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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성적이 불안하다”
아이들이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묻는 말이 무엇일까?
아마도 ‘몇 점을 맞았는지’‘몇 개를 틀렸는지’와 같은 점수를 먼저 확인하는 말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물어보는 것이 다른 아이들의 점수다. 우리 아이가 반에서 몇 등 정도 하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시험 결과에 따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게 되는데, 이것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공부와 담을 쌓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래서 현명한 부모는 시험 결과보다는 평상시 수업 태도와 생활 태도에 관심을 갖는다.
왜냐하면 시험 결과는 그동안 학교 생활과 집에서의 생활의 결과이지 단순한 하나의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처럼 평상시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생활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성적이 불안하다’는 뜻은 ‘학교 수업이 불안하다’는 의미와 같다. 학교 수업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면 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러면 공부에 대한 의욕이 없어져가고 성적은 떨어진다. 그래서 아이를 학원이나 과외로 보내게 된다. 이것이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한 많은 부모들의 고민이자 선택이기도 하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단지 성적만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위와 같은 방법을 택한다면 이 불안 심리는 중·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의 학습 지도에 있어서 가장 먼저 점검해보아야 할 것이 학교에서의 수업 태도이다. 그래서 성적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공부 태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에 따르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남다른 특징은 ‘평소 학교 수업에 열중하고, 숙제를 꼬박꼬박 하며, 수업 시간에 질문을 많이 하고,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가 숙제를 꼬박꼬박 해결하는 경우는 드물다. 질문을 하거나 예습, 복습을 한다는 것은 더욱더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자녀의 학습 지도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에 열중하도록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학기 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는 것들을 방학 중에 하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곳을 직접 체험하거나 교과와 관련한 책을 읽도록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3학년이라면 먼저 3학년 2학기 교과서를 열어본다. 먼저 사회 교과서를 보면 ‘고장 생활의 변화’ ‘우리 고장의 전통 문화’ ‘살기 좋은 우리 고장’ 등이 나온다. 그러면 이를 위해 박물관, 민속촌 등을 견학하거나 구청, 경찰서, 보건소 등 여러 공공 기관을 아이와 함께 방문해서 하는 일을 알아보고 자료도 구해놓는다.
여기에 더하여 관혼상제, 옛날 풍습, 문화 유산, 민속놀이 등에 관한 책을 빌려다준다. 그리고 3학년 2학기 과학 교과서를 보면 ‘식물의 잎과 줄기’ ‘빛의 나아감’ ‘지구와 달’ ‘여러 가지 돌과 흙’을 배우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가까운 산에 가서 ‘그물맥’과 ‘나란히맥’ 잎을 직접 찾아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두고, 잎맥과 관한 식물도감을 읽고 자료를 찾아서 복사해놓는다. 그리고 지구와 달에 관한 책, 태양에 관한 책, 빛의 나아감에 대한 다양한 책을 읽도록 해준다.
이렇게 방학 동안에 직·간접적인 경험을 풍부히 하는 것이 문제집 10권을 푸는 것보다 아이에게는 훨씬 도움이 된다. 이것이 엄청난 저력이 되어 개학한 뒤에는 공부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고,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과 뛰어난 적응력 등을 갖추게 된다.
아이가 수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다음 학습 지도는 너무나 쉬운 문제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하지 말고, 생활을 즐기도록 해주면 성적은 저절로 따라온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부모의 마음은 뿌듯하다. 그것도 스스로 알아서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적이 잘 나와서 부모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때로는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자녀이든지 부모의 기쁨이 되길 원한다. 그런데 그 부모가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기뻐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했는데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우리 아이의 아픔이다. 이 아픔은 서로 나누어 가질 때 나을 수 있다.
소리 지르기 전에, 화를 내기 전에, 무엇이 원인인지 찾아야 한다. 과목별 공부 방법이 아이와 맞지 않은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었는지, 아니면 아이가 목표 의식이 없는지 등의 원인을 찾으면 해결은 시간 문제다. 여름방학이 해결의 열쇠를 찾는 절호의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