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 내린 눈을 즐기기 위한 번개산행으로 도봉산을 다녀왔습니다. 신고문께서 제안한 서울의 눈산행 명품코스로 손꼽히는 망월사 코스였습니다. 이코스는 계절에 관계없이 멋진 풍광을 제공하는 곳으로 산객들이 덜 붐비는 곳이지요. 봄에는 파릇파릇한 신록을 배경으로 선 망월사, 여름에는 짙푸름 녹음과 어우러진 도봉의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가을엔 불타는 도봉산 단풍을 배경으로 선 암자의 호젓한 모습이.. 겨울엔 익숙한 수묵화의 기억을 새롭게 하는 명품 코스입니다. 산에 오를 때마다 무장공비처럼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산행하는 여선배님은 딸과 딸의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고 준회원 정훈씨까지 여섯명이 번개산행에 참여하였습니다. 지리산 종주에서 만난 무모한 정훈씨는 겨울 눈산행이 처음이랍니다. 극지탐험가 처럼 두꺼운 오리털 코트에다 털조끼, 장갑 3장, 난생 처음 신어 보는 아이젠에다 핫팩, 나도 처음 듣는 발가락용 핫팩까지.. 이론 하나만은 엄홍길씨 부럽지 않은 수준이네요. 산행을 시작한 망월사 코스에서는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가끔씩 지나가는 눈구름이 산정을 덮고 있었습니다. 산행을 진행하여 고도를 높히자 서서히 눈구름이 짙어지기 시작합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북쪽에 위치한 이곳 도봉산엔 눈이 10cm이상 쌓인 것 같습니다. 우리동네에 내린 눈은 이미 다 녹아 버렸는데 ..... 산중턱에 오르니 짙어지던 눈구름이 견디다 못해 눈송이를 뱉아내기 시작합니다. 쌓인눈을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눈산행이 더욱 축복스러운 행사가 된 듯 하네요. 마주치는 산객들 모두 즐거운 표정들... 산에서 눈이 오면 강아지만 즐거운 것이 아닌가 봅니다. 망월사 코스의 마스코트인 두꺼비바위를 지나 망월사로 오릅니다. 오를 때마다 다른 느낌이지만 항상 감탄사를 내뱉지 않고 지날 수 없는 망월사 포토죤을 지나 포대능선을 오릅니다. 이맘때의 포대능선은 늘 차가운 삭풍이 몰아치는 곳이지요. 항상 차가운 북풍으로 상고대가 고운 곳인데 오늘은 손가락이 얼어 붙습니다. 도봉산 정상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바람이 덜 드는 장소를 찾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여선배 딸이 만든 유부초밥이 인기메뉴네요. 영하의 날씨에서도 서울 막걸리 몇순배에 몸이 조금은 덥혀지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눈송이가 점점 커지고 바람은 점점 강해져 기온이 급강하 하기 시작합니다. 산행에 익숙치 않은 여선배 딸과 예비사위 후보의 산행복장, 장비 준비가 부실한 듯하였습니다. 아쉽지만 언제나 올 수 있는 정상을 앞두고 만월암으로 탈출을 시작합니다. 하산길에 눈앞에 펼쳐진 설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태백산이나 계방산에서 볼 수 있었던 상고대의 화려한 풍경에 버금가는 멋진 설경이었지요. 도봉산대피소를 거쳐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산객들이 찾는 도봉산 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느긋한 하산을 하며 산행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산위에서 손을 비비며 먹은 푸짐한 점심이 소화가 덜되어 뒷풀이는 우아한 커피 한 잔으로 대체하고 귀가하였습니다.
첫댓글 요맘때..자주보기힘든 멋진"雪景",,,,,
초보산꾼들 좋은경험들하셨구요,,
망월사설경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