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잎 스치는 바람 그 향기에 취하다
▲ 담양 죽녹원 대숲길을 걷다 보면 맑은 햇살을 홀로 받는 기분이 든다. 길목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 죽로차 한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담양에는 푸른 빛이 감돈다. 대숲 바람에 실려 온 향기가 마을을 감싸 안는다. 댓잎을 타고 들어온 햇살에 눈을 감노라면 어느새 마음마저 맑아진다.
담양의 자랑 대나무 정원 '죽녹원'
바람소리 벗삼아 천천히 걷다 보면
지친 마음 어느새 치유 '힐링 절로'
5월 1일부터 축제, 다채로운 행사
올곧은 선비의 정원 '소쇄원' 인근
가객들이 어울렸던 가사문학의 산실
담양 땅은 대부분 황토로 이루어졌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후가 특징이다. 대나무가 자라기에 딱 맞는 여건이다. 그 덕분에 담양에는 대숲이 많다. 그 속으로 들어가면 사람 키의 몇곱절되는 나무가 쭉쭉 뻗어 있다.
담양이 자랑하는 대나무 정원. 죽녹원의 정문에 도착하면 관광버스가 줄지어 있다.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이 타고 온 차량이다. 죽녹원에 들어서면 사방이 대나무다. 분죽과 왕대 등 다양한 종류의 대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 틈새로 길이 이어진다.
길 이름도 정답다.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추억의 샛길, 죽마고우 길, 운수 대통길, 선비의 길, 철학자의 길, 체험마을 가는 길 등등. 모두 합치면 3.35km에 달한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바람 소리가 꿈결처럼 스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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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명창 박동실의 판소리 무대를 재현한 우송당. |
■댓잎 이슬 머금은 웰빙 마을
대숲 바닥은 야생차의 몫이다. 댓잎에서 흘러내린 이슬을 받아먹으며 더부살이를 하는 야생차를 사람들은 죽로차라 부른다. 죽로차 수확이 한창인 시절 담양에는 초록 향기가 가득하다. 거름이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죽로차는 예부터 담양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쳤다.
담양의 대나무는 탄력이 강하다. 45도만 구부려도 갈라지고 부러지는 여타 지역 대나무와 달리 거의 직각으로 구부려도 탄력이 유지될 만큼 강도가 높다. 탄력이 뛰어난 대나무는 죽공예에 적합하다. 그 바람에 담양은 오래전부터 죽세공이 발달했다.
플라스틱이 없던 시절 담양의 죽제품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전국 군 단위로는 최초로 담양에 철로가 연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철로를 타고 일제강점기에는 압록강을 넘어 만주 봉천(현 선양)까지 담양 죽제품이 팔려 나갔다.
플라스틱이 발명된 이후 대나무는 우리 생활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담양을 찾는 발길이 뜸해진 것도 이 무렵이다. 담양 사람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댓잎 차, 댓잎 술, 죽초 액, 대화장품, 대통 밥 등등. 대나무를 이용한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런 노력이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담양을 새로운 명소로 만들었다. 매년 봄 담양 대나무 축제가 열릴 때면 전국에서 인파가 몰려든다. 올해도 5월 1일부터 '푸른 대숲 맑은 정신'이라는 주제로 닷새 동안 대나무 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대나무 활쏘기, 대나무 수상자전거 타기, 대나무 뗏목 타기, 운수대통 소망 술 담그기, 대나무 부채 만들기, 대통 도자기 만들기, 죽초액 화장품 만들기, 대나무 소망 탑 쌓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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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공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소쇄원 광풍각. |
담양 대나무의 저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 대나무 박람회가 오는 9월 17~10월 31일까지 담양에서 열린다. '대숲에서 찾는 녹색 미래'라는 주제로 열리는 세계 대나무 박람회는 담양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서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죽녹원을 나와 향교 다리를 건너면 바로 관방제림 둑길이 나온다. 조선 인조 때 수해를 막기 위해 쌓은 제방이다. 관방제림은 지난 199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농사를 위해 만들었던 숲이 이제는 고단한 삶을 달래주고, 희망을 심어주는 쉼터가 되었다.
제방을 건너면 메타세콰이아 길이 펼쳐진다. 메타세콰이어길은 1970년대 초 가로수 조성 사업의 하나로 묘목을 심은 것이 울창한 숲길을 만들었다. 산림청이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여름이 되면 장관을 이룬다는 메타세콰이어길을 너무 일찍 찾는 바람에 제대로 누려보지 못해 안타깝다.
■ 가사문학 탄생시킨 선비 정신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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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군청이 최근에 건립한 한국가사문학관. |
죽녹원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달리면 '소쇄원'이 나온다. 소쇄원은 조선 시대 사림파의 거두 조광조가 당쟁에 희생되는 것을 목격한 제자 양산보가 '세상이 덧없다'는 말을 남기고 낙향해 자연을 벗 삼아 지냈던 곳이다.
소쇄원 인근에는 송강 정철이 머물렀던 식영정과 송순이 가객과 어울렸던 면앙정이 있다. 조선 시대 가사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정철의 성산별곡과 송순의 면앙정가가 탄생한 곳이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기념해 가사 문학관을 지었다. 담양이 가사 문학의 산실이라 불리게 된 배경이다.
맑고 깨끗함을 갈구한다는 뜻을 가진 소쇄원. 대쪽 같은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곳이다. 다른 한편에선 나약한 지식인의 현실도피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차세대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이 과연 어느 길을 택하는 것이 옳을까. 정절과 지조를 상징하는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서 생각해 본 화두다.
글·사진=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여행 팁
■교통편 부산에서는 담양까지 직통으로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다. 시외버스를 타려면 부산서부터미널에서 광주까지 고속버스(운임 2만 2천 300 원)를 타고 가서 담양행 시외버스(요금 2천 300 원)로 갈아타야 된다.
자가용을 이용하려면 남해고속도로(서순천 분기점)~고창 담양 고속도로(대덕 분기점)~88올림픽고속도로(담양 분기점)를 이용해 들어가면 된다. 3시간 1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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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산책로에 조성된 인공폭포. |
■맛집 담양은 떡갈비가 유명하다. 담양 떡갈비는 담백하고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담양애꽃; 061-381-5788
죽녹원식당; 061-382-9973
삼정회관; 061-383-4900
승일식당; 061-382-9011
전통식당; 061-382-31118-1
구름다리; 061-383-7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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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식단은 밑반찬이 푸짐한 것이 특징이다. |
■잠잘 곳 휴앤락 펜션; 010-6648-6075
추월산 우리별펜션: 061-381-7704
가마골펜션 ;010-5684-0684
죽림원; 061-383-4530
하여가 ; 061-381-9429
죽향체험마을; 061-380-2680
하늘 초원 ; 010-8607-8545
별바라기펜션; 010-8012-0710
첫댓글 네 구경하시고 순창 국도방향으로 가셔도 멎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