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전부터 하고 싶어서 기회만 보고있던
일박 이일의
조금은 무리한 산행이었다
다리만 다치지 않았다면 작년 가을에 다녀올수 있었겠지만....
같이 동행할 사람은 도조 부부였다
이번 종주산행은 처음이라고
도조가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속으로 내가 걱정이었다
그동안 산행도 하지 못했고 운동도 열심히 못했기에...
막상 날짜를 잡고나니까 연휴동안 비온다는 일기예보와
산장 예약은 필수였지만 하지못했다
10월1일부터 3일까지는 황금연휴에다가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인터넷으로만 받는 예약은 쉽지 않았다
성능 좋은 컴이 아니면
특히 우리같이 컴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일반적으로 지리산 종주산행은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천왕봉에서 노고단으로 잡았다
이번이 4번째 지리산 종주산행인데
매번 이 코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려운 코스를 먼저 경험하고 나면 뒤에는
좀 쉬울거라는 기대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준비물은 여섯끼의 식사준비와 간식
비올때를 대비 비옷에 여벌옷과 등산양말, 스틱
산장예약을 못했으므로 비박을 해야할지 못라서
은박 자리와 2중비닐2m짜리 2매
새벽에 산을 올라야 하므로 랜탄에 가스버너와 코펠등
챙기다보니 배낭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약15Kg정도)
드디어 10월1일 토요일
다행이 비는 오지 않았다
오후3시 50분에 사상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를 타고출발
진주에서 중산리행 버스로 갈아타고
7시에 도착하여 민박집에서 저녁을 해서 먹고 난후
다음날 점심까지 준비
물까지 끓여서 물통에 담아놓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옆방아가씨들의 재잘거림과 설레임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음날 새벽4시 30분에 기상
간단히 준비하고 5시에 매표소를 향해서 출발
20분정도 가파른 아스팔트길을 걸으면서 숨고르기를 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지만
우리처럼 종주하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산길을 준비한 랜턴으로 밝히고 걷기 시작했다.
거리와 배경 확인이 않되다 보니
열심히 랜턴 불빛이 비추이는 땅만 바라보며 걷는다
미처 랜턴을 준비못한 등산객에게 불빛도 나누어주면서 열심히...
칼바위 망바위, 문창대를 거쳐서
로타리 대피소에 08:10분경에 도착했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준비해간 밥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오는 중간 중간 쉬면서 만났던 두분의 아저씨
거의 50대 초반정도의 아저씨들 이었는데 힘들어서
도저히 천왕봉에는 가지 못하겠다고
가지고 있는 방울토마토와 밀감 오이를 넘겨주며
하산하여 체력 보강을 해서 다시 도전 하겠단다
우리에게 대단한 용기라며 끝까지 힘내라는 격려의 말과함께...
등산화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약간 흐리면서도 시원한 겉기에 딱좋은 날씨에 힘을 얻어
지리산 종주 코스중 제일 힘들다는 천왕봉을 향했다.
돌길에 급경사를 스틱에 의지해서
이미 단풍이 들기 시작한 지리산의 주변 경치를
감상하니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 개 선 문 >
개선문을 거쳐 천왕샘에 도착.
약간은 보잘 것 없는 천왕샘이지만
산봉우리에 샘이 솟는다는 경이로움을 뒤로하고
거의 네발로 기어서 잡석으로 되어있는
급경사의 천왕봉 마지막 코스 300m를 힘겹게 오르니
1미터정도의 비석에 글이 새겨져 있는 천왕봉이다. (11시경 도착함)
< 천왕샘에서 바라본 천왕봉 >
<천왕봉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단풍>
1915m의 남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리산정상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길쭉한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들 찍으려고 늘어서 있는 줄이 하도 길어서 우린 엄두도 못내고
표지석뒤 바위만 사진기에 남기고 장터목으로 향한다
급경사 길의 연속이다
바위굴인 통천문을 지나서 조금 가니까 제석봉이다
높이 1,806m로 지리산에서 중봉 다음 세번째로 높은 봉우리.
제석봉 일대를 뒤덮고 있는
10만 여평의 완만한 비탈에 서 있는 고사목군락지로 유명하다.
무상의 세월을 말하는 이 고사목 군락지는 불과 30여년 전까지만해도
숲이 울창하여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의 청년같은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 불을 질러
그 불이 제석봉을 태워 지금처럼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되었다고 한다.
고사목 보호목책을 따라 걸어서 12시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
대피소 취사장 안에서 라면끓여 밥말아 점심을 먹고
커피한잔으로 피로를 풀어본다
생각보다 도조는 몸이 가벼워서인지 쉽게 오르는 것 같았는데
난 오래만에 해보는 산행이고 아직은 무릎이 완전하지 않아서
무척이나 힘들지만 같이간 일행에게
불안감을 안겨줄까봐 내색은 할 수가 없었다
준비해간 맨소래담으로 듬뿍 무릎에 마사지하고
무릎 안대를 하고 나니 조금걷기가 편한 것 같다.
장터목 산장은 방문하는 등산객들도 많고
시설좋고 넓은 마당도 있어서 휴식하기는 좋았는데
지금은 한창 수리중이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 장 터 목 산장 >
오늘밤 일박을 해야할 벽소령 산장까지는 약 6시간정도 걸릴 것 같아서
조금 서둘러 출발했다 (오후 1시쯤)
중간중간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밝은 햇살은 볼 수 없었지만
능선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변의 경관은
시야가 확 틔어서 예쁘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도 즐길 수 있었다
이제는 내리막 길이 많고, 능선을 타고 걸어서인지 수월하다.
적당히 흐르는 땀을 즐겨가며 연하봉과 삼신봉을 지나고
중간중간 산골을 지날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힘을 얻어
바위길인 촛대봉을 지나니 세석평전!
잔돌이 많은 평야와 같다고 하여 세석평전이란 이름이 붙은 세석평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고 높은 고원으로서 그 주위가 12km에 달한다.
최고봉인 촛대봉에서 서남 방향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펼쳐지는 세석평전은
상, 중, 하로 식물군락이 나뉘어지는데 상층은 황량한 초원지대로서
지보초, 좁살풀, 산새풀 등 여러 종류의 초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중간층은 철쭉이 집단서식하는 관목지대이며
하층은 구상나무와 굴참나무 등 상록수와 활엽수가 혼유림을 이루고 있어
등고선별 식물생태 분포가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철쭉으로 온통 뒤덮는 세석평전의 드넓은 평원은
5월초부터 6월말까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며
바다처럼 드넓게 펼쳐지는 절정기에는
산악인들의 물결로 세석평전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란다
해발 1,500 m 이상인 곳에
이렇게 평야와 같이 넓은 지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리산이 얼마나 크고 웅장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세석 대피소에 2시40분 도착
도조가 많이 지쳐보인다
새벽 5시부터 천왕봉을 오르느라 오전에 힘을 모두빼고
거의 10시간을 걸어왔으니 지칠만도 했다
난 오히려 몸이 풀린건지 오전 보다는 걷기가 수월한 것 같았다
벽소령대피소 까지는 앞으로 3시간이상 걸어야 하는데
처음산행에 너무 무리한 산행계획을 세운 것 같아서 친구에게 미안하다
대피소 예약이 되어있지않고 낮의 길이가 많이 짧아져
빨리 어둠이 내리면 산길 걷기도 힘들고
비도 오락 가락 하고 바랍도 불어서 아무래도 비박은 무리일 것 같아
우리 부부가 먼저 출발 하기로 했다
우선 대기자 번호를 먼저 받기위해서....
오르막의 영신봉을 내려서 능선을 따라가니 철구조물 계단...
숨차게 오르니 칠선봉 계속된 내리막길과 능선을 따라 땅만 보고 걷는다.
오전에 너무 지체되기도 하고, 19:00시까지는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해야 대기자로서라도
잠자리배정을 받을 수 있기에 잠시의 휴식시간도 없이
힘내서 걷는다. 땅만 보고….
덕평봉을 지나자 선비샘이다.
겨우 물한모금으로 휴식을취하고
많은 비는 아니지만 옷이 젖을만큼의 비가내려서
우의를 꺼내입고 다시 출발....
이제부터는 잘 정비된 도로가 나온다.
층계를 내려갈 때마다 왼쪽 무릎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지만
벽소령이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길도 편안하게 정비되어 있지만,
한쪽은 낙석의 위험이 느껴지고 한쪽은 낭떠러지다.
여기부터는 신랑이 빠른 걸음으로 앞서나간다
먼저 도착해서 혹시나 오지않는 예약자의 자리를 배정 받기 위함이다.
약 1Km가 넘는 평탄한 길을 따라 혼자서 걷는다
5시가 넘자 어둑 어둑한 산길에
자꾸 누가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피며 빠르게 걷는다
수풀속 길을 나오자 커다란 벽소령 대피소가 바로 눈앞에 있다. <다음에...>
첫댓글 정옥아~~~사진과 함께 읽는 글의 재미가 솔솔하네.....2탄 기대됨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