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집주1) 제1권
시(詩)
전유장 상구 에 대한 만시〔輓全幼長 尙耇〕
대대로 맺은 교분 산처럼 무거우니 / 世誼重如山
말하려 하자 마음이 점점 아파오네 / 欲說心轉悄
어버이 여인 한을 모두 겪어서 / 俱纏孤露恨
풍수의 탄식이 다하지 않았는데 / 風樹愴未了
어찌 생각했으랴 굳세고 곧은 자질로 / 豈料堅貞姿
갑자기 다시 중도에 요절할 줄이야 / 遽復中道夭
가슴속 포부는 그대에게 많이 얻었고 / 襟期得子多
학문은 나의 부족함이 부끄럽다오 / 學問愧余謏
그대는 훌륭한 군자의 풍모 있고 / 倬有君子風
필법은 왕조의 경지에 이르렀네 / 筆法臨王趙
근래에 세상의 정이 험악하여 / 邇來世情隘
괴롭게도 우환에 휩싸여 지냈으나 / 苦被憂患繞
유환은 움푹한 구덩이에 멈추고 / 流丸止甌臾
월식은 운행하여 다시 밝아지네 / 月啖行復皎
궁함과 현달함은 명이니 또 어쩌랴 / 窮通命也何
백년 세월이 새처럼 날아갔네 / 百歲同過鳥
어진 이는 훌륭한 후손 있음이 위로 되니 / 所慰仁有後
준마 같은 후손들 당당하도다 / 騊駼群矯矯
연전에 병문안 하러 갔을 때는 / 年前往問疾
축성에 장맛비 내리는 새벽이었네 / 炎雨竺城曉
나쁜 소식 이윽고 따라 이르러 / 惡音俄踵至
나는 다시 영외로 달려갔었네 / 我更赴嶺表
돌아와 해가 이미 바뀌어 / 歸來歲已換
그대 비로소 장사지냈다는 말 들었지만 / 聞君始卜兆
나는 병이 들어 멀리서 생각만 할 뿐 / 抱病但遙想
문 닫으니 준마는 한가하다네 / 閉門閑騕褭
새 무덤이 당처럼 서 있으니 / 新隴起若堂
해 떨어질 때 솔바람 소리 작구나 / 落日松聲小
만시 지으며 홀로 옷깃 적시는데 / 題輓獨霑襟
바람이 불어와 차가운 대나무 흔드네 / 風來撼寒篠
남사(南史)에 전원례(全元禮)는 사군자의 풍모가 있고 해서(楷書)를 잘 썼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 일을 사용하였다.
[주C-001]전유장(全幼長) : 전상구(全尙耈, 1607~1657)로, 유장은 그의 자이다. 전이성(全以性)의 아들이다. 고려 축산부원군(竺山府院君) 원발(元發)이 그 시조이다.
[주D-001]풍수의 탄식 : 원문의 ‘풍수지탄(風樹之歎)’으로, 《공자가어(孔子家語)》 제8권〈치사(致思)〉에 공자가 길에서 구오자(丘吾子)를 만나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어 주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停 子欲養而親不待〕”라고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주D-002]왕조(王趙) : 왕은 왕희지(王羲之, 321~379), 조는 조맹부(趙孟頫, 1254~1322)를 가리킨다. 왕희지는 진(晉)나라 사람으로, 자는 일소(逸少)이고 글씨에 통달하여 ‘서성(書聖)’이라고 불린다. 조맹부는 원(元)나라의 서화가로 호는 송설(松雪), 자는 자앙(子昂)이며 서법은 원만하고 아름다우며 개성이 풍부하고 변화가 많아 특별히 ‘송설체(松雪體)’라고 부른다.
[주D-003]유환(流丸)은 …… 멈추고 : 유환은 굴러다니는 탄자(彈子)이고, 구유(甌臾)는 와기(瓦器)를 말하는데 유환이 구유처럼 오목한 곳에 들어가면 더 이상 구를 수 없듯이 세간의 유언(流言)도 지혜로운 자에 의해 그 효력을 상실한다는 말이다. 또 《순자(荀子)》 〈대략(大略)〉에 “유환은 구유에 멈추고 유언은 지혜로운 사람에게서 멈춘다.〔流丸止於甌臾 流言止於智者〕”라고 한 말이 있다.
[주D-004]백년 …… 날아갔네 : 송나라 황승(黃昇)이 편집한 《화암사선(花菴詞選)》 속집(續集) 권10에 있는 유자환(劉子寰)의 〈옥루춘(玉樓春)〉시에 “부들꽃은 쉽게 시들고 갈대꽃은 일찍 지고, 객지의 세월은 마치 새처럼 날아가네.〔蒲花易晩蘆花早 客裏光陰如過鳥〕”라는 말에서 유래하여 ‘과조(過鳥)’는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표현할 때 쓰인다.
[주D-005]축성(竺城) : 경상북도 용궁(龍宮)의 옛 이름이다.
주1)목재집[ 木齋集 ]
조선중기의 문신, 학자인 홍여하의 시문집이다. 권유(權愈)의 서문(序文)이 있고 시(詩), 소(疏), 서(書), 설(說), 논(論), 기(記), 서(序), 발(跋), 잠(箴), 명(銘), 송(頌), 찬(贊), 상량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활자본. 13권 7책. 1693년(숙종 19)에 후손이 편집 간행하였다. 권1∼2는 시(詩), 권3∼4는 소(疏), 권5는 서(書), 권6은 설(說)·논(論)·기사(記事)·변(辨)·잡문(雜文)·전(傳)·책(策)·제(題)·서(序), 권7은 기(記)·발(跋)·잠(箴)·명(銘)·송(頌)·찬(贊)·상량문(上樑文), 권8은 제문(祭文)·갈명(碣銘)·묘지(墓誌)·묘석음기(墓石陰記)·묘표(墓表), 권9는 행장(行狀), 권10은 독서(讀書)·차기(箚記)·잡저(雜著), 권11은 동사제강(東史提綱)·범례(凡例), 권12∼13은 부록으로 되어 있다. 책머리에 권유(權愈)의 서문이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목재집 [木齋集] (e뮤지엄,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