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세계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인간 복제가 반기독교 집단인
라엘리안이 운영하는 클로나이드사에 의해 현재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라엘리안 운동의 창시자 클로드 라엘(56)은 28일 오후 서울
신라 호텔에서 방한 기자 회견을 갖고 "앞으로 이르면 6개월
후 세계 최초의 복제 인간이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라엘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실험실은 폐쇄됐지만
현재 제3국에서 비밀리에 인간 복제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미국 클로나이드에서 실험 중인 복제 인간이 6개월에서
24개월 내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미 복제를 위해 핵을 제거한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를
이식한 뒤 대리모에 임신시켰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라엘은 착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했으며 복제가 진행 중인 제3국이 한국이냐는
질문엔 "그 작업은 클로나이드사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상렬 클로나이드
한국 지사장은 "미국 클로나이드 본사에서 인간 복제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체세포 복제를
통한 인간 복제가 진행되는 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라엘은 또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는 자연적인 과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모순덩어리"라며 라엘리안 운동은 종교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기자
회견장에는 국내 최초로 복제 인간 대리모를 신청한 김모씨(33)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화가 겸 모델이라고 밝힌 김씨는
"라엘씨의 인간 복제 주장에 공감, 대리모에 지원하게 됐다"면서
"미국 클로나이드에서 대리모를 원할 경우 언제든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라엘리안에 의해 인간 복제가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처음 보도되자(국민일보 8월 28일자)
시민 단체와 종교계는 일제히 우려를 표시하고 인간 복제를 금지하는
생명 윤리 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참여 연대 시민 과학 센터(소장 김환석)는 성명을 발표, "국내에서
인간 복제가 시도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인 인간 복제를 추진하는 라엘리안에 대해 반대한다"며
인간 복제를 미화하는 모든 선전 행위의 즉각 중단을 라엘리안측에
요구했다.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박영률 총무는 "라엘은 검증되지
않는 주장을 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인간 복제를 함부로
주장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기독교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라엘리안에 대해 교계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 안전 윤리 연대 모임 박병상 사무국장은 "현재로서는
무분별하게 인간 복제가 시도된다고 해도 법이 없어 막을 방법이
없다"며 생명 윤리 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말했다.
라엘은 지난 27일 오후 인천 국제 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다음 달 4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강연회 등을 가질 계획이다.
라엘리안…'복제로 영생' 빗나간 믿음
지난 11일 일본 후쿠시마현 이나와시로 관광 호텔. 도쿄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이 호텔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들은 외계인을 신봉하면서 인간
복제를 주장하는 라엘리안들이었다. 이 호텔에서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라엘리안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개최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일본과 미국, 프랑스 등 전세계 1000여명의 회원들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한국에서도 100명의 라엘리안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인
라엘리안은 30대 전후의 젊은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소년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한 부류가
일본으로 건너왔다. 복제를 해서라도 아이를 갖겠다며
라엘리안이 된 불임부부가 많았다. 또한 미국 공과대학
유학생부터 정치인 출신 인사, 벤처기업가, 과학자 등 우리 사회의
주류에 속하는 인물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인간 복제.
세미나에선 라엘이 연내 탄생할 것이라고 밝힌 최초의 복제
인간에 대한 기대감과 복제 기술에 대한 의견이 교환됐다. 이상은
이 세미나에 참석했던 라엘리안으로부터 전해들은 당시의 상황을
소개한 것이다.
◇ 금지된 장난 = 라엘리안들은 인간 복제를 통해
인류가 영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라엘리안 운동의 창시자인
프랑스인 클로드 라엘은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타고
온 '엘로힘(Elohim)'이란 이름의 우주인을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엘로힘이 이미 한 개인의 개성이나 기억, 경험까지
모두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춰 복제를 통해 영원한 삶을 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인간도 같은 방식으로 '영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인간 복제에 적극적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라엘은 인간 복제가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라엘이
인간 복제를 위해 설립한 클로나이드사는 3년 전 한국인 8쌍을
포함, 전세계 200쌍의 부부로부터 인간 복제 신청을 받았으며
이미 인간 복제에 참여할 대리모 50명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엘은 "인간 복제를 위한 레이스가 이미 시작됐다"고
올해 출간된 그의 책 'Yes 인간 복제'에서 주장했다. 라엘은
"올해 성탄절을 전후해 최초의 복제 인간이 태어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며 라엘리안들은 모두 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의 라엘리안 A씨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복제되길 원한다"며 "시험 복제가 성공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라엘리안들이 대거 복제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4년 라엘리안에서 탈퇴한 B씨는 "대덕 연구 단지에서
소 복제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진 중에도 라엘리안이 있다"며
"인간 복제를 연구하는 과학자 중 상당수가 라엘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제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고 라엘리안들은
주장하며 지금도 인간 복제 실험이라는 위험한 장난을 진행하고
있다"며 "UFO에 대한 관심 때문에 가입했으나 점차
종교 집단화하는 분위기가 싫어서 탈퇴했다"고 털어놨다.
◇ 한국의 라엘리안들 = 라엘리안 운동 한국 본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1500여명의 라엘리안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외계인의 메시지'라는 라엘의 책을 읽고 호기심에서
참여했다가 열성 라엘리안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엘리안 B씨는 "단순히 UFO에 대한 관심이나 라엘이
주장하는 '결혼의 속박을 벗어난 자유 연애'에 호기심을 갖고
찾아온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에는 라엘리안들이 'UFO연구회' 등의 이름으로
동호회를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하이텔의
경우 30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정식 라엘리안회원
중에는 모 전직 국회의원, MIT공대 유학생 A씨,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 K씨 등 사회 지도층이나 전문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이
다수 있으며 UFO에 대한 호기심으로 참여한 중고생들과 인간
복제를 원하는 불임 부부나 과학자 등도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라엘리안이 되기 위해선 연 5000원의 회비를 내야하며
소득의 3%는 라엘리안 운동을 위해 바치고 국제 라엘리안 운동을
위해서는 소득의 7%를 내도록 하고 있다.
라엘리안들은 서로에게 별도의 이름을 붙여 부른다. 한국
라엘리안의 최고 위치에 있는 라엘리안 운동 한국 본부 전 회장인
최상렬씨는 '루비'라고 불린다. 라엘리안 사이에는 가담
정도에 따라 급을 나눈다. 10여개의 급 중 최상급은 '가이드'라고
불리는 라엘리안 사제. 현재 한국에는 20여명의 가이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황당 무계한 주장 = 라엘리안은 기독교가 성경을
엉터리로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라엘에 따르면 성경이야말로
자신이 만난 외계인들이 남긴 기록이라는 것. 이들은 엘로힘이라는
외계인들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창조했다고 말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지었다'는 성경 기록을 외계인이 복제를
통해 인간을 제작했다고 해석한다. 예수의 부활도 이들은
복제로 설명한다. 자신들의 논리를 입증하기 위해 성경의
권위를 이용하고 있지만 성경 고증학의 기초만 알고 있어도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주장이다.
라엘리안들은 최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기독교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기독교의 성경 해석이 자신들의
가르침이 전파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없다. 단지 2만5000년 앞선 문명을 가진 외계인들이 지구상의
생물들을 만들어냈을 뿐이다"라는 자신들의 주장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이들은 기독교 외에 다른 주요 종교도 모두 외계인들이 준
가르침이라고 주장한다. 예수는 물론이고 부처, 마호메트
등이 모두 외계인의 메신저였고 라엘은 살아있는 미륵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의 기도는 물론 명상, 참선 등 각 종교의
수련 방법을 모두 끌어들여 자신들의 것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안티 라엘리안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안태훈씨는 "원래
라엘리안들의 관심사는 외계인을 맞이하는 대사관을 짓는 것이었는데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뒤 갑자기 인간 복제로 방향을 바꿨다"면서
"라엘은 초자연적인 현상과 과학적인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교묘하게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사이비 교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인간 복제 시도 외국 과학자들은 누구?
세계적으로 인간 복제를 시도하고 있는 곳은 라엘리안 외에
이탈리아의 체외 수정 전문 산부인과 의사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와 그리스 태생의 미국 생식 복제 과학자 파노스 자보스
박사 등이 알려져 있다.
안티노리와 자보스 박사는 지난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국립과학원 세미나에서 "60일 이내에 인간 복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안티노리 박사는 1980년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 부근에 생물학자인
부인과 함께 불임 치료 전문 병원을 열었다. 체외 인공
수정(IVF)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안티노리는 바티칸으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았지만 자신은 '생식의 십자군'으로 자처하고
있다.
안티노리가 세계적인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3년 59세의
영국 미혼 여성 사업가를 임신시켜 쌍둥이 딸을 출산시킨 때부터였다.
이듬 해에는 63세의 여성을 임신시켜 세계 최고령 여성
임신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또 불임의
성직자에게 자식을 갖도록 해 윤리적인 논쟁에 휘말려 있다.
안티노리의 인간 복제 실험 발표 직후 이탈리아 의사 협회는
집행 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하고 그의 의사 면허를 박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안티노리 박사와 함께 인간 복제를 시도하고 있는 자보스
박사는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과학자들이 인간 복제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밖에서 인간 복제 실험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보스
박사는 미국 켄터키 대학의 생식의학과 교수직에서 퇴직한 뒤
미국의 렉싱턴에서 불임 치료 관련 제품 판매 회사의 대표로
있다.
라엘리안이 설립한 인간 복제 회사 클로나이드에서는 라엘
추종자인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를 통해 인간 복제 실험을
하고 있다.
런던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한 시골마을의
낡은 폐교 건물에 클로나이드의 비밀 연구소가 설치돼 있었다.
니트로글리세린에서 이름을 딴 '니트로'라는 작은 마을의
1950년대식 고등학교 건물에 있던 이 연구소는 숯 검댕으로 얼룩진
낡은 벽과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건물 끝 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런던 타임스는 월세 350달러짜리의 이 비밀 연구실에는 실험
기기와 인큐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유전학자와 생화학자, 체외수정
전문 산부인과 의사 등 3명의 연구원이 고용돼 있지만 전깃불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실험실 복도에서는 부서진 사물함과
쓰레기가 나뒹굴고 실험실의 장비들도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고
묘사했다. 미 식품 의약청(FDA)은 이 실험실을 폐쇄시켰으며
미 연방 대배심은 클로나이드가 복제 능력이 없으면서도 투자자들을
속인 것은 아닌지 사기 혐의 적용을 놓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라엘리안 무브먼트' 창설 라엘 어떤 사람?
인간은
'엘로힘'이라고 불리는 외계인으로부터 복제됐으며 이에 따라
인간도 복제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종교 집단 라엘리안의 교주
라엘(Rael)은 프랑스 스포츠잡지 기자와 카레이서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본명이 끌로드 보리롱(Claude Vorilhon)인 라엘은 세계 각국에
'국제 라엘리안 무브먼트' 지사를 세우고 있는 이유에 대해 '외계인들이
공식적으로 지구를 방문할 수 있는 대사관을 만드는 등 외계인이
요청한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라며 답하고 있다.
라엘이 내걸고 있는 철학은 세계 평화, 비폭력, 유전자 코드
보호 등으로 집약된다. 진정한 세계 정부를 지키는 세계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의 군대는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마약과 술, 담배, 커피, 녹차 등은
자신의 유전자 코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7대까지 유전적인
결함이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라엘이 외계인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1973년부터. 프랑스
중부에 있는 클레르몽 페랑에서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을 만났으며
2년 뒤인 75년에는 광속보다 수십 배 이상 빠른 UFO로 외계인
혹성에 가서 지구보다 2만5000년이나 진보된 과학 문명을 체험했다고
밝혔다.
이후 라엘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 라엘리안 무브먼트를
창설했으며 20여년간 세계 8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5만 5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 복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세계 최초의
인간 복제를 위해 1997년 바하마에 인간 복제 회사인 클로네이드(Clonaid)를
설립했으며 지난 해 연구소를 미국으로 옮겨 비밀리에 연구를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라엘이 방한한 것은
복제 작업이 미국 등에서 당초 생각처럼 여의치 않음에 따라
이를 시도할 의사와 대상을 물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클로네이드는 인간 복제 외에 애완동물이나 가축의
복제를 제공하는 서비스와 사망한 뒤 미래에 복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어린 아이나 성인의 세포 샘플을 보존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라엘은 최근 출간한 저서를 통해 "올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세계 최초의 복제 인간이 태어난다"면서
"인류는 인간 복제를 통해 5∼10년 안에 '영원한 생명'을
향한 문을 열고 '메뉴'에 따라 아기를 만드는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라엘리안들
"저는 지금 제가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 복제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라엘리안 K씨의
말은 우리 사회의 병적인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6년전 라엘리안이 되기까지는 기독교 신자였다고 한다. 라엘리안은
"하나님은 앞선 과학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며 예수는 외계인의
메신저다"라고 주장하는 프랑스인 끌로드 라엘을 따르는
이들이다. 라엘리안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활동하는
회원이 열 손가락에 꼽힐 만큼 미미했지만 현재는 1500여명의
회원이 전국 각지에서 모임을 갖고 있을 만큼 최근 들어 급성장했다.
회원 중에는 국내 명문대와 해외 유학생을 포함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 이 똑똑한 젊은이들이 왜
황당한 신흥 종교에 빠졌을까.
라엘리안들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나름대로의 논리로 풀어간다.
배아 복제와 같은 최신 과학의 성과를 적절히 끌어들여
현대 문명에 걸맞은 교리를 제시한다. X파일 같은 텔레비전
드라마의 소재로도 쓰였던 미확인 비행물체(UFO)나 원인을 알
수없는 실종 사건 등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자신들의 믿음을 입증하는 증거로 활용한다.
이들은 결혼 제도를 거부하고 직업적인 사제를 두지 않는
등 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의 성향에 맞는 생활 방식을 주창하고
있다. 그들의 성경 해석은 명료하고 나름대로는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들은 기성 종교가 미처 설명하지 못한
사건, 수용하지 못한 주장들을 신세대들의 입맛에 맞게 잘 버무려서
현대 철학이 하나님을 몰아낸 자리에 과학 UFO 외계인 등을 앉혀놓은
것에 불과하다. 종교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신종교'라고
칭한다.
라엘리안 무브먼트 한국 본부의 벽에는 조그마한 타원이나
원반이 그려져 있는 고대 유적의 사진이 수없이 붙어있다. UFO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지만 기자에게는 왠지 UFO에 대한
애니미즘으로 느껴졌다. '엘로힘'은 신이 아니라 외계인일
뿐이라면서도 이들이 전지 전능하고 유일한 존재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유전자 코드를 전송한다'며 세례와 같은 의식을 행하고
인간 복제에 의한 '영생'을 주장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교만과
허구를 본다.
라엘리안의 성경 해석은 성서 고증학과 해석학에 조금만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얼마나 엉터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라엘리안이
계속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교회가 나서서 이를
막아야 한다. 교회가 현대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하고
현대인들이 당면한 문제를 같이 고민하기 위해 성경의 진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실천하는데 힘쓰기보다 메마른 교리와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라엘리안과 같은 신종교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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