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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 주 전인 2월 25일 나는 평생 처음으로 사경을 헤매다 돌아왔습니다.
흔히 죽을뻔 했다는 농담 같은 이 말이 나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한 날이었지요.
그러까 2월 25일 오전 11시경이었습니다. 집에서 수족관 물도 갈아주고 청소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심장쪽 가슴에 통증이 오는 겁니다.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오던 통증이 채 5 분이 지나기도 전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고 나는 신음을 토하며 119 구급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대충 옷을 갈아입고 주차장 앞으로 몸을 끌며 나가 119 차를 기다렸는데 10여분에도 못 미칠
그 짧은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어떻게 병원까지 갔는지 기억이 희미합니다만 구급대원의 질문에 대답은 한 것 같고 외출중인 아내에게
연락이 닿았음을 확인하며 승용차로 20여분이 소요되는 종합병원 응급실에 들어가면서 바로 치료가 시작되었는데
병명은 심근경색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심근경색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에 막혀
심장에 피가 공급되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이라 환자의 1/3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을 거둔다는 무서운
병이라는데 하필 그 병이 내게 찾아온 것입니다.
무슨 치료를 어떻게 받았는지는 나중에 알았지만 심근경색 치료는 수술이 아닌 시술로 한다는데 기록에 의하면
손목이나 사타구니에 있는 대동맥을 통하여 혈전(피떡)을 제거하고 스탠트 라는 금속 그물망을 혈관에 삽입하여
피를 통하게 만드는 시술이라는데요, 나는 후자를 통하여 그 시술을 받았고 다행이 경과가 좋아 시술 후
십여 시간 후에 일반병실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3박 4일 후에 퇴원을 하였고 지금은 병원 치료약을
먹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는데 활동에 큰 지장이 없는 상태라 가벼운 걷기와 산책으로 체력을 기르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평생 처음 겪는 병상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내를 비롯한 가족의 소중함과
지인들의 진심어린 배려가 눈물 나게 고마웠고 비록 이해관계라고는 하지만 나를 살려 준 안산 D병원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 심지어는 매 끼니마다 밥을 날라다 준 주방 여사님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유치할 정도의 자만심에 대해 부끄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나는 고혈압 외에 지병이라고
할 수 있는 질환이 없었습니다. 다만 근래에 신호가 온 허리 통증으로 정형외과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그 병이 생명을
앗아갈 그런 병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는데 뜻밖에 큰 복병을 만나 자칫 내 이름 앞에 고( 故) 자가 붙을 뻔했습니다.
금년 나이 82 세, 만으로 따져 80 세라고는 하지만 오래 살았다는 것 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어쩌면 죽을 고비에서
돌아온, 다시 태어난 목숨이라는 생각에 남은 시간을 더 소중하게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까이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약간은 들뜬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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