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침묵 속에 익어가는 지난 11월 매주 금요일 밤이면 우리 집에는 어김없이 안방콘서트의 막이 오른다. 관객은 나와 아내 단둘이다. 우리 속담에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한다.”고 했다. 그 말을 한자로 부가정독 배궐마익(婦家情篤 拜厥馬杙)이라 일컬었던가. 내가 방송채널을 선택하는 기준은 항상 뉴스로 삼는다. 뉴스가 진실을 쫓으면 다른 프로그램도 좋을 것이라는 나의 믿음 때문이다. 나는 방송기자 출신으로 TV를 그렇게 가까이하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채널을 선택할 경우 뉴스의 팩트와 퀄리티가 가늠자가 된다. 이 어두운 현실에 진실이 뉴스가 되는 jtbc뉴스뿐만 아니라 교양프로그램인『김제동의 톡투유』,『비정상회담』,『썰전』등이 하나같이 유익하고 마음에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일으킨다. 나는 그 중에서도『팬텀싱어』를 빠뜨리지 않고 보려고 한다. 틈이 나면 아내와 함께『팬텀싱어』을 다시보기를 통해 보고 또 본다. 평소 TV를 시청할 때는 볼륨을 4~5정도에 고정하는데『팬텀싱어』를 시청할 때는 볼륨을 9~10까지 키운다.
『팬텀싱어』덕분에 나의 귀는 화음으로 호강을 한다.『팬텀싱어』의 출연자들은 탈락과 진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우정 어린 사랑과 격려를 나누며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수준 높은 인간승리의 어울림이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다. 지난해 8월부터 조승옥이 기획하고 김형중PD가 연출하는 남성 4중창 결성을 위한『팬텀싱어』는 여섯 명의 프로듀서인 김문경, 마이클 리, 바다, 손혜수, 윤상, 윤종신의 심사로 예선을 통과한 28명에 아깝게 탈락한 4명을 구제하여 이들로 하여금 11월부터 본선 1라운드에서 1대1 경연을 치렀다. 그리고는 랜덤으로 뽑은 공의 색깔과 번호로 두 사람이 듀엣을 구성했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성부로 노래하면서 경쟁하는 동시에 조화를 이루는 미션으로 두 명 중 한 명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고 다른 한 명을 탈락시켰다. 본선 2라운드는 2대2의 경연에 이어 3라운드에서는 트리오 대결을 펼친 끝에 9회 방송부터는 이상적으로 어울릴 콰트로로 남성 4중창의 탄탄한 저음과 화음을 선사했다.
『팬텀싱어』는 정치공해로 시끄러운 세상에 머리 둘 곳 없는 국민들에게 위안의 공감대를 넓혔다. 설날 전야인 지난 27일 밤 9시 40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팬텀싱어』1차전 생방송 파이널이 자정을 넘기면서 최선을 다 하는 열성으로 진행되었다. 파이널을 한 주 앞둔 결승 1차전의 점수 40%에 49만여 명에 달하는 시청자의 실시간 문자투표결과 60%를 합산한 결과 ‘포르테 디 콰트로’팀이 최종 ‘팬텀싱어’가 되는 순간 관객들은 기립박수와 열광적인 환호로 응답했다. 석 달 전인 지난 11월 11일 금요일 밤 9시 40분부터 치러진 경연에서 뮤지컬 배우로서 특유의 감성을 살려 노래로 팀을 구성하고 프로듀싱한 고훈정을 팀 리더로 성악전공자 김현수와 손태진이 클래식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선보여 2007년 영국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통해 등장한 폴포츠를 연상시키는 연극인 이벼리는 영혼으로 노래하는 열정으로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이 최종 우승의 영예를 안는 흥분이 넘쳐났다.
2등은 백인태, 유슬기, 박상돈과 곽동현으로 구성된 ‘인기현상’팀이 3등은 고은성과 백형훈, 권서경과 이동신이 팀을 이룬 ‘흉스프레소’가 차지하고 탈락자들은 하나같은 안타까움을 남겼다. 이번 경연을 통해 참가자들이 남성 4중창의 매력을 마음껏 선사하면서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음악의 장르를 우리 가슴속에 깊이 각인시켰다.『팬텀싱어』담당PD 김형중은 인터뷰에서 “방송 3개월 동안 많은 것이 바뀐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의 경우 프로그램의 인기가 올라가고 그렇지 않은 차원이 아니라 참가자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바꾸어 놓은 것 같습니다.”라고 벅찬 느낌을 전했다. 우리나라에도『팬텀싱어』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자부심과 한께 파이널 라이브 무대가 녹화방송에 비해 살아 있는 음향을 그대로 전달하지 못한 기술적 아쉬움과 격조 높은 무대의 품격과 열정에 걸맞는 MC의 역할로 필요없는 말을 줄이는 호란을 주지 않는 간결한 멘트와 세련된 아나운싱의 문제가 시즌2의 과제로 남겼다.
그리스의 현인(賢人) 피타고라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사람의 덕을 키우는데 음악만한 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간의 목소리로 일정한 형식의 말에 음을 붙여 노래하는 성악곡이 글을 모르던 시대에 믿음과 생활에 파고들었다. 12세기 초 서양음악의 활동 중심지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다고 한다. 당시 음악사에 따르면 성악은 종교음악과 세속음악으로 나누어졌다.『팬텀싱어』가 정통 클래식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성악, 뮤지컬, 클래식을 비롯한 크로스오버의 정수를 보여주며 클래식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또한 방송관계자들 못지않게 출연자들의 놀라운 열정과 열망에 숨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도전정신이 기대 이상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파이널에 들어가지 못한 낯익은 12명의 출연자들이『팬텀싱어』의 진정한 주역으로,『팬텀싱어』을 빛낸 얼굴들로 결승 무대에 올라 한 스테이지의 축하공연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중학생이지만 놀라운 카운터 테너로 노래를 시작하면서 반주를 맡은 어머니에게 “엄마, 엄마”하고 나직이 부르며 사인을 주던 목소리로 서막의 신비를 연 이준환군, 뮤지컬 배우로서 남다른 끼와 가창력을 선보였던 박유겸, 안정적인 저음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류지광, 괴물성량의 성악가 최용호 등이 마지막 무대에 올라 우정 넘치는 한 스테이지의 축하의 자리를 마련했다. 자본주의식 사회경제적 경쟁과 정치권력의 비정함에 비해 따뜻한 사랑과 화합, 배려와 축하를 아낌없이 보여준『팬텀싱어』프로그램이 기회균등과 국민정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계기가 되었으리라. 이제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시즌2를 준비하는 jtbc의『팬텀싱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Spero, Spera!"라는 말처럼 ‘나는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는 화합의 메시지를 마음속으로 외쳤다.
첫댓글 그리움님께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주님의 온갖 은총과 축복속에서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이렇게 자세히 알려주시는
열정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도 애청자가 될것 같아요.^^
시간 날 때마다 다시보기에 들어가셔서 처음부터 차레로 보세요.
진행과정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참 많더라구요.
자본주의식 경쟁속에서 너죽고 나 살자는 현실이 아ㄴ니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일면도 엿볼 수 있구요.
화음의 감동속에 번지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어울림과 배려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어제밤에도 엘사와 함께 지나간 두 프로를 봤답니다.
부디 유익한 나날 되십시오.^^*