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 만년설과 깊은 계곡, 장엄한 윤곽선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산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당당한 산을 관찰할 때, 그것을 한 번이든 백 번이든 제대로 지각한다면,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막 떠오르는 태양빛이 물 위에 황금빛 길을 내는 아침에 강을 볼 때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그 햇살의 아름다움은 여러분의 모든 문제, 모든 불안, 그 밖의 모든 것들을 몇 초나 몇 분, 아니면 한 시간 쯤 옆으로 밀쳐놓습니다. 그건 거기에 자아가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자아(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활동, 자기에 대한 이기적인 관심입니다. 그 모든 것이 빛과 위엄으로 가득 찬 구름의 기막힌 아름다움 때문에 모두 사라집니다. 그 순간 자아는 거기 없습니다. 아름다움이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훨씬 더 심오하며 포괄적인 것입니다. 자아가 없을 때에만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 <자연과 환경에 대하여>)
도보순례 삼일째 밤을 보내고 있겠지요. 경험상, 도보들살이는 삼일째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기온도 높고 거리도 멀어 힘든 하루였다고 하지요. 사흘밤을 텐트에서 자고 길에서 먹었으니 지금쯤 모두가 많이 지쳤을 것 같습니다. 매일 올라오는 사진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아이들의 표정이지요. 오늘은 확실히 어제나 그제보다 아이들 얼굴표정에서 힘듦이 느껴집니다. 아이들 얼굴에 못지 않게 눈이 가는 것이 또 있지요. 아이들이 걷는 길의 풍경입니다. 사진마다 화보처럼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엄한 장면, 그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을 가질지 궁금하던 차에 오늘, 크리슈나무르티의 "아름아움이란?"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습니다. 위 글을 요약하면, 장엄한 아름다움 앞에서 '나'는 잠시 사라진다는 것이겠지요.
'자아'가 사라지는 순간은 어떤 것일지 생각하게 되지만, 오늘은 그저, 그 아름다운 풍경이 아이들의 힘듦을 잠시라도 잊게 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손 모아 봅니다. 오늘은 초등아이들도 '도보들살이를 떠난 모든 분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하루 마무리기도를 올렸습니다. 내일 다시 힘차게 길을 나설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는 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