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인생을 사는 주체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다.
인생이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여정이다. 그리고 이 여정을 사는 것은 나다. 따라서 인생을 사는 주체는 말할 필요도 없이 나다.
그러면 나란 무엇일까?
산다는 것, 그것은 생물이 하는 행위이며, 생물이란 마음이 깃든 물질인 몸을 가진 존재로, 산다는 것은 그 몸을 가지고 신진대사를 하고 성장하고 자극에 반응하고 자가 치유능력을 가지고 종족번식을 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몸이 탄생하고 성장하여 종족을 번식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산다는 것은 나의 마음이 깃든 물질인 나의 몸이 탄생하고 성장하여 종족을 번식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사는 것은 나의 몸이니 나란 나의 몸이 된다.
그런데 몸이란 물질이다. 그리고 무생물에게도 물질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생물은 성장하지 않고 종족번식을 하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무생물의 물질에는 마음이 깃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몸은 껍질일 뿐 실제로 사는 것은 마음이다. 이렇게 보면 나란 나의 마음이 된다.
그런데 실제로 사는 것은 몸이다. 다시 말해서 마음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삶의 주체를 마음이라고도 할 수 없다. 구태여 말하자면 마음이 깃들어진 몸이다. 그렇다면 마음이 깃들어진 몸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짓이다. 즉 행위이다.
그렇다면 행위란 무엇일까? 환경에서 유발되는 자극에 대하여 반응하는 생물의 행동이다 그러므로 행위가 이루어지려면 환경에서 유발되는 자극이 있어야 하고, 생물이 그 자극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런 후 생물이 행동하여야 한다.
환경에서 자극이 유발된다는 것은 물질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생물에게 전달된다는 것인데, 다시 말해서 물질정보 즉 모양과 색깔, 소리, 맛, 냄새, 느낌이 생물이 가징 감각기관인 눈, 귀, 코, 혀, 피부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물질정보가 감각기관으로 전달되었다고 하여 생물이 물질정보를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안 들리고 또 텔레비전을 켜 놓고도 그것이 안 보이듯, 아무리 물질정보가 감각기관에 전달되어도, 마음이 다른 곳에 있으면 그것은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식주체는 인식기관이 아니라 마음이다.
이렇게 인식기관이 물질정보를 받아들여 그것을 마음이 인식하면 가장 먼저 생겨나는 것은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므로 마음이 깃들어진 몸이 하는 행위는 바로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이렇게 보면 인생을 사는 주체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인생을 사는 주체가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미남이나 미녀를 보면 누구나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그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천박하고 조잡하여 불쾌감을 준다면 그 호감이 지속될 수 있을까? 또 마음이 착한 남자나 여자를 만나면 누구나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그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어리숙하고 답답하다면 이 또한 그 호감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렇게 우리가 진짜 만나는 것은 상대의 몸과 마음이 아니라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랑하는 것도 그 사람의 생김새나 마음씨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또 우리가 증오하는 것도 그 사람의 생김새나 마음씨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해하는 것도 또 오해하는 것도 그 사람의 생김새나 마음씨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다른 사람들 역시 나의 몸과 마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만난다. 그래서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이 남에게 사랑도 미움도 이해도 오해도 받는 것이니, 세상을 사는 것은 내 몸도 내 마음도 아니고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을 사는 주체가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 군맹서진 스님의 책 <인생학개론>중에서
<책의 저자 군맹서진스님의 약력>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졸업
-통도사로 출가하여 범어사에서 승려가 됨
-일본 동붕대학 수석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석사 수료
-(전)월간 본원 발행인
-(전)월간 참불교 발행인
-(전)강북경찰서 경승실장 역임
-(전)경찰종합행정학교 경승 역임
-(전)의정부 교도소 교정위원 역임
-(전)대한불교 조계종 대각회 서원사 주지 역임
-(현)참종 오봉사 주지
-(현)인생치유 연구소 소장
-저술: 부처님 마음 길라잡이(반야회)
반야심경 강설(하늘북)
불이정토론(구담)
참불교론(구담)
-논문 친란의 불교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