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집회장에서
서울신문 영상기자가 보고 느낀 소감정치색 빼고 일주일간 밤낮으로 잠실 송파개표소 집회를 관찰자 시점으로 지켜보며 느낀점
1. 집회 참가자들은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얼굴이었다.
배가 한껏 부른 임신부가있었고,
교복 차림으로 가방을 멘 학생이 있었다.
누군가의 이웃이고 누군가의 자식일,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2. 평범하다는 건 각자의 하루를 가졌다는 뜻이어서, 낮의 송파개표소 앞은 비어보였다.
다들 어딘가에서 제 몫의 시간을 견디고 있을 터였다.
그러다 해가 기울면,
비어 있던 자리는 어느새 사람으로 메워졌다.3. 이상한 건 그들이 카메라를 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굴을 가리는 대신 오히려 더 크게 목소리를 냈다.
집회의 현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숨길 것이 없는 사람의 얼굴이란 저런 것이구나,
나는 렌즈 뒤에서 생각했다.
4. 일당 같은 건 없는 자리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끊임없이 실려 오는 음식과 물품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5. 생업을 접고 순대를 나누는 아저씨가 있었다.
아무 대가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박사가 있었고,
악기를 들고 온 연주자가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누군가의 어머니가
기저귀 갈이대를 설치해두었다.
용돈을 모아 태극기 타투를 한 움큼 사 들고 와서는,
뭐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하던 여고생도 있었다.
이런 집회가 또 어디 있을까.6.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잡음은 어김없이 일었다.
그러나 그 소란은 오래가지 못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흐려진 자리는 어느새 다시 맑아져 있었다.7. 이곳엔 편을 가르는 일이 없었다.
어르신들은 청년을 응원했고,
청년들은 어르신을 공경했다.
남자와 여자가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맡아 하면서 서로를 존중했다.
우리는 대체 언제부터
서로를 미워하고 갈라서기 시작한 걸까.
그 자리에서 나는 어쩌면 우리의 본래 모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받은 글 / 사진- 인터넷)
출처: 향유 냄새 나는 집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