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예보는 아침부터 갠다고 했지만 9시가 되어서도 비는 계속 뿌려대고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다시 보니 12시까지는 약한 비가 계속될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두산의 긴급 제안으로 코스를 이말산 - 하나고등학교 - 북한산 둘레길로 변경하였습니다. 산성입구, 불광동 방향은 진관사 입구에서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비가 오니 그 많던 노점상도 철수하여 김밥을 살 곳이 없습니다. 편의점 C U에 가서 막걸리 네 병과 안주 겸 식사대용으로 닭 8마리를 구입, 배낭에 넣었습니다.
높이야 200미터(?)도 채 안 되는 산이지만 계단을 오르며 시작되는 첫 구간이 600여미터나 되니 이곳도 만만치 않습니다. 바람 한 점 없이 비는 하염없이 내리니 온 몸이 땀으로 젖어 듭니다. 배드민턴장이 내려다보이는 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옷차림을 재정비합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제가 설명합니다. 은평 뉴타운은 이말산을 가운데 두고 건설된 곳인데 이곳 주민 모두가 이말산을 오르내리고 산책을 하는 곳이며 사시사철 나름대로 재미있고 멋있으며 북한산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움을 주는 곳이라고 덧붙입니다.
구파발역을 떠난 지 40여분, 10시가 조금 넘어 하나고등학교를 지나 진관사 입구 둘레길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어느 쪽 길이 더 아름다운 가, 산성입구와 불광동, 연신내 어느 곳에 더 많은 먹거리가 있느냐 설왕설래 후 먹거리보다는 걷는 중 볼거리가 많다는 산성입구 쪽으로 결정합니다. 삼천사 입구로 향하자 개울의 물이 엄청 불어 쿵쾅거리며 흐르는 물소리가 멀리서도 들립니다. 맑은 물에 낙엽과 쓰레기들이 함께 내려오는 것만 빼면 가슴 속까지 시원한 느낌을 전해 줍니다.
마을길을 지나 백화사 쪽으로 향해 갑니다. 이곳 여기소 마을에는 꽤 오래전에 와 본 것 같습니다. 주변 풍경이 확 달라졌습니다. 시멘트 블록으로 지어진 낮은 집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별장이나 팬션 형태로 된 2,3층의 집들이 좌우로 들어찼습니다. 땅값이 오르고 서울과 다름없는 교통편과 편의시설 덕분에 전원생활과 도회생활을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이 차지한 것 같습니다.
백화사에 들러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전에 보지 못한 무량수전이라는 본전 법당이 보입니다. 최근에 지어진 듯 단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대웅전이 아니라 무량수전이네!” “누구를 모신 법당이지요?” 하며 야산이 묻는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곳이 대웅전이고 석가모니 진신 사리를 모신 곳은 적멸보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생각나는데 다른 것은 전혀 깜깜합니다. “생각이 안 나는데요.” 라고 대답하며 무량수전 쪽으로 가며 혹시 알만 것이 있나 살펴봅니다. 법당에서는 비구니 스님께서 예불을 올리고 있으며 모셔진 부처님을 아무리 쳐다보아도 어느 보살님인지 알 수 없고 예불 올리는 스님께 여쭤볼 수도 없어 되돌아 나오면서 보니 삼성각 앞 바위에 마애삼존불이 새겨져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며 오늘의 북사모 산행이 안전하게 끝나고 우리 가족 그리고 북사모 산님들 모두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서원합니다. 돌아와 책을 보니 무량수전은 아미타불을 모시는 전각으로 흔히 극락전, 극락보전, 무량전, 보광명전, (아)미타전이라고도 불린다 합니다.
백화사를 나와 내시묘역길로 들어섭니다. 비는 이미 그쳤고 좌우에 들러선 나무들로 하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12시가 가까워 오자 막걸리와 준비해 온 안주와 밥들을 처리할 것이 걱정입니다. 가는 길에 정자라도 있으면 먹고 가자고 합니다. 집에서 싸온 음식들을 그대로 가져갔다가는 집에서 눈치를 보일 것이고 다음 산행부터는 도시락이 없는 불행한 사태도 예견될 수 있어 무조건 비우고 가야만 합니다. 의상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에 다다르자 두산이 “이곳에서 한 10분만 올라가 보면 어떨까요?”하고 제안하자 먼산이 “조금 올라가면 정자가 있어요. 거기까지 올라가보죠”라고 말합니다. ‘정자! 그런 것 본 기억은 없는데’라고 생각했지만 먼산이 너무너무 자신 있게 말하니 믿을 수밖에, 모두가 방향을 틀어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10여분 올라도 정자는 보일낌새도 없고 점심을 먹을 마땅한 장소도 보이지 않자 먼산이 커다란 바위에 자리를 잡자고하나 너무 가파른지라 모두가 조금 더 올라가 보자고 합니다. 과연 우리 일행이 둘러 앉아 쉬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있습니다. 두드리면 열리듯 찾으면 찾아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대표 브랜드 서울 장수막걸리와 오산이 인천 문학에서 주조되었다고 가져온 메밀 막걸리를 돌려가며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2017년 이후로는 부동산 경기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시작으로 먼산이 판교로 가서 나름대로 한 몫 챙길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규모를 줄여 노후를 대비하려고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두산의 부동산 임대사업도 지금까지 막힘없이 순조롭게 유지되어 왔는데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일어나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 두산은 차를 바꾸고자 외제차와 국산 신차의 가격을 비교해 보니 외제차가 보다 실용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며 현산은 우리 나이에는 월 500키로 정도나 뛰니 신차나 기능이 다양한 좋은 차보다는 튼튼하고 고장 없는 차가 좋다는 의견입니다. 이런저런 얘기의 마지막은 내시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가였는데 뚜렷한 결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즉석에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거세 방법, 오줌 누는 방법, 어려서 하는가, 어른이 되어서 하는 가 등 기타 여러 의견들을 내놓았으나 제대로 된 결론을 얻지 못합니다. 오늘의 산행 코스가 내시묘역길이기에 자연스럽게 화제에 오른 것입니다.
그럭저럭 1시가 다되어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는데 여산 대장이 제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현산께 전화를 했습니다. 발을 묶고 집에서 쉬자니 답답하고 오늘의 산행도 궁금해서 했다고 합니다. 출발 즈음에 두산 경호대장이 다 보고했을 텐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궁금했나 봅니다. 대장님의 관심과 격려 고맙습니다. 산성입구로 가는 길에 부용화를 보자 중국사람들은 꽃이 크고 화려한 꽃 즉 부용화, 목단 등을 좋아한 것 같다고 먼산이 설명합니다. 그러자 주인 할아버지가 나와 상사화를 가리키며 일명 자운영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먼산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운영은 봄에 심었다가 논을 갈아엎을 때 함께 갈아 비료로 쓰는 풀인데 하며 믿지 못한다는 표정입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산성입구에 도착하자 또 한 번 더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조금 더 걸어 효자리까지 가자고 제안하자 이 정도에서 끝내자고 하는 의견이 더 많습니다. 먹을 것 또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시원한 냉면이 좋다느니 초계탕을 먹자 느니 간략하게 생맥주 한 잔하고 헤어지자 느니 이열치열이라는데 두부 김치찌개를 먹고 땀을 흘리자는 등 합의에 이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총무가 최종 결론을 내어 냉면으로 결정합니다. 과거에도 몇 번 간적이 있는 음식점 거리에 있는 가야 밀 냉면 집으로 향합니다. 막걸리와 소주, 전병, 감자전을 시키고 음식은 각자 취향에 맟추어 밀면, 비빔면, 콩밀면, 해물 칼국수 시켜 놓고 과거 대한항공 시절부터 오늘의 산행에 이르기까지 두서없는 얘기를 나누며 오늘의 산행을 마감했습니다.
오늘의 뒤풀이 비용(8만원 약간 넘음)은 두산께서 백두산 탐사 기념 턱으로 후원하셨습니다. 참석자들이 더 많을 때 후원하기를 희망하였으나 늦추면 유효기간이 지날 우려가 있어 말이 나온 김에 해치우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두산님 고맙습니다.
참석자(7명): 두산, 먼산, 야산, 오산, 원산, 현산, 금산
비용: 수입- 70,000원 지출- 13,200원(막걸리와 닭 8마리) 잔액- 56,800원
첫댓글 북사모 카페 애용해 주시니 반가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