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黃砂)와 환경문제
김 범 송
요즘은 황사(黃砂) 계절이다. 황사는 간단하게 말하면 황토지대나 사막 등지에서 발생한 미세한 토양입자가 대기 중에 수송되어 낙하하는 자연현상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중국의 북부, 몽골의 사막 또는 황토 지대의 작은 모래 · 황토 · 먼지 등이 모래폭풍에 의해 고공으로 올라가 부유(浮游)하거나, 상층의 편서풍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가 떨어지는 현상으로서, 한국은 1954년부터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는 모래폭풍(sand storm), 일본에서는 코사(kosa, 상층먼지), 세계적으로는 ‘아시아먼지’(Asian dust)로 부르며, 세계 각지의 사막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특히 아프리카 북부의 사하라사막에서 발원하는 것은 ‘사하라먼지’라 하여 아시아에서 발생하는 황사(黃砂)와 구별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황사(黃砂)라 하면 중국의 서북부에 위치한 신강(新疆)의 타클라마칸 사막과 몽골고원의 고비사막, 황하(黃河) 상류의 아라산(阿拉善) 사막 및 몽골과 중국의 경계에 걸친 넓은 건조지대 등에서 발생하는 ‘모래바람’을 가리킨다. 특히 황사(黃砂)는 바람이 세찬 봄 계절이 주로 발생하는데 중국은 물론 한반도와 일본, 멀리는 하와이와 미국 본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누런 먼지’로서 공해이며, 자연현상의 일종이다. 현재 황사(黃砂)가 주는 피해는 ‘국제적인 것’으로서, 경제개발 및 환경문제와 직결되는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과 몽골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黃砂)는 다양한 경로로 이동하는데, 한반도와 일본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는 거의 아시아대륙 중심부에서 발원한 것이다. 특히 황사현상은 3~5월인 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는 황사의 발원지인 유라시아대륙의 중심부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어 매우 건조하고, 또 강수량이 적은 데다 겨우내 얼었던 메마른 토양이 녹으면서 부서지기 쉬운 모래 먼지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게 부서진 모래 먼지가 모래폭풍이나 강한 바람에 쉽게 날려 공중을 떠돌다가 멀리까지 이동해 낙하하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黃砂) 역시 대부분 이 무렵에 발생한다.
발원지에서 모래폭풍이나 기타 강한 바람으로 인해 황사 현상이 발생하면, 무엇보다도 발생 지역의 사막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 토양이 바람에 휩쓸려가면서 표토(表土)가 유실되고, 비옥한 토양이 메말라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된다. 이렇듯 식생이 파괴되면서 토양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중국의 황하(黃河) 중류에서만도 매년 20억 톤에 달하는 토양이 유실되어간다고 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황사의 영향으로 산림 감소 · 표토 유실 · 모래 이동 등으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중국 총면적의 15.9%가 사막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몽골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국토의 90%가 사막화 위기에 처해 있으며, 1970년대 이래로 6만 9000㎢의 목초지가 줄어들었고, 식물 종수(種數)도 1/4로 감소되었다고 한다.
현재 한반도 등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黃砂)는 시정(視程) 장애, 호흡기 질환, 눈 질환,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아울러 황사에 포함된 미세 입자들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각종 산화물을 생성하는 까닭에 흡연자들의 만성기관지염을 악화시키고, 노인과 영아(嬰兒)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국의 산업화에 따라 납 · 카드뮴 같은 중금속과 발암물질 등 유해 오염물질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돌고 있어 ‘황사공포’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관리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유해 중금속의 오염도는 뚜렷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황사로 인한 누런 먼지가 햇빛을 차단해 시야가 흐려지고, 하늘이 황갈색으로 변해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치며, 정밀기기에 황사가 들어가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기타 강물이나 토양을 중화시키고, 식물의 기공(氣孔)을 막거나 생장 장애를 일으키는 등 황사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반면 황사 속에 섞여 있는 석회 등 알카리성 성분이 산성비를 중화함으로써 토양과 호수의 산성화를 방지하고, 식물과 해양 플랑크톤에 유기염류를 제공한다는 이점(利點)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그러나 황사는 ‘利少弊多’의 공해(公害)로서 환경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인류가 해결해야 할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또 한국으로서는 이웃나라가 무료로 ‘수출’하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에서 발생하는 봄철의 황사(黃砂)는 보통 1~5일 전에 발원지에서 떠오른 것으로, 발원지에 따라 혹은 상층바람의 속도에 따라 이동 시간이 달라진다. 보통 발원지에서 떠오른 먼지의 30% 정도는 그대로 발원지에 떨어지고, 20% 정도는 주변지역에, 나머지 50% 정도는 한반도를 비롯해 아주 멀리까지 이동하는데, 그 총량이 2천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황사는 다른 기상현상과 마찬가지로 지상기상관측 지침에 따라 관측하며, 그 강도는 시정(視程)과 하늘 상태에 따라 다르다. 시정(視程)이 다소 혼탁한 정도는 ‘0’, 하늘이 혼탁하고 황색먼지가 물체 표면에 약간 쌓이는 정도는 ‘1’, 하늘이 황갈색으로 되어 빛을 약화시키고 황색먼지가 쌓이는 정도는 ‘2’로 나타낸다. 최근 한반도에 나타난 황사는 주로 봄바람이 강한 3~5월에 많이 출현하며 여러 가지로 환경과 인체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요즘 매스컴에서는 ‘황사테러’라는 신조어가 유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정부도 황사(黃砂)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며 별로 신통한 방법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이나 몽골뿐 아니라 황사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한국 · 일본 등에서도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상태이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방풍림 조성이다. 중국정부는 황사 피해를 줄이는 대안의 하나로서 황사의 발원지인 사막지역에 꾸준히 방풍림을 조성해 왔는데, 연구 결과 2m 높이의 방풍림을 조성할 경우 방풍림 뒤쪽 20m 이내의 황사를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정부는 관련대책을 제정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000년 당시 주롱지 총리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생태환경의 악화추세를 전환시키고 자연환경의 회복을 실현시키기 위해 ‘생태환경건설 50년 계획’(2000~2050년)을 제정하였고, 따라서 경지(耕地)의 초지와 임야(林野)로의 복원, 황무지 조림(造林)과 양자강(長江) 상류 지역 및 황하 중 · 상류 지역의 천연림 보호사업, 삼북(三北)지역 건조지대의 사막화 방지사업 등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또 관련사업 추진을 위해 중국정부는 향후 10년간 125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중국정부가 바야흐로 추진하고 있는 서부지역의 [大개발프로젝트]에서도 생태환경 복원(復原)을 인프라(infra)의 확충과 함께 최우선적인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전체 면적 가운데 15%가 넘는 1억 5000만㏊가 사막지역이기 때문에, 이 방대한 지역에 단기간 전부 방풍림을 조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또한 황사의 원인이 되는 사막화의 확대가 가난한 지역주민의 목축, 연료벌채(伐採) 등 인위적인 요인에도 크게 기인(起因)하므로, 광대한 지역의 주민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 · 전환해야 하는 나름대로의 ‘딜레마’가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최근 중국 · 한국 · 일본 · 몽골 등 관련국들이 공동으로 황사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학술적인 논의는 물론, 중국 서부지역의 사막화를 줄이고 나아가 사막화 지역주민의 사회경제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1년 2월 베이징(北京)에서 제1차 中 · 韓 · 日 환경장관 회의가 열렸고, 같은 해 12월에는 서울에서 제2차 전문가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러한 본원적인 해결책 외에, 국제적으로 기상위성 영상자료를 통한 황사의 수평분포 조사, 황사의 진로와 강도 예측, 레이저 레이더를 이용한 황사의 연직(鉛直)분포도 조사, 황사와 대기오염 물질의 관계,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 등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국제적인 연구도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인류와 자연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과 몽골은 황사(黃砂)의 ‘발원국’이고 동시에 최대의 피해국으로서 국내적으로도 심각한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우선적으로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방지 노력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국과 일본 등 인접 피해국도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방지노력이 성공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 국제사회의 협조요청 등 국제협력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황사로 인한 국민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황사관련 조사 · 연구와 관측 · 예보기능의 강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환경문제는 국경을 초월하여 인류가 공동 해결해야 할 문제로서, 국제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6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