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곳에는 처음이었다.
김종길 반장님의 행사안내 멜과 문자를 받고도 참석이 망설여졌다.
어렵고 어색한 자리, 게다가 전부 주사 주는 의사샘들의 모임에 가려니 겁도 나고
그곳에 어울릴만한 옷도 없는 나는 별 걱정이 다 들어 안 갈라꼬 했다.
그런데 허원주 샘만을 생각하면 꼭 가서 박수를 쳐야 했다. 그의 글 팬이니까.
우리반에서 여자는 변양까지 , 남자는 허씨까지를 내 시건상 또래로 여기고 그 위로는
모두 어른들이라 생각하여 인사드릴 때도 고개 숙이고 두 손 악수를 할라꼬 한다.
어른들에게는 장난도 몬치고 시비도 연말에 한번 밖에는 못 걸지만 일년에 겨우 몇번
만나도 또래한테는 저녁 7시 이후에는 그냥 조금 꼴치도 될 것 같은 편안한 생각을 혼자 하였다.
고향 영도가 바라보이는 영주동 산복도로에 위치한 코모도 호텔의 15층에 내리니 지각생
앞에 방명록이 홀로 맞는다. 앞 손님이 자기이름을 크게 써 놓고 들어 가길래 덩달아 나도 썼다
이름 뒤에 싸인하는 습관이 들어 ♡를 그려넣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하트를 안 했더라.
거의 글쓰는 의사들이 가득한 곳에 글로도 공부로도 게다가 키 까지 딸려 조금 주눅이
들었지만 그래도 중학교 1학년 머스마들이 내 한테 야단맞을 때마다 내 보고 예쁘다 했
으니 부끄럼을 감추고 웃으며 들어갔다. 식사중의 손님들 속에서 우리 천년약속 동무들
이 날 반갑게 맞아준다. 이제 두번째 만나는 조정은 샘을 친한 척 안아뭇다.
의사문우회 총무인 이귀숙샘은 먹던 밥상까지 옮겨 빈 테이블의 나랑 동석을 해 주었다.
참 착하더라.
조금 뒤에 어떤 서글서글한 미모의 여자 분이 오셨는데 허원주 샘의 부인이라 했다. 글
에서 두어번 뵌 분이라 그런지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앞쪽 의사문우회 테이블엔 거의 오래된 어른들이 앉아 계신다. 한분 한분에게 하얀 의사
까운을 입히고 주 종목을 상상하며 가상환자 놀이를 했다. 이젠 길에서 안 뛰기로 했으니
정형외과는 별로도 산부인과도 상관없지만 성형외과와 정신과는 자세히 안면을 익혀야겠다.
참, 허원주샘은 어디 아파야 만날수 있냐고 이귀숙샘께 물었더니 암에 걸리몬 만난단다.
그래서 허원주샘은 교실밖에서는 안 만나기로 결정했다.
높은 어른들이 인사말을 조금 길게들 하시는 기념회 시간. 방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
였건만 술도 안 하시는지 잡담소리 하나 없어 조심스러웠다.
허원주 선생님의 소개를 들어보니 생각 외로 엄친아 였다. 아버지 교수에 어머니 약사에
부인과 동생도 의사샘 이라니.
얼굴도 안 희고 학교 때 완전 고지식한 모범생으로 안 보여, 안 그래 봤는데 완전 배운
집안 자제였네.
그런 실망을 만회해 주려는 듯 허원주샘은 허원주 샘 다운 인사말을 하셨다.
"여러분 , 혹시 다음에 책을 출간하게 되시더라도 이런 출판기념회는 하지 마십시오.
이 시간, 아는 어른들 모셔놓고 장시간 고생시켜드리는 것 같아 송구하기만 합니다."
그런 진솔함에 나는 허원주 샘의 글을 계속 좋아하기로 했다.
행사내내 멋진 카메라를 메고 부드러운 셔터소리를 내는 울산총각이 맑게 웃고 다닌다.
서울에서 오신 담임선생님과 예쁜 조정은 샘은 기차시간에 쫓겨 차 한잔 대접 못드리고
멀리 떠나셨다. 김병기샘은 대동하신 여왕마마를 모시고 떠나고 나는 밤하늘이 보이는
이귀숙샘의 좋은차에 얹혀 두어시간 닫았던 말문을 열었다. 엄숙한 행사마치고 모여앉아
뒷이야기를 조잘대야 맛인데 오늘은 아쉽다.
우리 천년약속의 동무들은 참 착하다.언제 보아도 반갑게 손 잡아주신다.
여기에 들어오려면 반드시 ‘사’자를 달아야 한다.
의사 약사 교사 변호사 설계사와 제일 중요한 진사까지.
아직 들어올 '사'자가 많다. 중사,하사,감사,봉사,거사등등
난 교수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첫댓글 마음이 조금 들뜨는 주말(앞둔) 오전에 미소 지으며 읽었습니다. 요즘도 진사가 있나요?
사 진사 입니다요.
쟁쟁한 자리 같은데, 글은 별반 무섭지 않아 푸근합니다. 갱상도 사투리가............
최정임 샘은 당당한 교사인데...사자 돌림을 열거하며 저리 능청도 잘 떤다. 귀염동이 처럼 아기처럼, 혹은 대장이 한 소리 하듯 하면서...ㅎㅎㅎ 하여튼 물건이여라~잉, 최샘이 부산 천년약속의 조폭단 큰 형님이신 걸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그 날 진짜 한 개도 아니 무서벘는데 최샘이 엄청 엄살을 떨고 허원주 작가님도 역시 그렇고라...사람들 참 능청 잘 떨어라~ㅋㅋ .
명 MC님! 그날 참 흐뭇했어예, 우리반 동무들은 전부 문우회 간부출신이라데예. 충성!
^______^ 와아 최 정임 쌤이 드디어 본색을? 아니 엇그제 풍진이 글 보고 지가 풍 걸릴 뿐 했는디 오늘 최 쌤 글 보고 입 찢어질 분 했어예.....우재 그리 맛갈스런 글을 쓴답디꺼.....아푸로도 그런 글로다가 수필을 팍팍~~ 알쥐요? 큰 해임~~~^^**
작년 년말부터 부산 조직에서는 제일 작은 사람에게 큰 해임이라 불러요.ㅋㅋㅋ. 작은 해임요!
ㅎㅎㅎ 얌전히 계시더니 대단하십니다. 행님!
본래 행님은 낮에는 점잖아요. 차카닥 고마운 진사님!
할말은 꼭 하고야마는 귀걸이 님은 보고싶어도 못 본다. 내가 중딩 남학생이 되기 전에는 ㅎㅎㅎㅎ
우리 서로 기다리기로 했지예. 니가 남중딩되고 내가 서울내기 될때까지예. 흑흑흑
허원주선생님 출판기념회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귀걸이님께서 자상한 후기를 올려 주시니 흐믓한 마음으로 잃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
사진에서 본 멋진 선생님! 안녕하세요. 가상환자를 읽어보면 입가에 미소가 붙습니다.고맙습니다
가상환자 출판기념식 후기 아껴가며 음미하며 읽었네요.
개성넘치는 글쟁이(^^)의 후기, 자극도 받았습니다. 귀걸이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후기 글들을 제 맘대로 아무렇게나 쓴다고 우리 선배샘이 머라켓어요. 등단하고 나서는 글을 함부로 쓰몬 안된다고. 그래도, 시꺼무도 ㅋ . 머라칼사람이 멀리 있어 개안아예.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