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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노동자후원회 이광열사무국장의 답변서
안녕하십니까? 현호헌 부의장 님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이광열입니다. 저도 기억이 납니다.
2007년 한미FTA 반대집회 과정에서 구속되셨던 동지시죠!! 반갑습니다^^
추석 연휴 중에 올려 놓으신 글들을 연휴 끝나고 월요일 경 확인을 했는데,
추석 끝나자 마자, 저희 단체 강성철 팀장이 구속되는 등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경황이 없어서
답변 글을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양해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여러가지 많은 질문을 해주셨는데 어떤 것은 제 능력에 부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추상적인 질문이라
어찌 답변 드려야 옳을지 고민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구속노동자 후원활동을 해오면서
제 나름대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서 답변 올리고 다음에 구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논의하면서
연대를 계속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대개가 그렇듯이 악법은 어겨서 깨뜨려야 하고, 법이 있는데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의 힘을 모아서 혼내주거나 망신을 실컷 줘서 지키도록 만드는 방법 외에 다른 왕도나 비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도소(구치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된 행정기관이고 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도 가장 더디게, 가장 조금 밖에 변하지 않은 곳입니다. 사회적 관심도 덜 하고, 새롭게 권력을 잡은 정치인들도 여전히 편견에 사로잡혀서 열악한 시설이나 환경을 바꿔내기 위해 제도를 바꾸거나 예산을 많이 배정할 생각들을 안 합니다.
그런데 교도소(구치소) 행정에 준용되는 법령을 보면 꽤 괜찮은 규정들도 많이 있고(물론 악의적인 규정들이 더 많지만) 소장에게
대단히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도소에선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이런 법령들 가운데 모법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어쩌구 저쩌구로 시작하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약칭:형집행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법을 한 번 쫙 훑어볼 필요가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핵심은 "이 법을 집행할 때는 수용자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제4조)하고 "성별,종교,장애,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정치적 의견 및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5조)는 규정입니다. 이것이 소위 "교정행정"의 대원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설사 이 법의 다른 곳에 재소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나 권리에 대해 아무리 상세하게 기술해 놓았다고 해도 이 두가지 원칙(인권에 대한 최대한 존중, 차별금지)과 배치된다면 문제가 있는 악법 규정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모호하게 서술되어 있다면 이 원칙에 맞게 해석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법에 이런 대원칙을 규정하게 된 배경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고 한국정부도 비준한 국제인권규범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금시설 인권문제와 관련해서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규범은 UN에서 1955년에 제정한 "피구금자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이하 최저기준규칙)입니다. 국회에서 비준된 국제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이러한 국제인권규범은 국내에서도 당연히 실효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교도소(구치소)에 가보면 수십개의 듣도 보지 못한 하위 법령, 내부지침들을 만들어서 재소자들에겐 너무나 중요한 기본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예가 많은데 우리는 형집행법, 헌법 규정이나 국제인권규범의 대원칙을 가지고 이런 사악한 내부규정들의 문제점을 따지면서 교도소 관료들에게 법을 제대로 지키라고 요구해야만 조금이라도 감옥이 바뀌고 구속된 동지들도 좀 더 인간적인 환경에서 감옥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법령들은 문서자료실에 올려놓겠습니다)
"특별면회"와 관련해서 문의해 주셨는데, "특별면회"라는 제도는 2003년 이후에 사라졌습니다. 대신 요즈음엔 "장소변경접견"이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전 "특별면회" 는 국회의원, 외교사절, 정부 고위관료, 군장성 등 말 그대로 특권층들이 교도소를 방문해서 누군가를 면회할 때 칸막이 없는 곳에서 할 수 있도록 법령도 아닌 예규나 훈령(법무부 내부지침)따위를 만들어서 운영했습니다. 말 그대로 그들만이 향유하는 특혜였지요!
그러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역시 내부지침이지만 명칭도 "장소변경접견"으로 바꾸고 이 제도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를 넗혀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내부지침이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뜯어 고칠 수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 2008년 12월 법무부는 다시 지침을 내려서 "장소변경접견"의 실시 범위를 축소시켜 놓았습니다. 거기에 "가족" 어쩌구 저쩌구 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의 이런 지침들은 행정편의를 위해서(직원부족 등을 이유로) 자기네 마음대로 만든 것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법무부 내부지침(예규나 훈령이라고 부르는)으로 시행되고 있는 "장소변경접견"의 근거가 되는 형집행법 시행령(대통령령)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59조(접견의 예외) ① 소장은 제58조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접견 시간대 외에도 접견을 하게 할 수 있고 접견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② 소장은 제58조제3항에도 불구하고 수형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접견 횟수를 늘릴 수 있다.
1. 19세 미만인 때
2. 교정성적이 우수한 때
3.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
③ 소장은 제58조제4항에도 불구하고 수형자가 제2항제2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접견하게 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추상적이지만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소장이 재량으로 접견 시간(평일 공무원 근무시간)외에 접견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교정성적이 우수한 때",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접견"(장소변경접견)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장소변경접견과 관련, 규정 어디에도 '법무부 장관에게 위임한다'는 말이 없는데도 법무부가 마음대로 지침을 만들어서 범위를 늘렸다 줄였다 하고 있습니다. 명백히 상위 법령을 위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당당하게 따질 수가 있습니다.
비록 규정에는 "수형자"(기결수)로만 한정되어 있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 미결수는 권리에 있어서 수형자보다 훨씬 더 폭넓게 보장받아야 마땅하므로 "장소변경접견"은 미결수에게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될 기본적인 인권인 것입니다.
"직원부족"을 이유로 들면서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다 시켜줄수 있느냐 말하지만, 그것은 편리한 변명일 뿐입니다. 교도소 직원들 편하자고 재소자들을 비인간적인 환경에 언제까지나 내쳐둘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장소변경접견"을 "접견의 예외"라 해서 따로 규정한 원래 취지는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접견(칸막이 처진 곳에서 잘 안들리는 목소리를 들어가며 10분 안팎으로 진행되는)이 재소자의 접견권을 보장해주기엔 충분치 않기 때문에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일 그게 아니고 어떤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면 헌법이나 형집행법이 규정한 평등의 원칙, 차별금지의 윈칙에 어긋나는 것이죠!
여기에서 감옥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접견 방식을 어떤 식으로 바꿔 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접견의 시간을 늘리고 접견실의 구조를 바꿔내는 문제, 장소변경접견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문제 우리는 둘 다를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상황에서는 일반접견이나 장소변경접견 제도 둘의 수준을 모두 향상시켜서 종국에는 그 경계를 허물어 뜨리는 게 필요합니다. 선진국의 사레는 정 반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접견은 당연히 칸막이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칸막이 처진 곳에서 하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 재소자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이거나 접견온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일 때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장소변경접견을 요구할 때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가 언제인가를 둘러싸고 교도소 관료들과 논쟁이 벌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름대로 구노회 같은 인권단체가 민주노총 같은 노동조합이 왜 구속된 노동자, 양심수들을 장소변경접견해야 하는지 논리를 만들어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소장에게 재량권을 발휘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만일 도무지 말도 안되는 이유로 거부를 한다면, 이것은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접견권(재소자의 권리이자, 접견을 하는 민원인의 권리)을 침해하는 것이니 강력하게 항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법무부가 상위법령에도 위배되는 내부지침을 내려서 시행하고 있는 장소변경접견 운영시스템을 그대로 인정하며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비록 가족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고려가 된다고 하지만, 가족이 없는 고아이거나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져 있는 분들, 구속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면 큰 문제가 생기는 분들도 많을 텐데......이럴 경우에는 장소변경접견을 할 수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동의해 줄 수 없는 문제겠지요!
구속노동자, 양심수들을 가족보다 더 잘 이해해주고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은 같이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 아니겠습니까?
재판투쟁 사례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네요!!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수고하십시요!!
첫댓글 현호헌동지 구속노동자후원회의답변의글을 펌하실려면 저에게 쪽지를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