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생존해 계실 때, 한번 대구의 본가에 갔더니
아버님이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 내가 구룡포에 피난 갔을 때 건강이 나빠 폐결핵에 걸렸었고,
항 결핵제제도 변변치 않았던 그 당시로는 최신요법이라는 인공기흉법으로
원하는 양의 공기를 넣을 수 있게 조작하여 당신이 스스로 흉곽을 찔러 치료하여 건강을 되찾았다고
말씀을 하시며 인공 기흉기를 보여 주신다.
낡은 나무 상자에 들어있으나 지금도 사용할 수 있다 하시며.
아마도 국내에 들어 온 것도 별로 없었을 시절이고
또 전란 후라 제대로 보관된 것이 있겠느냐? 라고 하시면서
이걸 서울대 의학박물관에 기증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예, 좋지요."
잊고 있었더니 내 막내동생이 부친이 별세하시고 난 후 나에게 가져다 준다.
연구실 창고에 두고 있다가 내가 병원을 용산에서 흑석동으로 옮길 때 서울대 의학박물관에 연락을 하였더니
좋다고 와서 인수를 해 갔다.
양도조건은 단 하나.
"3회 졸업 유 병석, 26회 졸업 아들 유 석희가 기증함"이란 표식만 하면 된다.
아차, 하도 급하게 보내고 난 후 생각을 해보니까 사진 한장도 찍어 놓지 않았구나.
그 후 서울대 의학박물관에 연락을 하였더니
아직 물건은 수장고에 있고 차츰 정리하여 전시를 하겠다고 하며
사진을 찍어 나에게 기증확인서와 같이 보내어 준다.
참고로 인공기흉기를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
허탈요법 [ 虛脫療法 / collapse therapy ]으로 폐결핵의 외과적 치료법.
1882년 C. 포를라니니가 인공기흉술(人工氣胸術)을 개발한 이래 항결핵제(抗結核劑)가 개발·보급된 1940년 후반까지 폐결핵 치료계(界)에서 외과요법의 주축이 되었던 요법의 하나이다. 허탈요법은 폐를 허탈(위축)시켜 병소부(病巢部)의 안정을 유지하고, 동시에 병소로 통하는 기관지를 폐쇄하여 병소를 치유하는 치료방법이다. 처음에는 흉강에 찔러 넣은 바늘을 통하여 인공기흉기로 공기를 넣어 폐를 허탈시키는 인공기흉술이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 밖에 인공기복술(人工氣腹術)· 횡경막신경마비술(橫隔幕神經麻痺術)· 사각근절단술(斜角筋切斷術)· 흉막외(胸幕外 : 骨幕外) 합성수지구충전술(合成俊脂球充塡術) 등이 쓰였다. 최근 폐결핵의 치료에는 주로 화학요법이 사용되고 허탈요법으로는 흉곽성형술만 남아 있다.
세월의 더깨가 묻어 있는 상자.
안을 열어 보면 아직도 깨끗하다.
조작하는 레버도 잘 움직이고.
안녕하십니까. 서울대학교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입니다.
금번에 기증해주신 유물 관련하여 기증확인서를 보내드립니다.
의학박물관에서는 사본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기증해주신 유물은 현재 의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며,
차후 전시 및 연구에 적극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유물을 기증해 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병원역사문화센터와 의학박물관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병원역사문화센터
기증확인서
명 칭 : 인공기흉기
수 량 : 총 1 점
:뒷면 유물 개별 사진 참조
기 증 자 : 유 석희 (중앙대학교병원 교수)
상기의 유물을 정히 인수합니다.
인계자 성 명 : 유석희 (인)
연락처 : 02)6299-3143/793-7131
주 소 : 156-755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동 224-1
인수자 : 서울대학교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2011. 7 . 15.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장
인수경위확인서
입수경위 및 기증자 확인사항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柳 錫熙 동문(1972년 졸업, 중앙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 정보부회장)으로부터 선친 柳 柄奭 선생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1949년 졸업, 전 침산의원 원장)께서 사용하시던 인공기흉기 1점을 기증받음. |
안내문
1. 입수경위 및 기증자 확인사항은 기증자가 알고 계신 내용을 자세히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작성해주신 내용은 박물관 유물대장 및 유물카드 작성에 중요한 자료로 사용됩니다.
3. 기증한 자료는 의학박물관의 자산이 되며, 향후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기증 철회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부친의 유품이 제일 적당한 장소로 찾아갔으니 부디 오랫동안 잘 보존되고 전시가 되기를 빈다.
아래는 의학박물관 소개 안내장이다.
동기들이 설명을 듣는 동안 살짝 빠져나와 기웃서리며 사진을 찍는다.
구경을 다 하고는 우리들이 뻔질나게 오르내렸던 계단을 내려간다.
시계탑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으러 간다.
첫댓글 의학 박물관을 못 가보았는데, 언제 한번 가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