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보살 만남 찬탄하네
현성 김수호
다시 찾은 중대 사자암 적멸보궁 32년만이다.
세월은 무심히 흐르건만 나는 가을 단풍 처럼 지난 날들을 고스란하게 담아내고 있다.
젊은시절 한적한 산길에서 만난 문수보살을 찾아뵙고자 나는 그길을 올랐다.
독백처럼 되새겨온 지난 꿈길 나들이 하나둘 나풀거리는 나비가 되어 창공을 노닐고 흐르는 물줄기로 바위를 곱게 다듬는다.
32년 전 성지순례 정암사 적멸보궁 법흥사 적멸보궁 백담사 오세암 봉정암 신흥사 낙산사 홍련암 월정사 상원사 중대 사자암 적멸보궁을 참례하였던 흔적들 쌓여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①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영축산 통도사의 적멸보궁,
②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중대(中臺)에 있는 적멸보궁,
③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설악산 봉정암(鳳頂庵)에 있는 적멸보궁,
④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사자산 법흥사(法興寺)에 있는 적멸보궁,
⑤ 강원도 정선군 동면 고한리 태백산 정암사(淨巖寺)의 적멸보궁,
그 가운데 오대산 순례길 문수보살 만남은 지금껏 나의 길을 엮어낸 의미있는 길라잡이가 되었다.
모든 것은 인연따라 작용하니 어찌 금생뿐이리. 삼세가 그와같이 서원과 발원이 횃불이 되어 인도함이라. 수많은 인연 가운데 뭔가 강력한 메세지를 던져주는 것을 만나게 된다면 삶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진해 나갈 것임은 자명하다.
적멸보궁 기도를 마치고 사자암에서 상원사로 내려오는 언덕길 아래 바위벽 자리한 곳 다소곳이 앉아 떨어진 울긋붉긋 단풍잎 줍는 단풍잎처럼 고운 옷깃 여민 노보살이 계시다.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 무엇을 하시나요? 하면 말을 건내었다.
단풍잎을 줍습니다. 하여 나는 무엇하시려고요?하니 사람들에게 나눠주려합니다.하여 내가 다시 묻되 어디서 오셨나요?하니 대답하되 무주에서 왔지요. 내가 묻되 어디로 가시나요?하니 비로봉으로 갑니다.하였다. 그리곤 내게 묻기를 비로봉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하시어 내가 생각하여 보니 보궁에서 1.5키로 표시 되어진 기억에 대답하되
‘조금 더 올라가면 됩니다만 해가 금방 질텐데 내려 올 때가 문제입니다.’
“꾸준히 가다보면 해 안에 다다르겠지요.”
아무런 생각 없이 주고 받은 대화는 잠시 후 나의 머리를 스쳐 지난 간 것은 그 이후였다.
나와 동행 한 젊은 보살을 통해 올라가면서 드시게 사탕을 들이도록하였다.
젊은 연화장보살에게 사탕을 받으시고는
“아이들 많이 낳아 잘 키워 행복하게 사세요.” 하시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마치고 나는 몇 걸음 바위 옆으로 돌아서는 순간 나누었던 대화들이 섬광처럼 말의 의미가 되살아 났고 머릿속에서 되 살아나는 이야기들이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나는 그 노보살을 향해 뒤 돌아 섰다.
그러나 그 노보살은 보이지 않았다.
그 언덕길은 직선이어서 그렇게 금방 올라 갈 수 없는 제법 긴 길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발걸음 몇 번에 노인이 순식간에 산을 오를 수 없는 곳이고 설령 젊은 사람이라고 하여도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는 보이지 않았다.
아! 나는 뇌리에 그때서야 깊은 탄식이 흘러 나왔다.
‘문수로구나!’
그 길은 간혹 문수보살이 출현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던 곳있다.
생긴 모습도 인자하시어 매우 밝으며 그 가운데 귀가 유난히 크고 잘 생겼었다. 매우 특별하여 깊은 인상을 준 노보살 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을 할 수가 있는 것이리라.
섬광처럼 나를 깨운 문수보살 과 주고 받은 대화를 생각해보면 그대로 선문답이었던 것이다.
무엇을 하시나요?
무엇을 하려고 줍습니까?
어디서 오셨나요?
어디로 가시나요? 물음에 나온 답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날 오대산 가을단풍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누구라도 가을 산에 오르면 아름다운 단풍들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것은 당연함 일 것이다. 또한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그냥 의례적 대화를 통한 주고 받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나 역시 가볍게 아무런 생각 없이 이야기를 한 경우이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그분의 말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발길이 서너 발 앞으로 나갈 때 대화들은 섬광처럼 되살아났고 나는 깜짝 놀라 뒤 돌아 보았을 때는 이미 그 분은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가을 단풍 줍는 것은 가을 곡식을 거두는 것과 같고 단풍잎을 나누어 주는 것은 베푸는 것과 같으니 이것은 스스로 지은 세상의 모든 공덕은 함께 나누는 것임을 일깨우는 참으로 문수보살 명호에 맞는 정밀한 지혜의 칼같은 말이었습니다.
모두가 하나인 것을 서로 함께 하는 것을 모르고 서로에게 경쟁적 관계로만 서로를 향해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전하는 말씀인 것을 바로 알아 듣지 못하였으니 참 슬픈일이였습니다.
비로봉을 묻는 것은 갈 길에 대한 확신을 일깨우는 궁극의 목표이고 꾸준히 가면 해 안에 다다른 다는 것은 한 생을 다 받쳐야 함을 말한 것이며 내려올 것을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은 본 자리 그대로 밝아지는 이치이기에 오르고 내리는 것조차 의미가 없으니, 내려 올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깨달은 보살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는 답이었던 것입니다.
나의 우둔함이 문수를 몰라 본 것이다.
그 시절이 어느덧 32년 이라는 원만한 덕상 법수에 해당하는 시기에 다시 찾았으니 삶 그대로 신묘기행(神妙奇行)이라 해도 무방하다 하겠습니다.
계산 되고 기획하지 않는 날들이 우리곁에 늘 알몸을 드러내어 보여 주는데 세밀하고 정밀하지 않은 걸음 걸이로 살아가는 중생들의 삶을 깨우고 살펴보라는 성자의 가르침입니다.
월정사 ,상원사, 중대 사자암 적멸보궁, 북대 미륵암 상왕선원, 동대 관음암, 남대 지장암을 참례하였고 서대 수정암은 ? 기회가 되려는지?
3일간의 일정으로 앎음알이를 끊어내는 문수 지혜의 칼처럼 정밀한 달빛 보배의 칼로 그림자를 끊어내는 영단월정광보검(影斷月精光寶劍)을 금강연에 담그어 지혜의 검으로 탄생 하게 하였으니 이또한 문수보살의 위신력이라 하겠다.
[[대승인의 선문답]]
☆여섯가지 보살의 행
♤오대산 문수보살을 만나다.
나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을 하십니까?’
“단풍잎을 줍습니다.” (※모든 공덕을 거두어 드리는 보살의 행)
‘무엇을 하려고 줍습니까?’
“너무 아름다워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공덕을 베푸는 보살의 행)
‘어디서 오셨습니까?’
“무주에서 왔습니다.”(※머무르는바 없는 보살의 행)
‘어디로 가십니까?’
“비로봉으로 가려합니다.비로봉까지는 얼마나 가야하나요?”(※궁극의 목표 무여 열반을 위한 대자유 지혜광명 보살의 행)
‘조금 더 올라가면 됩니다만 해가 금방 질 텐데 내려 올 때가 문제입니다.’
“꾸준히 가다보면 해 안에 다다르겠지요.”(※올바른 길 용맹한 정진보살의 행)
나는 나와 동행한 젊은 연화장보살을 통해 올라가면서 드시게 사탕을 드렸다.
노보살의 마지막 말씀이 된
"아이들 많이 낳아 잘 키워 행복하게 사세요.”(※모자람이 없는 무주상 보시하는 가운데 법을 잇는 계승법을 전하는 보살의 행)
그리곤 흔적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림자 없는 축복의 나날 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