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한번도 경험 못 한 설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1.02.16 03:18 | 수정 2021.02.16 03:18
설 명절을 부모님 댁 아닌 내 집에서 보낸 건 결혼 25년 만에 처음이었다. 시골 부모님께 차례상 명목으로 돈을 부쳐 드렸다. 인터넷에는 기막힌 경험담이 나돌았다. ‘동생네 식구들과 외식하려고 식당에 전화했더니 5인 이상은 집합금지라며 예약을 각자 하란다. 시키는 대로 하고 식당에 가니 자리가 홀 이쪽 끝과 저쪽 끝이다. 밥 먹는 동안 대화는 휴대전화로 하고 조카들 세배도 전화로 받았다'는 것이다. 밥을 함께 먹었는지 아닌지도 애매했는데 조카들 세뱃돈은 카카오페이로 보냈다고 한다.
▶초유의 ‘비대면 설날’은 곳곳에서 낯선 풍경을 만들었다. 방역 기준을 지키기 위해 시간 차로 부모 댁을 찾는 교차 방문, 그도 여의치 않으면 자식 중 한 명만 가는 대표 방문을 했다. 각지에 흩어져 사는 가족이 고글을 쓰고 가상현실(VR) 공간에서 만나 세배하고 덕담 나누는 신기술도 등장했다. 이 집 저 집 모두 줌(ZOOM) 켜놓고 각자 밥상에 앉아 가족 모임을 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선 이혼이 급증했다. 코로나를 뜻하는 코비드(COVID)에 이혼을 뜻하는 디보스(divorce)를 합친 신조어 ‘코비디보스’가 유행했다. 우리는 반대로 이혼이 줄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9만7300여 쌍이 이혼해 재작년 같은 기간보다 4300건 넘게 감소했다. 마이너스 4.3%로 2017년 이후 가장 낮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혼 재판이 열리지 않은 탓도 있지만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아 부부 싸움 줄어든 게 이유란 분석도 있다. 명절 차례로 인한 가족 내 갈등을 뜻밖에 코로나가 누그러뜨렸다.
▶명절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여행·쇼핑 업계는 특수를 누렸다. 제주도엔 15만명이 몰려들었다. 귀성객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관광객이었다. 서울의 대형 쇼핑센터와 전국 스키·골프장은 물론이고,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로 호텔까지 북적였다. 관광지 노점엔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비대면으로 이성 만날 기회조차 빼앗겼던 청춘 남녀는 언택트 설날 덕분에 고향 부모님의 결혼 압박을 안 받게 됐다며 안도했다. 취준생들도 “어서 취업하라”는 독촉, “누구는 졸업하자마자 취직했다더라”는 비교를 당하지 않았다며 귀성 무산을 반겼다고 한다. 코로나 설이 병 주고 약도 준 셈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명절이 아니다. 백신이 원래의 명절을 되찾아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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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열
2021.02.16 11:23:39
한번도 않가본 길을 가게 해주겠다고 한 문재인이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이다. 멱을 따도 시원치 않으리라.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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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2021.02.16 10:21:03
촛불광란극과 반헌법적 대통령 사기탄핵극으로 해골충 바이러스 빨강색 죽창권력이 떼벌레 재앙이 밀려든 그 순간부터 한 본도 경험하지 못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국회를 장악한 완장 떼벌레들의 바이러스성 입법 남발 인사청문회 농락, 인민재판장으로 간판 바꾼 사법 법치 농락하는 우리법 벌레, 코로나 바이러스와 동맹맺은 집회금지 세금 빨대꽂기 행정권 치안권 농락, 해골충 댓글 떼벌레 이용한 국민선거 전자투표 여론조작 농락... 눈 먼 백성이 해골충 바이러스 박멸을 막으니 이것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 하지만 지금도 우리공화당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닙니다. 선열아 이 나라를 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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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찬수
2021.02.16 09:41:22
우한병 초기에 의사협회나 감염학회의 의견대로 즉시 중공발 여객기를 통제하고 제대로 방역을 했으면 이 지경까지는 안됐을거다 ... 부실조치가 쌓이고 싸여서 곪아 터진격이지 ...제인이가 시황제를 한번 불러 보겠다고 꺼덜 대다가 방역시기를 놓치고 우한병 대유행을 한번 겪었던거야 ...그러다 보니 이상한 설을 지내게 된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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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열
2021.02.16 08:49:34
문어벙이 시진핑 한국 방문을 성사시키려는 욕심이 온 국민을 큰 고통속에 몰아 넣은 것 아닙니까요? 문재인 망국노 패거리는 그걸 잘 엮어서 K방역 운운 자랑에 혈세를 뿌려대어 총선도 180석 재미보고, 금년 4월 서울, 부산시장 선거와 내년 대선까지 차지하려는 사악한 인간들...이런 것도 간파 못하는 우매한 국민이 더 큰 두통꺼리입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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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홍
2021.02.16 07:36:28
근데...정작 웃기는 건...설날 바로 다음날...가족 모임을 완화했다는 거다. 2월 12일에 모이면 코로나에 걸리고...2월 13일에 모이면 안 걸리나? 문재인 일당의 이런 꼼수에 넘어가는...착한(?) 백성들이 더 문제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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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영
2021.02.16 06:03:14
중공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를 초기 방역실패한 이 문가정권이 자초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다. 지금 백신 맞는 추세라면 아마 다음 추석도 똑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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