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궁금하다
지난 긴 장마의 폭우는 재난을 넘어 재앙이었다. 이럴 때면 또 듣는 말, ‘나는 화상회의도 했다.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라는 남 탓, 나 몰라 재앙도 절망 그 자체였다.
그중 7월 15일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7월 19일 경북 예천의 10년 만에 얻은 외아들 채수근 상병의 어이없는 죽음은 장맛비가 그저 눈물이었다. 또 이는 인재이며 그 와중에 명품쇼핑, 양평고속도로 논란까지 겹쳐 이러니 하늘도 우릴 버렸구나 싶었다.
다시 생각하기 싫은 아픔이고 슬픔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잊거나, 잊히지 않아야겠기에 그날을 다시 반추한다. 더욱 오송 참사는 또 그 지긋지긋한 4대강 사업으로 귀결되니, 기가 막힌다. 댐은 강 상류에, 보는 하류에 건설하여 홍수와 가뭄 예방, 발전, 농공업용수 확보에 쓰인다. 하지만 이는 국토의 조건, 기후, 하천의 지형 등을 따져야 한다. 그럼에도 오송 참사가 댐과 보를 막는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눈이 뒤집히니, 이는 곧 남의 슬픔은 내 기쁨이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처럼 특권층을 위한 개발독재 이권 챙기기의 전형이다. 양두구육, 인면수심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거기에 그날 오송 참사에 충북 도지사 김영환의 ‘내가 가도 달라질 게 없다’라는 파렴치한 말까지 더하여져서 주먹도 불끈 쥐어진다. 그날 억울하게 숨진 분들을 애도하며 그 주먹으로 가슴을 치니, 청주 급행버스 747번 기사의 사연이 절절하다. 747번 기사는 미호천교가 침수로 통행 제한됐다는 연락과 ‘우회하라’라는 지시에 따랐으나 기다리는 건 죽음이었다.
또 70대 여성은 출근 전 아들과 전화로 비 피해 안부를 물었는데, 마지막 통화가 됐다. 또 20대 여성은 오랜만에 여행을 가던 중이었다.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 한다’라고 친구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또 초등학교 교사인 30대 청년은 결혼한 지 2개월이었다. 이날 임용고시를 치르는 처남과 함께 지하차도로 차를 몰다 변을 당했다. 자가 출근 중인 40대 의사도 평소 어머니와 살가운 통화를 하던 효자였다고 한다.
이 오송 참사는 제방 둑이 터지면서 강물이 지하차도로 삽시간에 흘러들어 14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사고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전의 이태원 참사나 그 이전의 세월호 참사처럼 대통령은 호통만 치고, 장관은 숨고, 말단 직원 몇에 책임을 지우면서 이상 끝일 것이다. 경찰을 행정자치부에 소속시켰으면 그 소속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저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보내는 호통이 사태 해결이다.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대책이 어떠니, 저쩌니 하는 철판 깐 얼굴을 보는 것도 정말 지긋지긋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 그리 이어지니 새만금 잼버리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입국도 하지 않은 예멘 대원 숙소 배정은 개그이나, 웃음 대신 온몸에 돋는 소름이다.
‘신학교에서 사제가 되기 전에 사람이 돼라! 는 가르침을 되새겼습니다. 검찰이기 전에, 정치인이기 전에, 대통령이기 전에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정치 현실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6월 항쟁 36주년 기념 만민공동회에서의 함세웅 신부 호소이다.
‘닭머리를 가진 자라도 이런 말은 못 한다’라며 해당 관계자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는 지난 대통령의 리투아니아 방문 시 부인 김건희의 명품쇼핑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김 여사가 호객 행위를 당해 명품매장을 찾았다’라는 해명에 대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논평이다.
살다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다. 하지만 별 볼 일 없음 보다, 별 볼 일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런데 광주, 울릉도와 독도가 빠진 국토부 지도를 보면 아예 볼 별조차 없구나 이다.
국토부가 어딘가? 수조 원의 국책사업도 단칼에 취소하는 무서운 분이 사는 곳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지도에서 뺀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에 줬겠지만, 광주는 어디다 줬을까? 북? 중국? 그걸 위대한 원희룡 장관에게 묻는다? 어휴 무섭다. 그러다 경을 칠라. 하지만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