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Amour)
최용현(수필가)
‘아무르(Amour, 2012년)’는 노년 부부의 사랑과 죽음을 다룬 내용으로, 독일 출신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의 합작 드라마 영화이다. 영화제목 ‘Amour’는 프랑스어로 ‘사랑’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2016년 BBC에서 선정한, 전 세계 177명의 영화 평론가가 뽑은 21세기 최고의 영화에서 42위에 올랐다. 아울러 2018년 BBC에서 조사한, 43개국 209명의 영화 평론가가 뽑은 100대 외국어 영화에서는 69위를 차지했다. 제작비 890만 달러를 투입하여 전 세계에서 2,99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아카데미 5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고, 여주인공 에마뉘엘 리바는 만 85세로 역대 최고령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가 되었다.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여우주연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는데, 에마뉘엘 리바는 역대 최고령 수상자가 되었다. 세자르상 5개 부문을 수상하고, 전미 영화비평가협회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에서는 이례적으로 작품이 아닌 두 주연배우가 황금종려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서비스 요원들이 코를 막으며 한 집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침실에서 꽃으로 장식된 노파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화면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년퇴직한 음악 교사인 80대 부부 안느(에마뉘엘 리바 扮)와 조르쥬(장루이 트랭티냥 扮)는 상들리제 극장에서 개최하는 안느의 제자인 알렉상드르의 피아노 연주회에 참석한다. 끝나고 돌아와 보니 누군가 집에 침입하여 문을 망가뜨려 놨는데,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한 거 같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중에 안느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앉아서 조르쥬의 물음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놀란 조르쥬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나가려 하자, 그때 비로소 정신을 차리는데, 좀 전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자신도 모르게 뇌졸중을 겪은 것이다.
안느는 병원에서 막힌 경동맥 수술을 받는데, 수술이 잘못되었는지 몸의 오른쪽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의존하게 된다. 안느는 조르쥬에게 자신을 병원에 입원시키거나 요양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다그친다. 조르쥬는 결국 약속을 하고, 안느의 간병인이 된다. 어느 날, 안느가 자살을 시도한 건지 침대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안느는 ‘인생이 너무 길어.’하면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번에 연주회를 열었던 안느의 제자 알렉상드르가 집에 찾아오고, 외국에서 사는 딸 에바(이자벨 위페르 扮)도 가끔 집에 들러 안느와 즐겁게 대화하는데, 조르쥬는 그녀가 호전될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안느가 두 번째 뇌졸중을 겪으면서 발음마저 어눌해져서 거의 말을 못 하게 된다.
딸 에바는 안느를 요양시설에 보내자고 하지만, 조르쥬는 안느에게 한 약속을 어길 수가 없다. 조르쥬는 일주일에 3일 두 명의 간호사를 교대로 근무하도록 시간제로 고용한다. 그런데 안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도 두 번째 간호사가 무자비하게 안느의 머리를 빗질하자, 조르쥬는 그녀를 하루 만에 해고한다.
안느의 증상이 하루가 다르게 심해져 가고 떠먹여 주는 음식도 마다하자, 조르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조르쥬는 안느의 침대 옆에 앉아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느가 신음 소리를 그치고 스르르 눈을 감자, 조르쥬는 조용히 베개를 들고 그녀의 머리를 눌러 질식사시킨다.
조르쥬는 옷장에서 예쁜 드레스를 골라 안느에게 입히고, 꽃다발을 사 와서 씻고 꽃을 잘라서 누워있는 아내의 머리 외곽을 장식한다. 그리고 침실 문을 모두 테이프로 봉하고, 아내에게 긴 편지를 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비둘기를 잡는데, 편지에는 비둘기를 풀어주었다고 쓴다.
조르쥬가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부엌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온몸이 멀쩡한 안느가 서서 설거지하고 있다. 설거지를 마친 안느가 집을 나서면서 뒤따라 나오는 조르쥬에게 코트를 입으라고 한다. 조르쥬가 코트를 걸치고 그녀를 따라나선다.
며칠 후, 딸 에바가 찾아와 집안을 둘러보다가 혼자 거실 의자에 앉으면서 영화가 끝난다.
‘아무르’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답게 감정이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냉정한 시선으로 외국에 사는 딸을 둔 정년퇴임 음악 교사 노부부 안느와 조르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 내용이다. 뇌졸중으로 한쪽 몸이 마비된 아내를 늙은 남편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는데….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삶의 끝을 대신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계속 고통으로 신음하는 아내, 병원과 요양원에는 한사코 가지 않겠다는 아내를 늙은 남편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마지막에 설거지를 마친 안느가 조르쥬에게 코트를 입으라고 한 것은 먼 길을 함께 떠나자고 하는 것이다.
‘아무르’의 남녀주인공인 두 원로배우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여자주인공 에마뉘엘 리바는 ‘히로시마 내 사랑’(1959년)으로 유명한 배우인데, 긴 공백 끝에 캐스팅되어 눈부신 열연을 펼쳤다. 그녀는 기회가 되면 영화에 더 출연하고 싶다고 밝혔고, 이후 4편의 영화에 더 출연한 뒤 2017년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남자주인공 장루이 트랭티냥은 ‘남과 여’(1966년) ‘세 가지 색: 레드’(1994년)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배우이다. 그런데,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그의 딸이 2003년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하자, 은둔하던 트랭티냥은 더 이상 영화에 나올 생각이 없다고 밝힌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 ‘해피엔드’(2017년)와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2019년)에 출연한 뒤 2022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