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이산(佐耳山, 415.8m)
산행일 : ‘18. 2. 26(월) 소재지 : 경남 고성군 하일면 산행코스 : 가리미배→정상→2봉→3봉→능선삼거리→신기마을(산행시간 : 2시간)
함께한 산악회 : 좋은 사람들
특징 : 경상남도 고성군 하일면의 해안가에 위치한 산이다. 용(龍)을 상징한다는 사천(泗川) 와룡산(臥龍山)의 왼쪽 귀를 닮았다고 해서 좌이산(左耳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모산(母山)인 북쪽 향로봉(578m)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상의 바닷가에 우뚝 솟은 산이다. 이 산의 특징은 육산(肉山)임에도 불구하고 울퉁불퉁한 암릉을 여러 곳에다 숨겨놓고 있어서 심심찮게 조망이 터진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해발고도가 500m를 훌쩍 넘기는 연화산이나 거류산, 무량산, 무이산, 수태산 등 고성에 있는 다른 유명산들에 비해 한참이나 낮지만 가까이에는 산이 없어 시야가 툭 터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번쯤은 꼭 찾아봐야할 산으로 꼽고 싶은 산이다. 단 짧은 산행시간이 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좌이산의 산행계획에다 인근에 있는 ‘공룡들의 놀이터였던 ’상족암’을 함께 끼워 넣는 방안을 권해본다.
▼ 산행들머리는 가리미고개(고성군 하일면 오방리 산 110-1) 남해고속도로 사천 IC에서 내려와 사천 쪽으로 가다가 사천공항 직전 삼거리에서 고성·통영 방면 33번 국도를 탄다. 상리면 소재지 고인돌공원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2㎞가량 가면 나오는 삼거리에서 하일·상족암군립공원 방향으로 좌회전해 가면 하일면 사무소가 나온다. 여기서 삼천포 방향 77번 국도를 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가리미고개’에 닿는다. 도로변에 정자(亭子)가 지어져 있으니 이곳에서 장비를 꾸린 뒤에 산행을 시작하면 되겠다. ▼ 왼편 산자락으로 파고드는 임도를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좌이산등산로 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산행을 출발하기 전에 한번쯤 살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등산로가 너무 단순한 탓에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상족암 트레킹’ 코스와 가장 쉽게 연결시킬 수 있는 신기마을로 내려가는 등산로를 아예 빼먹어버렸단 얘기이다. 하지만 막상 산행을 하다보면 길이 또렷하게 나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콘크리트길을 따라 잠시 걸으면 헬기장이 나온다. 왼편에 있을 좌이산의 정상부를 가늠해보는데 집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보인다. 바닥에 쓰여 있는 글자가 ’H’자가 분명한데도 ’헬기장이 맞느냐는 것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생뚱맞은 곳에 들어앉은 것은 분명하다. ▼ 헬기장을 지나 내리막길을 잠시 내려가면 삼거리이다. 오른편은 ‘동산선원 일윤사’에서 올라오는 길, 좌이산은 왼쪽 방향의 콘크리트길이다. ▼ 콘크리트길은 잠깐이면 끝나버린다. 이어서 두어 곳에서 길이 나뉘나 왼편으로만 진행하면 되겠다. 아니 어디로 갈지를 놓고 고민할 필요도 없겠다. 반질반질할 정도로 길이 잘 나있는 방향으로 들어서면 될 테니까 말이다. ▼ 길은 한마디로 곱다. 보드라운 흙길은 솔가리까지 쌓여 아예 폭신폭신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고, 조금만 가파르다 싶으면 통나무로 계단을 놓았다. 통나무를 깔 수 없는 너덜구간에는 돌까지 쌓아가며 계단을 만들었다. 관할 관청이 고성군에서 심혈을 기울여 정비해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 산행을 시작한지 20분쯤 되었을까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설악산이나 월출산 등 소문난 골산(骨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뛰어난 조망터를 곳곳에 만들어 놓을 정도는 된다. 짜릿한 손맛까지는 아니지만 조망을 즐기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는 얘기이다. ▼ 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조금만 가파르다 싶으면 어김없이 계단을 놓았고 조그만 공터라도 생길라치면 벤치를 놓아 쉼터로 조성했다. 이곳 좌이산이 ‘고성 10대 명산’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더니 그에 어울리는 대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10대 명산’의 나머지는 벽방산(碧芳山, 650.6m)과 적석산(積石山, 497m), 무량산(無量山, 583m), 와룡산 향로봉(臥龍山 香爐峰, 578m), 거류산(巨流山, 570.5m), 구절산(九節山, 565m), 무이산(武夷山, 546m), 연화산(蓮華山, 524m), 선유산(仙遊山, 418m) 등이다. ▼ 첫 번째 전망바위는 8분 후에 만난다. 아니 바위 위에다 전망데크를 만들어 놓았으니 전망대라고 부르는 게 옳겠다. 오른편 발아래에 하일면 소재지와 비취빛 자란만이 널따랗게 펼쳐진다. 그 왼편, 그러니까 북쪽에는 향로봉, 그리고 그 왼편에는 와룡산이 버티고 있다. ▼ 전망대를 지난 산길은 또 다시 흙길로 변한다. 이래서 좌이산을 전형적인 흙산으로 분류하는 모양이다. 잠시 후 돌탑 한 기와 벤치가 놓여있는 공터에 올라선다. 남쪽에서 좌이산 정상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꼭대기에 쌓아올린 돌담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워 보인다. ▼ 살짝 내려가던 산길이 또 다시 위로 향한다. 그렇게 3~4분쯤 진행하면 자란만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전망대에 올라선다. ‘솔섬’과 죽섬, 육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둥둥 떠다니는 멋진 바다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만(灣)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란도(紫蘭島)일 것이다. 붉은 난초가 많이 자생한다고 해서 ‘자란도’(紫蘭島)라 불리기도 하고, 섬의 생긴 형세가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과 같다 하여 ‘자란도’(自卵島)라 불리는 등 여러 가지 설화가 전해지는 섬이다. 섬에는 ‘고을개’(읍포)와 ‘모래치’(사포) 등 2개의 자연마을이 있는데 ‘고을개’는 옛 고을 원님이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모래치’는 모래사장이 있다 하여 불리었다 한다. 아무튼 저 섬은 ‘가깝고도 먼 섬’으로 알려져 있다. 뱃길로 5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지만 섬을 오가는 여객선이 없기 때문이다. ▼ 이어서 잠시 후에는 사각의 정자(亭子)를 만난다. 이곳 역시 전망대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자란만이 발아래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아마 ‘해바라기 꽃섬’으로 알려진 ‘솔섬’이 아닐까 싶다. 섬에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바로 곁에 위치한 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는 ‘작은 솔섬’으로 나뉘어져 있다. 두 섬은 300여m에 이르는 데크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모양새가 이곳 정자에서도 확인된다. ▼ 정자를 지났다싶으면 정상 직전에서 이정표(명덕고개 2.5Km/ 가리미고개 1.4Km)가 세워진 삼거리를 만난다. 정상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올라서야 한다. 이정표에는 정상으로 가는 길을 표시해 놓지 않았지만 길이 워낙 또렷하니 놓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튼 정상을 둘러보고 난 뒤에는 이곳으로 되돌아 나와야만 한다. 들머리에서 이곳까지는 대략 45분 정도가 걸렸다. ▼ 오른편에 보이는 철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좌이산 정상이 나온다. ▼ 봉수대가 자리 잡은 정상의 바로 아래, 자란만이 내려다보이는 쪽에 산불감시초소가 지어져 있다. 그 앞을 배회하고 있는 감시요원의 모습이 문득 옛날 이곳을 지키던 봉수군(烽燧軍)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밝음과 어두움도 초월한 채 나라위한 일편단심으로 망을 보고 봉홧불을 밝혔을 봉수군과 행여 불이라도 날까봐 두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지켜보고 있는 저 감시요원이 하나도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봉홧불 지피는 수고로움 대신에 지금은 다만 핸드폰이나 무전기 등의 최첨단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를 뿐이 아니겠는가. ▼ 정상에는 돌담을 쌓아 옛날 이곳에 봉수대(烽燧臺)가 있었음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그 아래에다 안내판을 세워두었음은 물론이다. 조선 초기에 설치된 ’좌이산봉수대(경상남도기념물 제138호)‘는 전체면적 240.5㎡에 둘레가 73m 정도였으나 현재는 36m(높이 1.6-2.2m, 두께 30-50cm)의 석축만 남아있단다. 석축의 안에서 화덕자리와 막사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해지나, 내 안력(眼力)으로는 그게 어디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아무튼 이곳 ’좌이산봉수대‘는 남해안에 위치한 연변봉수 중 간봉(間烽)의 하나로서 거제시 가라산봉수대(경상남도기념물 147호)에서 시작하여 통영시 미륵산, 우산, 사량도 직봉, 진주시 각산봉수대로 연결되는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통영의 우산봉수대에서 연락을 받아 사천의 각산봉수대와 사량진봉수대, 하일면 바닷가의 소을비포 진영에 전달하는 중계기지 역할을 했다는 얘기이다. 당시 이 봉수대에는 오장(伍長) 2명과 봉수군(烽燧軍) 10명이 교대로 근무했으며, 봉수대의 역할 외에도 인근에 있는 ’하일면 소을비포(所乙非浦) 진영(鎭營)의 망대(望臺) 역할까지 겸했었다고 한다. ▼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은 봉수대의 한가운데에다 세워놓았다. 이왕에 거론했으니 봉수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살펴보자. 봉수(烽燧)란 나라의 긴급한 상황을 중앙이나 해당 진영에 알려 적의 침략을 분쇄하는 군사적 목적으로 설치된 통신수단이다. 경봉수(京烽燧)와 연변봉수(沿邊烽燧), 내지봉수(內地烽燧) 등 세 가지 종류의 봉수대가 있었는데, 경봉수는 서울의 남산에 설치된 중앙봉수로 화덕이 다섯 개였으며, 연변봉수는 국경선이나 바닷가 근처 등 최 일선에 설치된 봉수를 말한다. 내지봉수는 경봉수와 연변봉수를 연결하던 중간봉수였음은 물론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봉수대에서 봉화를 올릴 때는 연기를 하늘높이 올리기 위해 땔감에 소똥 등의 짐승 똥을 섞어 불을 지피는데, 평상시에는 횃불 한 개, 적이 나타나면 두 개, 적이 국경이나 경계선에 접근하면 세 개, 적이 침범하면 네 개를, 적과 아군이 싸우기 시작하면 다섯 개를 올렸다고 한다. 그럼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때에는 어떻게 했을까? 봉수군이 직접 달려가서 보고했음은 물론이다. 참고로 좌이산(左耳山)이란 지명은 고성군 하이면에 있는 와룡산(향로봉)에서 바라볼 경우 산의 형상이 남해바다를 향해 누워 있는 와룡(臥龍)의 왼쪽 귀(耳)와 흡사하다는 데서 연유했다고 전해진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동남쪽에 위치한 자란만 앞바다와 통영시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서쪽으로는 고성군의 세계적인 자랑거리인 공룡화적지로 유명한 상족암이, 그리고 그 너머로는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있는 삼천포 앞바다까지 내다보인다. 그 오른편에는 와룡산 주봉인 향로봉과 민제봉, 상사바위봉이 버티고 있다. 북쪽에서는 보현사와 약사불이 있는 수태산과 천년고찰인 문수암이 까치둥지처럼 둥지를 튼 아름다운 청량산(무이산)이 다가온다. ▼ 하산을 시작한다. 삼거리에서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명덕고개, 즉 남쪽 방향의 능선을 따른다. 바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잠시 내려서면 청룡사로 내려가는 길이 나뉘는 안부 삼거리(이정표 : 명덕고개↑ 2.32km/ 청룡사입구→ 1.2km/ 정상 0.2km, 가리미고개↓ 1.7km)가 나온다. ▼ 계속해서 능선을 탄다. 곧이어 거대한 암벽이 길을 가로막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른편으로 살짝 돌아 위로 오를 수 있도록 길이 나있기 때문이다. ▼ 밧줄까지 매어놓을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잠시 오르면 첫 번째 봉우리(2봉)이다. 정상에서 10분이 조금 못되는 거리이다. 아무튼 이때 주의할 게 하나 있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 왼편으로 약간 튀어나간 지점에 있는 전망바위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보았던 자란만의 풍경이 한결 더 또렷이 나타남은 물론이고, 조금 전에 올랐던 좌이산 정상도 정상석까지 보일 정도로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 잠시 가파르게 아래로 내려선 산길은 이내 솔가리가 수북이 쌓인 보드라운 흙길로 변한다. 작은 오르내림이 두어 번 나타나지만 걷기에 딱 좋을 정도로 순한다. ▼ 그렇게 10분쯤 진행했을까 두 번째 봉우리(3봉)에 올라선다. 바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조망이 좋은 곳이다. 일 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비는 사량도와 수우도가 있는 한려해상공원은 물론이고 오른편으로는 삼천포 앞바다까지 한눈에 쏙 들어온다. ▼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거기다 바윗길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철제난간을 두른 나무계단을 놓아 위험성을 완전해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 구간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명덕고개까지 이어지는 내리막능선이 한눈에 들어옴은 물론이고 사량도와 수우도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이 널려있는 한려해상이 아예 한 폭의 풍경화로 나타난다. 그곳도 잘 그린 그림이다. ▼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곶의 끝자락에 움푹 들어온 자그마한 만(灣)이 하나 보인다. 천혜의 항구가 아닐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옛날 저곳에는 군진(軍陣)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 초기 왜구(倭寇)의 침입에 대비해 설치한 소을비포(所乙非浦 : 경남 기념물 139호)이다. 현재는 옛 성터만 남아있는데 좁은 만의 안에서도 바다 쪽으로 툭 튀어 나간 낮은 야산에 해안의 경사를 이용해 타원형으로 쌓은 산성(山城)이다. 이곳 좌이산의 봉수대와 연결돼 비상시 적을 막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 이어서 나타나는 보드라운 흙길을 밟으며 조금 더 내려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두 번째 봉우리에서 24분, 정상에서는 44분이 걸리는 지점이다.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오른편으로 진행한다. 명덕고개로 가려면 계속해서 능선을 타야하지만 우리 일행은 신기마을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 행선지인 상족암에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지점으로 내려가기 위해서이다. ▼ 6분쯤 더 걸었을까 ‘전주 이씨’들의 가족 묘원(墓園)이 나온다. 이곳에서부터는 임도를 따른다. 묘원을 조성하면서 내놓은 모양인데 깔끔하게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있다. ▼ 산행날머리는 신기마을(고성군 하일면 춘암리) 임도를 따라 5분쯤 내려가면 1010번 지방도가 나오고,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5분쯤 더 걸으면 신기마을이 나타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2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걸었으니 오롯이 걷든 데만 걸린 시간으로 보면 되겠다. |
출처: 가을하늘네 뜨락 원문보기 글쓴이: 가을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