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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지언(丘里之言)
민간 또는 시골에서 하는 말이라는 뜻으로, 근거가 없는 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丘 : 언덕 구(一/4)
里 : 마을 리(里/0)
之 : 갈 지(丿/3)
言 : 말씀 언(言/0)
(유의어)
구언(丘言)
출전 : 장자(莊子) 칙양(則陽)
이 성어는 장자(莊子) 칙양(則陽)편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지(少知; 교활하고 조그만 지혜를 사람에 비유함)가 대공조(大公調; 크고 바르고 조화로운 것을 사람에 비유함)에게 물었다. '구리지언(丘里之言; 公論)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少知問於大公調曰:何謂丘里之言?
대공조가 대답했다. '구리(丘里)라는 것은, 열 가지 다른 성씨(十姓)의 집과 백 명의 사람을 합해서 하나의 풍속을 이루는 것이니, 서로 다름이 합하여 하나 되고, 또 같음이 흩어져 여러 가지 다름이 되는 것이다.
大公調曰:丘里者, 合十姓百名而以為風俗也, 合異以為同, 散同以為異。
이를테면 말(馬)을 백 조각으로 나누어 놓고 말이라 할 수 없지만, 말이 현재 눈앞에 하나로 엮여 있었으니, 그 백 조각을 말이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今指馬之百體而不得馬, 而馬係於前者, 立其百體而謂之馬也。
그러므로 언덕이나 산이란 흙이 쌓여 높이 된 것이며, 강이란 작은 개울들이 모여 큰 강 된 것이며, 대인(大人) 여러 작은 것을 합하여 공(公; 왕)이 되는 것이다.
是故丘山積卑而為高, 江河合水而為大, 大人合併而為公。
그러니 밖에서 들어 온 것은, 이미 주인 됨이 있으니 고집할 일 아니며, 진심에서 난 것은 바름이 있으니, 잣대 들이댈 일 아니다.
是以自外入者, 有主而不執, 由中出者, 有正而不距。
사시(四時)는 기후가 다르지만, 하늘은 사사로움이 없으니 세월이 쌓이는 것이고, 오관(五官; 5등급의 관리)은 직분이 다르지만, 임금이 사사롭지 않아야 나라가 다스려지는 것이다.
四時殊氣, 天不賜, 故歲成, 五官殊職, 君不私, 故國治。
문무는 재질을 달리하지만 대인은 사사롭지 않다. 그러므로 덕이 갖추어 지는 것이며, 만물은 이치를 달리하지만 진리(道)는 사사롭지 않다. 그러므로 이름 없는 것이다.
文武大人不賜。故德備, 萬物殊理, 道不私。故無名。
이름이 없기 때문에 뭘 할 것도 없고, 안할 것도 없는 것이다.
無名故無為, 無為而無不為。
시간이 시작과 끝을 두니 세상에 변화란 것이 생기는 법이다.
時有終始, 世有變化。
화와 복은 엎치락 뒤치락 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에 거슬리는 것도 뒤에 좋은 것이 될 수 있고, 스스로 제 것을 주장해서 나가는 곳을 달리하면, 한편에는 바른 것이 되어도 한편에는 어긋남이 되는 것이다.
禍福淳淳。至有所拂者而有所宜, 自殉殊面, 有所正者有所差。
이것을 저 큰 못가에 비유하면, 온갖 식물이 저마다 절도가 있어 못을 이루고, 큰 산에 비유하면, 나무와 바위가 다르지만 다 같이 땅을 같이하며,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比於大澤, 百材皆度, 觀於大山, 木石同壇。
이것을 구리의말(丘里之言; 다른 여러 가지가 합해서 같은 하나가 됨 즉, 公論) 이라 한다.'
此之謂丘里之言。
少知曰:然則謂之道, 足乎?
소지(少知)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것(丘里之言)을 도(道)라고 말해도 좋겠습니까?”
大公調曰:不然。今計物之數, 不止於萬, 而期曰; 萬物者, 以數之多者號而讀之也。
대공조(大公調)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지금 사물의 수(數)를 헤아려 보면 그 수가 一萬에 그치지 않거늘, 그런데도 그것을 만물이라고 대략 한정해서 말하는 것은 수 가운데 많은 숫자인 萬을 가지고 불러서 말하는 것이다.
是故天地者, 形之大者也; 陰陽者, 氣之大者也; 道者為之公。
그러므로 천지라고 하는 것은 형체가 있는 것 가운데 제일 큰 것이고, 음양이라는 것은 氣중에서 제일 큰 것이고, 道라는 것은 이것들을 다 포괄하는 보편자[公]이다.
因其大而號以讀之, 則可也。已有之矣, 乃將得比哉。
道가 크다고 하는 데 말미암아 이것을 道 또는 大라고 통칭해서 말하면 우선 괜찮지만 그렇게 되면 이미 이름 붙여진 道가 이미 있게 된 것이니, 이렇게 이름 붙여진 道를 가지고 장차 참다운 道에 견줄 수 있겠는가!
則若以斯辯, 譬猶狗馬, 其不及遠矣。
이렇게 해서 만일 이름 붙여진 道를 가지고 변론을 해나간다면, 그것은 비유하자면 道를 개나 말의 차원으로 끌어내린 것과 같을 것이니 참다운 道에는 미치지 못함이 한참 멀다.”
구리지언(丘里之言)
민간에 떠도는 말, 근거가 없는 말의 비유
사람들은 말의 홍수 속에서 산다. 새로운 소식이면 누구나 관심을 갖고 귀를 쫑긋한다. 새 소식 news를 동서남북의 첫 글자를 모은 것과 같아서 세계의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재미있게 해석하기도 한다. 또 주위의 소식은 더 늦을 수 있다고 '서울 소식은 시골 가서 들어라'라는 속담도 있다.
이와 같이 사방의 먼 곳, 가까운 곳 소식이 뒤섞이다 보니 전할 때마다 살이 보태져 허황한 이야기도 떠돌게 된다. 길거리에서 떠도는 이야기 가담항설(街談巷說)이나, 길에서 들은 그대로 전하는 도청도설(道聽塗說) 등이 그것이고, 악의가 가미된 유언비어(流言蜚語)는 처벌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장자(莊子)'에서 유래한 재미있는 성어가 있다. 작은 고을(丘里)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말(之言)이란 뜻으로 시골에서 떠도는 근거가 없는 이야기를 나타낸다. 하지만 제3부의 칙양(則陽)편에서 장자는 특유의 비유로 조그만 시골 사람들의 말이라 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무한한 시공간 속에서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인간들의 지식은 미미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들이 하는 판단은 모두 일면적인데 이런 이야기도 있고 저런 이야기도 있다는 말이다. 얕은 지혜밖에 지니지 못한 소지(少知)라는 사람과 대단히 공평무사하다는 대공조(大公調)라는 사람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재미있는 부분 몇 가지만 옮겨보자.
丘里者 合十姓百名而 以爲風俗也.
(구리자 합십성백명이 이위풍속야)
동네라는 것은 수십 가지 성을 가진 사람들 수백 명이 모여서 풍속을 형성하는 곳이다.
合異以爲同 散同以爲異.
(합이이위동 산동이위이)
다른 것을 합하여 같은 것을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같은 것을 나누어 다른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언덕이나 산은 흙이 낮은 곳부터 쌓인 것이고 연못은 물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이 모여 되듯이 한 가지 의견만 고집하지 말고, 또 다른 의견도 수용해야 공론이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조그만 시골의 이야기라고 근거 없는 말로 굳어져 통용되지만 처음에는 이처럼 각각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는 데서 비롯됐다. 생각이 같은 사람만 옳고 다른 생각은 배척해서는 공론이 될 수 없다. 소수의 의견을 아예 뭉개버려서는 사회의 합의는 실패다.
제외해야 할 경우가 있다. 조그만 일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거나 적의를 가지고 가짜 뉴스를 온갖 방편으로 퍼뜨려 원칙을 뒤집으려는 시도다. 먹혀들지 않는다고 판을 깨는 세력이 교묘하게 만드는 소식은 건전한 판단으로 가려야 한다.
구리지언(丘里之言)
莊子 雜篇 第25篇 則陽(칙양) 第9章
10. 향촌의 말이란 무엇인가(丘里之言)
少知問於大公調曰:何謂丘里之言?
소지(少知)가 대공조(大公調)에게 물었다. “향촌의 말(丘里之言)이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大公調曰:丘里者, 合十姓百名而以為風俗也。合異以為同, 散同以為異。今指馬之百體而不得馬, 而馬係於前者, 立其百體而謂之馬也。
대공조(大公調)가 말했다. “향촌이란 열 개의 다른 성을 가진 사람들과 백 개의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풍속을 형성하고 있는 집합체이다. 다른 것을 합하여 같은 것이 되고 같은 것을 분산시켜 다른 것이 되니, 지금 말[馬]의 백체(百體)를 각각 따로 지적하여 명명(命名)하면 말이 될 수 없겠지만, 눈앞에 매어져 있는 말의 백체(百體)를 총체적으로 모아서 말하면 그것을 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少知問於大公調 : 소지(少知)가 대공조에게 물었다.
少知(소지)는 적은 지식(知識), 大公調(대공조)는 위대한 무사(無私)와 근원적 조화(調和)를 상징한다. 成玄英은 ‘公正無私’함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 丘里之言 : 향촌(鄕村)의 말이다. 한 고을의 여론을 말한다.
○ 指馬之百體而不得馬, 而馬係於前者, 立其百體而謂之馬也 : 말의 백체(百體)를 각각 따로 지적하여 명명(命名)하면 말이 될 수 없겠지만 눈앞에 매어져 있는 말의 백체(百體)를 총체적으로 모아서 말하면 그것을 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의 머리, 동체, 다리, 꼬리 등을 각각 따로 지적하여 명명(命名)하면 말이 될 수 없겠지만 눈앞에 매어져 있는 말의 머리, 동체, 다리, 꼬리 등의 백체(百體)를 총체적으로 모아서 말하면 그것을 말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是故丘山積卑而為高, 江河合水而為大, 大人合并而為公。是以自外入者, 有主而不執, 由中出者, 有正而不距。
그러므로 언덕이나 산은 낮은 토지가 쌓여서 높게 된 것이고, 장강(長江)과 황하(黃河)는 작은 물이 모여서 크게 된 것이고, 대인(大人)은 만물의 私(사)를 하나로 병합하여 공평하게 베푼 것이다. 그리하여 대인(大人)은 밖에서 들어오는 말을 들을 때 스스로의 마음속에 주관을 확립하지만 어느 하나만을 고집하지는 않으며, 안에서 밖으로 말을 발출할 때 올바름을 지키지만 거부 당하지는 않는다.
○ 大人合竝而爲公 : 대인(大人)은 만물의 私(사)를 하나로 병합하여 공평하게 베푼 것이다. 곧 대인이라고 명명한 까닭은 만물의 私(사)를 하나로 병합하여 공평하게 베풀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 是以自外入者, 有主而不執 : 밖에서 들어오는 말을 들을 때 스스로의 마음속에 주관을 확립하지만 어느 하나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不執(부집)은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由中出者, 有正而不距 : 안에서 밖으로 말을 발출할 때 올바름을 지키지만 거부당하지는 않는다. 距는 거부한다는 뜻으로 拒와 같다.
四時殊氣, 天不賜, 故歲成,
五官殊職, 君不私, 故國治,
文武大人不賜, 故德備,
萬物殊理, 道不私, 故無名。
無名故無為, 無為而無不為。
춘하추동의 사시(四時)는 한서(寒暑)의 기(氣)를 달리하나 자연[天]은 그중 어느 한 계절에만 혜택을 주지 않는지라. 그 까닭에 일 년이 이루어지며, 나라의 다섯 관직은 각각 직무를 달리하나 군주는 그 가운데 어느 한 관직만을 사사로이 중시하지 않는지라. 그 까닭에 나라가 잘 다스려지며, 문사(文事; 知)와 무사(武事; 力)는 각각 그 기능이 다르나 대인(大人)은 그 어느 하나에만 마음을 주지 않는지라. 그 까닭에 (대인은) 문무(文武)를 겸비하며, 만물은 각각 속성을 달리하나 도(道)는 그중 어느 하나만 사사로이 사랑하지 않는지라. 그 까닭에 (도는) 이름이 없으며, 이름이 없으므로 무위(無爲)하니 하는 일이 없으면서도 안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 四時殊氣, 天不賜 : 사시(四時)는 한서(寒暑)의 기(氣)를 달리하나 자연[天]은 그중 어느 한 계절에만 혜택을 주지 않는다. 氣(기)는 기후(氣候)의 뜻이다. 賜(사)는 특정한 계절에 사적으로 은혜를 베푼다는 뜻이다(赤塚忠, 曹礎基).
時有終始, 世有變化。禍福淳淳, 至有所拂者而有所宜, 自殉殊面, 有所正者有所差。比於大澤, 百材皆度, 觀於大山, 木石同壇。此之謂丘里之言。
때에는 끝과 시작이 있고, 세상에는 변화의 추이(推移)가 있다. 그리하여 화(禍)와 복(福)은 유행반복(流行反覆)해서 나타나는지라. 마음에 거슬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마음에 맞는 경우도 있으며, 각자가 자기 생각을 쫓아 행동하면 나아가는 방향이 다른지라.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차이가 있게 된다. 비유하자면 커다란 연못에 있는 여러 가지의 소재(素材)가 모두 그곳에 머물러 있는 존재인 것과 같고, 큰 산을 볼 때 나무와 돌이 똑같이 산을 이루는 기반인 것과 같으니, 이같은 것을 일러 향촌의 말[丘里之言]이라 한다.”
○ 禍福淳淳 : 화(禍)와 복(福)은 유행반복(流行反覆)해서 나타난다. 淳淳(순순)은 유동(流動)하는 모습이다. 王叔之는 “유동하는 모양이다(流動貌).”라고 풀이했다.
○ 自殉殊面, 有所正者有所差 : 각자가 자기 생각을 쫓아 행동하면 나아가는 방향이 다른지라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차이가 있게 된다. 自殉殊面(자순수면)은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 比於大澤 : 커다란 연못에 비유해 보면이다. 成玄英은 “比는 譬喩함이다(譬比 譬也)”라고 풀이했다. 澤(택)은 연못이다.
○ 木石同壇 : 나무와 돌이 똑같이 산을 이루는 기반이다. 壇(단)은 기반(基盤)이다. 成玄英은 “기반이다(基也)”라고 풀이했다. 同壇(동단)은 같은 기반에 모여 있다는 뜻이다.
少知曰:然則謂之道, 足乎?
소지(少知)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것(丘里之言)을 도(道)라고 말해도 좋겠습니까?”
大公調曰:不然。今計物之數, 不止於萬, 而期曰 ; 萬物者, 以數之多者號而讀之也。是故天地者, 形之大者也。陰陽者, 氣之大者也。道者為之公。因其大而號以讀之, 則可也。已有之矣, 乃將得比哉。則若以斯辯, 譬猶狗馬, 其不及遠矣。
대공조(大公調)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지금 사물의 수(數)를 헤아려 보면 그 수가 一萬에 그치지 않거늘, 그런데도 그것을 만물이라고 대략 한정해서 말하는 것은, 수 가운데 많은 숫자인 ‘萬’을 가지고 불러서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지라고 하는 것은 형체가 있는 것 가운데 제일 큰 것이고, 음양이라는 것은 氣 중에서 제일 큰 것이고, 道라는 것은 이것들을 다 포괄하는 보편자[公]이다. 道가 크다고 하는 데 말미암아 이것을 道또는 大라고 통칭해서 말하면 우선 괜찮지만, 그렇게 되면 이미 이름 붙여진 道가 이미 있게 된 것이니, 이렇게 이름 붙여진 道를 가지고 장차 참다운 道에 견줄 수 있겠는가. 이렇게 해서 만일 이름 붙여진 道를 가지고 변론을 해나간다면, 그것은 비유하자면 道를 개나 말의 차원으로 끌어내린 것과 같을 것이니, 참다운 道에는 미치지 못함이 한참 멀다.”
○ 不止於萬 : 一萬에 그치지 않음이다. 현토본에는 이 뒤에 物자가 붙어 있는데 아마도 誤字일 것이다.
○ 而期曰萬物者, 以數之多者, 號而讀之也 : 그런데도 그것을 만물이라고 대략 한정해서 말하는 것은 수 가운데 많은 숫자인 萬을 가지고 불러서 말하는 것이다. 期曰(기일)은 약정해서 말하다, 한정해서 말하다는 뜻이다. 林希逸은 “期는 約이니 約定해서 말함이다(期 約也 約言之也)”라고 풀이했다. 讀(독)은 말함이다. 李頤는 “讀은語와 같다(讀 猶語也)”라고 풀이했다.
○ 已有之矣, 乃將得比哉 : 이미 이름 붙여진 道가 이미 있게 된 것이니, 이렇게 이름 붙여진 道를 가지고 장차 참다운 道에 견줄 수 있겠는가? 齊物論편에서 “이미 하나가 되었다면 또 무슨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旣已爲一矣, 且得有言乎)”라고 한 표현과 유사하다.
○ 若以斯辯, 譬猶狗馬, 其不及遠矣 : 만일 이름 붙여진 道를 가지고 변론을 해나간다면, 그것은 비유하자면 道를 개나 말의 차원으로 끌어내린 것과 같을 것이니 참다운 道에는 미치지 못함이 한참 멀다. 이름 붙일 수 없는 도를 두고 도라는 이름을 붙여서 말하면 이름이 있는 다른 사물과 다를 것이 없으므로 도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宣穎은 “도를 도라고 이름 붙여서 부르는 것은 마치 개를 개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고 말을 말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처럼 한 가지 사물과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도에 미치지 못함이 멀다(是道猶狗之名狗 馬之名馬 同於一物 其不及道遠矣)”라고 풀이했는데 타당한 견해이다. 安東林은 “즉 이렇게 말한다면 소문과 도는 마치 개와 말(의 차이와) 같아서 도에는 멀리 미치지 못하게 된다.”고 풀이했는데 다소 무리한 견해이다.
▶️ 丘(언덕 구)는 상형문자로 坵(구)의 본자(本字)이다. 사방이 높고 중앙이 낮은 언덕의 모양으로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北(북)과 一(일)의 합자(合字)로 집은 산을 등지고(北) 남쪽의 땅(一)에 세우기 때문에 집의 북쪽인 언덕이나 산을 나타낸다. 그래서 丘(구)는 ①언덕 ②구릉 ③무덤 ④분묘(墳墓) ⑤마을, 촌락(村落) ⑥맏이 ⑦메(山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뫼 ⑧종(從), 하인(下人) ⑨폐허(廢墟) ⑩지적(地籍) 단위(單位) ⑪비다, 없다 ⑫공허(空虛)하다 ⑬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언덕이나 나직한 산을 구릉(丘陵), 언덕이나 나직한 산을 구부(丘阜), 무덤이나 언덕을 구분(丘墳), 무덤을 구묘(丘墓), 무덤이나 송장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놓은 곳을 구총(丘冢), 땅이 비탈지고 조금 높은 곳을 구강(丘岡), 언덕이나 조상의 산소를 구롱(丘壟), 언덕과 동산을 구원(丘園), 시골 백성을 구민(丘民), 언덕과 산 또는 산더미를 구산(丘山), 무덤 가에 있는 나무를 구목(丘木), 여우는 죽을 때에 자기가 본디 살던 산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구수(丘首), 모래로 이룬 언덕을 사구(沙丘), 바다 밑에 따로 솟아 있는 언덕을 해구(海丘), 오래된 무덤이나 옛 언덕을 고구(古丘), 높은 언덕을 고구(高丘), 잇닿아 있는 언덕을 연구(連丘), 물결의 가장 높은 위치를 파구(波丘), 화산의 분화구의 둘레에 분출물이 쌓여 된 언덕을 화구(火丘), 한쪽이 높은 언덕을 아구(阿丘), 공자의 본명을 공구(孔丘), 출가하여 불문에 들어 구족계를 받은 남승을 비구(比丘), 조상의 묘가 있는 고향이라는 말을 구묘지향(丘墓之鄕), 시골말을 이르는 말을 구리지언(丘里之言), 여우는 죽을 때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라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제가 살던 굴 있는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 또는 고향을 그리워함을 이르는 말을 호사수구(狐死首丘), 산더미같이 많이 쌓임을 이르는 말을 적여구산(積如丘山) 등에 쓰인다.
▶️ 里(마을 리/이, 속 리/이)는 ❶회의문자로 裏(리)의 간체자이다. 裡(리)와 동자로 田(전; 밭)과 土(토; 토지)의 합자(合字)이다. 밭이 있고 토지(土地)가 있는 곳으로 사람이 있는 곳을 말한다. 또 거리의 단위로도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里자는 ‘마을’이나 ‘인근’, ‘거리를 재는 단위’로 쓰이는 글자이다. 里자는 田(밭 전)자와 土(흙 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밭과 흙이 있다는 것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란 뜻이고 이런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니 里자는 ‘마을’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里자가 마을 단위의 소규모의 행정구역을 뜻했기 때문에 1리(里)는 25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마을을 의미했다. 또 里자는 거리를 재는 단위로 사용되기도 하여 1리는 약 400m의 거리를 말했다. 그래서 里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마을’이나 ‘거리’라는 의미를 함께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용한자에서는 주로 발음이나 모양자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里(리)는 숫자(數字) 다음에서 이(里)의 뜻으로 ①마을 ②고향(故鄕) ③이웃 ④인근 ⑤리(거리를 재는 단위) ⑥리(행정 구역 단위) ⑦속 ⑧안쪽 ⑨내면(內面) ⑩이미 ⑪벌써 ⑫헤아리다 ⑬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동네 방(坊), 마을 부(府), 골 동(洞),마을 촌(邨), 마을 촌(村), 마을 서(署), 마을 아(衙), 마을 려/여(閭), 마을 염(閻)이다. 용례로는 마을이나 촌락을 이락(里落), 일정한 곳으로부터 다른 일정한 곳에 이르는 거리를 이정(里程), 행정 구역의 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이장(里長), 벼슬을 그만두고 시골에서 삶을 이거(里居), 동네의 어귀에 세운 문을 이문(里門), 마을으로 지방 행정 구역인 동과 리의 총칭을 동리(洞里), 고향이나 시골의 마을을 향리(鄕里), 천 리의 열 갑절로 매우 먼 거리를 만리(萬里), 십 리의 백 갑절로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를 천리(千里), 상하로 나눈 마을에서 윗마을을 상리(上里), 아랫마을을 하리(下里), 해상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를 해리(海里), 남의 고향에 대한 미칭을 가리(珂里), 자기가 살고 있는 동리를 본리(本里), 북쪽에 있는 마을을 북리(北里), 지방 행정 단위인 면과 리를 면리(面里), 사방으로 일 리가 되는 넓이를 방리(方里),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리(山里), 풍속이 아름다운 마을을 인리(仁里), 다른 동리나 남의 동리를 타리(他里), 짙은 안개가 5리나 끼어 있는 속에 있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상황을 알 길이 없음을 오리무중(五里霧中), 붕새가 날아갈 길이 만리라는 뜻으로 머나먼 노정 또는 사람의 앞날이 매우 요원하다라는 붕정만리(鵬程萬里), 강물이 쏟아져 단번에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조금도 거침없이 빨리 진행됨을 일사천리(一瀉千里),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바다와 육지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음을 수륙만리(水陸萬里)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言(말씀 언, 화기애애할 은)은 ❶회의문자로 辛(신)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辛(신)은 쥘손이 있는 날붙이의 상형이고, 口(구)는 맹세의 문서의 뜻이다. 불신이 있을 때에는 죄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한 맹세로, 삼가 말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言자는 ‘말씀’이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입 구)자 위로 나팔과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말하다’와 관계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소리’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기에 획을 하나 그은 音(소리 음)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言(언, 은)은 ①말씀, 말 ②견해(見解), 의견(意見) ③글 ④언론(言論) ⑤맹세(盟誓)의 말 ⑥호령(號令) ⑦하소연(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 ⑧건의(建議), 계책(計策) ⑨허물, 잘못 ⑩혐극(嫌隙: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 ⑪이에 ⑫요컨대, 다시 말하면 ⑬여쭈다, 묻다 ⑭기재하다, 적어넣다 ⑮소송하다 ⑯이간하다(離間;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⑰알리다 ⑱예측하다 ⑲말하다 ⑳조문하다, 위문하다 그리고 ⓐ화기애애 하다(은) ⓑ화기애애 하면서 삼가는 모양(은) ⓒ위엄(威嚴)이 있는 모양(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말씀 화(話), 말씀 설(說), 말씀 어(語), 말씀 담(談), 말씀 사(辭), 말씀 변(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글월 문(文), 호반 무(武),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말로나 글로써 자기의 의사를 발표하는 일을 언론(言論),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사람이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는 수단을 언어(言語), 말과 행동을 언행(言行),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언중(言衆),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언사(言辭), 말로 한 약속을 언약(言約),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변(言辯),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말로써 옥신각신 함을 언쟁(言爭), 상대자가 한 말을 뒤에 자기가 할 말의 증거로 삼음을 언질(言質), 말과 글을 언문(言文), 말 속에 뼈가 있다는 언중유골(言中有骨), 여러 말을 서로 주고 받음을 언거언래(言去言來), 서로 변론 하느라고 말이 옥신각신 함을 언삼어사(言三語四), 말하고 웃는 것이 태연하다는 언소자약(言笑自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