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6일 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음주 후 귀갓길에 택시기사를 폭행했다. 택시기사의 신고로 서초경찰서에 사건이 접수된 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비롯한 전·현직 법조인, 정부부처 관계자 등 주요 인사 57명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놓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전 장관을 비롯한 여권이 당시 폭행 사건을 보고 받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를 서둘러 교체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던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 전 차관은 결국 사건 사흘 뒤 마감한 공수처장 추천 후보에선 빠졌지만 사건 약 한 달 후 법무부 차관에 기용됐다. 이어 6개월 동안 차관직을 수행하게 한 청와대에 대한 비판도 들끓는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이용구 사건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전 차관의 11월 6일(사건 당일)~16일까지 이 전 차관의 통화 내역에서 법조인과 정부 관계자 57명을 선별해 통화 경위를 확인한 결과 “전원 수사 외압이나 청탁 등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 57명 가운데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 A씨와 통화가 포함됐다. 추 전 장관을 포함한 여권이 당시 이 전 차관을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할지 검토하던 상황이어서 본인 스스로 사건 발생 및 처리 과정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자인 추 장관은 폭행 사건 사흘 뒤인 공수처장 후보 추천 마감일(11월 9일)에 당시로썬 전혀 거론되지 않던 인물을 추천했다. 다만 추 전 장관은 이 전 차관 폭행 사실을 언제 파악했는지, 이 전 차관 폭행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 인선에도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본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전 차관이 사건 발생 후 통화한 유력 인사 57명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가 포함됐는지에 관해선 “참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누구와 통화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역시 직·간접적으로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관심은 남은 검찰 수사로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동언)는 이 전 차관의 특가법상 폭행 혐의는 물론 경찰이 송치한 증거인멸교사, 담당 수사관의 특수직무유기 등 사건 전반을 종합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관의 특가법상 운전자폭행 혐의 기소는 확실시 되는 만큼 서초경찰서의 ‘내사종결’ 처리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이 없었는지가 앞으로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주에도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