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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0월 29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029금] 부모가 이혼해야 혜택 본다는 소녀
4남매의 맏이인 15세 여중생이 한부모가정에 대한 지원을 받기 위해 부모의 이혼을 법원에 호소했다는 사연(한국일보 28일자 14면 보도)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돈 벌러 집 나간 아빠와, 4남매에 시어머니까지 부양하는 엄마가 이혼을 해야만 가정이 유지되는 역설적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하나로 조손가정 다문화가정과 함께 한부모가정을 특수복지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사각지대에서 울고 있는 제2, 제3의 그러한 소년ㆍ소녀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연이 드러난 소녀의 사례에서 제도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이혼을 요구한 엄마나 이에 동조한 시어머니 모두가 한부모가정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법률적 이혼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섰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약에 가로막혔을 터이다. 그 소녀의 가족은 정부가 구상한 한부모가정 복지의 취지에 적합한 대상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 중인 한부모가정 복지는 아동의 양육비(월 5만원)와 학습재료비(월 1만5,000원), 교복비와 수업료 지원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지원금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한 부모'임을 증명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부가 그 대상을 갖가지로 설정해 놓았으나 서류를 두루 갖춰 심사를 통과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소녀의 가족이 굳이 이혼청구를 선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복지를 시행하는 정부와 공공단체가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대상자 가족들이 손쉽게 혜택을 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부모가정 복지는 지자체주민센터 등에서 상담과 심사를 통해 대상을 정하도록 돼 있다.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다지만 심사와 허가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준과 대상 선정에 더 신경을 쓰는 한편 그들을 찾아가며 돕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029금] 군이 퇴행의 우물을 못 벗어나도 괜찮다는 건가
헌법재판소가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군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내용의 불온도서에 대해선 이를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권 수호의 보루여야 할 헌재가 되레 명백한 기본권 침해에 면죄부를 줬으니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헌재도 인정한 대로, 국방부가 불온서적 지정의 근거로 삼은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는 ‘알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로 인해 학문·사상·양심의 자유도 침해받을 수 있다. 군인이 일반 국민에 견줘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어느 정도 제한받을 수밖에 없는 특수한 처지라고 하더라도, 그 제한은 꼭 필요한 범위에 그쳐야 하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기본권의 예외없는 보장은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그런데도 헌재는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군의 정신전력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온서적 지정에 손을 들어줬다. ‘국가의 존립·안전 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불온서적은 군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므로 이를 금지하는 게 자의적이지도 지나치지도 않다는 논리다. 사실상의 검열로 알권리 등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됐는데도, 그런 사실엔 눈감은 꼴이다.
문제된 책들을 보면 이런 주장은 억지임이 금세 드러난다. 국방부가 불온서적이라고 지정한 책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양서로 추천했거나 방송이 권장도서로 뽑은 책, 대학의 교양수업 교재, 세계적 석학의 저서, 여러 언론이 올해의 책으로 꼽은 베스트셀러 등이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비판적인 책은 있을지언정 국가의 존립과 체제를 해치거나 북한을 이롭게 할 책은 없었다. 유독 군만 불온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군의 잘못을 비판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렇게 군이 사회 일반의 지성과 인식 수준에도 못 미친 채 퇴행할 때 정신전력이 더 심각하게 저하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마당에선, 불온서적 지정이 명확한 기준에 따라 지나치지 않게 적절히 이뤄졌다는 헌재의 변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명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 등은 지켜야 하는데, 국방부는 자의적으로 불온의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는 책들까지 금지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을 위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동아일보 사설-20101029금] 4대강, 김두관의 정치투쟁과 박준영의 실용행보
경남도는 그제 4대강 중 하나인 낙동강 사업과 관련해 보(洑) 설치와 준설에는 반대하지만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사업대행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정부가 사업권 회수를 검토하겠다고 하자 어제 “만약 사업권 회수에 착수한다면 소송을 포함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김 지사가 낙동강 치수(治水) 사업을 정치투쟁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낙동강 경남구간에는 18개 공구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경남도가 사업을 대행하고 있는 곳은 13개 공구다. 낙동강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는 경남도내 13개 시군은 올 7월 낙동강 사업의 정상 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8월엔 낙동강변 10개 시군이 모두 찬성 의견을 경남도에 통보했다. 여기엔 시장이 민주당 소속인 김해시도 포함돼 있다. 창원시장과 밀양시장은 어제 경남도의 반대 재고(再考)와 정부의 강력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경남시장군수협의회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역주민과 시군이 찬성하는 일을 김 지사 혼자서 반대하는 것은 행정독재나 마찬가지다.
지방행정을 맡고 있는 도지사로서 홍수 예방과 환경 관리, 수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은 기본 책무다. 기후변화로 인해 물 관리는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경남도가 준설과 보 건설에 반대한다면 사업대행권을 정부에 반납하는 것이 순리다. 사업권을 포기하자니 지역주민의 반발이 두려운가. 아니면 정부가 강제로 사업권을 회수해가기를 기다렸다가 4대강 반대 세력을 향해 ‘우리는 반대했다’는 식으로 체면을 세우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영산강 사업에 적극적이다. 최근엔 요트와 유람선이 드나들 수 있도록 영산강 하굿둑 통선문(通船門)의 확대를 정부에 건의했다. 과거 서해의 젓갈과 소금을 실은 배가 오르내리던 뱃길을 복원함으로써 강도 살리고, 지역발전도 이루겠다는 박 지사의 실용적 자세가 돋보인다.
충남도와 충북도는 아직 금강 사업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충남도의 경우 도 산하 위원회가 제시한 ‘보와 준설 사업의 재조정’ 의견을 충남도가 수용할 태세를 보이자 해당 시군이 강력 반발했다. 충북도 산하 위원회는 ‘논란이 있는 일부 사업은 조정하되 4대강 사업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두 지역 시군들도 대체로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편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시종 충북지사도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박준영 전남지사의 소신과 실용 행정을 배우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01029금] KTX 2단계 개통, 해외 시장으로 뻗어가야 산다
대구와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사업이 완공됐다. 1992년 첫 삽을 뜬 지 18년 만에 서울~부산을 잇는 423.9㎞의 고속철도망이 연결됐다. 내달 1일부터 고속철 운행이 시작되면 5000만 인구 중 3500여만명이 2시간대 생활권으로 들어오고, 지역 경제와 관광·문화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우리는 고속철이 경사(慶事)를 맞는 오늘 고속철 관련 산업의 내일을 염려해야 하는 모순(矛盾)된 처지에 있다. 국토 면적이 워낙 좁고 앞으로 남은 국내 고속철 공사가 오송~광주~목포의 호남선을 포함해 모두 333㎞밖에 안 돼 고속철 관련 산업 일거리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이번 2단계 사업 구간 중 76%를 교량과 터널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18건의 특허를 취득했고, 첨단 신기술·신공법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시속 400㎞대 고속열차도 개발하고 있다. 고속철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를 토대로 해외 시장과 대륙 노선으로 뻗어가는 길밖에 없다.
2000년대는 철도의 르네상스다. 한때 낡은 수송수단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철도에 대한 투자 붐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철도차량만 해도 시장규모가 2009년 197조원에서 2020년 360조원으로 팽창할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철도산업 규모는 원자력 발전 시장을 웃돈다. 확대냐 정체(停滯)냐의 갈림길에 선 KTX가 수출 길을 뚫을 수만 있다면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
국내 철도의 기술 수준은 프랑스·일본·독일의 70~80% 수준이고 고속철 시공 경험도 적다. 중국은 고속철도 투자가 늦었으나 우리보다 빠른 고속철 차량을 훨씬 싼 값에 공급할 능력을 갖췄다. 우리 고속철이 이런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프랑스의 시스트라(Systra), 일본의 해외철도기술협력협회처럼 해외철도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민관 합동 시스템을 구상해 볼 일이다.
한국이 단독으로 해외시장에서 경쟁국들을 따돌리기는 어렵다. 고속철의 활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건설공사, 차량 개발·제작, 보수·유지, 운영 시스템 중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다른 나라를 앞서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독일·프랑스·중국 중 몇 개국과 공동회사를 설립하거나 프로젝트별 컨소시엄을 결성해 해외 시장공략의 돌파구를 찾는 방법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1029금] ‘KTX 산천’ 잦은 고장 쉬쉬 할 일 아니다
한국형 고속열차 ‘KTX 산천’이 그제 또 주행 중 장애를 일으켰다고 한다.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지난 27일 오전 7시 30분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던 KTX 산천 109호 열차가 천안아산역 부근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 운행시스템을 손본 뒤 운행을 재개했지만 대전역쯤에서 또 다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결국 동대구역에 23분이나 지연도착한 열차의 운행을 중단시키고서 승객 300여명을 뒤따르던 후속 열차에 갈아타도록 조치했다. 지난 3월부터 운행에 투입된 산천은 지금까지 모두 16차례 각종 장애를 일으켰다고 한다.
국내기술로 개발된 KTX 산천의 고장이 지나치게 잦다. 지난 13일에는 시험 운전 중이던 열차가 국내에서 가장 긴 금정터널 안에서 고장으로 멈춰섰다. 다행히 승객이 타고 있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험 운전이었기에 망정이지 승객들이 장장 20㎞가 넘는 터널 안에 갇혔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장면이다. 무엇보다 동대구에서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은 전체 128.6㎞ 중 97㎞가 교량 54개와 터널 38개로 이뤄져 사고발생 위험성이 높을뿐더러 사고대응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난코스다.
코레일과 제작사인 현대로템 측은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일정부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고를 은폐하려는 듯한 코레일 측의 태도이다. 금정터널 사고는 코레일의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감을 하루 앞둔 날 일어났다. 코레일 측의 입단속으로 이 사고는 무사하게(?) 넘어갔다. 코레일은 심지어 외국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정확한 고장 원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운전 중에 일어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떳떳하게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최소한 재발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029금] 감세정책, 포퓰리즘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이 감세(減稅)정책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당 대변인이 지난 27일 최고위원 · 중진회의 연석회의에서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 철회를 검토키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자 불과 4시간 만에 그냥 논의해보겠다는 수준이었다고 물러섰다. 안상수 대표도 어제 "단순한 검토 지시가 마치 수용하는 것처럼 비쳐졌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감세 정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국정을 이끌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세금제도는 경제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정책이어서 손바닥처럼 뒤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감세는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상징적인 정책이다. 당내 일각에서 복지재원 확충을 명분으로 감세 철회를 요구했다고 해서 당 지도부가 내부 토론이나 여론 수렴도 없이 불쑥 꺼내든 것은 국민과 기업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부가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각각 35%와 22%)을 2%포인트 낮추기로 한 2012년도 당초 발표했던 시점보다 2년 늦어진 것으로,야당의 '부자감세론'에 밀려 양보했던 사안이다. 그것마저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은 약속을 또다시 뒤엎겠다는 꼴이다. 전 세계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고 소비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소득세 인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뒤로 가자는 억지에 다름아니다.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는 일임은 말할 것도 없다.
재정 건전화가 시급한 상태에서 급속히 늘어나는 복지 비용을 충당하기는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복지 확충은 정부 재정 지원 확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감세를 통한 경제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복지 정책이라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안이다. 감세를 철회하면서까지 복지를 늘리려는 한나라당의 시도는 당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기도 하다. 감세 철회 논의는 당장 접는 게 옳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029금] 한미 FTA 이견조율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이틀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양국 통상대표회동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회의에서 답보상태인 한미 FTA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음달 G20 정상회의 개최 전에 시기와 장소를 정해 다시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 정상은 지난 G20 토론토 정상회의 때 양국 간 FTA와 관련한 쟁점들을 G20 서울회의 전에 해소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사항이나 정치일정 등을 감안하면 G20 서울회의 전에 한미 FTA 추가 논의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달 2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민감한 FTA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이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다.
다만 자동차의 경우 연비와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 등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 어느 정도 진전이 기대된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은 FTA와 관계없는 검역상의 문제인데다 국내의 정치적 부담이 커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실무접촉을 통해 쟁점을 조속히 해소하고 FTA 발효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FTA 협정을 체결한 지 3년반이 지나도록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유무역 확대에 역행하는 일일 뿐 아니라 양국 모두에도 손해다. 한ㆍ유럽연합(EU) FTA가 타결되자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미 FTA의 조속한 발효를 촉구한 바 있다.
한미 양국 정상이 FTA 쟁점들을 G20 서울회의 때까지 해소하기로 합의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서로의 입장은 충분히 전달됐으므로 FTA 협정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견을 해소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 상대방이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지양하고 윈윈하는 방향에서 쟁점이 해결되도록 협상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는 것은 재협상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원칙을 고수하며 협정의 기본원칙과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미국 측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 될 것이다. FTA의 조속한 발효를 위한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101029금] 뚱보 새끼 곰
뚱뚱한 여자가 아름답다. 아프리카 모리타니에서는. 출렁거리는 뱃살 없인 시집갈 꿈도 못 꾼다. 끝없는 다이어트와 요요 현상에 지친 누구라도 이민을 꿈꿀 법하다.
그러나 ‘미인’ 되려고 억지로 살 찌우는 것 역시 고통이다. 모리타니에선 사막 한가운데 ‘1등 신붓감 만들기 캠프’를 열고 10대 소녀들에게 하루 1만6000㎈씩 음식을 먹인다. 낙타 젖만 무려 18L다. 그 또래 영양 권장량의 10배를 넘는다. 푸아그라 만드는 거위 신세가 따로 없다. 거부하다간 회초리로 맞고 게워내면 도로 먹어야 한다. 눈과 신장이 나빠져도 식욕 증진제까지 복용할 지경이다.
황당한 관습이 생긴 건 역설적으로 먹을거리를 찾기 힘든 척박한 환경 탓이다. 통통하게 오른 살이 부(富)를 상징하다 미(美)의 척도로 둔갑했다.
먹을 게 너무 넘치는 나라들은 정반대다. 살을 ‘공공의 적’ 취급한다. 비만 관련 치료비만 한 해 150조원 이상 쓰는 ‘세계 제일 뚱보 나라’ 미국이 대표적이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고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가 팔을 걷어붙였다. 올 봄 시작한 ‘렛츠 무브(Let’s Move)’ 캠페인은 30%대인 비만 아동을 20년 내에 5%로 줄이는 게 목표다. 역풍도 거세다. 특히 비만인 권익단체(NAAFA)가 결사반대다. ‘비만=비정상’이란 편견으로 아이들의 열등감을 키운다고 야단이다.
마음의 상처 안 주려다 몸의 병을 키울 순 없다. 살찐 아이들은 고혈압·당뇨병 같은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조사 결과 초·중·고생 13%가 비만이란다. 표준 체중의 1.5배를 넘는 고도 비만 학생도 처음으로 1%를 넘어섰다. 햄버거·라면처럼 입에만 달고 몸엔 나쁜 음식이 주범이다.
우리와 달리 휴전선 너머 아이들은 살 한번 쪄 보는 게 소원일지 모르겠다. 35~50%가 영양부족이라고 세계식량계획(WFP)은 어림한다. 주린 배를 안은 채 “할배 곰(김일성)은 뚱뚱해, 아빠 곰(김정일)도 뚱뚱해, 새끼 곰(김정은)은 미련해”라고 노래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짠하다. 인민의 자식들은 굶어 죽을 판인데 ‘새끼 곰’은 비만으로 성인병을 앓는 이상한 나라. 그러니 아무리 때린다 해도 ‘곰 세 마리’ 노래를 멈출 성싶지 않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1029금] 비만의 대물림
어느 모임을 가도 살 빼는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살 빼기 성공담은 단연 최고의 화제이고, 주인공의 날씬해진 몸매는 이내 경탄의 대상이다. 지금 현대인은 어느 시대보다 굵은 허리로 뒤뚱거리고 있다. 영양 섭취는 늘었지만 육체 노동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지구를 어슬렁거리는 남자들의 몸무게가 지난 20년 동안 10㎏ 정도 늘었다.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비만은 개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와 나라, 나아가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올랐다. 비만이 불러오는 사회적 손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비만도는 중요한 사회경제적 지표가 되었다. 몇년 전 영국에서는 비만장관직을 신설하고 과체중에 선전포고를 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만과의 전쟁은 치열하고도 심각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만은 있는 자들의 것이었다. 만화로 부자를 묘사할 때는 배부터 크게 그렸다. 하지만 지금은 없는 사람들이 더 뒤뚱거리고 있다. ‘비만의 이동’이다. 싸구려 고기와 음식물을 섭취하고 몸에 낀 기름기를 제거할 운동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네 비만은 거의 육식에서 비롯되었다. 햄버거와 닭튀김, 그리고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는 인류를 육식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다. 눈부시게 발달했다는 사육 기술은 달리 말하면 ‘살찌게 하는 기술’이다. 인간의 먹이로 키우는, 동물 학대이다. 그런 고기를 섭취했으니 인간들도 살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1984년부터 93년까지 영국에서는 패스트푸드 가게가 2배가량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성인 비만율 또한 2배가 높아졌다고 한다. 패스트푸드는 설탕과 소스로 고기 고유의 맛을 뺏어버린다. 단맛은 모든 다른 맛을 앗아가버리므로 이는 음식을 향한 ‘백색 테러’에 다름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을 빼기는 정말 힘들다.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고 식단을 관리하거나 여가활동을 할 만한 돈이 없다. 별 수 없이 자신의 군살을 달고 다녀야 한다. 뒤뚱거리면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 그들의 불룩한 배는 그 이전에는 없던 ‘특별한’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가난한 집안에 비만아동이 많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소득이 많을수록 균형있는 식사를 하고 운동을 많이 하는 반면, 소득이 적으면 불규칙한 식사에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기 때문이란다. 배 나온 부모가 비만아들을 데리고 패스트푸드점을 기웃거리는 광경, 이것이 양극화 사회의 단면이라면 매우 위험하다. 그것은 비만의 대물림이니 참으로 슬픈 삽화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데스크 칼럼/전호림(중소기업부장)-20101029금] 유해물질 없는 家具와 살고 싶다
"수백만원짜리 새가구 눈 따갑고 가려움증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정부, 유해물질 규제해 국민건강 지켜야"
우리는 국민소득에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을까. 소득이 높아지면 주택이나 자동차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문방구 의복처럼 일상에서 쓰는 사소한 용품까지도 품질이 고급화되고 좋아진다. 이는 선진국에 진입한 모든 나라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은 1인당 명목소득이 2만달러를 넘었고, 구매력 기준으로는 3만달러에 육박한다. 하지만 의복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구만은 유독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보다 디자인이 예뻐지고 컬러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품질은 소득 수천 달러 시대인 1980년대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아토피와 암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같은 유해물질이 방출되는 줄 알면서도 생산자는 해마다 그런 가구를 만들고 있고 소비자는 안 사 쓸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초등생 둘을 키운다는 어느 주부는 며칠 전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와 수백만 원을 들여 새 가구를 들여 놨는데 이튿날부터 눈이 따갑고 아이들이 피가 나도록 긁어대는 통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반 가구의 재료는 PB나 MDF로 불리는 합판이다. 원목 또는 폐목재를 톱밥 모양으로 갈아서 본드로 버무린 다음 시루떡처럼 납작하게 눌러 쪄내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이걸 용도별로 자르고 그 위에 종이처럼 얇게 뜬 무늬목을 발라서 원목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생나무로 된 `원목`가구는 국내에 없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합판 생산과정에서 나뭇가루를 뭉치게 하는 본드다. 본드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라 가구를 E0, E1, E2로 나누는데 국내 업체들은 대체로 "E1을 쓴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 주장이고 실제로는 최하등급인 E2가 많다. 선진국은 E1 이상을 쓰도록 엄격히 규제한다. 일본은 아예 E0를 쓰도록 하고 있지만 좀 사는 집은 청정 레벨인 `슈퍼이제로(SE0)` 가구를 쓴다.
그럼 왜 우리는 에미션(emission) 제로인 E0를 못 만들까. 먼저 E0 이상을 만들려면 버무리는 본드 값이 몇 배로 비싸진다. 둘째는 가구산업의 영세성과 닿는다. 전자제품이나 가구나 실내에 들여놓는다는 점은 같지만 전자업체 매출이 수조원인 것과 달리 가구업체는 1위 기업이래야 고작 5000억원 안팎이다. 가구업체로서는 소득 분포상 수요가 가장 많은 중산층과 그 이하 계층에 맞춰서 대량 생산해야 타산이 맞는다. 전자업체처럼 소신 있게 최고급품을 만들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외국에 수출이라도 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 품질은 지키면서 가격은 싸질 텐데 전반적인 수준이 거기에는 못 미친다.
물론 영세성을 핑계댈 수만은 없고 가구업체들의 양심불량도 한몫한다. 그들이 등급 표시만이라도 정직하게 해주면 소비자는 각자 형편대로 안심하고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가구에는 선진국처럼 E0인지 E1인지를 나타내는 등급표시가 아예 없다. 고객이 물어보면 "E0다, E1이다" 하며 판매점 내키는 대로 대답한다. E0라고 해서 들여놓은 책상도 몇 달간 눈이 따갑고 냄새가 나니 엉터리다.
새 아파트에 붙박이로 들어가는 가구도 마찬가치다. 건설업체의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거치는 과정에 알맹이가 다 빠진 가구는 간신히 원가를 맞추는 수준이라 좋은 자재를 쓸 수가 없다. 가구업계에 도는 얘기로는 최상위 건설업체인 S사 정도만 E0를 쓴다고 한다. 툭 하면 10억원씩 하는 아파트도 알고 보면 콘크리트 덩어리에 냄새나는 합판가구로 치장된, 어처구니 없는 상품인 셈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정부 역할이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진작에 엄격한 규정을 뒀어야 했다. 까다로운 규정을 만족 못하는 업체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 자리를 외국제품이 먹는 상황이 지속되면 제대로 만들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업체가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그것이 시장의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