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밑 글에 메리여왕에 대해 잡설을 하면서...
살짝 '제인'이라고만 써놨는데...이 여자의 기구한 팔자에 대해서 좀 더 써볼랍니다...
(참고로 헨리8세 때에는 기구한 팔자의 여인들이 많습니다-_- 이 글에도 찬조출연하실겁니다...)
일단 이분의 가계는 튜더왕조를 연 랭카스터의 헨리7세의 딸의 딸의 딸(헥헥;;)입니다...
이런 가계로 어떻게 여왕이 됩니까? 라고 물으신다면...
이제 그 과정을 밟아나가겠습니다...
대체로 이 여성분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수줍고 조용하고 침착하고 '예쁜' 공주였다...가 대략입니다...
별로 스스로 권력 욕이 있다거나 난 왕이 될테야~~이런 여성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분이 어이해 왕이 됐는가...
극성스런 친부모와 시부모가 문제였던 것이죠...
제인 그레이의 부모는 되도 않게 자기 딸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출세를 해보려고 맘을 먹었습니다...
사실 이 부모가 맨 처음 노렸던 사윗감은 헨리8세의 아들 에드워드였죠(훗날 에드워드6세)
그러나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 에드워드가 워낙이나 몸이 약하고 골골대서 노선을 선회합니다...
당시 떵떵거리고 살던 어떤 공작가에 시집을 보냅니다...
거기서 역시 잘먹고 잘삽니다...
근데 이공작가는 기본적으로 신교였고...헨리8세의 비호하에 세력을 떨치던 공작가죠...
근데 헨리8세는 사망했고...그 뒤를 이은 에드워드6세는 오늘내일하며 골골골...
에드워드가 자식을 가질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하고...
그럼 왕위는 맏딸인 메리1세...속칭 블러디 메리에게 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 메리는 독실한 구교...
자신의 권력기반을 잃을까 두려웠던 공작가는
며느리의 혈통을 담보삼아 도박을 합니다...물론 여기 극성사돈도 한 몫하시구요...
에드워드에게 가서 뒤를 메리가 이으면 구교가 들고 일어나 신교들은 도륙당할 것이라고...
다음 왕은 무조건 신교가 되어야 한다고 병상에 누운 왕에게 하소연 합니다...
근데 그렇다고 엘리자베스(1세)를 밀 수는 없는 것이...
기본적으로 엘리자베스를 밀면 메리의 왕위계승을 부정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지거든요...
엘리자베스가 왕위에 서야 한다면 메리가 왕이 되는게 맞죠...
그래서 독실한 신교인 제인 그레이를 내세운거죠...
결과적으로 에드워드는 병상에서 골골대면서도 그 제안을 받아들여 서약을 합니다...
그리고 에드워드 사후 제인 그레이가 왕위에 오릅니다...
자 여기서 또 팔자 서러운 여인 메리의 얘기를 하고 가야 합니다...
제인그레이의 친정과 시댁은 권력이지만 메리에게는 목숨이 걸린 문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가씨는 결코 모질지도 행동력이 좋은 여자도 아니었다는 겁니다...
나중의 뒷처리에서도 느껴지지만 이 아가씨는 블러디 메리라는 별칭과는 달리
심약하고 소심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지요...기본적으로 이아가씨는 왕위 계승과는 별 관계없이 컸고...
(있었긴 했지만 어머니와 함께 지위를 박탈당했죠...게다가 에드워드 탄생이후엔 가능성 제로...)
왕위는 커녕 홀대와 무관심에서 자란 사람이니까요...
즉 이 아가씨는 에드워드가 그토록 골골댐에도 불구하고
'어디 왕만 죽어봐라 두고보자'라며 세력을 키워두지 않았습니다...
죽고난 다음에 제인그레이가 왕이 되자 그제서야 목숨에 위협을 느끼고 있던 세력 닥닥 모아서
런던으로 쳐들어간거죠...
사실 제인 그레이는 충분히 메리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아가씨도 그닥 영국왕위에 관심이 없었다는 겁니다...
자신은 여왕의 업무를 해 낼 사람이 아니라며 극구 사양하지만
극성 부모들에 의해서 오른 사람이니까요...
게다가 당시 런던 시민들은 메리의 어머니인 캐서린(카트리나)을 좋아하고 동정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녀가 죽음으로 해서 그 동정심은 메리가 물려받았죠...
잠시 캐서린 이야기를 하고 지나가면...이 분은 팔자 기구의 챔피언을 뽑으라면 둘째라면 서러운 분입니다...
이 아가씨는 그 유명한 페르디난드-이사벨라의 아라곤-카스티야 연합왕국의 공주입니다...
사실 당시 어디에 내놔도 최고의 인기를 끌 수 있는 여자였죠...
당시 귀족여자들의 결혼은 집안이 얼마나 지참금을 낼 수 있느냐...아니면 혈통이 좋으냐...로 결정되었습니다...
남자 쪽 가문보다 지체낮은 가문과 성혼이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반대의 경우는 남자 쪽에서 지참금을 덜 받았습니다...
즉 여성은 혈통 또는 돈으로 매매되는 상품의 일종이었습니다...
그런 측에서 지참금이나 혈통에서나 빠질게 없는 케서린은 결혼시장에서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었죠...
이에 영국왕 헨리7세는 불구대천원수 프랑스를 압박할 심사로 신흥에스파니아에 결혼동맹을 요청합니다...
이에 스페인은 장미전쟁 이 후 언제 찬탈이 날지 모르는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헨리7세의 요구에 주저합니다...
이에 헨리7세는 가둬두었던 정당한 왕위계승후보들을 다 숙청한 뒤 며느리를 받습니다...
근데 캐서린의 지참금 10만크라운 중 1차분만 납부된 가운데...
영국의 차기 왕위계승자인 캐서린의 남편 웨일즈공(Prince of Wales) 아서가 죽어버립니다...
게다가 헨리7세의 아내마저 죽어버리죠...
이에 양국은 입장이 묘해집니다..
영국입장에서는 캐서린을 돌려보내자니 같이 돌려보내야할 지참금 1차분이 아깝고...
스페인은 앞으로 더 지불해야 할 나머지 분량의 지참금이 아깝고...
따라서 영국은 어떻게든 지참금을 받아내야 겠으니 다른 왕자와라도 결혼을 시키겠다고 요청했고...
(심지어 헨리7세가 며느리와 결혼하겠다고 청혼하기까지 합니다-_-)
스페인은 1차 지급분을 돌려보낼 거 아니면 캐서린보고 영국에 뼈를 묻으라고 하죠-_-
이 와중에 중간에 끼인 캐서린은 말할 수 없이 곤욕을 치룹니다...
헨리7세는 딱 먹고 살 정도의 비용만 매달 주었고...
스페인은 출가외인이니 영국에서 알아서 할 문제니까 난 모르오...하고 지원을 끊었습니다...
이에 캐서린은 전당포에도 들락날락하고 빛도 지고 하면서 거의 연명합니다...
명색이 일국의 공주인데...결국 참다참다 헨리7세에게 하소연을 하다가 울기까지 합니다...치욕과 수모죠...
(당시 공주들은 여성이라도 지체가 높으니까 사람들 앞에서 절대로 울지 말고 구걸하지 말라고 '철저하게' 교육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자존심이 너덜너덜해진 이 여인의 불운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어머니이자 카스티야의 정당한 계승자인 이사벨라가 죽어버린거죠...
이는 즉 맏딸인(차녀지만 장녀가 일찍 죽음) 후아나가 카스티야를 계승한다는 것이고...
페르디난드가 아라곤-카스티야 연합왕국의 왕에서 좁은 아라곤의 왕으로 격하되었다는 것이죠...
즉 캐서린의 가치는 통일 스페인과의 연합매체에서 궁벽한 아라곤과의 연합매체로 가치가 뚝 떨어진거죠...
어찌됐건 후아나의 남편이자 오스트리아-독일-저지대의 차기 황제인 펠리페(또는 필립) 합스부르크가 요절해주시고
이에 '미친' 후아나 덕에 페르디난드는 다시 카스티야 왕위도 차지하고...결과적으로 캐서린은 헨리8세의 왕비가 되죠...
처음에는 알려진 것처럼 이들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둘 다 열렬히 사랑하는 커플이었죠....
이를 알 수 있는 사료들은 많이 있습니다...단 초창기만요...
그러나 캐서린이 아들을 낳지 못하고...야심찬 앤볼레인이 등장하면서 캐서린은 왕비자리에서 쫓겨납니다...
그녀의 인생에 행복이란 어울리지 않았던 걸까요-_-
그녀는 죽을 때까지 이혼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이혼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이런 그녀의 처지는 런던시민의 동정을 받았고...
또한 당시 앤볼레인이 '마녀' 취급을 받으며 미움을 받은 것도 영향이 있겠죠...
어쨌건 다시 제인 그레이 이야기로 돌아오죠...
그런 배경으로 메리는 시민들의 지지로 런던에 입성합니다...
아마도 그녀의 인생 중 유일한 승리가 아닐까 싶네요....
시민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그녀는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
어쨌건 입성한 메리는 제인 그레이를 런던탑에 가두고 죽이지 않습니다...
애당초 그녀가 왕위를 위협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에 살려주는 것은 물론이고...자유롭게 풀어주기까지 한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평생 도움이 안되는 제인 그레이의 친가 쪽이 반란을 일으키십니다
(이미 시댁은 날라갔구요)
이에 메리1세는 어쩔 수 없이 제인 그레이를 죽이고 맙니다...
그래서 별명이 9일 여왕이죠...9일동안 여왕이었다구요...
친가와 시댁의 욕심에 희생된 불쌍한 중세여인 중 한 명이죠...
근데 뭐 상대한 여인도 만만찮게 불우한 여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죠....
첫댓글 불우한 여인들이로군요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정보군요
막장을 달리시던 영쿡왕실이이그군용....-_-;;;
... 친가만 아니였으면 행복하게 살 여자였군요... 친가땜에 불우하게살았군요..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