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77) – 상사화 외
1. 상사화
2024년 9월 22일(일), 성북동 길상사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Autumn is a second spring when every leaf is a flower.) 라고
한 알베르 까뮈의 말은 지당하다. 나는 가을이 오면 봄처럼 바쁘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기도 하지만 가을만의
꽃이 피기도 한다. 가을이 오면 성북동 길상사 또한 매년 내가 찾는 화계(花界)다.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에서 몇 수 골라 함께 올린다.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는 청나라 건륭제 때 손수(孫洙, 1711~1778)가 편찬한 당시 선집이다.
2. 상사화
88. 강가에서 슬퍼하다(哀江頭)
두보(杜甫)
少陵野老呑聲哭 소릉의 촌로는 울음을 삼키고 통곡하며
春日潛行曲江曲 어느 봄날 몰래 곡강으로 나갔다
江頭宮殿鎖千門 강가 궁궐은 문마다 잠겨있는데
細柳新蒲爲誰綠 가는 버들잎, 새 부들은 누굴 위해 푸른가
憶昔霓旌下南苑 지난 일을 기억하노니, 무지개 깃발들 남원으로 내려가니
苑中景物生顔色 남원 속의 경물들 다 생기를 띠었소
昭陽殿里第一人 소양전 안 양귀비가
同輦隨君侍君側 임금의 수레를 같이 타고 따르니 측근이 모시었다
輦前才人帶弓箭 임금 수레 앞 재인들 활을 차고
白馬嚼嚙黃金勒 백마에겐 황금 굴레를 물리었다
翻身向天仰射雲 여관이 몸을 제처 하늘 향해 구름으로 쏘아 올리면
一箭正墜雙飛翼 한 화살에 두 마리 비익조가 정확히 떨어졌다
明眸皓齒今何在 맑은 눈동자 하얀 이의 양귀비 지금은 어디에 있나
血汚游魂歸不得 피 묻어 헤매는 넋 돌아오지 못 하는구나
淸渭東流劍閣深 맑은 위수는 동으로 흐르고 검각은 깊숙한데
去住彼此無消息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 서로 소식도 전혀 없다
人生有情淚沾臆 인생은 유정하여 눈물은 가슴을 적시는데
江水江花豈終極 저 강물, 저 강 꽃은 어찌 다하겠는가
黃昏胡騎塵滿城 황혼에 오랑캐 말들이 성안에 먼지 가득 일으키니
欲往城南望城北 성남으로 가고 싶어 성북을 아득히 바라본다
89. 왕손을 슬퍼하다(哀王孫)
두보(杜甫)
長安城頭頭白烏 장안성 머리에 머리 흰 새
夜飛延秋門上呼 밤에 연추문 위를 날며 소리쳐 운다
又向人家啄大屋 또 인가로 날아가 큰 집을 쪼으니
屋底達官走避胡 큰 집안의 고관들 오랑캐를 피하여 달아난다
金鞭斷折九馬死 황금 채찍 끊어지고 아홉 마리 말도 죽어
骨肉不待同馳驅 골육들도 기다리지 않고 도두 말 달려 달아난다
腰下寶玦靑珊瑚 허리엔 보석 구슬과 산호초 차고 있는데
可憐王孫泣路隅 가련하구나! 왕손이 길모퉁이에서 눈물 흘리네
問之不肯道姓名 물어도 성명을 말하려 하지 않고
但道困苦乞爲奴 다만 곤고하니 종으로 삼아달라고 한다
已經百日竄荊棘 이미 백 날을 가시덩굴에 숨어 다녀
身上無有完肌膚 몸에는 성한 살이라곤 하나도 없다
高帝子孫盡隆准 고종 황제 자손들 모두 코가 오뚝하여
龍種自與常人殊 왕족은 자연스레 평민과는 다르다네
豺狼在邑龍在野 짐승 같은 도적은 장안 도읍에 있고 황제는 촉나라 시골에 있으니
王孫善保千金軀 왕손은 천금 같은 귀한 몸을 잘 보존하소서
不敢長語臨交衢 교차로에 있는지라 길게는 말 못하고
且爲王孫立斯須 왕손을 위해 잠시 서 있소
昨夜東風吹血腥 어제 밤 동풍 불어 피비린내 불어와
東來橐駝滿舊都 동쪽에서 온 적군의 낙타로 엣 도읍에 가득하다
朔方健兒好身手 북방의 건아들의 좋은 몸집과 재주
昔何勇銳今何愚 옛날엔 그리도 용감하고 날랬는데 지금은 어찌 그리도 어리석나
竊聞天子已傳位 가만히 들으니, 천자가 이미 선위하니
聖德北服南單于 새 천자의 성덕은 북으로 남단우를 복종시켰네
花門剺面請雪恥 화문에서도 낯을 베어 우리 위해 설욕을 원하니
愼勿出口他人狙 삼가 입 조심하시오, 남의 저격 두려우니
哀哉王孫愼勿疏 슬프다! 왕손이여 삼가 소홀히 하지마소
五陵佳氣無時無 오릉의 상서로운 기운 없을 때가 없다오
14. 누린내풀
90. 추노를 지나며 공자를 제사하고 탄식하다(經鄒魯祭孔子而嘆之)
당 현종(唐玄宗)
夫子何爲者 공자는 무엇 하는 분이기에
棲棲一代中 일생 동안 바쁘게만 살았나
地猶鄹氏邑 땅은 여전히 추씨 고을인데
宅卽魯王宮 집은 노나라 궁궐이 되었구나
嘆鳳嗟身否 봉황을 탄식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는가
傷麟怨道窮 기린의 죽음에 상처받고 도가 다함을 원망하였네
今看兩楹奠 이제 두 기둥 사이에서 제사지내니
當與夢時同 꿈꾸던 그 때와 같아야 하리
91. 달을 바라보며 옛 임을 생각하다(望月懷遠)
장구령(張九齡, 673~740)
海上生明月 바닷가에 밝은 달 떠오르니
天涯共此時 저 하늘 끝에서도 이 시간을 함께 하리
情人怨遙夜 정든 임은 긴 밤이 원망스러워
竟夕起相思 저녁내 일어나 나를 생각하시리
滅燭憐光滿 촛불을 끄면 달빛 가득하여 좋은 것을
披衣覺露滋 옷 걷어붙이고 나가니 뜰의 이슬에 젖었구나
不堪盈手贈 달빛 손에 가득 보내드리지 못하니
還寢夢佳期 아름다운 약속을 꿈꾸며 밤 자리로 돌아간다
20. 이질풀
92. 두소부가 촉주로 부임하는 것을 전송함(送杜少府之任蜀州)
왕발(王勃, 647~674)
城闕輔三秦 성안의 궁궐 삼진이 에워쌓고
風煙望五津 풍경은 장강 다섯 나루가 바라보인다
與君離別意 그대와 이별하는 내 마음
同是宦游人 이 모두 객지에서 벼슬하는 사람의 마음
海內存知己 그래도 나라 안에 친구로 있으니
天涯若比鄰 하늘 끝 어디라도 이웃이라
無爲在歧路 이별의 갈림길에서
兒女共沾巾 소녀처럼 눈물로 수건을 적시지 마세
23. 돌무더기 위에 놓인 기와에 그린 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