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이유자돈에 더 많은 관심과 손길을
신현덕 원장 / 신베트동물병원
돼지의 일생동안 어미의 보호로부터 독자생존의 길을 떠나는 이유만큼 스트레스를 복합적, 지속적으로 받는 시기는 없다. 영양적, 환경적, 사회적, 질병적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몰아침으로써 자돈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처한다는 것이니, 농장관리자가 이유자돈에게 관심과 손길을 주느냐, 마느냐하는 것은 이유부터 비육돈 출하시기까지의 성장률과 육성률을 좌지우지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잘 아시다시피 스트레스라 하는 것은 돼지를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힘들게(에너지가 소요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자극시켜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과잉 분비하도록 한다. 그에 따라 혈중 백혈구 가운데 과립구를 늘게 하여 활성산소가 증가되니 신체조직에 염증이 쉽게 일어나게 한다. 그리고 혈관수축과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켜 조직에 노폐물이 쌓이고 심박수가 증가토록하고 긴장, 흥분 상태가 되므로 식욕이 위축되는 것도 아드레날린의 작용 때문이다. 또한 스트레스는 부교감신경 기능을 저하시켜 림프구수를 감소시키니 면역력이 저하되고 신체의 배설 및 분비기능을 악화시켜 소화도 어렵게 하고 해독기능도 나쁘게 한다.
모돈과의 이별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 모유에서 마른 사료로 바뀌고, 어미가 밥 먹으라고 다정스럽게 꿀꿀거리던 소리(vocalization)는 온데간데없고 하루에 두세 번 던져주는 온정머리 없는 관리스타일은 영양적 스트레스, 이동/합방에 따른 사회적 스트레스, 온·습도 및 공기유속에 따른 체감온도 변화 같은 환경적 스트레스, 포유기 중에 갓난이 입붙이기도 충분하지 못했고 물먹는 방법도 익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맞은 갑작스런 이유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자돈에게 엄청난 시련을 주게 된다.
젖에서 마른사료로 바뀔 때 상당기간 섭취량도 부족하고 소화기능도 약해지므로 이유 후 며칠간은 영양실조를 겪게 되고 스트레스에 의한 에너지 소모도 심하므로 포유기간 중에 축적해놓은 체지방이 절반 가까이 감소된다. 두꺼운 옷을 입었다가 속옷만 입은 듯 벗겨진 상태이므로 자돈은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생리적 활력을 잃고 항상성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하루에 스무번 전후로 따뜻하게 데워 주던 젖은 영양가도 높고 소화시키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갓난이사료는 영양가는 높을지 몰라도 물 먹을 줄을 모르니 목이 마르고 이 사료를 소화시킬 효소도 잘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태이니 먹고 싶지 않아 한 동안 굶는 현상을 보인다. 그러다 너무 배가 고파 앞뒤 안 가리고 퍼먹다 과식에 의한 소화불량과 설사증상으로 이어진다.
소장의 융모 상피조직은 영양소를 흡수하기도하고 소화액을 분비하는 부위인데 우리 신체조직중에서 가장 신속하게 성장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사료에서 섭취한 영양분이 부족할 경우 융모는 발달하지 못하고 위축된다. 이유 후 영양섭취 불량은 곧바로 융모 위축으로 이어지니 결과적으로 소화가 더욱 불량해질 수밖에 없다.
돼지에 있어서 이유직후인 4~6주령 구간은 모체이행항체(MDA)가 바닥이 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능동적으로 면역을 형성할 만한 능력도 없는 면역공백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돈으로부터 수직 감염된 병원체나 자돈사 환경 속에 숨어있던 병원체 또는 선배 돼지들과의 접촉에 의한 병원체 감염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PRRS, PCV2 같은 면역 억제성 소모성 질병이 안정화되지 않은 돈군에서는 이유 자돈기 사양 및 위생관리가 부실한 경우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어왔다.
필자는 이유자돈의 품질관리를 크게 강조해왔다. 초유를 충분히 섭취한 자돈, 포유 중에 갓난이 입 붙이기를 최소 10일 이상 잘 훈련되어 소화효소가 준비된 자돈, 물 먹는 방법을 익힌 자돈, 이유체중이 크고 체지방이 든든히 축적된 자돈이라면 품질이 좋은 자돈이다.
여기에 이유 후 자돈사료 급이 횟수는 어미가 젖을 주던 횟수에는 못 미치더라도 1일 5회 이상 줄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 이유 후 보온관리 또한 중요하다. 전입온도를 설정하고 이유 자돈사를 빠져나갈 때까지 3~4일 단위로 1도씩 하향조정해나가는 노력을 해줘야 사료섭취량이 정상적으로 증가한다. 면역공백기인 만큼 청결 위생을 유지하고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배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유 자돈기에 먹고 마시는 물, 사료, 공기에 병원체가 들어있다면 쓸데없이 면역적 자극을 일으키고 이는 자돈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므로 돼지의 성장을 방해한다. 자돈사의 위생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유 후 1주간 일당증체가 150g을 넘기는 농장이라면 이유 시 자돈의 품질도 좋고 이유 후 사양 및 위생관리가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 농가의 반수는 그 기간 일당증체가 0g 이하(체중 감소)라고 본다. 여러분 농장은 어느 수준인가? 출하일령 단축과 비육돈 사료효율을 좌우하는 이유 자돈기 관리에 여러분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