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참 무섭다.
한번 습관이 들면 그것이 매우 잘못된 습관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도 고치기 어렵다.
그래서 초기에 바른 습관을 들이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먼저 교육(education)과 훈련(training)의 차이에 대하여 알아보자.
교육과 훈련은 그 뜻이 사실 큰 차이는 없는 말이다.
교육은 ‘여러 가지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활동’이라는 뜻이고, 훈련은 ‘익히기 위해 되풀이하여 연습’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을 한다’고하면 가르치는 입장이고, ‘훈련을 한다’고하면 배우는 입장이다. 또한 교육은 알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훈련은 군인이나 운동선수들이 그러하듯 계속적인 반복활동을 통하여 몸에 익어 반사적으로 즉각 반응
(비판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을 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모든 것을 처음 배우는 시기이므로 간단한 교육 내용을 계속해서 반복훈련을 함으로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바른 자세, 필순 등등 초기에 바로 잡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불가능에 가깝게 고치기 어렵다.
나는 현직에 있을 때 글자는 물론 숫자 바로쓰기도 매우 강조를 하여 지도 했는데 ‘8’자를 바르게 쓰기가 제일 힘들었다.(저학년 때도 바로잡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이미 가정이나 유치원에서 섣부른 선행학습으로 습관이 잘못 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8자를 바르게 쓰는 방법은 영어의 'S'자를 쓰듯이 시작을 해서 마무리를 하면 되는 간단한 것임에도 어렵다.
똥을 기저귀를 찬 채 싸는 인영이도 변기에서 싸야 된다는 것은 교육이 되어있어서 알고 있다. 그렇게 알고는 있지만 습관이 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하므로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습관이 무서운 예 3가지>
1. 강아지
근대에 들어 행동심리학자들은 동물 실험을 통하여 인간의 행동심리를 이해하고 이를 교육에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의 파블로프가 개에게 종소리와 함께 밥을 주는 반복적 행동(훈련)을 하고 나중에는 종소리만 울려도 개는 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침을 흘리는 실험을 하고 ‘조건반사설’을 발표했다.
사람을 동물의 실험 이론에 적용하는 것이 기분은 나쁘지만 많이 틀리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 이론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시골집에서 키우던 개의 경우를 알아본다.
시골에서 부모님과 남동생 셋이 살고 있었는데 우연히 동생이 갑자기 죽고 나서 3개월여 만에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홀로 남은 이미 치매 초기를 넘어선 어머니를 천안 우리집으로 모시려 했었지만 평생 집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는 어머니는 한사코 이에 응하지 않으셨다.
제일 염려가 되는 것은 정신이 많이 없으시니 주방에서 식사 준비하시다가 불을 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고, 아무데나 돌아다니시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킬까 하는 것이다.
그때 나는 천안에서 수원으로 열차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당뇨병까지 심하게 앓고 계셔서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아침 출근 전 8km 정도 떨어진 시골집에 들어가 어머니께 인슐린 주사를 놓아드리고 나와야 되었다.
그래서 날마다 상황은 파악을 할 수 있었으나 낮엔 무방비로 계실 수밖에 없었다.
마당에 개집을 놓고 말뚝에 강아지를 붙들어 매어 키우고 있었는데 이 강아지 때문에 골치였다.
어머니가 날마다 개밥을 지극정성으로 준비하시는데, 개 사료나 먹다 남은 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밥을 많이 하여 개에게도 주고 겨울엔 따뜻하게 데워서 개집 앞에 갖다 놓으신다.
정신이 없으시니 어떤 때는 주고 또 주어 개집 앞에 밥그릇이 두세개 되는 수도 있다.
그 밥그릇도 개밥그릇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먹는 밥그릇 그대로다.
가끔 집에서 밥을 먹게 되면 이 그릇이 방금 개가 먹던 것이 아닐까 해서 떨떠름할 때도 있었다. 물론 내가 그러지 마시라고 개사료, 개밥그릇을 몇 개 사다 놓았지만 별무소용이었다.
어머니 왈 ‘개나 사람이나 다 똑같은 동물’이라는 것!
전에는 아예 개를 안방에 이불을 덮어 재웠다. 할 수없이 내가 밖에 말뚝을 박고 끈을 풀 수 없도록 강력한 개 사슬을 사다 매 놓은 것이다.
생각다 못하여 강아지를 없애버리기로 마음먹었는데 개장수를 만날 길이 없다. 그냥이라도 줘 버릴 판인데.....!
생각다 못해 강아지 줄을 풀어주면 집을 나가지 않을까 하여 줄을 풀어 주었다.
아니? 그런데 강아지가 전혀 생각지 못한 뜻밖의 행동을 한다.
처음엔 좋아서 펄펄 뛰던 강아지가 도대체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개집 주변을 냄새를 맡으며 왔다갔다 하다가는 도로 개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끄집어 내 놓으면 또 그렇고......! 가만히 살피니 전에 개줄에 묶여 있을 때 움직이던 행동반경, 즉 자기 냄새가 배어있는 곳 밖으로는 절대로 나가지 않는다!
그렇게 습관 들어 있는 것이다.
결국 만나는 동네 사람마다 아무나 필요한 사람 가져가던지 개장수 만나면 가져가라고 얘기 좀 해달라고 해서 한참 만에 강아지는 사라졌다.
우리 어머니, 정신 없으셔도 다행스럽게 다른 곳은 절대 안 가신다.
가는 곳은 딱 두 군데 늘 다니시던 마을회관과 개울건너 사시는 큰어머니댁 뿐이다.
우리 어머니도 그 강아지처럼 자기 평상시의 습관대로 행동반경을 넘어가시는 법이 없다.
나로서는 천만 다행이었다.
2. 한글자판(Korean keyboard)
손으로만 쓰던 글씨가 기계의 힘을 빌게 되면서 나온 것이 ‘타자기’이고, 그 다음이 ‘워드프로세서’ 그리고 ‘컴퓨터’이다.
처음 나왔을 때는 표준이 없으므로 공병우식 타자기를 비롯하여 두벌식, 세벌식 등 여러 가지 종류의 타자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잠간 ‘워드프로세서’가 나왔다가 바로 컴퓨터가 나오게 되어 수명이 짧았고 이내 표준을 정할 필요가 있어서 전문가들이 모이고 여론 수렴을 거쳐서 두벌식 타자기 자판을 모델로 한 지금의 자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를 단순히 ‘타자속도’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잘못된 선택이었다.
처음엔 나도 두벌식, 세벌식 타자기 모두를 익혀 아무거나 다 사용을 할 수가 있었다.
세벌식이 훨씬 빠르다. 그런데 왜 두벌식 타자기가 표준이 되었는가?
두벌식 자판을 도입한 타자기, 컴퓨터 회사가 메이저급으로 보급률이 높아서 만약 세벌식으로 교체할 경우 이미 두벌식에 습관 들어 익숙한 많은 사용자들이 세벌식으로 새로 익혀야 하고 (큰 회사에서는 자판 교체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부담이 되어 영향을 주어서) 그렇게 결정되었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습관이 무서운 것이다.
현재 통일이 되어있지 않은 여러 가지의 모바일 자판 배열도 더 효율적인 것을 잘 비교 선택하여 바꾸던지, 더 효율적인 것을 연구 개발하여 통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3. 기저귀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기저귀를 차고 배변을 하라고 하면 싸우러 덤비면 덤볐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냄새나고 달라붙고 그 친친한 불쾌감! 또 끝난 후 처리와 함께 물로 씻어야 하는 불편함!
그런데 그런 여러 가지 불편함을 극복하고 우리 외손자 인영이는 당당하게 기저귀를 차고 똥을 싼다. ^^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렇게 습관이 들었으니 당연하다.
우리 어렸을 때에야 고만고만 올망졸망한 예닐곱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그것도 헝겊 기저귀를 몇십개 만들어놓고 빨아서 사용하던 그때 맞아 가면서라도 일찌감치 배변훈련을 받아서 동생이 태어날 무렵이면 벌써 기저귀를 졸업해야 했다.
요즘 아이 한 둘 키우는 신세대 부모들 아이에게 스트레스 안 준다고 스스로 떼기 전에는 강제훈련 안 시킨다.
군대는 가고 싶어 가나? 기저귀 떼는 것도 군대 보내는 심정으로 강제집행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들이 갈 때나 집 밖에 나갔을 때 갑자기 똥이 마렵다고 하면 난감하기 그지 없다.
지금은 하루이틀에 한번 똥을 쌀 때만 기저귀를 차기 때문에 깜막 잊고 준비를 안 해가는 수가 있다.
한번은 시댁에 가서 자고 오는데 난리를 치룬 모양이다.
죽어도 기저귀 없이 변기에는 안 앉겠다고 하여 옷을 입은 채 볼일을 본 모양이다.
그것도 엄청난 양을....! 그럴 때일수록 머피의 법칙은 정확히 적용되기 마련이다! ㅎㅎ ^^
감당이 안 될 만큼 처치가 곤란하여 아깝지만 팬티는 버리고 바지는 빨아 드라이기로 말려 입히고!
기저귀를 한번 구입하면 포장하나에 60개 정도가 들어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몇 개 안 남았을 때부터 이번 기저귀가 다 떨어지면 다시 안 사고 변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을 받아냈다.
나는 변기를 사용하는 날 사달라는 선물 다 사주기로 공약을 내 걸고....!
드디어 전 가족의 깊은 관심 속에 그날이 왔다. 기저귀가 다 떨어진 날 바로 그날이다.
가족(家族) 환시리(環視裏)에 약속대로 순순히 변기에는 가 앉았는데 습관이 안 들어 나올 듯 말 듯 영 안 나오는 모양이다.
나는 이 역사적 순간을 영상에 담으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이 날은 실패를 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이 바로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아깝게도 그 기념비적인 순간은 주말 내가 천안에 내려와 있을 때 이루어 졌다.
첫댓글 드디어 성공한거야?
ㅋㅋ
케이크라도 사서 축하해주지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