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물을 살짝살짝 뜀뛰기 하여 언덕을 오르니
비를 맞은 감나무들이 싱싱하다.
떨어진 푸른 감들을 눈여겨 볼 때
‘저기 탑이 보이지?’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창창하고 습습한 감나무들만 빼곡하다.
발을 푹푹 빠지며 감나무밭 사이로 들어가서야
푸른 잔디밭과 탑이 보였다.
철책을 넘자 잔디밭은 평평하고
나무들이 만드는 축축한 그늘이 없이
탑이 있는 곳은 햇빛으로 빛났다.
너무나 익숙한 느낌.
두 개의 탑이 있는 풍경.
가볍고 작은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바람이 깎고 비가 녹인
저 육중한 돌덩이의 부드러움
이리저리 오가던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
사진찍기를 멈추고
마음으로 기억하자고, 오래오래 탑을 보았다.
친숙하다.
감은사 탑과 닮았다.
툭 터진 곳에 감은사의 탑들은 가슴이 시원했는데
감나무 그늘 속에 갇힌 이 탑들은 애잔하다.
‘여기서부터 저어기 까지.’
감나무 밭을 빠져나와
포장된 길을 올라, 옛날 절이 있었던 곳을 가늠해 보았다.
주변에 크고 웅장한 산들 구름이 비끼는 산들
산들이 품은 평지
그 땅이 보듬은
어느 아름다운 절과 그 절이 품은
두 개의 탑
보물을 찾고 싶은, 보물을 잃어버린 어떤
사람들은 그 옛날
길고 길고 지루한 길들을 걸어서 이곳에 왔겠지.
작은 냇가를 건너 탑을 보러 올라갔을까?
‘냇물을 건너 탑을 보러가는 건 이상해. 지형은 30년에 한 번씩 변한다고 해.’
‘작은 보물’을 보여주겠다 해서 나는
그러면 큰 보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없다는 대답이 삼초도 되기 전에 떨어져 같이 웃었다.
그 말은 자꾸 생각났다.
큰 보물 없이도 작은 보물이라고 표현하는 것.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생각하듯
사진들을 열어보았다.
아름다운 탑이다. 처음 만났지만 오래 알고 있었던 듯 다정한 탑이다.
돌아와 꼼꼼히 읽어본 안내판에서
‘탑 속에서 나온 푸른 사리병이 서울에 있다’는 구절을 읽고
마음이 양명하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용산이라면 우리 집과 가까우니까.
첫댓글 저 곳을 또 어떻게 아시고 다녀오셨을까요? 청도라면 운문사 밖에 가 보지 못했는데 저렇게 예쁜 탑이 있었네요. 감은사지 탑에서 풍기는 느낌을 저도 받았어요. 돌을 무생물로 분류하지만 때로는 그들에게도 생로병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신라 삼층탑을 참 좋아 하는 데 보기 편안 합니다. 감은사 탑은 그 위치대로 좋고 장연사 탑은 이대로 좋고 이도 隨處作主 立處皆眞일까요?_()_
오래된 탑들을 보면 너무나 두툭한 배이 느껴져서 저는 엄청 좋아합니다. 닮고 싶은 그런 마음..물님의 아름다운 글도 기분좋습니다. 아래 사진까지...왜 안보이나 했더니 ..
꽃물님의 글, 사진, 그리고 법우님들의 다정한 목소리... 모두 아름다운 염화실 .. _()()()_
첫눈에 감은사지 우람한 탑이 물님 글도 장연사 탑만큼이나 편안하고 친숙함니다.
꽃물님이 안보이시더니... 좋은 추억 간직하세요. 모두 좋습니다.._()()()_
^^ _()()()_
처음 대하는 장연사 탑이 참 편안합니다...^^*
언양 석남사 입구에서 산내로 넘어가는 길이 가을에는 단풍이 너무나 곱고 아름다운 길이라 청도 운문사는 일년에 한번쯤은 꼭 간답니다..그렇게 자주 가는 청도 인데도 장연사지 석탑에는 한번도 가 보지 못했답니다...물님 덕분에 올해는 꼭 한번 다녀오고 싶습니다...이쁜 물님, 고맙습니다..
_()_
석탑과 많이 닮았네요._()()()_
청도에는 한재미나리가 또 유명하지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