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세계 합창제'에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가보는 예술의 전당.....
몇 년전, 오페라 '캣츠' 보러간 이후로 처음입니다.
예술의 전당을 내 집 드나들듯 들락날락 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예술의 전당에 오기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아들이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했지요.
손가락이 유난히 길어 비올라로 악기를 바꾸고 승승장구하던 그 애는 학생들은 절대로 안 세운다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올랐습니다.
음악에 대한 거만함이 온몸에 배어 있었지요.
그 애에게서 겸손이란 것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리고, 아들은 서울대에 낙방하고....가출까지 했었답니다.
"내가 왜 서울대에서 떨어져?"
이랬던 그 아이가 바로 제 아들입니다.
대학 낙방...재수....그리고 또 낙방.....
어렸을 적부터 유별나게 음악에 재능이 있었던 아이에게 부족했던 건, 바로 겸손이었던 겁니다.
아이는 글을 모르던 시절부터 악보는 기가 막히게 잘 보았고
바이올린이고, 피아노고 초고속으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비올라로 악기를 바꾸고서도 어찌나 적응을 잘 하던지요.
그때 아이는 우리의 희망이었습니다.
클래식을 유난히 좋아하던 남편은 더욱더 그랬지요.
서울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던 그 시절...
온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이제 미국대학에 가서 새로운 길(클래식이 아닌 다른 음악)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식교육이란 정말 맘대로 안 되는가 봅니다.
새로운 길로 들어서느니, 차라리 하던 것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 말에
아이는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이런 청천벽력 같은 말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아주 꼬맹이적부터 "엄마,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려요."하던 그 애를 누가 변화시킨 것일까요?
아직도 저는 음악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습니다.
아들을 '예술의 전당'에서 살게 하리라...그랬던 다짐이 생각납니다.
이제 예술의 전당은 제게 '갈 수 없는 고향', ' 꿈꿀 수 없는 미래'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바꾸어...........
아침부터 마음이 설레었어요.
표가 두 장이어서 은하수를 데리고 가기로 했어요.
은하수 엄마 김경란씨는 학원하느라 저녁 시간을 도저히 못 내니까...
또 그 비싼 표를 썩힐 수는 없잖아요. 제가 일일엄마가 되기로 자청했지요.
예술의 전당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전히 고결하였지요.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예술의 전당.....
잠시 카페 '모짜르트'에 들어가 요기를 하기로 했지요.
오늘 공연하는 팀에는 외국합창단도 상당수 있었어요.
미국, 대만, 헝가리, 호주, 홍콩, 몽골 등....
은하수는 샌드위치를, 저는 스파게티를....
은하수는 된장찌개를 먹고 싶어했지만 제가 '모짜르트'에 들어가자고 우겼지요.
건물도 풍경도 우아한 예술의 전당.......
음악분수 앞에서.....
초록감들이 땡글땡글 달렸어요.
가을에 오면 더욱 이쁜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를 뒤로 하고....
은하수가 이 오페라 하우스에도 자주 오기를 바라며...
은하수는 약간 재미있기도 하고, 약간 지루하기도 했다지만..
저는 눈물이 날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어떤 땐 정말 가슴이 울컥했다니까요.
합창제가 다 끝났을 땐, 기립박수를 쳤답니다.
정말 대단한 세계 합창제였어요.
음악.....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음악...
사람을 울게 하는 음악....
사람을 웃게 하는 음악....
이런 음악 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첫댓글 이 글을 쓰면서 울었습니다. 감정이 북받쳐서..........
저도 눈물이 핑... 바람숲님 마음, 아드님 마음, 이해할 수 있기에.
은하수에게도 멋진 추억이 되었을거여요...아들아이의 일은... 참 맘대로 안되어요 ㅎㅎ
은하수가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했던 것들을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새로워요. 선생님 말씀대로 예술의 전당같은 곳에 자주 갈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겠어요.^^ 근영이 사진 처음 봤어요. 정말 멋진 모습이네요. 그런데요, 쌤... 앞으로 근영이 앞에 더- 긴 시간들이 있잖아요. 아마 외국에 가서 더 신나게 멋진 인생을 살 거라고 생각해요. 부모님께 받은 사랑이나 정성이 어디 가지는 않을 테니까요. 다시 한번 감사...!
그래도 자꾸만 아이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납니다....ㅋㅋ 못난 엄마....
재작년인가 강화도 조산초등학교 행사 갔다 오던 길에 선생님께 아드님 얘길 들었었지요. 저도 자식 키우는 엄마라 걱정이 많답니다. 저도 부모님이 가라는 길을 외면하고 다른 길을 달려왔지만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드님도 자신의 길을 잘 찾을거라 생각합니다.
부모님 뜻과 다른 길을 간 후, 후회 안하면 되지요 뭐....지금은 맘이 편합니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마다 흐르는 눈물은 막을 수가 없네요. ㅋㅋ
폭풍우가 지나가고 난 후에 모든 것을 관망하는 것 같은 글을 보며 난 어떻게 될까?하며 생각해봅니다.이제 막 아이를 키우면서 이 아이도 평범하게 잘 자라줄려나 하는생각도 들기도 하구요, 큰병앓고 나니 인생에서 큰 기쁨도 큰 슬픔도 없이 자라고 평범하게 살고 죽고 한다는 것이 부럽기만 합니다. 그런것이 행복인가요? 산모퉁이 가입하자마자 산모퉁이의 글중 선생님의 글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선생님의 글을 보니 선생님이 눈물이 보이는 듯 합니다.
세리아버님.. 세리 볼때마다...참 괜찮은 아이구나 하는 생각 들어요. 요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저는 참 맘에 들어요. 자식에 대해 욕심을 갖는다는 것, 어찌 보면 어리석은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지금 어린 아이들보고 안달복달 하는 엄마들이나 아빠들보면 안타깝답니다. 세리아버님은 이런 제 말, 이해하실 거예요.
ㅎㅎ 안달복달하는 엄마.... 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