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김일성 독립운동’ 논란 /중부일보 2005년 4월 28일<조창용칼럼>

[칼럼니스트 조창용]

‘김일성 독립운동’ 논란

조  창  용 (칼럼니스트/중부일보 <조창용칼럼>집필)  

최근 강만길 교수의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운동도 독립운동"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강교수는 현재 광복60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공인이다. 진보 진영은 “사실(史實)은 사실대로 인정해야한다”며 두둔하고 있는 반면 보수 진영은 “한국전쟁의 전범을 독립운동가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발언으로 한나라당은 강교수의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모 인사는 이 발언에 반발하여 위원직을 내놓았다. 심지어 김일성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려한다는 의구심마저 제기하는 실정이다. 결국 국가보훈처까지 나서 국가유공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촌극을 빚고 있다.

“보천보 전투는 역사적인 사실”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도 학문적인 견해마저 봉쇄되는 큰 벽이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왜곡된 견해가 아니라 학문적으로 일반화된 견해임에도 그러하다는 것은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김일성의 항일운동은 1937년 6월 4일에 있었던 보천보 전투로 대표된다. 함경남도 갑산군 보천면 사무소와 주재소 습격사건이다. 이때는 중일전쟁이 일어나기 한달 전 일이고 일제의 혹독한 탄압과 소탕작전으로 만주일대의 독립운동이 침체기에 있던 시기다. 당시 김일성은 중국 동북항일연군(東北抗日聯軍) 예하 200여명의 유격대를 이끄는 지휘관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일본군 주둔은커녕 순사 6～7명의 근무가 고작인 국경의 작은 마을 경찰주재소와 면사무소를 습격했다. 마침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은 주재소 소장의 환송연 술판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당연히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전과(戰果)로 친다면, 순사 7명을 살해했다거나 한명도 다치지 않았다는 등의 견해가 엇갈릴 정도로 미미하기 짝이 없는 전투였다. 그러나 만주일대의 독립군을 평정해 가던 일본으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반면 의기소침해 있던 독립군 진영과 조선 민중에게는 활기를 불어 넣어 항일전선을 재무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만주 항일운동에 있어 파탄 직전에 내몰린 조-중 항일공동전선의 부활을 알리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처럼 보천보 전투는 이미 역사학계에서 공론화되고 상식화된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 전투로 26살의 김일성이 당대의 항일 영웅으로 부상했다. 이는 북한정권에 의해 의도적으로 미화하고 전과를 부풀린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일성이 1932년부터 일본군에 패퇴해 소련으로 들어간 1941년까지 동북항일연군 예하 전투조직을 이끌고 동만주 일대에서 항일운동을 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국내외 학자들에 의해 입증된 연구결과다.

김일성이 다시 나타난 때는 해방직후다. 평양군중 앞에 선 김일성은 34살의 앳된 청년에 불과했다. 군중들은 나뭇잎을 타고 압록강을 건너며 동서로 번쩍이며 일본군을 물리치던 전설의 김일성장군을 그리고 있을 때다. 가짜 김일성 논쟁이 일어날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애시 당초 백마를 타고 흰수염을 날리며 축지법(縮地法)을 쓰는 그런 김일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김일성은 소련제국주의의 앞장이가 되어 북한정권을 수립했다. 이를 계기로 김일성은 분단을 고착화시키고 한국전쟁을 일으켰으며 오늘의 북한 인민들을 궁핍으로 내몬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을 잣대로 항일 빨치산운동을 한국전쟁 중의 빨치산활동과 동일시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역사 평가가 아니다. 강교수의 발언도 이 범주를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인으로 신중치 못한 처사”

그러함에도 이번 강교수의 발언이 사회의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그가 지닌 직책의 비중 탓이다. 학자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전통성을 발굴하고 현창(顯彰)해야 하는 위치 때문이다. 그런 그가 학문적인 견해를 공사(公私) 구분없이 피력하는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은 역사적인 사실을 정치적인 잣대로 재단하려 든다면 또 하나의 왜곡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역사인물 평가는 공과(功過)를 엄격하게 판정한 기반위에 국가와 민족 발전의 기여여부에 따라 종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김일성에 대한 평가는 이런 점에서 시기상조이기도 하지만 영원히 풀 수없는 과제이기도 하다.(중부일보 2005년 4월 28일<조창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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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부일보 <조창용칼럼>

2005/4/28

[교오장]

사실과 현실, 통일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