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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임금 등 노사관계 주요쟁점 전문가 정책간담회 모습. 참석자가 많아 빈 자리가 없다. 정기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의 ‘신의칙’ 적용시점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해석이 엇갈린 가운데 “노조나 근로자가 판결내용을 반영해 법정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순간부터 기존 단체협약의 효력이 사라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 단협의 만료시점부터 판결내용이 적용된다는 경영계와 달리, 노조의 교섭요구 시점부터 판결내용이 적용된다는 주장이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정기상여금’을 반영한 추가임금 청구가 노조의 교섭요구 시점부터 가능하다는 얘기다.
노동계 ‘대법선고 이후’ VS 노동부 ‘단협만료 이후’
한국노총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노사관계 주요 쟁점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 전문가 정책간담회에서 김기덕 변호사(법무법인 새날)는 “판결일인 지난해 12월18일 이후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기존 노사합의에 의한 단협이 계속 효력을 갖는지 여부에 대해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합의가 있으면서 일정한 신의칙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추가임금을 지급하라’는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봤고, 이는 기존 노사합의의 효력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번 판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이라는 점이 확인됐으므로, 노조나 근로자가 판결내용을 반영한 법정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한 이후 사용자의 신뢰는 더 이상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보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노사합의에 대한 임금 소급청구를 제한한 판례 취지에 부합하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의 이 같은 해석은 노동계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노동계는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정기상여금’을 반영한 추가임금 청구가 전원합의체 판결일 이후부터 가능하다고 해석해 왔다. 하지만 노동계의 이 같은 해석은 곧 벽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일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을 발표할 예정인 고용노동부는 기존 단협이 만료된 뒤부터 대법원 판결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동부는 “노사 간 합의가 전제된 임단협은 그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의미”라고 해석했다. 노동부의 지도지침 발표와 동시에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임금 소급분 해소는 어떻게?
노동계의 관심사가 ‘판결 적용시점’이라면, 경영계의 관심사는 통상임금의 소급적용과 올해 임금인상이 따로 이뤄지는지 중복적으로 이뤄지는지 여부다. 기업들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에 따른 비용부담과 올해 임금인상에 대한 비용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노사의 양보와 타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 양보와 타협의 일환으로 일정금액을 일괄 지급하되 임금협상시 임금인상분과 연계해 소급임금분을 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물론 근로자의 사전 동의나 사후 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소급임금분 지급을 단협으로 유예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근로자의 사전 동의나 사후 승인이 없더라도 임금채권은 3년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므로, 이를 위해서는 고용안정을 약속할 수 있어야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고용조정이 퇴직자의 법정수당 지급소송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고용안정책이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