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일단 한 달을 살아보고 나서 '두달살기'로 연장할지 다른 도시로 떠날지 결정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한 달이 끝나갈 무렵에 이모님이 ('두달살이'를 하러) 오신다니 (외국 체류와 디지털 라이프가 익숙하지 않으시니) 며칠은 이것저것 도와드려야하게 생겼고, 그리고 다른 도시를 다니더라도 치앙마이에 한달 숙소를 잡아 놓는 게 큰 비용은 아니라 판단하고 숙박을 연장하기로 (20일만 살아보고) '미리' 결정했다.
그리고 '미리'가 아니면 극성수기의 치앙마이에서 방을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는 걸, 며칠 전 이모님 숙소를 예약하면서 또 느꼈기에 결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아침을 먹고 내려가 리셉션에 물어보니 연장이 불가하다고 한다.
어딘가 방은 있겠지. 극성수기라 방이 없다고들 아우성이지만 이모님 방은 잘 구했잖아? 주변 숙소들을 다시 훑어 가다가 (별로 멀지 않은) 코몬리빙Common Living에서 빈 방을 찾았다. 처음에는 (우리가 체크인할) 1월 11일에 체크아웃하는 방이 있긴 한데 기존 고객에게 (연장할지) 확인한 후에 알려주겠다고 하더니, (그 방은 못 보여주고) 다른 방을 보여주겠다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8층) 올라간다. 어라? 지금 묵고 있는 방(더돔 레지던스의 스위트룸)보다도 살짝 넓은 방이다. 방 좋은데! 방이 좋다고 했더니 이 방은 바로 예약이 가능하다고 말이 바뀌었다. 우리가 언제 작은 방 달라고 했나? 호텔 매니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작은 방을 원하는 걸로 생각했나 보다. 어쨌든 소통이 된 덕분에 즉석에서 계약을 했다. 즉석은 아니지.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를 붙인다기에 현금을 찾으러 멀리(^^) 님만해민까지 다녀와야 했으니.
월 15,000밧에 주 1회 청소 포함. 수도, 전기 요금 별도.
거실과 침실에서 도이수텝이 바라보이는 최고의 전망까지 (802호, 최고층 서향) 고려하면 아주 만족스러운 방이다. 불만이라면 방 안의 가구들이 좀 낡았고 싸구려 느낌이 난다는 정도 - 며칠 후부터 화장실에서 하수구 냄새가 조금씩 났고 바퀴벌레가 몇 번 출몰한 것 때문에 누구에게 권할 만한 숙소는 아닌 게 되었지만, 그럭저럭 편안하게 잘 지냈다.
1층 공간에 코인 세탁기와 함께 건조기도 있어서 (세탁 30밧, 건조 20밧) 편리했고, 코인 정수기도 (1리터 1.5밧) 고맙게 이용했다. 2층에는 독서나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8층에는 (우리 방문 바로 앞에) 작은 헬스장도 있었지만, 이용해보지는 않았다.
오늘은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치앙마이의 연말 카운트다운 행사는 타패 문 근처가 제일 화려하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가까운 곳 마야-원님만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구경했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졌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렸다. 아이고~~ 우리도 두 시간을 길에서 기다렸지만, 이런 날은 다들 이렇게 흥분해야 하는가 보다.
2025년 1월 1일
새해 첫날은
경건하게 -까지는 아니고
그냥 조용히 숙소와 마야몰 근처에서 (주로 마야몰 안에서) 하루를 흘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