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안될 때는 아예 PC 본체에서 하드디스크를 뜯어내 PC방으로 달려가기 일쑤입니다.” 인천서부산업단지공단내에 설치된 초고속통신망이 잦은 고장으로 인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단 내 상당수 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한 대기업 하청이나 각종 입찰시 어려움을 호소, 인터넷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인천서부산업단지공단 내 초고속통신망은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밀집지역 정보화기반구축사업'에 따라 지난 2002년 구축됐다. 2억여원의 국비가 지원된 인천 최초의 정보화기반구축사업으로 KT가 사업자로 참여했으며 C사 등 4개 하청업체가 장비공급 및 설치를 맡았다.
그러나 인천서부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초고속통신망 개통 초기 140여개에 달하던 가입업체수가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개통 초기의 절반 수준인 70여개 업체만이 이 초고속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는 상대적으로 비싼 이용료를 부담하면서 개별적으로 인터넷 공급업체로부터 인터넷 회선을 공급받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초고속통신망을 외면하는 것은 인터넷 장비 등이 자주 고장나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
초고속통신망 구축후 상당기간 한달에 평균 모뎀 20~30개가 고장났으며 지금도 4대의 인터넷 회선 공급장치는 2~3개월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고장난다는 게 공단측의 설명이다. 특히 2년간의 A/S기간이 지난 지금은 일부 공사 참여업체의 부도 등으로 부품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기술인력마저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인터넷이 마비되는 바람에 하드디스크에 은행 보안카드 등을 저장해놓은 업체들은 하드디스크를 들고 PC방으로 뛰어가 은행 결제를 하는 해프닝도 자주 벌어졌다”며 “공단 내 상당수 업체들이 재정이 열악해 월 3만원 가량이면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통신망 대신 개별적으로 수십만원을 들여 인터넷을 이용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단측은 노후된 통신장비 교체 및 유지보수 관리에 대한 전문기술 인력을 확보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기청측은 “당초 초고속통신망의 유지관리는 이용자가 맡기로 했었다”며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인천중기청 관계자는 “당시 회선 등 인프라 미비로 업체 개별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정보화기반구축사업이 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해준 것은 확실하다”며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이용에 보다 나은 서비스가 등장한만큼, 유지관리 주체인 공단 스스로 대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서부산업단지공단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밀집지역 정보화기반구축사업'에 따라 초고속통신망을 구축한 대구 인근의 모 공단도 초고속통신망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초고속통신망을 포기하고 일반 전용회선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임성훈·hoon@kyeongi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