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나들이
<용평 알펜시아 리조트>
엊그제 선산 벌초(伐草)하러 갔다가 용평 알펜시아 리조트(Alpencia Resort)를 구경하고 왔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용평 알펜시아를 중심으로 인근 여러 곳에 분산되어 열립니다.
알펜시아(Alpencia)라는 말은 알프스와 아시아가 합쳐진 '아시아의 알프스'가 아닌가 하는.....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장의 제일 높은 곳(모노레일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감)의 전망대에서 둘러본 풍경은 정말 알프스 어느 계곡에 올라와 있는 듯, 눈 앞이 황홀할 지경이었습니다.
원래 있던 용평스키장과 언덕 하나 너머 다른 골짜기에 새로 들어선 알펜시아 스키장은 우선 그 규모 면에서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너무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리조트 건물들, 거대한 선수촌 아파트들, 수많은 콘도들, 거기다 4개의 골프장과 그 주변 시설까지 골짜기 가득 들어서 있습니다.
동계 올림픽은 알펜시아를 중심으로 경기가 열린다는데 규모는 오히려 용평쪽이 2배 이상 큽니다.
전망대에서 보면 진부, 횡계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대관령 능선과 수십개의 전기풍차가 돌아가는 것도 보입니다. 수십 개의 스키 슬로프 옆 계곡에는 콘도들이 즐비한데 모두 서울 부자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봄, 가을에는 골프치고, 겨울에는 스키타고.... 돈만 있으면 우리나라는 정말로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많은 돈 내고 유럽여행 가지 말고 여기로 오면 스위스의 알프스 풍경은 저리가라입니다.
주변에는 이름난 먹거리도 많다는데 우리는 '산골 이야기'라는 삼계탕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토종닭을 잡아 주인이 직접 산에 가서 채취한 영지버섯, 오가피나무, 또 무슨 산채에다 주먹 만한 전복까지 넣어 커다란 항아리에서 푹 고아냈는데 그 맛과 식감이 환상이었습니다.
거기에다 주변 산에서 채취했다는 가지가지 장아찌들 - 곤드레 장아찌, 당귀 잎 장아찌, 산마늘(명이나물) 장아찌.... 7~8가지가 넘는 장아찌들은 손수 담근 산야초 발효액에 담가 장아찌를 만든다는데 보약입니다.
산골짜기 조그만 식당인데도 식당 벽에는 유인촌 장관, 탤런트 김민종의 사진과 싸인이 붙어있습니다.
신선한 공기, 아름다운 경치, 밤에는 하늘 가득 쏟아지는 별무리까지....
선산 벌초를 겸한 환상적인 고향나들이였음을 보고합니다.
<2014. 9월>
<가을 낭만여행>
언젠가 집사람이 TV에 나오는 정선(旌善) ‘민둥산’ 능선의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장면을 보고는 줄곧 함께 등산을 가자고 졸랐다.
그런데 마침 내가 소속된 ‘인천 미추홀 은빛합창단’이 전국대회 일정이 잡혀있고 연이어 야유회까지 겹쳐있어 짬을 내지 못해서 바쁜 스케줄이 끝나면 함께 가자고 약속을 했었다.
10월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조금 지났지만 벼르던 민둥산 산행을 큰 맘 먹고 실행에 옮겼다. 가랑비가 내려 날씨가 좋지는 않았지만 많이 내리지는 않겠다는 예보를 들으며 아침 일찍 정선을 향하여 출발을 하였다. 등산 후 강릉의 처가에도 들르는 계획으로.....
영동고속도로로 가다가 ‘원주IC’ 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바꾸어 타고 다시 ‘제천IC’ 에서 빠져 국도를 이용하여 영월(寧越)을 거쳐 정선(旌善)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가랑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이기는 했지만 치악산(雉岳山)을 지나 충북지경으로 들어서자 온통 만산홍엽(滿山紅葉), 단풍이 절정을 이룬 아기자기한 산들이 겹겹이 나타난다. 밝은 햇살 속에 보는 풍경도 좋지만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보는 단풍은 빛깔이 더욱 선명한 듯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제천, 영월을 거쳐 정선에 이르기는 국도는 이른바 우리나라의 중부 산악지대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굽이와 그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맑은 시냇물, 시원하게 뚫린 포장도로가 너무도 아기자기해서 우리나라 산야(山野)의 아름다움을 실감케 한다.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비교적 많은 나라를 여행했는데 남아메리카의 안데스고원(Andes), 인도 중부의 데칸고원(Deccan), 중국 위구르 자치구의 황량한 고비사막(Gobi Desert), 끝없는 옥수수 밭의 만주(滿洲)벌판 그리고 미국 텍사스의 드넓은 평원(平原/Prairie) 등을 두루 볼 기회가 있었지만 어느 곳도 우리나라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었던 것 같다. 하나같이 광활한 황무지의 연속으로 토질도, 기후도 모두 사람들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은 척박한 지역이었지만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놀라웠었다.
민둥산 등산로 입구 부근의 증산초등학교 주차장에 주차를 하며 보니 인천에서 꼭 3시간이 걸렸다.
근처 식당에서 7.000원짜리 곤드레 나물밥을 맛있게 먹고 등산 채비를 하는데 계속 가랑비가 내려 등산을 주저하게 만든다.
민둥산 등산로 입구 / 빗속으로 등산 시작 / 정상의 억새길
모처럼 작정을 하고 온 터라 일회용 비옷을 사서 걸치고 등산을 시작했다. 이정표에는 가파른 경사의 오르막길이 50분 쯤 걸리고 쭉 이어진 억새밭 능선(稜線)을 걸어 정상까지 다녀오려면 3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와 있다.
처음부터 가파른 길의 연속인데 땅과 나뭇잎이 젖어있어 미끄러워서 오르기가 쉽지 않다. 30분 쯤 헉헉거리고 오르는데 밥을 먹고 곧바로 오른 탓인지 숨이 가쁘고 힘이 들어 10분 쯤 오르다가는 쉬기를 반복하게 된다. 내려오는 사람에게 능선에 거의 왔냐고 물으니 아직 1시간은 더 올라야 한다고.....
집사람과 눈치를 주고받다가 결국 포기하고 되돌아서고 말았다. 우리 두 사람의 변명은....
비가 온다. 길이 너무 미끄럽다. 넘어지면 다치기 쉽다. 다음 스케줄에 시간이 쫓기게 된다. 나중 날씨 좋을 때 다시 온다..... 훌륭한 변명꺼리였다.
산을 내려와서는 몇 해 전, 친구들과 와서 먹었던 동해안의 생선회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고 집사람에게 자랑했던 ‘임원항’의 횟집으로 내비(Navigation)를 맞추었다. 일단 삼척으로 가서 동해안을 끼고 남쪽으로 30분 쯤 달리면 경상북도와 경계부근에 자그마한 임원항이 있고, 작은 횟집이 수십 개가 붙어있는 회골목이 있다. 3만원을 냈더니 제법 큰 민어 한 마리에 쥐치 3마리, 오징어 두 마리를 썰어내고 매운탕도 따라 나오니 매우 저렴한 가격인 셈이다.
이곳 회의 특징은 냉면그릇에 양배추, 상추, 깻잎 등 채소를 아주 가늘게 썰어서 담고는 그 위에 콩가루를 듬뿍 넣어 주는 것이 특징이다. 회를 상추와 깻잎으로 쌈을 싸서 먹다가 남은 회를 냉면그릇에 쏟아 붓고 초고추장을 넣어 버무려서 먹는 것이 이곳 방식인데 그렇게 고소하고 입맛에 맞을 수가 없다.
이곳은 시골이라 절대로 양식어류는 취급하지 않는, 순 자연산이라고 자랑한다.
매운탕도 아주 맛이 있었는데 우리 부부는 제법 회를 잘 먹는 편인데도 둘이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이니 무척 싼 편이다.
어스름 녘에 강릉을 향해 차를 달리니 잘 뚫린 동해고속도로 덕분에 1시간 남짓 만에 강릉에 도착한다. 하룻밤을 강릉에서 자고 이튿날 토요일, 장모님이 싸주시는 푸짐한 시골인심을 바리바리 차 트렁크에 쑤셔 넣고 룰룰룰... 인천을 향해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2014. 10월>
<대관령 둘레길과 산신당·성황사>
고향 강릉을 다녀왔습니다. 중동호흡기 증후군(MERS)으로 복지회관이 쉬는 틈을 타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복지관 소속 미추홀 은빛합창단 멤버이기 때문에 주2회 연습....
산신당(김유신장군) / 성황사(범일국사) / 용정(龍井) / 동서와 함께
용왕당과 칠성당 / 산신당 입구의 안내도 / 반정에서 산신당 가는 길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과 기념 공원>
허난설헌 좌상 / 공원의 다리 / 난설헌교 / 허균·난설헌 기념관 / 노송(老松)
마침 단오축제기간이었지만 금년은 메르스로 단오제가 취소되어 단오장은 쓸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신 대관령 둘레길을 따라 산신각까지 걸어 보았고(4km), 허난설헌 생가도 다시 한 번 들렀습니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 공원 인근의 연당(蓮塘) / 전통차 시음장
먼저 다녀올 때는 몰랐는데 난설헌 생가 주변과 경포호반을 끼고 굉장히 넓은 지역을 관광지구로 조성하였는데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예뻤습니다.
본 것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겠지만 핸드폰으로 담아 온 사진 몇 장을 붙여 올려봅니다. <2015.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