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칼럼들 [스서마니아월드]쿠어스필드 딜레마-해외야구칼럼

[우우]

쿠어스 필드 딜레마

내셔널리그의 16개 구단 중 프랜차이즈 역사상 83승 이상을 단 1번도 거두지 못한 팀이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있는 콜로라도 로키스가 바로 그 팀이다.

콜로라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투수들의 무덤' 이라 불리는 '쿠어스 필드'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쿠어스 필드' 때문에 콜로라도는 여태껏 단 한 번도 83승 이상을 거두지 못했으며, 올해도 팀 승률 4할 2푼대(69승 81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덴버 시에 위치하고 있는 쿠어스 필드는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가운데 가장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해수면보다 무려 5280 피트(약 1609 미터)나 높은 위치에 있는 쿠어스 필드는 그 어떤 구장보다 타자들에게 유리하고, 그와 동시에 투수들에게는 그 어떤 구장보다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덴버대학교 물리학과 학장인 토마스 스티븐은 "쿠어스 필드에서도 다른 구장과 마찬가지로 투수들이 변화구를 구사할 때 공의 변화는 생깁니다. 다만 그 변화가 생기기 전에 타자들의 방망이에 먼저 걸리는 것이죠." 라며 쿠어스 필드에서 투수가 불리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토마스 스티븐은 쿠어스 필드가 공기가 부족해서 타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일반적인 논리에 대해 "공기가 부족하다기보다는 비교적 적다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네요. 쿠어스 필드의 공기밀도는 해수면의 83 % 정도 밖에 안됩니다. 이 때문에 산소와 질소 등이 다른 구장들보다 부족하고, 타구가 공기의 저항을 덜 받게 되죠. 방망이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이론적으로 다른 구장에 비해 8 - 10 % 가량 더 멀리 나갑니다." 라고 말한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이유로 쿠어스 필드는 공격친화적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이고, 그 떄문인지 1995년 개장 이후 99년까지 '5년 연속' 내셔널리그 관중동원 1위를 마크하는 등 흥행면에 있어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마땅한 하계 스포츠가 없는 덴버 시의 특성과 매경기마다 홈런과 득점이 난무하는 공격적인 야구가 팬들에게 어필을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2000년 쿠어스 필드는 개장 이후 최초로 관중동원 1위를 차지하지 못했으며, 2001년엔 개장 이후 최초로 평균 관중 4만명(3만 9097명)을 넘기지 못했다. 아울러 올시즌에는 개장 이후 최초로 총 관중 300만명(현재까지 올시즌 총 관중 수는 256만 7262명)을 넘기지 못할 페이스이며, 평균 관중은 2001년보다 5천명 가량 낮아진 3만 4230명을 기록 중이다.

이는 더 이상 쿠어스 필드가 이팀 저팀 가리지 않는 공격적 야구만으로는 팬들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는 것을 뜻하며, 이제는 홈팬들이 '콜로라도가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어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현재의 쿠어스 필드를 계속 홈으로 사용한다면, 이기는 팀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마이크 햄튼과 데니 니글은 쿠어스 필드로 와서 3류 투수로 전락해버렸지만, 제이 페이튼은 콜로라도로 트레이드 된 이후 .372 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토마스 스티븐은 쿠어스 필드가 다른 구장과 비슷한 조건을 갖추려면 이 구장에서만 특별한 공(공의 둘레가 큰)을 사용하거나, 구장내의 기압을 해수면과 일정하게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자의 의견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얘기며, 후자의 경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재의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쓴다면, 콜로라도가 겪고 있는 딜레마는 매년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래 통계는 바로 이런 사실들을 입증해주는 자료이다.

* 콜로라도의 올시즌 투타 내셔널리그 순위

홈경기 득점 1위 (448득점)
홈경기 타율 1위 (타율 .309)
홈경기 OPS 1위 (OPS .867)
원정경기 득점 최하위 (253득점)
원정경기 타율 최하위 (타율 .232)
원정경기 OPS 최하위 (OPS .643)
홈경기 방어율 최하위 (방어율 5.31)
홈경기 실점 최하위 (441실점)
원정경기 방어율 공동 12위 (방어율 4.74)
원정경기 실점 공동 12위 (364실점)

시애틀 매리너스는 세이프코 필드를 개장한 이후 켄 그리피 주니어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잃었지만 대신 메이저리그 한시즌 최다승 타이인 116승이라는 선물을 얻었다는 점을 콜로라도 구단은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