축구팀에서 활약하는 박지성 선수의 진짜 姓名(한자 성명)을 알려면 일본 신문을 읽어야 한다. 朴智星(박지성). 얼마나 잘 지은 이름인가? 영어로 번역하면 Wise Star이다. 슬기로운 스타 선수. 朴 선수는 정말 슬기로운 플레이를 한다. 智는 지식(知)를 잘 이용하여 세상을 밝히는(日) 행동논리를 가리킨다. 잘 지은 이름이 智星씨를 성공시킨 하나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김성호 국정원장의 진짜 이름을 알려고 할 때도 일본 신문을 읽어야 한다. 국내 언론은 한글 표기만 한다. 金成浩. 자기 나라의 有名인사 이름을 외국신문을 보아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國語(국어) 교육이 파탄 났다는 의미이다. 국어교육의 파탄은 國民(국민)정신의 파탄을 뜻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달러가 되어도 이런 국어실력을 가지고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漢字에 익숙한 한국인은 간판이나 신문을 읽을 때 중국보다는 일본이 편하다. 중국은 簡字(간자)를 쓰기 때문이다. 간자를 쓰면 뜻글자의 기능이 거의 사라진다. 중국에선 간자를 쓰기 시작한 이후 名文(명문)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뛰어난 문학작품도 나오지 않고(특히 詩에서), 사람들의 문장력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한글專用(전용) 이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중국에선 正字體(정자체)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만은 정자체를 쓰는 데도 문맹률이 낮다. 문학은 인간에 대한 탐구이다. 문학이 약해진다는 것은 그 사회의 교양과 사상이 약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張家港浦項不銹鋼 공장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 불린다는 것은 철강 소비량이 많다는 의미이다. 제조업의 쌀이 쇠이다. 세계 10大 철강회사중 4개가 중국에 있다. 한국의 포스코는 세계 4위인데, 5위가 중국의 寶鋼(보강), 7위가 沙鋼(사강), 8위 唐鋼(당강), 10위가 武鋼(무강)이다. 이 가운데 沙鋼은 민간기업이다. 포스코는 외환위기가 닥쳐오던 1997년에 한적한 농촌마을 張家港(江蘇省)에 沙鋼을 합작 파트너로 삼아 張家港浦項不銹鋼(장가항포항불수강. 영문약칭: ZPSS)을 설립했다. 포스코가 82.48%, 沙鋼이 17.52%의 지분을 갖고 있다. 食器(식기) 등에 많이 쓰이는 스테인리스를 만드는 공장이다. 1999년에 제1기 공정(冷延)을 준공, 생산에 들어갔다. 2003년엔 이 냉연공장을 확장했고, 2006년엔 전기로에 의한 製鋼(제강), 熱延(열연) 공정을 추가했다. 고철을 쇳물로 녹이고 강철을 만들어 스테인리스 제품까지 뽑아내는 年産(연산) 100만t 규모의 일관생산 체제를 갖춘 것이다. 중국내 3大 스테인리스 공장중 하나이다. 기존 회사를 매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일관제철소를 새로 지은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중국은 이 회사의 성공사례를 외국철강자본 유치에 활용했다. 이 공장을 방문한 江蘇省 공산당 서기 李源潮(이원조) 현 중앙당 조직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ZPSS는 선진기술뿐 아니라 일류의 환경보호 정책 및 사상을 갖고 있다. 長江(장강)을 끼고 있는 여러 업체들은 ZPSS를 학습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투자한 공장은 이렇게 잘 관리되는데 국내 기업들은 왜 이렇게 못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이 공장은 중국정부가 공인하는 '최우수 녹색공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胡錦濤(호금도) 정권은 親환경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부문에서도 張家港 공장은 모범사례이다. 작년 이 공장, 즉 ZPSS의 매출액은 28억6400만 달러, 순이익은 8100만 달러였다. 申丁錫(신정석) 공장장은 지난 11년간 이 회사가 중국정부에 납부한 세금은 약 13억 달러라고 설명했다. 張家港은 수많은 공장이 있음에도 田園(전원)도시 같았다. 넓은 직선 도로와 잘 자란 가로수는 미국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이 도시는 양자강(長江) 하구쪽에 면해 있다. ZPSS 전용 부두에 가보았더니 물의 색깔은 토사가 섞여 탁해보였으나 오염되진 않았다. 장가항은 長江(장강)이 황해로 들어가는 하구(河口)에서 내륙쪽으로 150km 이상 들어와 있는 강변 항구인데, 접안시설의 수심이 15m를 넘어 5만t의 화물선이 닿을 수 있다. 강폭은 15km, 가장 깊은 곳은 42m라고 한다. 장가항의 포스코 공장을 방문한 그날 저녁 중국공산당장가항시위원회 黃欽(황흠) 서기가 한국에서 온 귀빈들을 접대하는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의젓한 49세의 실력자였다. 그가 데리고 나온 市 간부들은 거의가 30, 40대였다. 공산당 서기가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손님들을 초대하여 저녁대접을 한다? 서울시장이 서울에 투자한 외국인 기업을 위하여 그 기업을 방문한 본국의 손님들을 대접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黃 서기는 장가항이 공장지역이면서도 중국에서 가장 환경미화가 잘 된 곳임을 자랑했다. 포스코가 그런 도시 발전에 기여했다고 감사했다. 省級(성급) 이하에선 30, 40대의 패기 넘치는 엘리트들이, 중앙은 50, 60대의 경륜 있는 엘리트들이 이끄는 나라가 중국이다. 10년간 중국을 수라장으로 만들었던 문화대혁명 이후 고등교육을 받은 세대가 중국 지도층의 핵심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자본이나 기업을 끌어들여 자신의 관할지를 발전시키는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런 평가를 기준으로 하여 승진이 결정된다.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공산당 내부의 이런 경쟁과 견제가 검증되고 준비된 지도층을 만들어낸다. 資源有限 創意無限 중국 江蘇省(강소성)의 강변도시 張家港(장가항)의 60만 평 대지위에 서 있는 장가항포항불수강 공장 정문엔 이런 표어가 적혀 있었다. <資源有限 創意無限> 포스코의 포항, 광양제철소에 걸려 있는 구호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장가항 공장엔 '우향우'(실패하면 우향우하여 바다에 빠져죽으라는 뜻)의 浦鐵(포철)정신이 구현되고 있다. 35명의 한국인 간부들이 1800여명의 중국인 직원들에게 그런 정신을 심은 결과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수익성이 높은 스테인리스 공장을 만든 것이다. 한국인 간부 직원들의 솔선수범과 철저한 교육, 그리고 현지화 전략이 그런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중국인 직원들은 20개 省(성) 출신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중국인들은 가족중심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포철정신의 핵심인 사회와 국가를 위한 봉사는 이들에게 막연한 구호였다. 이를 체득하도록 하는 데는 정신교육과 함께 여러 가지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되었다. 한국 파견 연수도 활발하다. 포항공대 철강대학원에 2년 기한으로 유학을 보내 미래의 인재를 육성하기도 했다. 포스코만큼 창설자의 이념이 회사의 문화와 전통으로 정착된 곳은 없을 것이다. 포스코의 朴泰俊(박태준) 명예회장이 심어놓은 정신을 이어받은 포스코 직원들은 어디를 가든지 회사가 아니라 國益(국익)을 대표하는 듯이 언동하는 게 특징이다. 2003년에 장가항 공장을 방문한 朴 회장은 '無條件 感激했다'는 글을 남겼다. 나를 안내한 포스코 본사 스테인리스 전략그룹의 배재탁 팀장은 장가항 공장에서 4년간 근무한 적이 있는데 휴가를 두 번 써먹었다고 한다. 한국인 간부직원들은 거의가 기초적인 중국어를 할 줄 안다. 통역 없이 중국직원들과 어울려야 마음이 통한다고 한다. "공장장께서는, '우리 일생에서 언제 이런 기회를 또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러니 최선을 다하여 중국인들을 감동시키자'고 열변을 토하곤 했습니다. 중국인들을 포철 맨으로 만드는 과정이 곧 회사의 발전과정이었습니다." “이게 중국입니다” 이번에 둘러본 上海, 蘇州, 杭州(항주), 張家港 같은 도시는 외양상 이미 선진국의 수준이다. 한국인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더 많은 중국인이 1억 명은 될 것이다. "한국인이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인보다 더 잘 산다"는 말은 맞지 않게 되었다. 중국의 국가 지도부가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은 경탄할 만하다. 외교, 정치, 경제, 문화의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높은 언어 수준, 장기적 안목, 세계적인 감각은 一流(일류)국가였던 적이 있는 나라만이 一流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중국의 국가지도층엔 역사와 전통을 통하여 이어져 내려오는 大國(대국)의 DNA가 분명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DNA는 漢字를 매개로 하여서만 전달될 것이다. 기자는 一流국가의 4大 조건을 地政學的(지정학적) 위치, 역사의 깊이, 국민국가의 경험, 국민의 자질이라고 본다. 1949년에 건국한 오늘의 中華人民共和國(중화인민공화국)은 가장 오래된 젊은 나라이다. 다른 세 가지 조건은 충분하지만 국민국가를 운영해본 경험이 짧다는 점에서 중국의 선진화는 요원하다. 산업의 고도화, 정치의 민주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중국 지도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한 國策(국책) 연구소는 오늘날 중국의 국민평균 생활수준이 19세기 미국인 수준과 비슷하다면서 선진화는 앞으로도 1세기 이상 걸릴 과제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선진화는 먼 미래의 일이지만 强大國化(강대국화)는 이미 성공했다. 문제는 강대국의 하드웨어 속에 法治(법치), 예절, 人權(인권), 자유 같은 一流國의 소프트웨어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가장 앞서 가는 上海의 초고층 빌딩에 들어가 보면 건물 관리가 규모에 못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전시관이란 상해도시계획관을 구경하기 위하여 예약을 해놓고 갔는데도 관리자는 "오늘은 문을 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한국인 안내자는 "이게 중국입니다"라고 하면서 入場(입장)을 단념했다. 大亂大治의 시대 올해 발생한 四川省(스촨성) 대지진, 北京(베이징) 올림픽, 멜라민 파동은 중국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다. 석유값이 한때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고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것도 중국과 관계 있다. 중국으로 해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규모가 크다. 지진 사망자가 8만 명, 멜라민 중독 어린이가 5만 명 이상. 중국의 용트림은 大亂大治(대란대치)의 시대를 열었고 汎지구적 파장을 몰고 온다. 거의 30년간 계속된 중국의 양적 발전은 최근 들어 질적 발전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GDP 기준으로 2020년에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제2위로, 2035년엔 미국을 앞질러 세계 1위로 올라서고 2050년에 가선 미국 경제규모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미국의 카네기 재단이 예측했다. 중국 지도부는 용어를 겸손하게 쓰는 편이다. 그들은 2020년까지 중국을 '그럭저럭 먹고 사는 小康(소강)사회'로 만들겠다고 한다. 중국의 성장은 한국만한 나라 서른 개가 동시에 年(연)10%의 고도성장을 30년 이상 계속하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인류역사상 처음 보는 자원 多(다)소비 성장이다. 여기에 인구 12억의 인도가 가세할 때 과연 지구가 견딜 수 있을 것인가? 2009년에 예상되는 주요원자재의 소비증가분 중 중국이 차지하는 몫을 도이체 은행이 계산한 자료가 있다. 증가분중 중국 몫이 알루미늄에선 95%, 철광석에선 82%, 철강에선 75%, 구리에선 62%, 니켈은 42%, 콩은 41%이다. 원자재 값 폭등의 원인이 중국이란 이야기이다. 석유값의 폭등도 중국의 소비량 증가에 기인한 바가 크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석유소비국이다.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세계 도처의 유전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 덕분에 중동 산유국은 돈벼락을 맞고 있다. 세계 제4위의 석유매장국인 UAE의 수도 아부다비의 경우 인구가 100만 명 정도인데, 1조 달러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 장관은 중동 産油國(산유국)의 넘치는 오일머니가 이슬람 테러조직에 들어갈 위험성을 경고한 적이 있다. 그는 중동의 오일머니가 선진국에 투자되어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면서 석유값의 폭등은 안보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시각을 보였다. 중국은 작년에 11.9%의 성장을 했다. 올해는 줄어서 10%, 금융위기가 심화되는 내년에도 9% 성장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고성장이 지속되는 한 석유값은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중국과 중동은 묘한 동반자 관계이다. 지구가 가진 자원의 한계가 중국의 고도성장을 어느 선에서 멈추게 할 것인가, 인류적 관심사이다. 鄧小平의 先富論과 胡錦濤의 均富論 중국은 놀라운 흡인력을 가진 나라이다. 중국의 漢族(한족)은 여러 차례 북방민족의 지배를 받았다. 만주족이 세운 淸, 몽골족이 만든 元, 거란족의 遼(요), 여진족의 金(금), 다섯 胡族(호족)이 세운 16개 나라 등이다. 이들 정복민족은 소수로써 다수를 지배하다가 다수에 同化(동화)되거나 밀려났다. 漢族의 지혜로운 전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거대한 존재의 속성일 것이다. 오늘날 중국은 외국자본을 씨앗으로 삼아 경제발전을 시작하여 실력을 키운 다음 이젠 외국자본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외국회사에 대한 특혜도 폐지하고 있다. 低賃金(저임금)에 기대한 對中(대중)진출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苦戰(고전)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중국 요인들은 친환경적 기업의 중요성을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동시에 에너지를 적게 쓰는 기업을 選好(선호)한다. 鄧小平(등소평)-江澤民(강택민) 시대 중국은 우선 富(부)를 축적하자는 先富論(선부론)에 근거한 量的(양적) 성장 정책을 폈으나 胡錦濤(호금도) 시절에 와선 均富論(균부론)에 입각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동부해안 지방 우선 개발 정책에서 중부, 서부, 동북 3성 균형개발정책으로, 무차별적 외자도입에서 선별적 도입으로,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 에너지 절감 산업으로, 외자도입에서 해외투자로 방향이 크게 선회중이다. 올해부터 外資(외자)기업의 소득세율이 15%에서 25%로 오르고, 內資(내자)기업의 소득세율은 33%에서 25%로 줄어 內外(내외)가 같아졌다. 경제특구와 沿海(연해)개방구 기업에 대한 특혜도 철폐되었다. 노동법도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었다. 저임금-공해유발-後進(후진)기술 산업을 서서히 퇴출시키겠다는 중국의 선택에 수많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중국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돈을 벌어 나가도록 내버려두는 나라가 아니란 한 국제법학자의 16년 전 경고가 생각났다. 초미의 관심사, 중국의 1조8000억 달러 향방 上海(샹하이)에서 읽은 중국의 한 英字紙(영자지)는 미국을 '금융이란 말을 탄 카우보이'라고 묘사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를 가져온 미국의 도박장식 돈놀이를 조롱하는 칼럼도 있었다. IMF나 월스트리트를 이용하여 세계의 금융질서를 장악한 그 카우보이가 落馬(낙마)사고를 일으킨 셈이다. 미국 달러를 1조8000억 달러나 보유한 중국이 쓰러진 미국에 손을 내밀 것인가가 관심사이다. 溫家寶(온가보) 총리는 "우리가 금융위기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헌은 중국경제를 잘 운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 제1위의 달러보유액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금융위기의 추이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존슨 홉킨스 대학의 아빈 서브라매니안 교수는 미국이 중국으로 부터 달러융자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1978년 개혁 개방을 시작하기 전엔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던 빈곤大國이 이제는 미국이 도움을 요청해야 할 거대 경제 주체로 변했다. 미국자본의 對中투자와 미국시장의 중국제품 수입이 중국의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도왔던 점에 비춰 이번 기회에 중국이 미국에 대해 報恩(보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이 금융위기에 처할 때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發想(발상)까지 나올 정도이다. 기자가 만난 중국 엘리트들은 뉴욕發 금융위기 속에서도 자신들이 가장 작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낙관적 예상을 하고 있었다. 상해주식 시장의 경우 10월9일 현재 株價(주가)가 1년 전보다 60.2%나 폭락, 아시아 證市(증시)중 최악의 성적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잘 대처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정치 리더십이 확고하고 경제의 기초가 크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연간 약800억 달러의 직접 투자를 받는 나라이지만 국내시장이 워낙 크다. 한국처럼 수출 일변도로 성장한 나라가 아니다. 자금의 餘力(여력)이 많아 중국의 해외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외화보유액 1억8000만 달러 중 반 이상이 미국의 國債(국채) 등에 투자되어 있다. 중국은 이를 投賣(투매)하지 않는 것만으로써도 미국을 돕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금융기관은 현금이 충분한데다가 정부가 외환흐름을 잘 통제하고 있다. 중국 은행은 미국 은행처럼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 식의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점이 금융위기 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중국의 내수 시장이 다소 위축되는 경향이다. 자동차 판매량의 증가속도가 한 자리 수로 내려앉았다. 중국경제의 주요 동력원인 주택 매매가 50%나 줄었다. 4대 철강회사가 20% 減産(감산)을 발표했다. 막대한 위환 보유고, 거대한 국내시장, 정부의 금융통제, 국가지도부의 확고한 리더십이 중국을 금융위기의 波高(파고)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투기적 금융행태를 멀리 해왔던 일본(외화보유고 약1조 달러)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이용하여 국제금융업체를 싼 값에 사들이는 전략을 보인다(중국도 그렇게 나올 것이란 예상도 있으나 현재는 방관하는 자세이다). 한국만 잘 버티면 東北亞(동북아) 경제권이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게 다치고 회복이 빨라 得을 볼지도 모른다. 이번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韓中日(한중일) FTA 협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68만 명의 CEO가 있는 나라 중국은 석탄중심의 성장전력을 추구하는 바람에 가장 큰 오염물질 배출국이 되었다. 총에너지의 약70%를 석탄이 담당한다. 그 배출가스로 해서 세계 30大 오염도시 가운데 20개가 중국에 있다. 작년 중국의 수출은 2006년도보다 25.7%가 늘어난 1조2000억 달러로 세계 1위였다. 수입은 20.8%가 늘어나 9558억 달러였다. 이에 따른 무역흑자는 2622억 달러. 수출 2위는 독일, 3위는 미국이다. 수입은 1위가 미국, 2위가 중국, 3위가 독일. 무역규모는 미국, 중국, 독일, 일본 순이다. 미국의 對中 무역적자는 2006년도에 2325억 달러였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2억5300만 명으로서 미국을 젖히고 세계1등이다. 자동차 생산에선 세계 2위, 판매에선 세계 2등이다. 중국엔 68만명의 CEO가 있고 그중 35%는 여성이다. 지난 30년간 186개이던 신문은 2081개로, 930개이던 잡지는 9363개로 늘었다. 그만큼 언론자유도 확대되었다. 2006년 통계에 따르면 8만9000명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산업災害(재해)까지 합치면 10만1480명이 사고로 죽었다. 이렇게 교통사고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에 자동차, 오토바이, 모터사이클이 1억6000만 대나 되기 때문이다. 연간 자살자가 28만7000명이나 되는 중국이다. 그래도 사치품 소비량이 세게 3위이다. 지난 30년간 도시화율이 10%대에서 약50%로 높아졌다. 이 또한 인류역사상 처음 보는 변화이다. 驚天動地(경천동지), 桑田碧海(상전벽해) 등의 표현도 부족하다. 이런 세계사적인 발전을 가져온 인물이 鄧小平(등소평)이었다. 인류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만든 인물이다. 일본의 나카소네 전 총리는 "세계에서 중국이 가장 우수한 국가 지도층을 갖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나라를 이웃에 둔 것은 재앙인가, 축복인가? 그것은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대답할 문제이다.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는 뜻이다. 盟美, 協日, 交中 신라는 羅唐(나당)동맹에 성공하여 연합군으로써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켰다. 唐(당)은 신라마저 식민지로 만들려 했다. 文武王(문무왕)-金庾信(김유신)이 이끄는 신라 지도부는 전성기의 세계최대 제국을 상대로 對唐(대당)결전을 감행하여 한반도에서 唐(당)의 세력을 몰아내고 최초의 민족통일 국가를 만들었다. 서기 676년의 일이다. 그 이후 중국의 漢族(한족)과 한반도의 韓族(한족) 사이엔 1300년에 이르는 친선관계가 유지되었다. 거란족의 遼(요), 몽골족의 元(원), 여진족의 金(금)은 韓族(한족)을 괴롭혔으나 唐(당), 宋(송), 明(명) 등 漢族(한족) 왕조는 신라-고려-조선과 친하게 지냈다. 韓族(한족)은 漢族(한족)의 문화적 우월성을 인정하여 사대주의 정책을 썼고, 漢族(한족)은 중국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없지만 外敵(외적)의 침략에는 끈질기게 저항하는 특질이 있는 韓族(한족)을 존중했다. 임진왜란 때 세계 최강의 육군인 倭軍(왜군)의 침략에도 세계 最弱(최약)의 육군을 가진 조선이 망하지 않은 것은 사대주의 외교의 승리였다. 明이 군대를 보내 조선을 구해주었던 것이다. 이런 친선관계가 단절된 것은 1950년 10월 毛澤東(모택동)이 중공군을 보내 국군과 유엔군의 북진통일을 저지한 이후였다. 盧泰愚(노태우) 대통령이 1992년 韓中(한중) 수교를 성사시킨 것은 과거의 친선관계를 복원하는 문을 연 셈이다. 이후 두 나라의 무역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07년 한국의 對中 수출액은 15년 전의 약 서른 배인 약820억 달러,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열일곱 배가 증가한 630억 달러였다. 양국간 무역액 1450억 달러는 韓美-韓日 무역액을 합친 액수와 비슷하다. 1992~2007년간의 對中 무역 누적흑자는 966억 달러나 된다. 물적 교류뿐 아니라 人的(인적)교류도 급팽창하여 2007년엔 107만의 중국인이 한국을, 478만 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했다. 韓日 왕래자 483만 명보다 100만 명이 더 많다. 2007년의 對中 투자액은 52억3000만 달러로서 對日, 對美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업무상 중국에 체류하는 한국인은 51만4000여명으로서 미국(46만명)과 일본(9만8000여명)보다 많다. 2007년 말 현재 두 나라 사이엔 51개 노선의 항공편이 주(週) 836편 운항중이다. 중국의 거대한 팽창 흐름에 한국이 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문제는 중국 에너지의 대폭발 곁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보해갈 것인가이다. 한중 교류가 증가할수록 韓美(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높아진다. 미국의 쇠망은 없다? 1897년 6월22일은 大英帝國의 경축일이었다. ‘해가 지지 않은 영국’이 다스리던 약4억 인구(당시 세계인구의 4분의 1)는 빅토리아 여왕의 登極(등극) 60주년을 축하했다. 大英帝國(대영제국)은 전성기의 피크를 맞은 듯 보였다. 실제는 달랐다. 경제력을 기준으로 할 때 大英帝國(대영제국)의 절정기는 그보다 한 세대 전인 1845~1870년이었다. 이때 영국경제는 세계 총생산의 약30%를 점하고 있었다. 에너지 사용량은 미국의 다섯 배, 러시아의 155배였다. 세계 무역량의 5분의 1, 세계상품교역량의 5분의 2를 차지했다. 당시 영국 본토의 인구는 세계의 2%에 불과했다. 1880년대초부터 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이 영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1890년대 중반부터는 독일이 영국을 앞선다. 1차 세계 대전이 났을 때 미국의 경제력은 영국의 두 배였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도 영국을 앞섰다. 大英帝國(대영제국)은 그러나 해군력과 뛰어난 정치 외교술로 세계제국의 위치를 1차 세계대전 때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영국과 오늘의 미국을 비교하는 논문이 미국의 유명한 정책전문 隔月刊(격월간) 잡지 ‘포린 어페어’ 5/6월호에 발표되었다. 필자는 뉴스위크 편집인 파리드 자카리아. 그는 ‘미국은 쇠락하고 있는가?’란 제목의 논문에서 미국은 당분간 압도적 위치를 유지해갈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미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선 문제가 없는데 정치와 외교가 취약하다고 했다. 大英帝國(대영제국)과 반대인 셈이다. 미국은 지난 120년간 줄곧 경제력에서 세계 1위였다. 이 사이 미국은 세계경제 총생산 규모에서 거의 변함없는 비중을 차지했다. 2차 세계대전 前後(전후)에 미국의 총생산은 세계의 약50%를 차지했으나 이 기간을 제외하면 항상 25% 정도를 유지했다. 1913년 1차 세계대전 직전엔 32%, 東西冷戰(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에는 26%, 1980년엔 20%, 2007년엔 26%이다. 2025년에 가서도 미국의 비중은 이 수준일 것이다. 大英帝國(대영제국)은 바다를 지배했으나 육군은 약했다. 미국의 군사력은 陸海空 (육해공)및 우주에서 압도적이다. 미국은 매년 약5000억 달러의 국방비를 쓰고 있는데, 이는 세계 전체의 약50%이고 미국 다음 14개 국가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이 군사적 연구개발에 쓰는 돈도 다른 나라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미국이 경제력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이런 국방비를 쓴다는 점이다. 작년 국방비는 국내총생산의 약4.1%였다. 냉전시대엔 10%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戰費(전비)는 연간 1250억 달러인데, 미국 GDP의 1% 미만이다. 월남전은 1.6%였다. 미국 경쟁력의 원천은 고등교육 미국의 경제력이 앞으로 쇠락할 것이란 징조는 없다. 오히려 반대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GDP 증가율은 연간 3%였다. 이는 유럽과 일본보다 높다. 생산성 증가율은 연간 2.5%인데 이는 유럽보다 1% 포인트가 높다. 미래의 총아가 될 나노 기술 부문에서 미국은 나머지 나라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특허를 出願(출원)하고 있다. 바이오 기술 부문에서 미국은 2005년에 5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의 약75%이다. 미국 경제의 취약점을 지적하는 통계도 많다. 예컨대 작년 미국의 외환 수지는 약8000억 달러의 적자였다. 미국은 세계 저축의 약80%를 빌어 와 주로 소비에 쓴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런 부분적 통계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생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진짜 강점은 고등교육이다. 미국은 GDP의 2.6%를 고등교육에 쓴다. 유럽은 1.2, 일본은 1.1%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대학 랭킹에서 10大 중 7~8개, 50大 중 24~35개를 차지한다. 세계 전체 유학생중 30%가 미국에서 공부한다. 미국은 2030년에 가면 인구가 6억5000만 명에 달할 것이다. 유럽은 그때까지 거의 인구가 늘지 않는다. 유럽과 일본에서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과는 반대로 미국에서는 늘어난다. 유럽은 노동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민자를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정치적 이유로 그것이 어렵다. 동아시아 국가들도 앞으로 노동인구의 감소를 겪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5년 이후 노동인구가 줄고 있다. 노동인구의 감소는 인구 고령화를 동반한다. 고령화는 연금과 의료비의 부담 증가 등 국가 경쟁력에 惡材(악재)이다. 미국 경쟁력의 큰 요인이 이민자이다. 미국의 백인 인구는 유럽과 같은 저출산 경향을 보이므로 이민자가 없으면 인구가 줄어든다. 이민자들은 저변층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과학 연구자들 중 반이 외국 학생과 이민자들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에 의해서 자극을 받는다. 한국, 월남, 중국, 일본 출신 학생들과 이민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것을 본 백인들은 더욱 경쟁심을 발휘한다. 이민 1세대는 바닥층에서 일하는 수가 많지만 2, 3대에 가면 미국 사회의 本流(본류)에 진입한다. 이런 신진대사가 미국사회를 항상 긴장되고 활기 있게 만든다. 자카리아는 미국의 위기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고 말한다. 사소한 데 목숨 거는 정치, 극장 정치, 포퓰리즘과 센세이셔널리즘, 집단이기주의, 이념적 사회단체들의 각축으로 문제해결 능력이 없는 逆機能(역기능)의 정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李相禹, "미국만이 우리와 비전을 共有하는 나라" 최근의 한 모임에서 전 한림대 총장 李相禹 교수는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 데 지침이 될 만한 말을 했다. "주변 국가들 가운데 한국과 같은 비전을 共有(공유)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한 미국 학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이런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번영하고, 강력하고, 민주적이고, 통일된 나라'. 미국 말고 다른 세 나라(注: 중국, 일본, 러시아)는 한반도의 현상유지, 즉 分斷(분단)고착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통하여 자신들의 國益(국익)을 도모하려 합니다. 미국만이 한국과 비전을 共有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아무리 성장해도 미국을 젖히고 세계 지도국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漢族 중국 왕조는 군사강국이었던 적이 없다. 화랑도나 기사도, 또는 무사도 같은 군사적 전통이나 장교양성 기관이 없었다. 중국 군대는 전통적으로 기동력이 약하다. 고대엔 기마군단을 발전시키지 못했고 明代(명대)엔 對外(대외)무역금지령을 내려 해군력도 약화시켰다. 지금 중국 인민해방군은 해, 공군력에서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해공군력의 뒷받침이 약하면 세계무대에서 힘을 쓰기 어렵다. 오늘의 중국이 연간 10%의 고도성장을 통하여 경제大國, 문화大國이 될 순 있을 것이나, 군사-정치-외교大國이 될 순 없을 것이다. 민주화 하지 못한 나라가 정치와 외교를 리드할 순 없다.> 동행한 金東吉(김동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세계를 이끌 만한 도덕적 지도력이 약하다. 미국이 대표하는 기독교적 민주주의는 인간생명에 대한 존중심에 기초한다. 중국은 도덕을 뒷받침할 만한 고급종교도, 도덕을 정치적으로 구현할 민주주의도 보이지 않는다. 韓中日(한중일) 가운데선 한국이 그런 도덕적 지도력을 갖춘 나라가 아니겠는가? 한국의 민주주의는 맥아더가 선물한 일본의 민주주의와 달리 우리가 피, 땀, 눈물로써 지켜내고 쟁취한 것이다. 우리가 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태평양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불교, 천주교, 신교가 그런 점에서 경쟁했으면 좋겠다. 他(타) 종교를 존중하면서 어느 종교가 정직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내는가를 놓고 경쟁하면 종교가 나라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목표가 같은 미국과는 同盟(동맹)하고, 정치이념이 같은 일본과는 協力(협력)하고, 경제대국 중국과는 交流(교류)하면서 민족적 주체성을 지켜가는 것이 한국의 살 길이란 결론이다. 金庾信(김유신)이 신라를 먹으려 드는 唐(당)을 향해서 내뱉은 말은 남북통일기에 더욱 有效(유효)하다. “개는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개의 다리를 밟으면 물어야 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08년 ‘趙甲濟 기자의 현대사 강좌’ 일시: 매 월요일 오후 2시 장소: 문화일보 홀(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5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 거리. 강북삼성병원 맞은 편) 제85회 10월20일(월) 미국은 쇠락할 것인가 제86회 10월27일(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제87회 11월3일(월) 改憲과 내각제(許和平) 제88회 11월10일(월) 규제감옥 한국 이야기 趙甲濟의 부산 月例강좌 안내 일시: 10월25일(토) 오후 2시 장소: 부산일보사(부산진역 앞) 10층 대강당 주제: 法治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