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사용법 /김 영
아지랑이 사이로
사람이 웅크리고 있다
어른거리는 그쯤이 알맞다는 듯이
숨어서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있다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일을
숨기기엔 아지랑이 속이 제격이다
가릴 것도, 숨을 곳도 없는 초원에서
아른거리는 그쯤
그쯤만큼 숨기 좋은 곳, 숨기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분명하던 얼굴도 그쯤으로 가면
흐릿해지고 다만 형체만 남는다.
피안같은 저쯤
어떤 일들도 분명하지 않아서
갸웃거리게 되는 이쪽과 저쪽의 어느 한 지점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그곳에서 왔다고 하고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면 그 역시
저쪽으로 간다는 말을 아지랑이처럼
가만히 되새기는 일생
아지랑이 사이에 웅크리고 있던 사람이
자신의 옷매무새를 고치며 이쪽으로 올 때
천천히 닫히는 아지랑이의 문
초원에서는 사람들 모두
아지랑이 하나쯤은 갖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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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사용법 /김 영
김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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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23 21:0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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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영 시인은 제가 신춘문예 당선될 때 심사하신 분입니다.
시집에 몽골 여행 관련 연작 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시도 그 중 한 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하시고 '예민한 봉다리' 쓰신 분 아닌가요.
초원에서는아지랑이 하나 쯤 갖고 다닌다!
좋은 작품 주셨네요. 신자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