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13515 판결
[계약이행보증금][공2001.8.1.(135),1596]
【판시사항】
제3자를 이행보조자로 사용하여 대위변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채무의 변제는 원칙적으로 채무자뿐만 아니라 제3자도 할 수 있고, 채무의 성질상 반드시 변제자 본인의 행위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 이상 제3자를 이행보조자 내지 이행대행자로 사용하여 대위변제할 수도 있다.
【참조조문】
민법 제469조 제1항
【전 문】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로얄종합건설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규철)
【피고,피상고인】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변경 전 상호 : 설비공사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천경송 외 2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1999. 1. 21. 선고 98나494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도급계약서 및 그 계약내용에 편입된 약관에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는 계약이행보증금이 도급인에게 귀속한다는 조항이 있을 때 이 계약이행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도급계약서 및 위 약관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결정할 의사해석의 문제이고,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35771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건설공사 하도급계약조건(기록 348-349면)에 의하면, 하수급인인 소외 다다엔지니어링 주식회사(이하 '소외 다다'라 한다)가 정당한 이유 없이 약정한 착공기일을 경과하고도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하거나 소외 다다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공기 내에 공사를 완성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인정될 때 또는 소외 다다가 계약조건의 위반으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고, 이 경우 계약이행보증금은 원고에게 귀속한다고 규정하고(제26조 제2항), 이와 별도로 소외 다다가 계약서에서 정한 준공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못하였을 때에는 매 지체일수마다 계약서에서 정한 지체상금률을 계약금액에 곱하여 산출한 금액(지체상금)을 원고에게 현금으로 납부한다고 규정함으로써(제25조 제1항), 계약이행보증금과 별도로 지체상금의 약정을 두고 있으나, 한편 위 건설공사 하도급계약조건은, 수급인은 지체상금이 계약이행보증금 상당액에 달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당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계약이행보증금을 수급인에게 귀속시킬 수 있고(제25조 제5항), 또 수급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함으로써 발생한 손해 금액이 계약이행보증금액을 초과할 경우에 하수급인에게 그 초과분에 대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제26조 제3항)을 모아 보면, 이 사건 계약이행보증금 몰취 규정은 소외 다다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될 경우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중 계약이행보증금 범위 내의 손해는 계약이행보증금의 몰취로써 그 배상에 갈음하고 이를 초과하는 손해가 있으면 그에 대하여 소외 회사가 배상책임을 진다는 취지로서, 계약이행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되, 다만 소외 회사가 배상할 손해액이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손해담보로서의 성질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사건 하도급계약서에 계약이행보증금 외에 지체상금 규정이 있다는 점만을 들어 이 사건 계약이행보증금의 성질을 위약벌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다4450 판결, 1999. 8. 20. 선고 98다28886 판결, 2000. 12. 8. 선고 2000다35771 판결, 2001. 1. 19. 선고 2000다42632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계약이행보증금의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와 소외 다다 사이의 이 사건 1, 2차 공사계약에 있어서의 약정 준공기일은 1996. 7. 4.인데, 이 사건 공사는 같은 해 10월 15일경에 이르러서야 모두 완공되었는데, 위 1, 2차 공사계약 체결시 원고와 소외 다다 사이에 원고 주장과 같은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을 함과 아울러 원고가 그 기성 부분을 인수할 때에는 그 지체상금을 기성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인정되나, 한편, 원고가 축협중앙회로부터 도급받은 공장의 신축공사 전체가 기초터파기 후 지내력 부족, 1995년 하절기의 호우로 인한 피해복구, 동절기의 물공사 지연, 현장의 자재 및 인부의 수급 곤란, 진입도로 사정상 장비 및 자재의 공급 차질 등의 이유로 3개월 이상 지연되어(이에 원고는 1996. 5. 6. 위와 같은 사유를 들어 축협중앙회에 위 신축공사의 준공기한을 당초 약정한 1996. 7. 4.에서 같은 해 10월 15일로 변경하여 줄 것을 요청하고, 같은 해 6월 24일 축협중앙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철골콘크리트 공사 등도 3개월 이상 지연되었고, 이 사건 공사는 철근콘크리트공사 등 다른 공사와 맞추어 진행을 하여야 하는 관계로 다른 공사의 지연에 따라 덩달아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정이 위와 같다면, 당초의 약정 준공일인 1996. 7. 4.부터 실제 준공일인 1996. 10. 15.경까지의 전 기간에 대하여 그 완공 지체는 원고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러한 경우까지 소외 다다에 대하여 지체상금의 지급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지체상금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 판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채무의 변제는 원칙적으로 채무자뿐만 아니라 제3자도 할 수 있고, 채무의 성질상 반드시 변제자 본인의 행위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 이상 제3자를 이행보조자 내지 이행대행자로 사용하여 변제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하수급인인 소외 다다의 부도 후, 원고는 미시공 부분 중 위생배관공사는 소외 주식회사 경원산업(이하 '소외 경원산업'이라 한다)에 공사대금 2억 350만 원으로 정하여, 나머지 공사는 소외 태한설비 주식회사에 공사대금 12억 9,382만 원으로 정하여 각 하도급을 주었는데, 원고와 소외 태한설비는 위와 같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공사대금에 원고의 소외 다다에 대한 미지급 공사금액을 포함시키기로 하였고, 그에 따라 소외 태한설비도 재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재하수급인들이 소외 다다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공사금채권을 자신의 공사대금에 포함시켰다는 것(그 중 일부는 감액조정되었다)인바, 그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당사자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원고가 소외 다다에게 지급해야 할 미지급 공사대금을 소외 태한설비에 지급할 공사금액에 포함시킨 것은, 이로써 소외 다다의 공사금 채무를 대위변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실제로 위 하도급약정에 따라 원고가 소외 다다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을 소외 태한설비에 지급하고, 위 태한설비가 이를 소외 다다에 대한 공사금채권을 가지고 있는 재하수급인들에게 지급하였다면, 이는 원고가 위 태한설비를 이행보조자로 사용하여 소외 다다를 위하여 그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터이고, 원고는 그 대위변제 금액 범위 내에서 소외 다다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위 태한설비를 통하여 대위변제한 소외 다다의 채무액이 얼마인지를 살펴본 다음 원고의 상계 주장을 인용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가 직접 재하수급인들에게 공사대금채권액을 변제하여 재하수급인들을 대위하지 아니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소외 다다에 대하여 그로 인한 어떠한 채권을 갖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위 태한설비를 통하여 대위변제한 금액을 소외 다다의 공사대금채권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제3자의 변제와 이행보조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송진훈 윤재식(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