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원]30돌 기념 축제
백 정 자
나지막한 숲속에 안겨 고요히 잠든 장수원의 아침을 깨우는 손님들의 발걸음으로 부산하다. 오곡이 여물어가는 이 가을 아침에 내려앉은 안개도 걷히고 쪽빛 하늘을 보며 따사로움을 가득 담은 대지의 축복을 받으며 장수원 30주년 및 의료법인 장수의료재단 5주년 기념식 및 축제가 시작되었다.
홍성 지역 어르신들 각 마을의 이장님들과 각 관공서 장들과 시 군 의원들을 초대되었다. 장수원을 찾은 천여 명의 홍성지역 군민 장애인단체 그리고 경로당의 어르신들이 앞마당 잔디밭에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거린다. 보호자들은 부모님을 뵈려고 각 동으로 찾아들었다..
개회식 시작을 알리는 힘찬 모둠 북소리로 식전 공연이 시작되었다. 개회 선언과 함께 시작된 축제는 어르신들이 축제 한마당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노력으로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적십자사에서 나와서 어르신들의 점심을 준비하고 주차장 입구에서는 축하 행사에 참석한 분들에게 드리는 선물로 김과 새우젓을 준비해 돌아가는 한분 한분께 마음의 선물을 담아 가도록 준비했다.
12시쯤 중식이 제공되고 오후의 공연에 요양원 어르신들도 참석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휠체어에 몸을 실어 밀고 거동이 가능한 분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 밖으로 나아왔다. 밖으로 나온 어르신들은 어린아이가 되어간다. 보호자들도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공연에 참석했다.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니 나 또한 즐겁다.
고즈넉하기만 하던 장수원은 오일장이 선 것처럼 북적거린다. 한편에서는 부모님을 위해 쌓아 온 음식을 나누고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은 소풍 온 것처럼 즐겁다.
무대 중앙 진행자가 내가 가장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 여섯 명만 올라오세요. 여기에는 상품이 걸려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내가 가장 잘생겼다며 무대 위로 뛰어오른다. 진행자는 잘생겼다고 상품을 그냥 주지는 않습니다. 지금부터가 진짜입니다. 지금부터 춤을 가장 잘 추는 사람에게 김과 새우젓을 드립니다. 여자 두 명과 남자 어르신 4명이 서로를 마주하고 몸을 흔들어댄다. 진행자가 그 정도로는 되지 않습니다. 더 강렬하게 추워 보세요. 그러자 단발머리를 한 할아버지가 몸을 굽히고 앞뒤로 흔들어댄다. 잘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됩니다. 더 정열을 불태워 주세요, 하자 단발머리 할아버지가 무아지경으로 몸을 흔들었고 가장 박수를 많이 받아 새우젓을 받아갔다.
그렇게 환호하고 즐기는 사이 할아버지 한 분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저 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행사 진행에 참석한 직원은 제외하고 모든 직원이 일부는 각 동으로 일부는 행사장 곳곳으로 흩어져 애타게 찾았다. 한 참 후에 할아버지가 무대 앞줄에 앉아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하고 싶어 무대 앞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사장에는 가수 여럿이 대기하고 있어서 어르신은 아쉽게도 노래는 할 수 없었다.
장수원 축제에는 방송국에서도 참가하여 카메라가 돌아가고 하늘높이 뜬 드럼을 촬영하고 있다. 성미 급한 어르신들은 점심을 먹고 돌아가고 우리 요양사들도 빈자리 잔디광장에 앉아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오늘의 행사를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 핸드폰을 들고 아침부터 동영상을 찍었다. 오후엔 가수들의 공연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현장으로 나아갔다.
나는 잔디광장 중간쯤에서 서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진행자가 저기 천사들도 무대 앞으로 나와 같이 흔들라는 말에 내 뒤의 직원이 날 밀어서 엉겁결에 나도 무대 앞으로 떠밀려 나와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같이 춤을 추었다. 황토 가수며 전문 가수들이 차례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우리 요양사들도 그들의 노래에 맞추어 몸을 흔들었다.
마지막으로 유명한 가수 홍진영이 나와 하이라이트로 사랑의 배터리, 엄지 척을 부르며 춤을 추니 잔디밭은 축제의 무대로 한 덩어리가 되어 흥겨움의 도가니 속으로 담겨 든다.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흥겨운 한때를 보내며 장수원의 축제는 홍성군민의 마음마저 한 덩어리로 만들었다. 장수원 축제는 지역 어르신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함께 어울림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