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일반부 장원>
굴레
-김명래(춘천시 동면)
몸의 빛깔은 늘 붉었다
낮달이 져도 붉은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초점 없는 거리에서 눈길 받지 않는
휘어진 등으로
굽신
바람을 삭이며
벌건 웃음을 지어보지만
홍옥은 돌탑처럼 꼿꼿이 서서
팔릴 줄 모른다
살굿빛 노을이 날개를 펼치고도
흙으로 빚은 인형처럼
바람 센 날에는
손톱 끝 까맣게 부풀어 올라
이름표를 떼었다 붙이는데
정신 지체 1급 장애 아들은
커다란 눈알에 벙울벙울 솟구치는 눈물 훔치며
바다로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아비를 기다렸다
아들의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귀청을 때릴 때 즈음
떼고, 떼어도
허리 굽은 노파에게
세상은
늘
그 자리
<고등부 장원>
기둥
-이송연(동탄고등학교 3학년)
기둥 하나 세우는 일에도
결이 있었다
손으로 다듬고
시간으로 알리는 동안
보이지 않는 것이
그 속에 스며들었다
오늘날의 문장들은
너무 곧고 반듯하여
닿는 순간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틀림은 없으나
머무는 자리가 없고
흠이 없되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나는 아직
서툰 손으로
비뚤어진 획,
하나를 남긴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는 얼이
있길 바라며
<중등부 장원>
거울
-한울안중학교 3학년
엄마의 얼굴은 거울이다
엄마의 삶은 빛나는 거울이 아닌
닦아도 남는 때가 엄마를 감싼다
어둠 속 작은 빛들이
엄마를 조용히 밀어내면
화장실에서 들리던
엄마의 슬픔의
빗물 소리
거울 속 빗물이
유리 속 깊이 스며들면
엄마는 거울 속
자신의 때를 닦으신다
세월의 물결이 흐르며
거울 속 때가 더 깊이
엄마의 얼굴에 묻어난다
엄마의 거울이
얼룩에 번져
얼굴에 묻으면
거울 속 엄마의 빛이
조금씩 사라진다
언젠가 엄마의 거울이
다시 엄마를
비춰주는 날이 오면
거울 속 엄마의 빛을
보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초등부 장원>
시내버스
-강하엘(풍기초등학교 4학년)
비 내리는 칙칙한 오후,
버스는 커다란 잠수함이 된다.
유리창에 맺힌 투명한 빗방울들은
조그만 물고기처럼 헤엄쳐 내려가고,
우산에서 떨어지는 타닥타닥 물소리는
잠수함의 비밀 암호 같다.
물보라를 하얗게 일으키며
회색빛 아스팔트 바다를 가로지르는 시간.
“이번 정류장은…”
안내 방송이 울리면
우리가 무사히 육지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첫댓글 김경미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고마워요~~^~^
첫댓글 김경미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