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소개
1999년 스타벅스 국내 1호점이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문을 연 지 20여 년이 지난 현재 서울은 OECD 국가 도시 중에서 가장 많은 스타벅스 매장을 가지고 있다. 오늘도 점심을 먹은 직장인들은 너나없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다시 일터로 향하고 퇴근 후에는 카페에서 친구와 밀린 수다를 떤다. 한국인은 주당 12.3잔의 커피를 마시며, 바리스타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어림잡아 50만 명 이상이다. 이쯤 되면 한국이 커피공화국이라는 데 부정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교육학자이면서 커피인문학자인 저자는 커피나무의 출현부터 최근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에 이르기까지의 커피의 세계사를 한국인의 시각에서 전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커피에 관한 왜곡된 역사와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일이었다.
👨🏫 저자 소개
이길상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한국학대학원을 거쳐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의 교육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20세기 한국 교육사이다. 최근에는 역사 교과서, 다문화 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2013년에 「1920년 전후 존 듀이의 동아시아 여행과 일본, 중국, 한국-수용과 배제의 양상」이라는 논문으로 한국교육사학회 학술상을 수상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20세기 한국 교육사』(2007),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2009), 『세계의 역사교육논쟁』(공역, 2015), 『글로벌시대의 다문화교육』(공저, 2018) 등이 있고, 최근 논문으로는 「An analysis of discussions on “Korea is the Second Ireland”: Focused on John Dewey」(2015), 「서구 교육이론의 한국적 수용 양상-해방 이후 진보주의 교육사상을 중심으로」(2017) 등이 있다. 10년 전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하며 커피 역사 공부에 빠져들었다. 최근 한국커피협회 학술지 《한국커피문화연구》의 편집위원을 맡았고, 이 학술지에 [우리나라 커피 역사의 기원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 목차
1부. 커피의 탄생과 전파
01 커피의 탄생, 그 진짜 이야기 24
공룡은 맛보지 못한 커피 ┃ 아라비아 펠릭스, 커피의 요람 ┃ 아프리카, 이슬람, 동양 문명의 합작품 커피 ┃ 이슬람이 커피를 탄압했다고? ┃ 커피, 드디어 경작 식물로 등극하다
02 커피,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50
유럽에 전해진 무서운 커피 이야기 ┃ 유럽에 커피를 전한 세 가지 루트 ┃ 유럽 최초로 커피를 마신 마녀사냥 재판관
03 커피하우스, 술에 취한 유럽을 깨우다 67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 옥스퍼드일까 런던일까 ┃ 자유로운 공간 커피하우스, 산업혁명의 인큐베이터 ┃ 평등한 공간 커피하우스, 여성 출입도 가능했을까 ┃ 도시마다 등장한 카페, 맥주와 싸우다 ┃ 음료가 아니라 무역품, 네덜란드인들의 독특한 커피 인식
04 유럽 지식인들, 전설을 만들고 왜곡하고 89
지적 호기심이 창조한 낙타 목동 전설 ┃ 이슬람 국가 예멘이 기독교 국가 에티오피아로 둔갑 ┃ 낙타는 사라지고 염소 목동의 이름이 붙여지고
05 생산은 검은 노예들이, 소비는 하얀 서구인들이 103
자바에 커피를 옮겨 심은 한국학자 비첸 ┃ 카리브해에서 탄생한 커피 티피카 ┃ 인도양에서 탄생한 커피 부르봉 ┃ 대서양 세인트헬레나에 심어진 커피 ┃ 축복의 땅 브라질에 옮겨진 커피 ┃ ‘검은 상품’ 노예의 눈물로 자란 커피 ┃ 커피는 눈물, 예멘 커피의 몰락
06 커피를 둘러싼 소동, 카페로 둘러싸인 도시 132
커피를 버리고 차를 택한 영국 ┃ 〈커피 칸타타〉의 나라 독일 ┃ 카페를 둘러싸고 지어진 도시 오스트리아 빈
2부. 커피와 전쟁
07 혁명과 함께한 커피, 커피와 함께한 영웅 146
커피는 애국, 차는 매국, 미국 독립운동과 커피 ┃ 바보들을 깨우는 커피, 프랑스혁명의 기폭제 ┃ 산업혁명을 도운 커피, 커피를 도운 산업혁명 ┃ 영국의 성공은 프랑스의 실패, 나폴레옹의 등장 ┃ 나폴레옹이 유행시킨 가짜 커피 ┃ 커피 한 스푼 마시고 떠난 세인트헬레나의 나폴레옹 ┃ 양철공 전성시대, 91세 주교가 이룬 커피혁명
08 전쟁이 만든 커피 유행, 커피가 만든 대통령 173
가짜뉴스가 촉발한 제1차 커피 붐, 브라질의 등장 ┃ 애국심이 탄생시킨 아이스커피 ┃ 커피가 만든 불쌍한 대통령 링컨 ┃ 남북전쟁의 승자는 커피 ┃ 커피가 만든 나쁜 대통령 매킨리 ┃ 공장 커피, 저급한 미국 커피 문화의 탄생 ┃ 파괴자 커피녹병, 자바와 실론 커피의 소멸
09 커피전쟁의 시대, 소비공룡 미국과 생산공룡 브라질의 싸움 202
높은 가격이 만든 제2차 커피 붐, 브라질과 미국의 상생 ┃ 석탄재와 벽돌가루 섞은 커피를 마시는 미국인 ┃ 커피와 커피를 섞다, 맥스웰하우스 탄생 ┃ 브라질의 길을 따르다, 중남미 커피의 등장 ┃ 고향 아프리카로 회귀한 커피나무
10 커피가 맞서 싸운 적들: 가격 폭락, 대용식품, 유해론, 찌꺼기 224
커피 가격 전쟁, 브라질을 지지한 미국인 커피 왕 ┃ 성욕 억제제와 싸운 커피 ┃ 커피유해론과 싸운 커피 ┃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에스프레소와 종이필터의 등장
11 커피 앞에 나타난 세계대전, 마피아, 대공황 241
커피 없이 군인이 될 수 없다, 제1차 세계대전과 커피 ┃ 어부지리로 탄생한 마일드 커피, 콜롬비아 커피의 등장 ┃ 금주법이 탄생시킨 마피아와 커피 브레이크 ┃ 커피를 무너뜨린 대공황, 대통령을 무너뜨린 커피
12 아메리카노와 인스턴트커피를 탄생시킨 제2차 세계대전 263
커피 같지 않은 커피 ‘아메리카노’의 탄생 ┃ 에스프레소 유행이 살린 로부스타종 커피 ┃ 커피 역사 속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흔적 ┃ 좋은 국가 이미지가 탄생시킨 네스카페
3부. 커피와 문화
13 커피 제1의 물결, 편의주의가 망친 커피의 품위 280
편의주의가 탄생시킨 인스턴트커피 전성시대 ┃ 커피나무, 아프리카 평화의 식물로 재탄생 ┃ 신속함의 매력, 커피자판기의 등장
14 커피 제2의 물결, 스페셜티 커피가 일으킨 파문 292
커피 상식에 도전, 스타벅스의 등장 ┃ 커피를 갈아 황금을, 스타벅스의 신화 ┃ 표준화 욕망에 대한 저항과 도전들
15 커피 제3의 물결, 음료에서 문화로 305
커피의 고향, 이슬람 세계의 커피 문화 ┃ 커피 정신의 고향,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 ┃ 카페 문화의 고향, 프랑스의 커피 문화 ┃ 커피 유산을 보존해온 나라, 쿠바의 커피 문화 ┃ 마지막 남은 차의 나라, 인도의 커피 문화 ┃ 커피보다 컵, 중국의 커피 문화 ┃ 깃사텐 향이 나는 나라, 일본의 커피 문화 ┃ ‘커피공화국’ 한국의 커피 문화
📖 책 속으로
오래전 미국 유학 시절 지도교수 연구실에서 유명한 역사학자 하워드 진(Howard Zinn) 교수를 스치듯 만난 적이 있다.
첫 문장
커피나무, 특히 아라비카종 커피나무의 기원지가 에티오피아이니 커피음료도 당연히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재료의 원산지가 해당 재료로 만드는 식음료의 발상지일 것이라는 주장은 상식과 일치하지 않는다.
--- p.28
‘커피’라는 음료는 특정 국가, 특정 사람, 혹은 어떤 특정 문명의 독자적 발명품이 아닌, 문명 간 교류의 산물이다.
--- p.33
커피 역사에 등장하는 이슬람 지도자들의 커피 탄압 이야기는 커피에 대한 동양인들의 비상식적이고 무자비한 태도와 서구인들의 이성적인 태도를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서양 역사가들의 비뚤어진 욕망이 그려낸 가짜뉴스의 전형이다.
--- p.43~44
15세기에 이슬람 세계에서 커피가 잠을 깨는 데 도움이 되는 음료로 등장했다면, 17세기 영국에서는 커피가 술을 깨는 데 도움이 되는 음료로 등장한 것이다.
--- p.64
왜 커피하우스 등장 초기에 여성의 출입이 금지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올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서구인들이 성취한 근대화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망 때문이다. 근대화 이전의 사회를 차별 사회로 규정하면 산업화 이후의 근대사회는 차별이 사라진, 역사적으로 진보한 사회로 해석하게 된다.
--- p.77
커피는 검은 노예들이 생산하고 하얀 서구인들이 소비하는 잔인한 물품으로 변해갔다. 인류 역사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이런 폭력적인 음료는 없었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 p.123
베토벤은 정확히 60개의 커피콩을 갈아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 것으로 유명하다. 로스팅한 커피콩 60개의 무게는 7g 정도 된다.
--- p.139
커피는 독립 정신의 상징이 되었고, 차 대신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애국적 의무로 여겨졌다. 우커스는 당시 미국인들의 심리 상태를 ‘차=영국=나쁨’, ‘커피=미국=좋음’으로 묘사하였다.
--- p.150
“커피는 많은 바보들이 일시적으로나마 현명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몽테스키외의 말을 믿기 시작한 바보들이 커피향을 따라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 깨어난 시민들이 마시는 음료는 커피였고 이들이 모이는 장소는 카페였다.
--- p.155
60만 명 이상이 사망한 남북전쟁이 지옥이었다면, 지옥에서 참전 군인들에게 작은 구원을 안겨준 것은 커피였다. 그런데 이 구원의 손길은 북군에만 미쳤다.
--- p.185
커피로 대통령이 된 링컨, 링컨이 촉발한 남북전쟁, 남북전쟁 참전과 커피 서빙으로 대통령이 된 매킨리, 매킨리의 자리를 이어받은 루스벨트, 루스벨트가 임명한 태프트 전쟁성 장관, 대통령이 된 태프트, 이들에 의해 조선은 망하고, 일본은 흥했다. 커피에서 시작된 이들이 굴린 역사의 수레바퀴에 조선은 치이고, 긁히고, 결국 넘어졌다.
--- p.192
커피를 잘 모르면서 비싼 커피를 최고 커피라고 추천한 칙의 마음은 미안함 반, 커피에 대한 호기심 반이었다. 그날 밤 칙은 자신이 배달하는 다양한 커피생두를 볶아서 맛보는 실험을 시작하였다. …… 칙의 블렌딩 커피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고, 호텔은 ‘맥스웰하우스’라는 이름을 칙이 개발한 원두의 브랜드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였다. ‘맥스웰하우스’ 커피가 탄생한 것이다.
--- p.210
결국 소수의 자본가를 위해 다수의 노동자가 희생해야 하는 시스템이 탄생하였다.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많은 중남미 커피농장에서 착취를 상징하는 제도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커피토큰’이다.
--- p.215
무솔리니가 커피 역사에 남긴 두 번째 업적은 ‘모카포트’의 발명이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가정용 에스프레소 도구인 모카포트는 무솔리니의 알루미늄 산업화 정책의 산물이다.
--- p.272
🖋 출판사 서평
커피의 탄생, 그 진짜 이야기를 전하다
이 책은 정통 커피역사서다. 아프리카에서 홍해를 건너와 아라비아반도 남쪽에 자생하던 커피나무의 열매, 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밤새워 기도한 수피교도들의 종교적 열망, 여기에 중국에서 전해진 차 만드는 문화가 결합하여 ‘커피’라는 음료가 극적으로 탄생한 과정이 세계사 속에서 펼쳐진다. 커피의 탄생과 성장, 재배, 산업화뿐만 아니라 커피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까지 다룬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오리엔탈리즘에 젖어 있는 서양인들의 고의적 실수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커피의 기원과 역사를 가장 심하게 왜곡시킨 사람은 『아라비안나이트』 작가로 유명한 프랑스인 앙투앙 갈랑이다. 그는 아랍어에 능하고 커피 문화가 널리 유행한 콘스탄티노플을 두루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커피의 기원과 발전」이라는 번역 논문을 발표했고, 유럽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논문은 의도적 사실 왜곡으로 가득했다. 갈랑은 커피의 기원을 예멘의 이슬람 수피교도들이 아닌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연결 지으려 애썼는데, 커피의 역사를 오염시킨 이 같은 갈랑의 주장에 대해 저자는 조목조목 비판해나간다.
커피가 일으킨 나비효과
이 책은 커피세계사다. 프랑스혁명, 미국독립전쟁과 남북전쟁, 나폴레옹전쟁, 산업혁명, 두 차례의 세계대전, 1930년대 대공황 등 역사의 굽이굽이 속에 커피가 함께한 역사, 커피가 변화시킨 역사가 서술된다.
우선, 미국 대통령 링컨과 커피 이야기. 링컨은 과묵했는데 아내 메리는 천성적으로 잔소리가 아주 심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잔소리가 통하지 않으면 장작, 빗자루, 책, 토마토를 날렸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커피를 앞에 놓고 메리의 잔소리가 시작됐고, 링컨은 묵묵부답이었다. 화가 난 메리는 결국 앞에 있는 커피를 링컨의 얼굴에 뿌렸다. 바로 집을 뛰쳐나온 링컨은 순회재판의 변호사가 되어 재판이 열리는 여러 도시를 순회했고, 이름이 널리 알려져 마침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이긴 결정적 요인으로 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 하루 열 잔을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배급받았던 북군과 커피 보급이 거의 끊겼던 남군 사이의 전력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당시 북군의 지도자 벤저민 장군은 병사들에게 커피 기운이 넘칠 때 공격 명령을 내렸으며 동료 장군에게 “자네 병사들이 아침에 커피를 마셨다면, 이 전투에서 이길 수 있네.”라고 했다는데, 그렇게 커피와 함께한 북군은 결국 승리하였다.
커피는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에게 만족을 주기도 했다. 노동의 피로를 술로 달래던 노동자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커피의 각성효과 덕분에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길어졌고, 술로 인한 산업재해는 줄어들면서 자본가의 이익도 증가했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함께 반기면서, 커피는 술을 밀어내고 순식간에 공장노동자의 음료가 되었다. 이처럼 커피는 산업혁명의 진행을 도왔고, 산업혁명은 커피 소비를 촉진하였다.
커피의 물결
이 책은 커피문화사다. 커피 역사 이야기로만 구성되지 않고 커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도 풍부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커피 문화의 역사는 세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커피 제1의 물결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스타벅스가 출현한 1980년대 말까지로, 이 시기 소비자들은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표준화된 커피를 싼 가격에 구입하여 마셨다. 미국의 경우 폴거스, 맥스웰하우스, 그린마운틴 커피 등이, 유럽에서는 네슬레와 같은 대형 커피 회사가 시장을 지배했다. 원두는 저렴한 브라질산으로 거의 통일되었으며,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오직 광고였다.
제2의 물결을 일으킨 것은 미국에서 등장한 ‘스타벅스’였다. 가능하면 품질이 우수한 커피생두를 구입하고, 공정 무역을 통해 매입한 생두를 일정량 사용하여 커피 생산 농가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을 실천하는 과감한 도전을 계기로 스타벅스의 명성은 세계로 퍼져나갔다. 커피 제2의 물결은 커피를 하나의 음료에서 향유하는 문화로 만들었다. 가정이나 직장이 아닌 제3의 장소, 즉 카페가 커피 문화를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로 각광받기 시작하였고, 이 새로운 문화의 개척자가 바로 스타벅스였다.
제3의 물결은 스타벅스가 몰고 온 커피의 표준화, 표준화된 커피 문화를 넘어서겠다는 새로운 도전으로 시작되었다. 제3의 물결을 상징하는 유일한 특징은 커피에는 “표준화된 규칙은 없다(no rules)”는 정신이다. 커피 생산자, 커피 소비자, 바리스타, 커피 만드는 방식, 커피를 즐기는 장소 각각의 다양성 등이 인정되는 문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최고급 수준의 커피가 바로 제3의 물결 커피다.
커피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도 제3의 물결은 일고 있다. 핫플레이스마다 스타벅스 매장이 자리하고 있는 한편, 골목골목에는 직접 생두를 구입하여 로스팅하고, 커피를 만드는 로스터리 카페가 자리 잡은 곳이 오늘의 한국이다. 이 같은 로스터리 카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모두가 즐기는 친숙한 문화가 되었다.
변신의 귀재 커피
비엔나커피의 원래 명칭은 ‘카페 아인슈페너(Einspanner)’다. 하나라는 뜻의 ‘ein’과 말고삐라는 뜻의 ‘spanner’가 더해진 단어로 한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뜻한다. 과거 오스트리아 빈의 마부들이 추운 겨울 마차 위에 앉아서 마시던 음료로, 뜨거운 커피 위에 설탕을 넣고 생크림을 듬뿍 올려서 만든다. 충분한 당분이 마부의 피로를 달래고 크림을 얹어서 커피가 넘치지 않기에 마부가 마차 위에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고마운 커피였다. 빈(비엔나)에서 유래하고 유행한 커피였기에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 소개되며 ‘비엔나커피’라는 별칭을 얻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이 본격화되면서 커피 가격이 불안해졌고 미국 정부는 커피 배급제를 실시하게 된다. 커피가 부족해지자 미국인들은 커피에 많은 양의 물을 섞어서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 커피맛에 익숙해진 미국인들은 전쟁 이후에도 계속 그렇게 마셨다. 이 묽은 커피가 바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원픽(one pick) 커피인 ‘아메리카노’다.
한편, 무려 7년간의 개발 노력 끝에 네슬레 연구팀은 ‘네스카페(Nescafe)’라는 분말형 커피를 만들어냈다. 물에 잘 녹는 이 커피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국 군인들에게 보급되었고, 전쟁 종료 후에도 세계인들은 네스카페의 편리함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저자는 커피 인문학자답게 커피에 관한 왜곡된 역사와 가짜뉴스를 꼼꼼하게 바로잡으면서 커피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읽기에 적당히 쓰면서도 달달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