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네 이발소에 둘러 머리 손질받고는 옆에 있는 마트에 가 두부 한 모 사고 귀가하여 이 글을 작성한다고 컴에 앉았다.
새삼 이발한 게 무신 삶의 이야기 창에 들어올 만한 사연인가 하지만 그래도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머리가 터부룩하면 이발할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난 매월 한 번씩 이발소를 애용한다.
이도 개인 사정에 따라 두 달에 한 번 가게 되었다. 그리고 보니 내 머리가 너무 길어 약간 추하게 보이기도 하고 따라서 머리가 길어 일상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어쩌나? 이를 감수하다가 마침내 오늘에서야 이발소 가기로 했다. 동네 이발관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왜? 요새 무신 프렌차이즈라는 간판을 달고 줌마들이 하는 미용실에 가깝다고 하는 편이 적절할 것 같다. 하기샤,상호가 중하나? 가서 편하게 머리 깎으면 되는 거 아니아?
주말 오후라서 그런가? 대기하는 이들이 있다. 좀 손님이 있는 편이다. 남녀가 뒤섞여 미리 손질받는다. 여기를 이용하는 이들과 미용 살롱을 이용하는 부류로 나누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우리가 사는 동네 상가들의 적나라한 삶의 전경이라 하겠다.
아해고 어른이고 간에 엽전 냄새가 풍기는 이들은 그 이름도 그럴싸한 미용 살롱에 가고 그나마 머리털이 길어 남 보기에 그렇다고 여기는 족속들은 소위 줌마들이 일하는 곳에 가 머리를 맡긴다.
이것만 보아도 고작 머리 손질 하는 것도 개인의 재정 상태에 따라 판이하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밖에.
좀 기다리다가 나의 차례가 되어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할까? 하는 물음에 난 시원하게 해 주세예!
하고는 손질하는 내내 눈을 닫고서 끝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좀 흘러 이발이 끝났다.
대형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은 마치 새롭게 단장한 광고판처럼 산뜻하게 보인다. 이런 쾌감때문에 이발하는 거 아닌가 한다.누구라도 그 머리 용모는 확연히 이발전과 후로 나눌 수가 있다.
인간의 손이 위대하다고 찬양하겠다. 그 손질이 머리털에 가한 후에 몰라 보게 달라진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보면 마치 다른 이를 대하는 듯한 신성한 충격(?)을 받는다. 이래서 사람들은 이발하지 않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남녀를 막론하고 머리 손질받고 나면 다들 선남선녀라는 원판 불변의 원칙이 잠시나마 먼 달 나라로 간 듯이 산뜻하고 용모가 단정하다는 느낌 받는다.
나도 (미용실)나오니 오후나절의 땡볕에 머리를 들 수가 없다. 그래도 그 햇살이 머리에 내려쬐이니 기분은 굿이다. 역시 이런 맛에 머리손질 한다는 거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일상의 작은 행복감 느끼기 아닌가 한다.
아직 세척은 못했다. 이 글 작성한 후에는 스스로가 머리를 씻어야 한다는 작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어때? 그만큼 이용료가 살롱보다는 저렴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 아닌감!?
우리 선조들은 유가 기풍에 의거하여 머리털을 깎지는 아니했다. 그러다가 서양의 문물들이 쓰나미처럼 유입되자 할 수 없이 머리에 손질하게 되었다. 이에 관련하여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있다.
얼마나 머리털이 소중했으면 목이 잘려도 머리털만큼 잘릴 수가 없다고 한사코 버티고 버티었지만 나중엔 서양 기풍에 눌러 그대로 따라 할 수밖에.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이 미용(이발)기술도 당당히 기술사회의 한 분야로 인정받게 되자 많은 인력이 유입되었다.
지금 이 기술 분야에서 우리가 선두 그룹 형성할 만큼 유행을 선도한다고 하니 정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딴 소리 할 거 없고 오늘 내가 머리 깎았다. 다시 보아도 못생긴 얼굴이 머리털 손질로 인해 짧은 시간이나마 내 스스로가 잘 생김으로 보이는 착각 속으로....
이런 감동적인 착각도 일상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누가 말했다. 인간은 자기만의 착각 속에서 살아 가는 거이라고 하지 않는가?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낌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나만의 조치로 털이 길어 보기가 그런 머리를 줌마의 기술이 더 하니 보기 좋은 머리로 보이게 되니, 이 또한 생활 속의 작은 기쁨을 느끼는 거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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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까지 멀지 않은 거리인데,가기가 쉽지가 않네요.
두부요리법 고마워요!
이발 이야기를 읽으니 아버님 생각납니다
요양원 계실때는 매월 모시고 나와서
이발소에서 이발을 해 드리곤 했습니다
요양병원와서는 이발봉사 하시는분게 맡기죠
혼자서 차에모시고 이발소갈때 힘들었었는데
그때가 지금 생각하니 행복했던것 같습니다~
이런 사소한 행복한 느낌은 일상을 하는 작은
즐거움의 한 조각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