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꾼들의 여름철 산행도 피서지로 계곡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서늘한 계곡물을 타고 오르는 재미는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계곡산행은 능선보다 훨씬 다양한 위험을 포함하고 있는 아웃도어 활동이다.
여기서 계곡산행이라고 하는 것은 국립공원처럼 계곡 옆으로 등산로를 따르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계곡트레킹이 캐녀닝(Canyoning)이란 신종 익스트림스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캐녀닝은 모험적이고 전문적인 장비와 기술을 요하는 계곡등반이다. 암벽등반에 준하는 장비와 기술이 필요한 익스트림 스포츠다.
우리나라에서 캐녀닝으로 불릴만한 계곡등반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곡등반은 많은 위험성을 포함하고 있어 경험자의 동반과 안전장비는 갖추어야 한다. 아직은 계곡트레킹이 위험성이 적은 곳을 찾아 다니는 형편이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 위험을 극복하는 계곡등반도 시도될 것이다.
나 역시 여름철이면 등산모임을 통해 계곡등반을 즐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공유되지 못하는 위험성이 많이 보인다.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느낀 사항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계곡등반은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일반 등산로 산행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계곡트레킹을 물놀이 정도의 이벤트로 생각하고 참여한다. 물속의 돌은 이끼가 끼어 미끄럽고 고정되어 있지 않아 움직인다. 그러니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넘어지기 일쑤고 거북이 걸음으로 산행시간은 훨씬 지연되어 체력저하가 심하게 된다. 또한 한여름이라고 해도 심산유곡의 계곡물은 한기가 돌 정도로 차다. 산행내내 차가운 계곡물을 걷는 다는 것은 체력소모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계곡등반에서 알파인스틱은 균형을 잡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둘째로는 식수 등의 문제다. 계곡으로 간다고 식수준비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계곡물은 먹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비가 내렸을 경우도 그렇고, 비가 적게 내린 경우 낙엽썩은 물로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여름철이라고 식수를 얼려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차가운 계곡물에 젖어 있는 상태라 일반 식수나 따뜻한 차가 더 유용할지도 모른다.
셋째로는 등산복장의 문제다. 계곡산행을 진행하다보면 짧은 바지에 반팔을 입는 경우가 많다. 또한 레저용 샌달을 신고 산행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계곡산행은 시원함을 찾기보다는 보온이 더 필요한 상황이 많다. 짧은 바지보다는 피부를 보호하고 한기를 막아줄 긴바지가 더 유용하다. 또한 쉴 때 입을 수 있는 보온복(방풍자켓 등)도 필요하다.
샌달은 위험한 계곡등반에서는 적합하지 않고 릿지화 정도가 좋다. 가벼운 계곡산행에서샌달을 신는다고 해도 발가락을 보호할 수 있는 구조가 적합하다. 고어텍스 등산화는 물빠짐이 나쁘고 나중에 가죽이 변형되거나 고어텍스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게 좋다. 샌달을 신을 때 양말을 신는게 피부보호에 좋다.
이외에 보조자일 정도는 안전장비로 갖추어야 한다. 불필요한 무게를 지고 산행할 필요는 없으니 9mm 이하로 30m 정도 준비하면 된다. 또한 임시로 하강을 할 수 있는 하강기와 안전벨트를 대용할 슬링 등을 준비하면 좋다. 암벽등반처럼 계곡등반도 내려서는게 더 어렵다. 보조자일은 폭포를 오르내리거나 깊은 소를 건널 때 혹은 급류를 건널 때 위험을 대비하여 사용할 수 있다.
배낭은 내용물이 물에 젖지 않도록 방수백에 넣어 보관하고, 배낭 자체를 보호할 수 있는 큰 비닐봉지(김장봉지 등)를 준비하면 깊은 소 등을 건널 때 유용하다. 봉지에 배낭을 넣고 바람을 불어 고무줄로 묶어 물에 띄우면 배낭도 젖지 않고 구명장비처럼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이때도 보조자일 등을 이용하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물줄기를 따르는 계곡등반은 기존 등산로를 따르는 산행방식과 달리 여름철 피서산행으로 점차 보편화 되지 않을까 싶다. 산꾼들의 관심이 일반 등산로에서 릿지등반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길을 따르는 계곡등반은 어쩌면 릿지등반과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계곡이라고 하더라도 계곡옆 등산로로 진행하는 것과 물줄기를 따라 진행하는 것은 시간상으로도 큰 차이가 있음을 잊지 말고 산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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