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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00대 명산의 산방 원문보기 글쓴이: 사계
백화산 933m 충북 영동군. 경북 상주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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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사, 수봉리 기점의 원점회귀형 코스 인기
언젠가는 저기를 한 번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하는, 외양이 유난스레 독특한 산들이 있다.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의 경계를 이룬 백화산(933m)은 그 독특한 산형과 위치로 보아 그러한 산들 중 단연 수위를 기록할 것이다.
백화산 북서사면은, 만약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느낌이 기이하다. 거듭 비질을 하여 쓸어붙여 올린 듯, 혹은 수많은 골을 가진 기와지붕을 연상시키는 산릉들이 가파른 경사로 긴긴 산비탈을 이루었다. 450m나 되는 표고차를 내리닫던 그 수십 가닥의 지능선들은 산록에 이르러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수평으로 흐르다가 갑자기 굳어버린 촛농과 흡사한 형상으로 뭉툭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이 둘도 없을 기이한 산형의 백화산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뵈는 자리에 서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남으로 달리다가 충북 영동 나들목 근처를 지날 즈음 왼쪽 저편으로 백화산의 이 독특한 산릉이 빤히 바라뵌다. 마침 석양 때라면 그 백화산 북서사면의 촘촘한 빗살무늬 능선은 한층 뚜렷한 돋을새김으로 드러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이 백화산은 수많은 등산인들에게 유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백화산 남서릉 줄기를 이룬 이 산릉의 주봉 이름은 주행봉인데, 경부고속도로쪽이든 그 반대편 어디서든 그렇게 상상하고 보면 영락없이 수십 개 돛을 한껏 부풀리고 달려가는 배의 형상으로 떠오른다. 이 주행봉 능선의 암릉길을 걸어가는 쾌감을 맛보고자 하는 등산인들의 발길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이 산의 동사면은 서사면과 모양이 전혀 다르지만, 범상치 않은 산세를 가졌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근육질 맹수의 힘찬 등줄기를 연상시키는 굵직한 산릉들이 다양한 굴곡을 보이며 겹겹으로 늘어섰고, 그 사이로 석천 물줄기가 저기 강원도 동강처럼 구절양장을 이루며 흘러 절경을 이루었다. 명산에 명찰이 없을 수 없으니, 백화산 동사면을 산태극 수태극으로 굽돌아 흐른 석천가에는 이미 신라 때 창건된 고찰 반야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렇듯 산세가 뛰어나고 명찰도 가진 백화산은 이미 오래 전부터 탐승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조선 중기의 학자 이만부(1664~1732)로서, 그는 백화산과 그 주변 명소들의 기행문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쓴 지리지적 성격의 기행문집인 <지행록>에 실려있는 '추소설' 이란 제목의 글에는 백화산에 대한 여러 사실적 기록이 포함돼 있는데, 그중 백화산 주봉인 포성봉(933m)에 대한 기록이 주목할 만하다.
이 글을 보면 이만부는 반야사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서 백화산정에 오른 뒤 '이 암자의 뒷산을 한성봉이라 부르며 이곳이 백화산의 제일봉이다' 라고 기록했다. 그러므로 현 포성봉의 원명은 한성봉인 셈이다.
한국의 여러 명산에 대해 탁월한 글을 남긴 고 김장호 박사는 포성봉이란 지명에 대해 '일본에서 발행되는 조선학보에 실린 조선성곽일람 경상남북도편이 상주군 모동면 수봉리에 포성산성을 기명하고 있으며, 지금 지도상의 포성봉이란 산이름이 바로 이 산성이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제 때 이름이 바뀐 것이니 한성봉이란 원명을 찾아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백화산은 봄(2/15~5/15) 가을(11/1~12/15)로 산불예방을 위해 입산을 통제하는 지역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입산을 허용키도 한다. 수봉리 기점 코스 문의 상주군 모동면사무소 054-533-3301, 반야사 기점 코스 문의 영동군 황간면사무소 043-740-3622.
▶ 반야사와 수봉리 기점 삼은 원점회귀산행이 무난
백화산릉은 주봉 포성봉을 중심으로 크게 정남, 북동, 정동, 남서릉 네 가닥이 뻗고 있다. 이 네 가닥의 능선 모두에 등산로가 나 있으며, 두 가닥씩의 능선길이 각각 반야사와 수봉리로 모아진다. 등산로의 구성이 이러하고 백화산 주변 대중교통망도 불편해 산행은 대개 반야사와 수봉리를 중심으로 한 원점회귀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동릉 끄트머리인 수봉리 기점의 산행은 대개 용추골~대궐터~보문사터로 하여 정상인 포성봉에 올랐다가 봉수대를 거쳐 수봉리로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권할 만하다. 이 원점회귀 코스는 곳곳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역사가 오랜 문화유적들이 있으므로 문화유적 순례 코스라는 별칭을 붙여봄직하다.
남릉 끝의 반야사 기점 산행은 잠수교~전망대~주행봉~포성봉~남릉~잠수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코스가 길고도 장쾌한 멋이 있는 백화산 제일의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주행봉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암릉길을 걸으며 서사면의 산록을 내려다보는 못이 압권이다. 거리상 다소 무리다 싶으면 주행봉에서 곧바로 동쪽 능선길을 따라 잠수교로 하산하는 단축 코스를 택한다.
이상의 코스들은 모두 포성봉 북동릉과 남서릉이 이룬 백화산 주능선과 그 동사면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주릉의 서사면은 워낙 경사가 급해 별달리 등행로가 날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상주시 모서면 정산리의 정산저수지쪽으로 한 가닥 외길이 포성봉 남릉 중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외 포성봉에서 남동쪽 계곡길, 포성봉 북릉으로 빙 도는 코스 등이 있지만 길 상태나 경관 등으로 보아 별로 권할 만하지 못하다는 것이 고장 토박이 산꾼들의 조언이다.
▶ 잠수교~전망대~주행봉~포성봉~남릉~잠수교
서울, 부산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우선 황간 나들목에서 나온다. 그후 직진, 300m가서 황간면사무소 방향으로 우회전, 700m 가서 면소재지 내의 삼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해 49번 지방도를 따른다. 그후 5km 쯤 북상해 작은 고개를 넘으면 반야사 입구임을 알리는 팻말이 도로 왼쪽에 보인다. 이 길로 하여 잠수교와 저수지 옆을 지나면 반야사가 나온다
산행 출발점은 반야사 전 800m 지점의 잠수교다. 잠수교 바로 옆(반야사쪽)에 차를 여러 대 댈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잠수교를 건너면 길목에 영동군이 세운 커다란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데, 산길 표시가 잘못 되었으므로 믿지 말도록 한다. 이곳에서 왼쪽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도로 끝지점 오른쪽에 정자각이 있다. 이 정자 옆의 계단길을 올라 작은 공터에 다다른 뒤 팻말이 가리키는 대로 '전망대'를 향해 오른다. 왼쪽으로 둥글게 휘며 계곡을 건너 산비탈을 가로질러 오르면 전망대다.
목제 정자인 전망대에서부터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갈짓자로 수없이 반복해 꺾이는 길을 30여 분 꾸준히 걸으면 이윽고 경사가 한결 약해지는 855m봉 남동릉 위로 올라선다. 경치좋은 암릉길은 능선 위로 올라서서 300m쯤 북상한 뒤부터 시작된다. 날카로운 암릉 첫부분을 왼쪽 옆으로 우회하면 암릉 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섭주터 기막히게 조망이 좋은 암릉길이 주행봉 정상 지나 2km 저편의 755m봉 직전까지 연속된다. 눈앞의 주행봉부터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저 위 포성봉까지 이어진 능선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855m봉 정상에서는 암릉이 끊어지며, 그 끝 절벽 위에서 저 앞쪽 눈 아래로는 거대한 상어 등지느러미 같은 암릉이 보인다. 이 절벽 끝에서 길은 뒤쪽으로 약 5m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진다. 길은 가파르고 좁으며 위험하다. 겨울에는 특히 주의해야 할 구간이다.
안부로 내려선 다음에는 상어 지느러미 암릉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오른다. 그러면 무덤이 하나 자리잡은 아늑한 능선 위 평지에 다다르는데, 거기가 바로 주행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해발 894m라 새긴 청주마당발산악회가 세운 정상비석이 있다.
주행봉 정상에서 북쪽으로 10m쯤 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중 오른쪽 길은 잠수교로 곧장 빠지는 지능선길이며, 포성봉은 왼쪽 길이다. 주행봉 이후로도 날카로운 암릉길이 계속된다. 간혹 남릉 남사면으로 우회하기도 하지만 거의가 암릉 등날 바로 위를 따르므로 멋진 조망이 연속된다. 암릉 자체의 기복은 그리 심하지 않으므로 북쪽 급사면으로 실족하지 않도록 주의만 하면 산행이 크게 어렵거나 까다롭지는 않다. 짧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주행봉 북쪽 약 1.5km의 755m봉 직전까지 잡목이 뒤섞인 암릉이 이어진다.
755m봉 정상 전부터 암릉이 끝나며 길은 다소 급경사로 내리닫기 시작한다. 거의 500m 이상 내리막 일변도이며, 안부에 다다르면 네 갈래 길이 나온다. 이중 왼쪽 것은 정산저수지길, 우측은 잠수교로 이어지는 계곡길이다. 만약 지친 상태라면 이 우측길로 하산을 권한다. 그러나 경치는 볼 것이 없는 골이다.
안부에서 백화산 정상까지는 꼬박 1시간 이상 걸리는 숨찬 오르막이다. 중간의 암릉 구간에서는 오른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이 구간에서 능선이 좀 멀어서 혹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 같기도 하지만 다시 능선으로 이어진다.
포성봉 정상에서 잠수교 방면 하산길은 남쪽. 50m쯤 내려간 지점의 갈림길에서 왼쪽은 수봉리 능선길이며, 오른쪽이 잠수교 방향 길이다. 바위면에 '반야사→'라 붉은 페인트로 쓴 글씨가 보이면 제대로 길을 든 것이다. 글씨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선 다음 능선 바로 옆길을 따라 내려간다. 오른쪽 아래 급경사 계곡으로 내려서지 않도록 주의한다.
길은 줄곧 숲속으로만 이어지다가 정상을 떠난 지 40분쯤 뒤 넓은 헬리포트에 다다른다. 이후 반야사 일대의 태극무늬를 이룬 석천 풍경이 한눈에 뵈는 멋진 암부가 나온다. 조망이 좋고 또한 급경사 하산은 거의 마친 셈이므로 이곳에서 한참 쉰다.
조망처에서 조금 내려가 '하산로 큰길 100m→'라 쓰인 작은 팻말이 가리키는 대로 발길을 옮기면 곧 반야사 스님의 수도처인 백화정사 옆으로 나선다. 백화ㅣ정사 앞 장송 아래로 난 길을 내려가면 물이 넘치는 콘크리트 보가 바라뵌다. 이 보로 가지 말고 우측 강변길을 따라 가면 출발점인 잠수교에 이른다.
이렇게 한 바퀴 도는 산행길은 수봉리 기점 산행길과 거리는 거의 비슷한 12km이지만 암릉 구간이므로 시간은 1시간 더 잡아서 8시간 이상 예상하는 것이 무난하다.
▶ 주행봉~잠수교
잠수교에서 전망대로 하여 주행봉에 올랐다가 잠수교로 곧장 빠지는 단축 코스는 포성봉까지 길게 돌 체력이 안되는 중년층의 코스로 인기를 글고 있다. 3~4시간만에 짜릿한 암릉길과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보기 드문 코스여서 잠수교~전망대~주행봉~잠수교 코스는 아마도 백화산에서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은 코스일 것이다.
주행봉 정상에서 북쪽으로 10m 나서면 왼쪽 포성봉 방면 길이 있고 직진하게 돼 있는 우측길이 있다. 이 우측길로 들어선다. 길은 곧 급경사로 변한다. 아마도 백화산 등산로를 통틀어 가장 경사가 심한 길일 것이다. 길에는 자잘하게 부서진 작은 돌들이 깔려 있어 툭하면 주욱 미끄러지기도 하다. 그러므로 걸음마다 주의해야 한다.
길은 거의 외길이므로 헷갈릴 우려가 적다. 다만 바위지대에서는 족적이 희미해지기도 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길은 거의 능선 등날만 따라 이어진다. 능선은 숲이 짙어서 조망은 계속 가려진 채다.
주행봉~잠수교간 하산길의 약 3분의 1쯤 되는 지점의 능선 중간에는 돌출한 암부로 이루어진 멋진 조망처가 있다. 반야사와 석천의 태극무늬 물줄기가 한눈에 드는 이곳 이외 별달리 쉴 곳이 없다 할 만큼 급경사 능선길의 연속이다.
조망대 이후 10여분 더 내려가면 비로소 경사가 약해지며, 얼마 후 잠수교 바로 위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입구에는 매년 2/15~5/15, 11/1~12/12 기간 중 입산금지임을 알리는 팻말이 서 있으며 숲속 나뭇가지에는 표지리번이 무수하다.
주행봉에서 잠수교까지 하산하는 데는 1시간30분, 쉬는 시간 포함해 2시간쯤 잡는 것이 적당하다.
▶ 수봉리~용추~금돌성~포성봉~산성~수봉리
경북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는 옥동서원, 백옥정 등 명소가 있는 마을로, 오래 전부터 백화산의 상주쪽 산행기점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장마철로 간혹 하중도가 되는 곳에 선 음식점 겸 민박집인 까치섬가든과 옥봉슈퍼마켓이란 작은 가게 이외 거의 아무런 시설이 없으므로 미리 산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해가도록 한다.
영동읍 황간 읍내에서 49번 지방도를 타고5km쯤 북진하면 우선 반야사 갈림길목이 나온다. 여기서 우측 주도로로 직진, 3km 지점의 수봉재(원명은 오도치)를 넘어 2km 내려가 짧은 다리(2003년 10월12일 현재 교량공사 중)를 건너면 수봉리 마을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여기서 300m 더 가서 도로변의 '백화산(금돌성)' 갈색 팻말이 가리키는대로 좌회전해 1km 들어가면 수봉리 마을 안 삼거리에 다다른다. 대형 버스가 들어가기엔 진입로가 너무 좁으므로 단체 산행시는 백화산(금돌성) 팻말이 있는 곳에서 하차해 걸어 들어가야 할 것이다.
과거 수봉리 마을길 옆 하천변에는 넓은 밭이 있어 주차하기 좋았으나 작년 태풍 루사가 지나며 밭을 쓸어가 버려 도로변의 약간 넓은 곳을 찾아 차를 대야 한다. 아니면 까치섬가든의 양해를 구해 이 집의 뜰에 주차하도록 한다.
수봉리에 이르러 보면, 저 앞으로 둥근 돔형으로 솟아오른 백화산릉의 암봉들 기세가 대단하다. 이 암봉들 저 뒤에 암봉들을 거느리듯 하며 선 가장 높은 봉이 주봉인 포성봉이다. 산행은 마을 안 삼거리에서 시작한다. 북쪽 샛길로 접어들어 100여m쯤 들어가면 최근 지은 작은 절 보현사가 있다. 이 절 앞에서 쇠사슬 차단기로 차량 통행을 막고 있다.
찻길 겸 산행로는 비가 온 직후 이외엔 말라 붙기 일쑤인 계곡을 양쪽으로 여러 번 건너며 이어진다. 집중호우시에는 급작스레 물이 불어날 계곡이므로 강우시엔 주의한다. 1.5km쯤 거슬러 오른 지점에서 오른쪽 샛길로 잠깐 빠져 나가 계곡가를 따르면 이 계곡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인 용추가 나온다. 지름 10m 남짓한 소와 와폭이 어울린 곳이나, 건기에는 별 볼품이 없다.
다시 주등산로로 나와 400m 남짓 올라가면 합수점에 다다른다. 여기서 북쪽 지류 옆으로 이어진 소로를 따라 300m쯤 가면 검은 암반과 노송이 어우러진, 계류만 다소 넓게 흐르면 한참 쉬며 즐길 만한 곳이 있다. 그러나 건기에는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다.
삼거리를 떠나 10분 남짓 옛 산판길을 따라 숲 짙은 골을 거슬러 오르면 계곡 양편 산비탈에 두툼하고 긴 돌의 띠가 보인다. 이것은 신라시대 김흠 장군이 백제를 향한 교두보로 삼기 위해 쌓은 금돌(今突)산성 외성벽이라고 한다. 계곡에는 당시 성문이 있었을 것이다. 백화산은 신라 백제를 가른 장벽인 백두대간 줄기에서 백제의 수도 소부리(부여) 쪽으로 한걸음 나선 듯한 곳에 위치한다.신라 무열왕은 이곳 금돌성에서 머물며 백제 공략을 지휘했음을 삼국사기가 전하고 있다.
산성벽 이후는 별다른 길이 없이 한동안 골짜기의 너덜을 디디며 오른다. 10여분 뒤 계곡길과 대궐터쪽 길이 나뉜다. 오른쪽의 작게 산사태가 난 곳으로 이어진 길로 접어들어 5분쯤 오르면 바위면에 '←절터, 대궐터→' 라고 붉은 페인트로 표시되어 있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들어선 다음 그 위 30m 지점에서 재차 오른쪽 길로 들어 10여분 오르면 대궐터다. 작은 산성문 같은 창고문과 4단 석축뿐 별다른 유적은 없다. 원래부터 규모가 작았을 곳이지만 태종 무열왕이 잠시 머물렀다고 하여 대궐터다.
대궐터 서쪽 모서리의 소로를 따라 산비탈을 가로질러 5분쯤 가면 보문사터가 나온다. 대궐터의 두 배쯤 되는 조망이 뛰어난 평지다. 식수로 삼기는 꺼려지는 물이 고여 있는 샘터 아래로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아까 버렸던 계곡 옆길과 만난다. 유적에 별관심이 없다면 아까의 '←절터, 대궐터→' 표식이 있는 곳에서 곧장 계곡 옆길로 직진한다.
절터 이후 길은 급경사로 변한다. 15분 남짓 땀 흘려 능선에 오르면 80m 길이로 복원된 금돌산성벽이 나타난다. 그늘도 좋으므로 한참 쉬어갈 만한 곳이다. 산성벽을 따라 숲속을 5분쯤 걸으면 곧 전망이 트인 암부가 나온다. 동쪽 저 아래로는 품질 좋은 포도산지로 유명한 모동 마을의 아늑한 풍경이 눈에 든다.
200m 위의 포성봉 북릉 위로 올라서면 조망이 한결 광대해진다. 서대산, 구봉산 등 사방으로 많은 명산들과 산 양쪽의 농토나 계곡이 한눈에 바라뵌다. 이와 더불어 바로 앞의 922m봉 암릉이 눈을 끈다. 이 봉 정상으로 이어진 물고기 등지느러미 같은 암릉에서의 조망이 기막히다. 기이한 골판지 형상의 포성봉~주행봉 능선 북서사면과 그 건너편, 여기저기 무덤들이 흡사 문어 흡판처럼 줄을 이은 산릉들이 한꺼번에 가슴에 와 안긴다. 이렇듯 광범위한 시각의 차를 미처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다소 심한 현기증을 느끼기도 한다.
922m봉을 넘어가면 곧 평평한 숲지대인 포성봉 정상이다. 96년 전병순씨 등 상주시청산악회원들이 세운 정상 표지석이 있다. 이곳에서 일단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922m봉쪽에서 올라온 방향 그대로 직진하면 주행봉쪽 능선(남서릉)이며, 좌측으로 꺾어야 출발점인 수봉리 방향이다. 50m쯤 내려가면 길이 두 갈래지는데, 직진하면 반야사쪽 길, 왼쪽 지능선 길이 수봉리 능선길이다.
거의 평지가 되다시피한 무덤을 몇 개 지나며 40분쯤 내려가면 금돌산성 내성벽이 골짜기를 향해 갈래져나가기 시작하는 지점인 675m봉의 무덤에 다다른다. 몽고군이 통곡하며 넘었다는 방통재를 지나 외성이 쌓인 능선을 따라 10분 남짓 더 내려가면 외성벽이 포물선을 그리며 왼쪽의 계곡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지점인 555m봉에 이른다.
이후 길이 다소 험해진다. 봉수대로 쓰였다는 563m봉을 지나면서는 왜송이 성가시게 굴고 길도 여러 갈래여서 다소간 짜증도 인다. 장수황씨 집안의 커다란 무덤을 지나면 비로소 출발점인 삼거리로 내려선다.
이렇게 한 바퀴 유적 순례코스를 도는 데는 약 12km에 6~7시간 잡으면 된다.
▶ 정산리~정상저수지~연화암~주릉
이 코스는 백화산 서사면으로 난 유일한 코스다. 주능선 상에서 내려다보던 그 기이한 골판지형 산릉의 한 가닥을 잡아 오르는 길로서, 대단한 경관은 없지만 독특한 지형을 직접 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출발점은 정산리 마을회관이다. 마을회관 옆길을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마을길 입구의 도로 맞은편에 모서초등학교 화산분교 팻말이 있으므로 이를 표지 삼는다. 정산리는 넓고 횡한 골짜기 중간의 작은 마을로서 정산수퍼라는 가게만 하나 있을 뿐이다.
마을길 안으로 들어서면 우측에 상주군 모서면사무소 서부출장소(전화 054-533-2858)가 있다. 산불예방기간 중 산행을 하려면 사전에 전화로 이곳에 문의, 신고해야 한다. 길은 화산분교 나무울을 끼고 빙 돌아서는 계곡 왼쪽 옆을 따른다. 계곡을 이리저리 몇 번 건넌 뒤 장송 세 그루가 의젓하게 선 연화암에서 찻길이 끝난다.
태고종 암자인 연화암은 암자라기보다는 산중 고옥 분위기다. 돌너와지붕과 황토벽으로 지은 집이 한 채 산기슭 평평한 곳에 자리잡았다. 앞 계곡은 검은 암반으로 층을 이루어, 비가 온 뒤에는 제법 그럴듯한 폭포를 이룬다고 하나 건기인 10월 중에는 물줄기가 바싹 말라 있었다. 폭포 아래의 작은 소에는 연화암 보살이 밥풀을 먹여 키우는 고기떼가 있는데, 손을 넣으면 가맣게 떼로 몰려들어 쪼아댄다.
암자 바로 앞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내 폭포 위의 암반지대로 올라선다. 여기서 우측의 콘크리트로 작게 단을 지은 계단길로 오른다. 길은 암부 위를 지나 골짜기 우측 옆으로 이어지는데, 곧 갈림길이 나온다. 곧장 직진하여 계곡을 따르는 길이 있고, 우측의 지능선으로 붙는 다소 희미한 길이 있다. 이 두 길은 나중에 서로 만나므로 어느 길로 가도 된다. 드물게나마 리번들이 매달려 있다.
우측 지능선 길로 가면 중간에 앞이 트이는 암부가 있다는 점에서 다소 낫다. 무덤을 2개 지나 안부 사거리에서 능선으로 직진하면 곧 아까 갈라졌던 계곡길이 왼쪽 옆으로 붙는 지점이 나온다.
이곳 이후로 길이 급경사로 변한다. 나뭇잎이 덮인 급경사 산릉을 오르던 길은 왼쪽으로 휘며(중간의 길 무너진 곳 주의) 주먹만한 돌들로 이루어진 너덜겅으로 인도된다. 이 너덜겅을 지나면 곧 포성봉~755m봉 간 안부다.
이후의 산행은 주행봉까지 올랐다가 주행봉 동릉으로 하여 잠수교로 하산하는 것이 무난하다. 755m봉까지는 급경사의 오르막길이 위주이며, 이후 주행봉까지는 저 멀리 앞서가는 사람이 보일 정도로 훤히 트인 날카로운 바위들이 연이어진 암릉길이다.
아무튼 정산저수지 길은 매우 급박하고 경치도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그러므로 백화산의 다른 코스를 모두 밟아본 이후 더 보고 싶은 경우에나 가볼 길이다. 정산리에서 주능선 사거리까지는 약 3km에 1시간30분쯤 걸린다.
영동 백화산 주행봉.한성봉 공룡능선코스가이드
백화산(白華山ㆍ933m)
언젠가는 저기를 한 번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하는, 외양이 유난스레 독특한 산들이 있다.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의 경계를 이룬 백화산(白華山ㆍ933m)은 그 독특한 산형과 위치로 보아 그러한 산들 중 단연 수위를 기록할 것이다.
백화산 북서사면은, 만약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느낌이 기이하다. 거듭 비질을 하여 쓸어붙여 올린 듯, 혹은 수많은 골을 가진 기와지붕을 연상시키는 산릉들이 가파른 경사로 긴긴 산비탈을 이루었다. 450m나 되는 표고차를 내리닫던 그 수십 가닥의 지능선들은 산록에 이르러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수평으로 흐르다가 갑자기 굳어버린 촛농과 흡사한 형상으로 뭉툭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이 둘도 없을 기이한 산형의 백화산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뵈는 자리에 서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남으로 달리다가 충북 영동 나들목 근처를 지날 즈음 왼쪽 저편으로 백화산의 이 독특한 산릉이 빤히 바라뵌다. 마침 석양 때라면 그 백화산 북서사면의 촘촘한 빗살무늬 능선은 한층 뚜렷한 돋을새김으로 드러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이 백화산은 수많은 등산인들에게 유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 포성봉 남동릉. 백화산은 수많은 주릉의 산릉과 시원한 조망의 암릉을 두루 갖춘 명산이다.
백화산 남서릉 줄기를 이룬 이 산릉의 주봉 이름은 주행봉(舟行峰)인데, 경부고속도로쪽이든 그 반대편 어디서든 그렇게 상상하고 보면 영락없이 수십 개 돛을 한껏 부풀리고 달려가는 배의 형상으로 떠오른다. 이 주행봉 능선의 암릉길을 걸어가는 쾌감을 맛보고자 하는 등산인들의 발길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이 산의 동사면은 서사면과 모양이 전혀 다르지만, 범상치 않은 산세를 가졌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근육질 맹수의 힘찬 등줄기를 연상시키는 굵직한 산릉들이 다양한 굴곡을 보이며 겹겹으로 늘어섰고, 그 사이로 석천(石川) 물줄기가 저기 강원도 동강처럼 구절양장을 이루며 흘러 절경을 이루었다. 명산에 명찰이 없을 수 없으니, 백화산 동사면을 산태극 수태극으로 굽돌아 흐른 석천가에는 이미 신라 때 창건된 고찰 반야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렇듯 산세가 뛰어나고 명찰도 가진 백화산은 이미 오래 전부터 탐승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조선 중기의 학자 이만부(李萬敷ㆍ1664~1732)로서, 그는 백화산과 그 주변 명소들의 기행문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쓴 지리지(地理誌)적 성격의 기행문집인 <지행록(知行錄)>에 실려있는 '추소설(秋蘇說)'이란 제목의 글에는 백화산에 대한 여러 사실적 기록이 포함돼 있는데, 그중 백화산 주봉인 포성봉(捕城峰ㆍ933m)에 대한 기록이 주목할 만하다.
이 글을 보면 이만부는 반야사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서 백화산정에 오른 뒤 '이 암자의 뒷산을 한성봉이라 부르며 이곳이 백화산의 제일봉이다'라고 기록했다. 그러므로 현 포성봉의 원명은 한성봉인 셈이다.
한국의 여러 명산에 대해 탁월한 글을 남긴 고 김장호 박사는 포성봉이란 지명에 대해 '일본에서 발행되는 조선학보에 실린 조선성곽일람 경상남북도편이 상주군 모동면 수봉리에 포성산성을 기명하고 있으며, 지금 지도상의 포성봉이란 산이름이 바로 이 산성이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제 때 이름이 바뀐 것이니 한성봉이란 원명을 찾아주는 것이 좋지 않을 까 싶다.
백화산은 봄(2/15~5/15) 가을(11/1~12/15)로 산불예방을 위해 입산을 통제하는 지역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입산을 허용키도 한다. 수봉리 기점 코스 문의 상주군 모동면사무소 054-533-3301, 반야사 기점 코스 문의 영동군 황간면사무소 043-740-3622.
▲ 반야사 뒤 망경대 위에 지은 문수전. 까맣게 석천이 내려다뵈고 백화산 산세가 생동하는 곳이다.
반야사와 수봉리 기점 삼은 원점회귀산행이 무난
백화산릉은 주봉 포성봉을 중심으로 크게 정남, 북동, 정동, 남서릉 네 가닥이 뻗고 있다. 이 네 가닥의 능선 모두에 등산로가 나 있으며, 두 가닥씩의 능선길이 각각 반야사와 수봉리로 모아진다. 등산로의 구성이 이러하고 백화산 주변 대중교통망도 불편해 산행은 대개 반야사와 수봉리를 중심으로 한 원점회귀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동릉 끄트머리인 수봉리 기점의 산행은 대개 용추골~대궐터~보문사터로 하여 정상인 포성봉에 올랐다가 봉수대를 거쳐 수봉리로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권할 만하다. 이 원점회귀 코스는 곳곳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역사가 오랜 문화유적들이 있으므로 문화유적 순례 코스라는 별칭을 붙여봄직하다.
남릉 끝의 반야사 기점 산행은 잠수교~전망대~주행봉~포성봉~남릉~잠수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코스가 길고도 장쾌한 멋이 있는 백화산 제일의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주행봉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암릉길을 걸으며 서사면의 산록을 내려다보는 못이 압권이다. 거리상 다소 무리다 싶으면 주행봉에서 곧바로 동쪽 능선길을 따라 잠수교로 하산하는 단축 코스를 택한다.
이상의 코스들은 모두 포성봉 북동릉과 남서릉이 이룬 백화산 주능선과 그 동사면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주릉의 서사면은 워낙 경사가 급해 별달리 등행로가 날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상주시 모서면 정산리의 정산저수지쪽으로 한 가닥 외길이 포성봉 남릉 중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외 포성봉에서 남동쪽 계곡길, 포성봉 북릉으로 빙 도는 코스 등이 있지만 길 상태나 경관 등으로 보아 별로 권할 만하지 못하다는 것이 고장 토박이 산꾼들의 조언이다.
▲ (좌)반야사 전 800m 지점의 잠수교. 주행봉 산행은 이곳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우)잠수교에서 정자각을 지나면 다다르는 전망대.
잠수교~전망대~주행봉~포성봉~남릉~잠수교 산행 출발점은 반야사 전 800m 지점의 잠수교다. 잠수교 바로 옆(반야사쪽)에 차를 여러 대 댈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잠수교를 건너면 길목에 영동군이 세운 커다란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데, 산길 표시가 잘못 되었으므로 믿지 말도록 한다. 이곳에서 왼쪽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도로 끝지점 오른쪽에 정자각이 있다. 이 정자 옆의 계단길을 올라 작은 공터에 다다른 뒤 팻말이 가리키는 대로 '전망대'를 향해 오른다. 왼쪽으로 둥글게 휘며 계곡을 건너 산비탈을 가로질러 오르면 전망대다.
목제 정자인 전망대에서부터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갈짓자로 수없이 반복해 꺾이는 길을 30여 분 꾸준히 걸으면 이윽고 경사가 한결 약해지는 855m봉 남동릉 위로 올라선다. 경치좋은 암릉길은 능선 위로 올라서서 300m쯤 북상한 뒤부터 시작된다. 날카로운 암릉 첫부분을 왼쪽 옆으로 우회하면 암릉 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섭주터 기막히게 조망이 좋은 암릉길이 주행봉 정상 지나 2km 저편의 755m봉 직전까지 연속된다. 눈앞의 주행봉부터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저 위 포성봉까지 이어진 능선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 855m봉 남동릉에서 본 주행봉(좌)~포성봉(맨뒤의 가장 높은 봉) 능선.
855m봉 정상에서는 암릉이 끊어지며, 그 끝 절벽 위에서 저 앞쪽 눈 아래로는 거대한 상어 등지느러미 같은 암릉이 보인다. 이 절벽 끝에서 길은 뒤쪽으로 약 5m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진다. 길은 가파르고 좁으며 위험하다. 겨울에는 특히 주의해야 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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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행봉 정상. (하)포성봉 남릉상의 헬기장. |
안부로 내려선 다음에는 상어 지느러미 암릉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오른다. 그러면 무덤이 하나 자리잡은 아늑한 능선 위 평지에 다다르는데, 거기가 바로 주행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해발 894m라 새긴 청주마당발산악회가 세운 정상비석이 있다.
주행봉 정상에서 북쪽으로 10m쯤 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중 오른쪽 길은 잠수교로 곧장 빠지는 지능선길이며, 포성봉은 왼쪽 길이다. 주행봉 이후로도 날카로운 암릉길이 계속된다. 간혹 남릉 남사면으로 우회하기도 하지만 거의가 암릉 등날 바로 위를 따르므로 멋진 조망이 연속된다. 암릉 자체의 기복은 그리 심하지 않으므로 북쪽 급사면으로 실족하지 않도록 주의만 하면 산행이 크게 어렵거나 까다롭지는 않다. 짧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주행봉 북쪽 약 1.5km의 755m봉 직전까지 잡목이 뒤섞인 암릉이 이어진다.
755m봉 정상 전부터 암릉이 끝나며 길은 다소 급경사로 내리닫기 시작한다. 거의 500m 이상 내리막 일변도이며, 안부에 다다르면 네 갈래 길이 나온다. 이중 왼쪽 것은 정산저수지길, 우측은 잠수교로 이어지는 계곡길이다. 만약 지친 상태라면 이 우측길로 하산을 권한다. 그러나 경치는 볼 것이 없는 골이다.
안부에서 백화산 정상까지는 꼬박 1시간 이상 걸리는 숨찬 오르막이다. 중간의 암릉 구간에서는 오른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이 구간에서 능선이 좀 멀어서 혹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 같기도 하지만 다시 능선으로 이어진다.
포성봉 정상에서 잠수교 방면 하산길은 남쪽. 50m쯤 내려간 지점의 갈림길에서 왼쪽은 수봉리 능선길이며, 오른쪽이 잠수교 방향 길이다. 바위면에 '반야사→'라 붉은 페인트로 쓴 글씨가 보이면 제대로 길을 든 것이다. 글씨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선 다음 능선 바로 옆길을 따라 내려간다. 오른쪽 아래 급경사 계곡으로 내려서지 않도록 주의한다.
▲ 포성봉 남릉 중간의 조망좋은 암부. 태극무늬로 흐른 석천과 그 기슭의 반야사가 한눈에 드는 자리다.
길은 줄곧 숲속으로만 이어지다가 정상을 떠난 지 40분쯤 뒤 넓은 헬리포트에 다다른다. 이후 반야사 일대의 태극무늬를 이룬 석천 풍경이 한눈에 뵈는 멋진 암부가 나온다. 조망이 좋고 또한 급경사 하산은 거의 마친 셈이므로 이곳에서 한참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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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어지느러미암릉. 우측으로 우회하여 오르는 길이 나 있다. |
조망처에서 조금 내려가 '하산로 큰길 100m→'라 쓰인 작은 팻말이 가리키는 대로 발길을 옮기면 곧 반야사 스님의 수도처인 백화정사 옆으로 나선다. 백화ㅣ정사 앞 장송 아래로 난 길을 내려가면 물이 넘치는 콘크리트 보가 바라뵌다. 이 보로 가지 말고 우측 강변길을 따라 가면 출발점인 잠수교에 이른다.
길은 거의 외길이므로 헷갈릴 우려가 적다. 다만 바위지대에서는 족적이 희미해지기도 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길은 거의 능선 등날만 따라 이어진다. 능선은 숲이 짙어서 조망은 계속 가려진 채다.
주행봉~잠수교간 하산길의 약 3분의 1쯤 되는 지점의 능선 중간에는 돌출한 암부로 이루어진 멋진 조망처가 있다. 반야사와 석천의 태극무늬 물줄기가 한눈에 드는 이곳 이외 별달리 쉴 곳이 없다 할 만큼 급경사 능선길의 연속이다.
조망대 이후 10여분 더 내려가면 비로소 경사가 약해지며, 얼마 후 잠수교 바로 위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입구에는 매년 2/15~5/15, 11/1~12/12 기간 중 입산금지임을 알리는 팻말이 서 있으며 숲속 나뭇가지에는 표지리번이 무수하다.
주행봉에서 잠수교까지 하산하는 데는 1시간30분, 쉬는 시간 포함해 2시간쯤 잡는 것이 적당하다.
수봉리~용추~금돌성~포성봉~산성~수봉리 경북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는 옥동서원, 백옥정 등 명소가 있는 마을로, 오래 전부터 백화산의 상주쪽 산행기점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장마철로 간혹 하중도가 되는 곳에 선 음식점 겸 민박집인 까치섬가든과 옥봉슈퍼마켓이란 작은 가게 이외 거의 아무런 시설이 없으므로 미리 산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해가도록 한다.
▲ 수봉리 보현사 입구 천왕문. 앞에 임도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영동읍 황간 읍내에서 49번 지방도를 타고 5km쯤 북진하면 우선 반야사 갈림길목이 나온다. 여기서 우측 주도로로 직진, 3km 지점의 수봉재(원명은 오도치)를 넘어 2km 내려가 짧은 다리를 건너면 수봉리 마을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여기서 300m 더 가서 도로변의 '백화산(금돌성)' 갈색 팻말이 가리키는대로 좌회전해 1km 들어가면 수봉리 마을 안 삼거리에 다다른다. 대형 버스가 들어가기엔 진입로가 너무 좁으므로 단체 산행시는 백화산(금돌성) 팻말이 있는 곳에서 하차해 걸어 들어가야 할 것이다.
과거 수봉리 마을길 옆 하천변에는 넓은 밭이 있어 주차하기 좋았으나 작년 태풍 루사가 지나며 밭을 쓸어가 버려 도로변의 약간 넓은 곳을 찾아 차를 대야 한다. 아니면 까치섬가든의 양해를 구해 이 집의 뜰에 주차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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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궐터와 절터 갈림지점. 나중에 두 길은 만난다 |
수봉리에 이르러 보면, 저 앞으로 둥근 돔형으로 솟아오른 백화산릉의 암봉들 기세가 대단하다. 이 암봉들 저 뒤에 암봉들을 거느리듯 하며 선 가장 높은 봉이 주봉인 포성봉이다. 산행은 마을 안 삼거리에서 시작한다. 북쪽 샛길로 접어들어 100여m쯤 들어가면 최근 지은 작은 절 보현사가 있다. 이 절 앞에서 쇠사슬 차단기로 차량 통행을 막고 있다.
찻길 겸 산행로는 비가 온 직후 이외엔 말라 붙기 일쑤인 계곡을 양쪽으로 여러 번 건너며 이어진다. 집중호우시에는 급작스레 물이 불어날 계곡이므로 강우시엔 주의한다. 1.5km쯤 거슬러 오른 지점에서 오른쪽 샛길로 잠깐 빠져 나가 계곡가를 따르면 이 계곡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인 용추가 나온다. 지름 10m 남짓한 소와 와폭이 어울린 곳이나, 건기에는 별 볼품이 없다.
다시 주등산로로 나와 400m 남짓 올라가면 합수점에 다다른다. 여기서 북쪽 지류 옆으로 이어진 소로를 따라 300m쯤 가면 검은 암반과 노송이 어우러진, 계류만 다소 넓게 흐르면 한참 쉬며 즐길 만한 곳이 있다. 그러나 건기에는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다.
삼거리를 떠나 10분 남짓 옛 산판길을 따라 숲 짙은 골을 거슬러 오르면 계곡 양편 산비탈에 두툼하고 긴 돌의 띠가 보인다. 이것은 신라시대 김흠 장군이 백제를 향한 교두보로 삼기 위해 쌓은 금돌(今突)산성 외성벽이라고 한다. 계곡에는 당시 성문이 있었을 것이다. 백화산은 신라 백제를 가른 장벽인 백두대간 줄기에서 백제의 수도 소부리(부여)쪽으로 한걸음 나선 듯한 곳에 위치한다.신라 무열왕은 이곳 금돌성에서 머물며 백제 공략을 지휘했음을 삼국사기가 전하고 있다.
산성벽 이후는 별다른 길이 없이 한동안 골짜기의 너덜을 디디며 오른다. 10여분 뒤 계곡길과 대궐터쪽 길이 나뉜다. 오른쪽의 작게 산사태가 난 곳으로 이어진 길로 접어들어 5분쯤 오르면 바위면에 '←절터, 대궐터→' 라고 붉은 페인트로 표시되어 있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들어선 다음 그 위 30m 지점에서 재차 오른쪽 길로 들어 10여분 오르면 대궐터다. 작은 산성문 같은 창고문과 4단 석축뿐 별다른 유적은 없다. 원래부터 규모가 작았을 곳이지만 태종 무열왕이 잠시 머물렀다고 하여 대궐터다.
대궐터 서쪽 모서리의 소로를 따라 산비탈을 가로질러 5분쯤 가면 보문사터가 나온다. 대궐터의 두 배쯤 되는 조망이 뛰어난 평지다. 식수로 삼기는 꺼려지는 물이 고여 있는 샘터 아래로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아까 버렸던 계곡 옆길과 만난다. 유적에 별관심이 없다면 아까의 '←절터, 대궐터→' 표식이 있는 곳에서 곧장 계곡 옆길로 직진한다.
절터 이후 길은 급경사로 변한다. 15분 남짓 땀 흘려 능선에 오르면 80m 길이로 복원된 금돌산성벽이 나타난다. 그늘도 좋으므로 한참 쉬어갈 만한 곳이다. 산성벽을 따라 숲속을 5분쯤 걸으면 곧 전망이 트인 암부가 나온다. 동쪽 저 아래로는 품질 좋은 포도산지로 유명한 모동 마을의 아늑한 풍경이 눈에 든다.
200m 위의 포성봉 북릉 위로 올라서면 조망이 한결 광대해진다. 서대산, 구봉산 등 사방으로 많은 명산들과 산 양쪽의 농토나 계곡이 한눈에 바라뵌다. 이와 더불어 바로 앞의 922m봉 암릉이 눈을 끈다. 이 봉 정상으로 이어진 물고기 등지느러미 같은 암릉에서의 조망이 기막히다. 기이한 골판지 형상의 포성봉~주행봉 능선 북서사면과 그 건너편, 여기저기 무덤들이 흡사 문어 흡판처럼 줄을 이은 산릉들이 한꺼번에 가슴에 와 안긴다. 이렇듯 광범위한 시각의 차를 미처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다소 심한 현기증을 느끼기도 한다.
922m봉을 넘어가면 곧 평평한 숲지대인 포성봉 정상이다. 96년 전병순씨 등 상주시청산악회원들이 세운 정상 표지석이 있다. 이곳에서 일단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922m봉쪽에서 올라온 방향 그대로 직진하면 주행봉쪽 능선(남서릉)이며, 좌측으로 꺾어야 출발점인 수봉리 방향이다. 50m쯤 내려가면 길이 두 갈래지는데, 직진하면 반야사쪽 길, 왼쪽 지능선 길이 수봉리 능선길이다.
▲ (좌)산성을 지나 주능선에 오르면 나타나는 조망대. (우)금돌산성.
거의 평지가 되다시피한 무덤을 몇 개 지나며 40분쯤 내려가면 금돌산성 내성벽이 골짜기를 향해 갈래져나가기 시작하는 지점인 675m봉의 무덤에 다다른다. 몽고군이 통곡하며 넘었다는 방통재를 지나 외성이 쌓인 능선을 따라 10분 남짓 더 내려가면 외성벽이 포물선을 그리며 왼쪽의 계곡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지점인 555m봉에 이른다.
이후 길이 다소 험해진다. 봉수대로 쓰였다는 563m봉을 지나면서는 왜송이 성가시게 굴고 길도 여러 갈래여서 다소간 짜증도 인다. 장수황씨 집안의 커다란 무덤을 지나면 비로소 출발점인 삼거리로 내려선다.
이렇게 한 바퀴 유적 순례코스를 도는 데는 약 12km에 6~7시간 잡으면 된다.
▲ (좌)포성봉 동릉상의 675m봉. 정상을 떠난 지 40분쯤에 여기로 내려서게 된다. (우)포성봉 남동 능선 좌우로 두 가닥이 나뉘며, 유적순례코스는 사진처럼 왼쪽 동릉길로 내려서야 한다.
정산리~정상저수지~연화암~주릉 이 코스는 백화산 서사면으로 난 유일한 코스다. 주능선 상에서 내려다보던 그 기이한 골판지형 산릉의 한 가닥을 잡아 오르는 길로서, 대단한 경관은 없지만 독특한 지형을 직접 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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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산저수지 위의 태고종 암자인 연화암 |
출발점은 정산리 마을회관이다. 마을회관 옆길을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마을길 입구의 도로 맞은편에 모서초등학교 화산분교 팻말이 있으므로 이를 표지 삼는다. 정산리는 넓고 횡한 골짜기 중간의 작은 마을로서 정산수퍼라는 가게만 하나 있을 뿐이다.
마을길 안으로 들어서면 우측에 상주군 모서면사무소 서부출장소(전화 054-533-2858)가 있다. 산불예방기간 중 산행을 하려면 사전에 전화로 이곳에 문의, 신고해야 한다. 길은 화산분교 나무울을 끼고 빙 돌아서는 계곡 왼쪽 옆을 따른다. 계곡을 이리저리 몇 번 건넌 뒤 장송 세 그루가 의젓하게 선 연화암에서 찻길이 끝난다.
태고종 암자인 연화암은 암자라기보다는 산중 고옥 분위기다. 돌너와지붕과 황토벽으로 지은 집이 한 채 산기슭 평평한 곳에 자리잡았다. 앞 계곡은 검은 암반으로 층을 이루어, 비가 온 뒤에는 제법 그럴듯한 폭포를 이룬다고 하나 건기인 10월 중에는 물줄기가 바싹 말라 있었다. 폭포 아래의 작은 소에는 연화암 보살이 밥풀을 먹여 키우는 고기떼가 있는데, 손을 넣으면 가맣게 떼로 몰려들어 쪼아댄다.
암자 바로 앞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내 폭포 위의 암반지대로 올라선다. 여기서 우측의 콘크리트로 작게 단을 지은 계단길로 오른다. 길은 암부 위를 지나 골짜기 우측 옆으로 이어지는데, 곧 갈림길이 나온다. 곧장 직진하여 계곡을 따르는 길이 있고, 우측의 지능선으로 붙는 다소 희미한 길이 있다. 이 두 길은 나중에 서로 만나므로 어느 길로 가도 된다. 드물게나마 리번들이 매달려 있다.
▲ 주능선 안부에서 주행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
우측 지능선 길로 가면 중간에 앞이 트이는 암부가 있다는 점에서 다소 낫다. 무덤을 2개 지나 안부 사거리에서 능선으로 직진하면 곧 아까 갈라졌던 계곡길이 왼쪽 옆으로 붙는 지점이 나온다.
이곳 이후로 길이 급경사로 변한다. 나뭇잎이 덮인 급경사 산릉을 오르던 길은 왼쪽으로 휘며(중간의 길 무너진 곳 주의) 주먹만한 돌들로 이루어진 너덜겅으로 인도된다. 이 너덜겅을 지나면 곧 포성봉~755m봉 간 안부다.
이후의 산행은 주행봉까지 올랐다가 주행봉 동릉으로 하여 잠수교로 하산하는 것이 무난하다. 755m봉까지는 급경사의 오르막길이 위주이며, 이후 주행봉까지는 저 멀리 앞서가는 사람이 보일 정도로 훤히 트인 날카로운 바위들이 연이어진 암릉길이다.
아무튼 정산저수지 길은 매우 급박하고 경치도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그러므로 백화산의 다른 코스를 모두 밟아본 이후 더 보고 싶은 경우에나 가볼 길이다. 정산리에서 주능선 사거리까ㅈ는 약 3km에 1시간30분쯤 걸린다.
*교통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40~70분 간격(06:00~19:40)으로 운행하는 구미행 고속버스(거의 우등고속임)를 타고 가다가 황간에서 하차한다. 3시간 소요. 우등고속 13,600원, 일반고속 9,300원.
황간역에서 정차하는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의 서울역 발차시각 08:15, 15:15, 19:15. 요금 9,900원.
반야사 입구 지나 수봉리까지 가는 상주행 버스가 황간에서 1일 9회(07:40~20:40) 운행. 수봉리에서 황간행 막차는 20:20.
황간택시연락소 043-742-4157, 4261, 황간개인택시 043-742-4588. 황간에서 반야사까지는 10,000원선, 수봉리로 하산해 반야사로 되돌아 갈 경우 15,000원.
*숙박
반야사 들목에 최근 새로 지은 반야산장이 있다. 2층 방과 3층 방이 깨끗하고 큼직하여 쓸만하나 다소 비싼 편이다. 3층방(4~5인용) 8만원, 2층방(10~15인용) 10만원. 욕실, TV, 냉장고 등 시설을 갖추었다. 1층방은 작은 2인실로 공동 욕실을 써야 하며 3만원. 전화 043-744-6532.
숲속식당(043-742-8118)은 10명이 머물 수 있는 큰방 4~5만원, 작은방 3만원. 토종닭 3만원, 백반은 4,000원. 손님이 원하면 수봉재 너머 수봉리로 태워다준다. 잠수교 앞 민박집 043-744-6532.
수봉리에는 까치섬가든(054-531-3505) 뿐. 토종닭(25,000원), 오리(30,000원) 전문집이다.
수봉리에서는 시간이 남으면 옥동서원보다는 옥봉 위의 백옥정에 올라보자. 콘크리트 바닥을 한 초라한 정자이지만 거기서 보는 백화산의 웅자가 남다르다. 옥동서원은 늘 문이 잠겨 있어 구경하기 어렵다.(월간산 2003년 11월호)
하늘에 떠가는 배 주행봉…주봉은 포성봉
추풍령에서 황간으로 내려가며 1시 방향의 하늘을 보면 커다란 배가 하늘을 떠가는 모양이 산을 볼 수 있다. 이 하늘을 떠가는 배 모양의 백화산 주행봉(舟行峰)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줄기 흐름과는 달리 동쪽의 포성봉(933m)과 서쪽의 주행봉(874m)으로 이루어진 이 줄기는 북동에서 남서로 뻗쳐있어 작지만 하나의 산맥으로 대접하여 백화산맥이라 부르기도 한다.
백화산맥의 이 특이한 흐름으로 머리가 거꾸로 된 산이라 해서 두역산(頭逆山)이라 부르기도 했다. 또 옛 이름이 두역인데 그 이름이 점잖지 못하여 백화산으로 고쳤다는 기록도 있다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모든 기록에 백화산으로 되어 있고, 상주쪽에서는 한성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포성봉이라 부르는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주행봉을 현지 주민들은 쌀개봉이라 부른다. 주행봉의 머리를 이루는 바위봉우리 두 개가 옛날 디딜방아의 쌀개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쌀개봉 동봉의 대암릉.
주행봉과 포성봉은 백화산의 쌍벽을 이루는 봉우리로, 기암괴봉과 숲이 아름답다. 특히 주행봉은 쌀개 모양의 등성이 일대와 고스락에서 포성봉쪽 잘록이까지 온통 날카로운 바위로 되어 있고, 기암괴봉과 낭떠러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경관이 좋다.
또 이 백화산 줄기와 남쪽으로 마주보고 있는 매우 뾰족하고 우뚝한 지장산(약 670m) 사이에 깊고 좁은 협곡이 있다. 이 협곡을 흐르는 냇물이 석천이다. 충북(영동)과 경북(상주) 경계를 이루는 석천의 반야사 위쪽(상류) 일대는 냇물 양쪽이 천길 바위벼랑을 이루고 있다. 이 일대는 굽이굽이 벼루를 이루고 있는 곳이 많아 그야말로 별천지다.
냇가 양쪽이 높은 벼루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곳이다. 상주쪽 옛 기록인 상산지에 백화산과 석천을 다음과 같이 잘 묘사하고 있다.
‘백화산은 중모현 서쪽에 있으니 상주에서 77리다. 기괴한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절경을 이루어 형용키 어려우며 산 아래 큰 내가 굽이돌아 남쪽으로 사담에 이르니 넓어지면 담동(潭洞·못과 굴)이 되고 흩어지면 필련(匹鍊·폭포)과 같으며, 계곡 양쪽은 절벽을 이루었고 절벽 사이에는 층층이 노송과 기이한 꽃들이 피어 일대 장관이다.’
석천을 따라 명승 유적도 많다. 석천 상류라 할 수 있는 수봉리(상주 모동면)에는 명재상 황희 정승의 영정과 6명의 위패를 모신 옥동서원이 있고, 옥동서원의 뒤 옥봉 아래에는 백옥정도 있다.
▲ 1. 쌀개봉 서봉에서 내려서고 있다. / 2. 반야사와 500년 된 배롱나무.
또 고려 유신 임천석(林千石)이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며 자살했다는 임천석대, 상주 황령사의 스님 홍지사가 몽고군의 장수 차라대의 병졸들을 무찔렀다는 저승골, 몽고 장병들이 통곡하며 넘었다는 방성재가 있다,
그밖에도 부처골, 물탕골, 명경대, 사담, 병풍석대, 난가대, 옥류대, 수월대, 부처굴, 점터강변, 산택정터, 세심대가 있고, 황간땅에 들어와서 반야사, 만경대, 영천이 있다. 특히 반야사에서 내를 따라 거슬러 모퉁이를 돌아가면 볼 수 있는 만경대와 영천은 조선조 세조의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명소다.
만경대는 강쪽으로 수십 길 벼루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경관이 뛰어나 만경대라는 이름까지 얻은 곳이다. 만경대 아래 유명한 영천이 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세조를 안내한 문수동자와 사자상을 새긴 목각이 반야사에 있었으나 지금은 없으며 반야사의 현판도 세조가 썼다 하나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반야사에서 건너다보이는 수월대는 석천쪽으로 까마득한 벼루를 이루고 있어 그 또한 장관이다.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긴 한천팔경은 서쪽 백화산맥이 잦아드는 원촌리 냇가 명소로 월류봉을 비롯하여 냉천정, 사군봉, 산양벽, 화현각, 법존암, 청학굴, 용연대가 된다.
몇 해 전만 해도 주행봉 산행은 매우 어려웠다. 주행봉은 석천쪽에서 올라야 하는데 석천을 건널 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백화산 산행이 어려웠던 것이다.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비가 조금만 내리면 석천을 건널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영동쪽에서 주행봉 자락에 산림욕장을 만들고 산림욕장 들머리에 훌륭한 반야교를 놓았을 뿐만 아니라 석천을 따라 황간 나들목까지 새로 도로가 생겨 황간에서 반야사까지 10여 분이면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밖에 정자 등 여러 가지 시설도 마련해 놓았고, 산길도 다듬어 놓아 산행이 좋게 됐다.
▲ 1. 쌀개봉 서봉에서 내려서는 밧줄 구간. / 2. 쌀개봉 정상부 암벽에 붙은 인간 개미들.
반야교에서 원점회귀한 주행봉 산행
설을 쇠고나자 대전의 한별산악회(회장 이재선)가 주행봉 산행에 나섰다. 반야교 앞 길가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 일행은 반야교를 건너서 왼편으로 임도에 들어섰다. 길은 체력단련장을 지나 제2주차장에서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돌계단으로 잘 다듬어져 있다. 위로만 올라채던 길은 돌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마른 개울을 왼편으로 건너 비탈로 들어선다. 비탈길은 S자를 만들어가며 산등으로 오른다.
산등성이 길이 시작되는 곳은 꽤 넓고 남쪽으로 터져있어 조망이 좋다. 발 아래 석천은 물론 건너 유난히 뾰족한 지장봉과 백화산 포성봉, 그리고 멀리 황악산 민주지산 덕유산 등이 조망된다. 등성이 길은 백화산의 큰 등성이까지 곧추 올라간다.
주행봉 산행은 여기서부터 좋다. 주능선에 올라선 다음 주행봉 고스락쪽으로 조금만 가면 양편으로 깎아지른 벼랑을 가진 바위등성이가 시작된다. 이 바위등성이들이 칼날처럼 되어있어 아슬아슬하다. 더위잡는 것은 물론 손발을 다 써야하고 밀고 당겨야 오를 수 있는 곳이다. 힘은 들지만 조망도 좋고 재미도 있다.
특히 쌀개를 이루는 머리 부분의 서봉과 동봉 두 바위봉우리를 내려섰다가 오르려면 매우 어렵고 까다로우며 조금은 위태롭기도 하다. 그러나 오르내리는 산행의 재미는 좋다.
주행봉 고스락에 오르는 데 2시간 남짓 걸렸다. 고스락에 서면 마치 돛대 위에 올라선 것 같다. 동서로 깎아지른 낭떠러지다. 묘 한 자리가 자리 잡고 있으며 손바닥만한 잔디밭에 까만 고스락 표석도 있다. 날씨는 춥고 바람까지 부는데다 조망도 좋지 않아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자 바로 하산을 서둘렀다.
서쪽(솔티쪽)에서 올라온 길은 한 가닥이지만 고스락에서 시작되는 동쪽 포성봉 방면의 길은 두 갈래다. 고스락에서 10여m 내려서면 길이 양쪽으로 갈라진다. 오른편 길은 석천쪽으로 뻗은 작은 산줄기를 타고 반야교로 곧장 내려가는 길이고, 왼편 길은 주능선을 타고 포성봉쪽으로 나아가는 등성이 길이다.
▼ 석천이라 불리는 물이 흐르는 반야교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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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산은 주봉인 포성봉(933m)과 주행봉(874m)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등산객들이 많이 오지는 않는 곳이라 발자욱의 흔적이 그리 많지는 않더군요.
▼ 직진을 하면 포성봉으로 직접 오르는 길이고 저는 좌측길로 접어들어 주행봉과 포성봉 사이 안부로 오릅니다.
▼ 날은 흐렸지만 습기가 많아서인지 생각보다 덥다는 느낌입니다.
▼ 제법 가파른 능선 길을 올라서니 조망이 트이는 군요.
▼ 안부에 올라서서 755봉을 오르니 이제 본격적인 암릉의 시작입니다.
▼ 제법 스릴있는 구간이 많지요. 주행봉까지 가는 능선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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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편 아래쪽 마을은 경상북도 상주시 호음리인것 같습니다. 백화산은 충북과 경북의 경계이기도 하지요.
▼ 바위틈에 하늘을 향해 피어있는 꽃들이 참 아름답지요.
숲길에 피어있는 꽃들과는 다른 느낌이네요.
▼ 뒤돌아보니 백화산 포성봉이 구름에 가려져 있습니다.
▼ 주행봉 능선은 암릉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편안한 숲길도 있지요.
▼ 하지만 제법 앙팡진 암릉길이 대부분이지요.
▼ 아래돌의 지지로 간신히 지탱하고 있네요. 인간들도 이런 모습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지 않는지..
▼ 석천건너편의 왼편 현수봉과 오른편 만경봉은 하나의 새의 날개짓처럼 보입니다.
▼ 원점회귀산행만 아니라면 보현사쪽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금돌산성을 지나 주행봉으로 내려서는 백화산 산행도 참 좋을것 같습니다.
▼ 그래서 주행봉이겠지요. 그나저나 꽃에 취해 몰랐는데 저곳을 걸어왔다니 헉~
▼ 쉬엄 쉬엄 밧줄도 오르고 암릉도 오르다보니 2시경 주행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 암릉사이로 피어있는 들국화들의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 하는데 이 정상석도 맘대로움직입니다. 고정이 되어 있지 않더군요. ㅎㅎ
▼ 주행봉 정상을 지나 855봉까지도 여전히 멋진 암릉의 모습이네요.
▼ 군데 군데 밧줄길도 만납니다. 이 밧줄을 설치한 분의 고마움을 느껴봅니다.
▼ 조금은 흐린 느낌이지만 산에서 바라보는 구름 한점.. 항상 산길의 친구가 되어주지요.
▼ 855봉은 이렇게보니 고흥 팔영산의 한 봉우리를 보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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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마지막 멋진 암릉의 풍경인것 같습니다.
▼ 참 숨어있는 멋진 산이라 생각해 봅니다.
▼ 지나온 산길이 아쉬워 자꾸 뒤돌아 보네요.
▼ 왼편 발아래로는 반야교가 내려다 보입니다. 이제 하산만 남았지요.
▼ 주행봉 정상도 멋지고 저멀리 포성봉도 한폭의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 하산길 우측 능선 너머로 경부 고속도로 모습도 보이네요.
▼ 이제 이 능선길을 내려서다가 좌측으로 빠지면 되겠지요.
▼ 은빛으로 춤추는 억새의 계절도 다가오나 봅니다.
▼ 으악새 슬피울면 가을이겠지요. ㅎㅎ
▼ 주행봉은 내려서는 순간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요.
▼ 멀리 희미해진 포성봉을 보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요.
▼ 능선길의 아름다움에 취해 당초 내려서야한 길을 지나쳐서 알바를 하고 4기경에 석천으로 내려섰습니다. ㅎㅎ
덕분에 등산화를 벗고 천을 건너보는 경험도 하게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