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지나가는 것은 몰라도 괜찮은 걸까?
얼마 전 정비소에 맡긴 차를 직원이 아파트 주차장까지 몰고 왔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만지니
'어? 이게 왜 이래?' 아니 핸들이 따뜻한 거다. 여름도 아닌 이 한 겨울에 말이다.
"핸들이 왜 이래요?" 물으니 그분이 빙그레 웃으며 핸들 축 아래에 있는 버튼을 가리키면서 이걸 누르면 핸들이 따뜻해진다고. ㅎ 운전을 기십년 하면서도 그걸 몰랐던 거다.
생각해 보니 자동차 운전만 할 줄 알았지 기계적인 부분이나 각종 센스, 스위치 조작 등 아는 게 별로 없다.
할 수 있는 게 고작 시동 거는 거, 엑세레더 브레이크 밟는 거, 좌우 깜빡이 넣는 거, 전조등 켜고 끄는 거, 윈도우브러쉬 작동, 연료 주입구 열고 닫는 법 뿐인 것 같다. 오죽했으면 집사람이 놀린다. 여태까지 보닛 열 줄도 모른다고 ㅎㅎ
시동을 걸고 계기판을 들여다 보면 여러 가지 표시등이 나타나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른다. 궁금해서 단골 정비소 사장님한테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러고는 잊어버린다. 내가 기계치임에 틀림없다.
집사람뿐만 아니라 가끔은 손녀까지 태우고 다니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있거나 조금이라도 소리가 이상하면 곧 바로 정비소 사장님께 전화하고 수시로 점검을 맡기기도 한다.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생명을 태우고 다니기에 말이다
미국 영화를 보면 인건비가 비싸서 그런지 왠만한 자동차 정비는 직접 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 한국에 살고 게 천만다행인 것 같다.
모르고 살아도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살고 있다. 계속 이리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알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가장 무섭게 따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자동차 운전 면허증이 아닐까? 짐을 가득 싣고도 금방 목적지에 도달한다. 차가 없다면 엄두도 못낼 먼 거리를 이웃 마실 가듯이 한다.
언제까지 운전할 수 있을까? 대중교통이 편리하다면서 차를 없애고 운전을 하지 않는 퇴직 선배도 계신다.
도심지 운전이나 야간 운전은 겁난다고 시외로 나갈 때만 운전대를 잡는 친구도 많아지고 있다.
언론 등에서 고령자 운전은 감각이나 순발력이 떨어져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그게 나이든 덕분 아닐까?
AI 관련 기술의 진보를 보면 머지않아 운전 면허증이 필요 없을 때가 오리라 믿는다. 그러니 자동차 운전은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각종 조작에 관해 모르는 게 아는 것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하다. 글이 딴 방향으로 흘러나간다. ㅎ
자동차 전부가 아니라 전면 계기판 하나만 봐도 모르는 것 투성인데 우리 삶의 여러 부분에서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많이 알면 좋겠지만 조금이라도 의문이 생기면 그 분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옳지 않을까. 차가 아프면 차정비소로 몸이 아프면 병원으로 말이다.
차에 대해 공부는 하되 의심스러운 것은 차수리 전문가에게 맡기고, 내 몸에 관해 공부를 하되 그게 옳다고 단정하지 말고 전문의한테 가야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선무당이 되면 큰일 난다.
요즘 운전대를 잡고 나가면 핸들이 따뜻해서 참 좋다. 이거 하나로 기분 좋게 운전을 한다. 역시 아는 게 참 좋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살아있을 때까지 많이 배워야겠다. 머리를 많이 굴리면 치매도 안 온다더라.
2024.2.11.
김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